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 저수지 위에서 가시오가피 잎을 따고
작은 나무 하날 옮겨 심거나
월악산 비탈 오르며 대오른 취나물이나 뜯을까하고
망주로 들어가 신지끼미를 지난다.
트렉터가 물을 가르는 오도농장을 지나 저수지 오르는 길을 또 헤매다가
절강편씨 무덤 옆 오가피 찾아갔더니
나무가 베어져 변한 탓인지
내가 잘못 기억한 탓인지
가시오가피는 보이지 않고
반영 반 비친 저수지에 낚시꾼 두엇 앉아 있다.
저수지 옆길따라 월악산 오르며 눈을 희번덕거려도
취나물은 보이지 않고 작은 꽃핀 좀피나무만 가득해
올가을엔 열매를 따다 장독대 뚜껑에 말리기로 한다.
노란장구채와 산국만 두어개 뽑아 차에 실어두고
외호 슬항지나 독대에서 백일로 들어간다.
들어갈 때마다 길은 헷갈려
외백마을 앞에서 바위덩어리 길을 막은 시멘트 길에 차를 세운다.
물은 빠지는지 드는지 모르겠는데
난 느린 고동을 주우며 신발을 물에 펄에 적신다.
깻돌해변에 앉아 흐린 바다에 나 가까이에 떠 있는 섬하날 보며
맥주를 마신다.
태백의 시 몇 수를 읽다가 일어나 닫시 바닷가를 걸으니 물이 빠지고 있음을 알겠다.
나무에 싸인 민가 두어채를 보고 돌아나오다
물로 돌아가지 못한 작은 소라르르 세개 줍고
돌 아래 몸이 살짝 보이는 낙지 한마리도 줍는다.
대나무 묶음이 논핑 솟아난 방파제 옆을 돌아오니
마을 아낙 두엇이 바닥에서 호미질을 한다.
어디서 왔냐고 말을 붙이기에 정있는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동강이라 말하니,
그 뭔데서 뭐하러 왔냐고, 저 앞에 출입금지 못 봤느냐고 한다.
난 못 봤다고 하면서 고동만 몇 개 주웠다고 변명까지 하고 얼른 나온다.
범재등에 올라가 묘소 옆에 장구채 산국을 심어놓고 내려온다.
고동은 북북 씻어 뜨거운 물에 삶았다가 찬물에 부어 까니 잘 빠지지 않아
다시 한변 끓인다.
낙지 한마리는 바보도 늦겟다해였으니 나 혼자 날것으로 잘라 소주 한병 안주로 한다.
소라는 그대로 두고 작은 고동 세종류를 바늘로 꺼내 접시에 담아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