7월 8일, 춘천연극제를 무리없이 진행하고 밤 늦게
연극인쉼터를 대신해서 순이네 주막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연극을 위해 일생을 사신 훌륭하신 분들과 막걸리에 파전을 앞에 두고
작품에 대한 추억, 연극인들에 대한 회상을 들을 수 있다는 것 또한 큰 행복이었습니다.
연극인 양재성 선생님은 일정을 마무리하고 체력관리를 위해
한 시간 정도 뛰는 운동을 하시고 주막에 합류했답니다.ㅋ
강영걸 연출/감독 선생님..
제1회 대한민국 연극제가 2016년 6월 3일~22일까지 청주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되었는데
심사위원장은 강영걸 선생님이셨습니다.
1943년 생으로 만 72세,
1970년 드라마센타에서 공연한 연극 <버스 스톱> 연출로 대뷔를 했습니다.
극단 민예극장의 대표와 한국연극연출가 그룹 회장을 역임했으며
1989년 한국연극예술상, 1990년 백상예술상 연극연출상과 LA 올해 예술가상,
1994년 국립극장 올해의 연출가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대표작품으로는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불 좀 꺼주세요>
<돼지와 오토바이> <피고지고 피고지고> <그 여자의 소설> 등 입니다.
이영철 이사장. 김명화 위원장, 허재헌 조직위원장, 심사위원 강영걸, 이해규 이사,
심사위원 양재성, 갤러리 4F 권오열 대표와 소프라노 민은홍이 함께 했습니다.
소프라노 민은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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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심사위원장 강영걸 선생님께서 심사 총평을 하고 계신 모습
<제1회 대한민국 연극제 심사 총평 - 강영걸>
김영무가 대표집필을 한 다음 심사위원 전원(9명)의 의견을 수렴 보완한 상태에서 패막식 때
강영걸 심사위원장이 발표했다.(이하의 원고는 보완되기 전의 원고이다.)
제1회 대한민국 연극제 심사위원장 강영걸입니다.
무더운 날씨에 행사 집행위원장과 요원들은 물론 경연에 참여해 주신
전국의 16개 도.시의 연극인 여러분 또한 고생들이 많았는데,
무사히 그리고 성황리에 행사를 마무리하게 되어 함께 기뻐해야 되겠습니다.
이번 연극제에서는 평가에 공정을 기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심사위원을
통상 5명에서 9명으로 들렸다는 사실은 익히 아실 줄 압니다.
따라서 우리 심사위원들은 익히 정해진 심사규정에 의해 공정하고 엄정한 자세로
각 공연들을 관람했으며, 무려 다섯 차례의 소회의를 거친 다음 지난밤에
최종심사회의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씀 드리면 우리 심사위원들은「좋은 연극」을 선정하는데
모든 초점을 맞췄을 뿐만 아니라, 의견들이 엇갈릴 떼는 장시간의 토론도 서슴치 않았던 것입니다.
익히 아시겠지만 이번 연극제에는 서울팀까지 참가하게 되어 리얼리즘 계열의 작품을 비롯하여
코미디류, 역사극류, 풍속극류, 우화극류 등으로 나눠 볼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창작극
열여섯 편이 무대에 올라 치열한 경연을 벌였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수상을 하게 되는 단체와 개인들에게는 축하와 아울러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자 합니다. 다른 한편 우리들의 기대가 너무 높았던 탓인지는 몰라도,
이번 연극제의 작품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앗다는 총평을 하지 않을 수 없어 안타깝다는
말씀 또한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우리 심사위원들이 두루 분석해 볼 때, 작품의 수준이 하향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으로서는
첫째, 기본기의 미흡
둘째, 과욕이 빚은 결과
셋째, 연극 무대를 향한 진지한 자세의 실종 등으로 요약 되었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대사전달이란 문제부터 해결이 안 되는 연극들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각 지방 사투리 고유의 감칠맛을 제대로 살리지도 못한 방언의 구사는 오히려 의미전달력 마저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해위자 저희기리만 잔뜻 멋을 부리거나 신명을 나타낸 나머지 사건이나
스토리의 객관화에 의한 관객과의 소통 문제를 등한시 한 경우 또한 흔히 눈에 띠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상매체 드라마의 영향 탓이겠지만, 연극무대를 너무 쉽고 가볍게 대한다는
느낌들을 지울 수 없어 몹시 애가 타기도 했던 것입니다.
이를 테면 희극은 비극이 승화된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희극을 개그수준의 말장난으로 인식하는 듯한 태도가 엿보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모쪼록 2017년에 대구 광역시에서 개최되는 제2회 대한민국 연극제에서는 수준 높은 연극들이
불꽃 튀기는 경연을 별여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보면서 이 자리를 물러나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개별작품 심사평 - 제1회 대한민국 연극제>
▮개별 작품 심사평▮
- 다음의 개별 작품 심사평은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견해에 해당된다.
그러니까 폐막식 때 공포된 심사결과와 거리감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1.『혈맥』- 충북 연극연합 작품(김영수 작. 이 창구 연출)
주지하다시피‘혈맥’이란 이 작품은 한국 현대 희곡사에 남아 있는
대표적인 정통리얼리즘(또는 자연주의 계열) 계열의 작품에 속한다.
따라서 자연주의 계열 작품의 무대 형상화에 있어서는 단 한 마디의 대사나 액션에 있어서도
비사실적 묘사란 용납할 수 없다는 문법이 철칙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볼 때 이번 연극은 농익지 못한 수준의 작품으로 평할 수밖에 없겠다.
대사 중심극인 데, 북한 사투리의 구사가 어설프게 느껴졌으니 무슨 말을 더하랴?
2.『우체부가 된 천사』- 대구 극단 원각사(민복기 작. 김미화 연출)
모처럼 따스한 시선으로 인생을 바라보는 희곡을 만났다는 느낌에 젖어 들었고 그리하여
기대감을 갖고 관극에 임했는데, 막상 보여진 연극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무대 형상화 과정에서 욕심을 너무 부린 듯한 연출 및 연기들이 눈에 띠었고,
극적 분위기 또한 산만 했으며 적절한 템포와 리듬감도 살려 내지 못했다. 소극장용 작품을
대극장에 올린 탓에 공간 처리도 역부족으로 보였다.
3.『카운터 포인터』- 강원도 속초연합(이반 작. 변유정 연출)
조선 인조 조 때 있었던 소현세자의 의문스런 죽음에 포커스를 맞춰서 코러스를 활용해
희랍극 스타일로 그려본 작품인데, 군더더기 없이 갈끔한 연극무대를 보여 주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만 인조와 소형세자의 인간적인 고뇌를 좀 더 심도 있게 다뤘으면 하는 아쉬움과
아울러 코러스에 곡을 좀 붙였더라면 한 결 좋았으리란 생각도 들었다.
4.『경종비사』- 광주 극단 아트컴퍼니원(원광연 작. 연출)
조선 조 때의 장희빈의 아들 경종을 중심축으로 놓고 궁중의 암투를 그린 사극이었는데,
이 연극을 관람하는 동안 작가 및 연출가는‘과연 이 작품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가?’하는
의문을 좀체 떨칠 수가 없었다. 노론 소론으로 갈라진 중신들이 걸핏하면 칼춤을 추는데, 그
러한 파격에 대한 연극적인 약속도 이뤄진 바가 없었다. 다시 말하자면 놀이극 스타일이었다면
놀이극적 문법을 따랐으야 하지 않았을까.
5.『향숙이』-전남 극단 예인방(김진호 작. 송수영 연출)
향토 음식(김치죽)을 매개로 하여 토속적인 정서를 무대화 해 보겠다는 풍속극적 작품의 의도는
충분히 알겠는데, 문제는 희곡의 구성이 너무 허술함에 있다는 것이었다.
논리가 아닌 정서적인 접근을 시도할 경우에는 특히 디테일에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하는데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는 놓친 점이 너무 많은 것 같았다.
이를 테면 장상달은 남향숙을 40여 년 간 짝사랑 한 모양인데, 어떤 식으로 짝사랑을 했기에
맺어지지 못했는지 구체성이 결여 되어 있었고, 향숙과 아들 만석과의 갈등에 있어서도
개연성이 결여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의 묘미를 전혀 살려 내지 못한 점이야 말로 치명적인 결함이 아닐
수 없었다.
6.『표풍』- 부산 극단‘바다와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최은영 작. 연출)
신라시대 거문고의 명인 귀금과 그 제자들과의 관계를 그린 우화극 스타일이었는데,
이른바 신중들을 코러스로 활용하여 드라마를 구축하게 된 과정이 연출가의 머릿속에만
잠재 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관객과의 연극적 약속을 생략한 형식이어서 관객들을 혼란에
빠트리는 우를 범한 꼴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따라서 알고 보면 쉬운 이야기를 공연히 어렵고 추상적인 문법으로 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7.『꿈이로다』- 제주 극단‘가람’(정현주 작. 이 상용 연출)
제주도(우도)에 실존했던 어느 무당일가의 가족사를 희곡화한 작품인데 극본적인 문제는
새로운 극적 주제의 설정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다시 말하면 관객들이 무엇을 위해
그 무당일가의 운명적인 신내림 과정을 보아야 하는지 그 해답이 제시 되지 못한 것이었다.
시종일관하여 성실한 자세로 만들어 낸 연극을 보여주긴 했으나
정작 알멩이를 던져주지 못한 셈이 되고 말았다.
8.『로망을 찾아서』-울산 극단‘무’(김행임 작. 전명수 연출)
작가는 가벼운 세태풍자 스타일의 드라마를 집필했는데, 인생을 보는 시각이 너무 경박하다는
느낌을 안겨 주어서 재론의 여지조차 없어 보였다. 개그 수준의 코미디(?)를
왜 굳이 연극무대 위에 올려야만 하는지 다시 한 번 반문해 보았으면 좋겠다.
9.『강목발이』- 경남 극단‘현장’(임미경 작. 고능석 연출)
경남 진주 지방의‘강목발이’설화를 극화한 작품으로 모처럼 향토색 짙은 창작즉을 대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연출, 연기에 있어서도 과욕을 부리지 않고 차분히 진행시켜 호감이 갔다.
다만‘강목발이’설화에 대한 설명이 너무 미흡했고, 장소구분에 혼란이 엿보였고,
행위의 당위성이 부족한 점 등이 눈에 띠었다.
* 최종심사회의에서『철수의 난』과 『카운터 포인터』와 함께 이 작품이 대상으로
거론 되기도 했는데, 『카운터 포인터』는 일찌감치 밀려났고 이 작품 또한 5;4로 아깝게 밀려났다.
어른들(강영걸. 김영무. 전승환. 장남수)은 이 작품을 밀었고,
젊은층(성준현. 이윤혁. 이은경. 이일섭. 최용훈)은 『철수의 난』을 밀었다.
10.『철수의 난』- 대전 극단‘나무시어트 연극협동조합(윤미현 작. 김상열 연출)
비논리적이며 불합리한 상황 속에서 비일상적 인물들이 전개하는 넌센스 코미디 풍의 작품이었다.
나로서는 결코 새로운 연극적 재미를 느낄 수가 없었고 치기 충만한 행위들로만 보였다.
* 최종심사회의에서 젊은이들은 최근의 연극이 이러한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면서
무척 재미있는 연극이며 다의적 의미를 함축한 작품이라고들 했다.
강영걸 심사 위원장은 대학생 실험극 경연대회에서하면 대상감으로 충분하리란 말을 했고.
나 또한 대한민국 연극제의 대상감은 절대 아니라면서 치기어린 이런 류의 작품이
어떻게 연극의 주류가 될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예술작품을 평가함에 절대적인 잣대는 없는 법이니 결국 숫적 공세에 의해
이 작품이 대상으로 선택 되었다.
덧붙이자면 『강목발이』라는 작품에서 눈에 띠는 허점이나 하자(?)들이 많았던 까닭에
상대방의 반론을 제압할 힘이 부족할 수밖에 했었다.
11.『파국』- 서울 성북연극협회(이중세 작. 박정석 연출)
신라시대의 해상왕이었던 장보고의 죽음을 둘러싼 권력게임을 다룬 연극이었다.
대극장의 공간 처리도 좋았고, 대사도 시원스레 들렸으며 리듬이나 템포감도 제대로 살려낸
공연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이 작품의 경우에는 도대체 주인공이 누구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 나도 1977년경에 장보고의 일대기를 희곡화 해 본적이 있어(월간문학에 게재했고,
두어 차례 공연이 되려다 불발되었다) 남달리 애정이 가는 작품이 되기도 했다.
12.『다시 꽃씨 되어』- 전북 극단 ‘까치동’(홍자연 작.정경순 연출)
가수가 되길 원하는 소영이 일종의 트라우마에서 못 벗어나 번번이 오디션에서 탈락을 하자
과거로의 여행길에 올라 어린 시절에 겪었던 2002년 월드 컵 열기와 아울러 미군 탱크에 달려
죽은 소녀들을 만난다는 내용인데 한 마디로 소녀적 감상주의에 머물고 말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소녀들이 미군 탱크에 깔려 죽은 그토록 거창한 사건을 일개 소녀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해석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생각 또한 떨칠 수가 없었다.
13.『배우우배』- 인천 극단‘십년후’(이강백 작. 송용일 연출)
이 시대의 대표적인 극작가 중의 한 사람인 이강백 원작의 연극으로 연극배우를 주인공으로
잡아 자기 정체성을 축해 보는 주제를 전개한 작품으로 깔끔한 연극이었다.
14.『바보 아리랑』- 경북 극단‘둥지’(전영준 작. 오영일 연출)
신파극적 양식에 기존 싯구(詩句)에 일제 암흑기 전후의 사건들을 짜깁기 식으로 나열한
장르 구분조차 모호한 정체불명의 연극이란 혹평을 면할 길이 없는 작품수준이었다.
15.『그녀는 그를 알아보지 못 한다』- 충남 극단‘홍성무대’(김세한 작. 전인섭 연출)
남북 분단과 이산가족의 비극 그리고 통일의 염원 등과 같은 뻔- 한 주제를 상추적 수법으로
구성한 작품이어서 새로운 감동적 요소를 전혀 발견할 수가 없었다.
16.『아카시아 꽃이 피었습니다』- 경기 극단‘마중물’(방성창 작. 이은정 연출)
시골에 사는 늙은 아버지에게 마지막 효도를 하자면서 할머니가 다 된 세 자매가 하향하여
벌이는 일종의 풍속극이었다.
생략과 절제미를 좀 더 살리고 연출자가 거리감을 유지하였더라면
그런대로 볼만한 연극이 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를 테면 한 두 마디로 끝날 수 있는 국면에서 주절주절 장 대사를 읊조리기도 했고,
엔딩부문에서는 공연히 사족 같은 장면을 이어 붙이기도 하는 듯 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