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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봉
사람들 말하기를 책 읽기는 산의 유람과 흡사하다 했는데 讀書人說遊山似
나이 들수록 산 유람이 책 읽기와 같다는 걸 알게 되네 今見遊山似讀書
공력을 다한 다음에 스스로 내려오는 것이 같고 工力盡時元自下
얕고 깊은 곳을 모두 찬찬히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 같네 淺深得處摠由渠
가만히 앉아서 이는 구름을 보면 묘미를 알게 되고 坐看雲起因知妙
산행이 시냇물 근원에 이르매 비로소 원초 이치 깨닫네 行到源頭始覺初
산마루 정상에 오르기를 그대들에게 기대하노니 絶頂高尋勉公等
노쇠하여 중도에서 그친 내가 매우 부끄럽네 老衰中輟愧深余
--- 퇴계 이황, 『독서여유산(讀書如遊山)』, 청량교 건너 청량산 입구에 세운 퇴계 선생 시
비에서
▶ 산행일시 : 2012년 6월 13일(수), 맑음
▶ 산행인원 : 5명
▶ 산행시간 : 5시간 6분(휴식과 점심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4.0㎞
▶ 교 통 편 : 이계하 님 카니발
▶ 시간별 구간
07 : 56 - 상일육교 출발
10 : 54 - 청량산 들머리 선학정, 산행시작
11 : 22 - 청량사(淸凉寺)
11 : 36 - Y자 갈림길, 왼쪽은 장인봉, 오른쪽은 자소봉 가는 길
12 : 08 - ┤자 갈림길 지능선 안부, 직진은 김생굴 거쳐 경일봉 가는 길
12 : 30 - 자소봉(紫霄峰, 840m)
12 : 48 - 연적봉(硯滴峰, 846.2m)
13 : 15 ~ 13 : 46 - 안부, 점심
14 : 00 - 뒷실고개
14 : 08 - 하늘다리
14 : 20 - ┤자 갈림길 안부, 직진은 장인봉 0.3㎞
14 : 30 - 장인봉(丈人峰, 869.7m)
15 : 00 - 다시 안부
16 : 00 - 두들마을 지나 청량폭포, 산행종료
1. 淸凉之門, 명필 김생의 글씨를 집자하였다
봉화군 명호면(明湖面)을 지나는 낙동강 줄기를 명호강(明湖江)이라고도 한다. 요즘 심한 가
뭄이라 물이 많이 줄었다. 래프팅 간판 아래 여울목은 너덜이 다 드러났다. 청량교 건너면 바
로 청량문이다. ‘淸凉之門’이라 쓴 현판은 명필인 김생의 글씨를 집자하였는데, 우러러보아
청량감을 느끼게 한다.
청량산을 각별히 사랑한 퇴계 이황 선생의 시비(詩碑)가 있다. 우리는 산행마치고 돌아가면서
차를 세우고 들여다보았다. 퇴계 선생도 그랬다. ‘노쇠하여 중도에서 그친 나를 깊이 부끄러
워하나니(老衰中輟愧深余)’
각자(刻字)한 해석이 어색하여 아쉽다. 예를 들면 ‘깊고 얕음 아는 것 저로부터 말미암네(淺深
得處摠由渠)’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독서와 유산(遊山)이 ‘ 얕고 깊은 곳을 모두 찬찬히 살
펴보아야 하는 것이 같다’ 라는 뜻이 아닐까?
뒷면에는 ‘미천을 건너며 산을 바라보다(渡彌川望山)’를 새겼다.
명호강을 미천(彌川)이라고도 하였나 보다.
굽이굽이 맑은 여울 건너고 또 건너니 曲折屢渡淸淸灘
우뚝 솟은 높은 산이 비로소 보이네 突兀始見高高山
맑은 여울 높은 산이 숨었다가 나타나니 淸淸高高隱復見
끝없이 변하는 모습 시심을 일게 하네 無窮變態供吟鞍
퇴계 산생 시비 옆의 지계곡을 무지개다리로 건너고 정자 돌아 오솔길(예던길) 벗어나서 능선
잡으면 청량산 맞은편 산인 축융봉을 오를 수 있다. 오지산행에서 2009년 1월 17일 새벽에 그
리로 올랐었다. 우리는 청량사 입구 선학정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우리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청량산을 찾았다. 휴일로 착각한다.
곳곳에 시비(詩碑)가 있다.
퇴계 선생의 ‘淸凉山歌’다.
淸凉山 六六峰을 아는 이는 나와 白鷗로다
백구야 엇더하랴 못 밋들 손 桃花로댜
桃花야 물 따라가지 마라 舟子알까 하노라.
퇴계 선생의 망산(望山)이다.
퇴계 선생은 이 청량산을 두고 50수가 넘는 시를 남겼다고 한다.
어느 곳인들 구름 낀 산이 없으랴마는 何處無雲山
청량산이 더더욱 청절하다네 淸凉更淸絶
정자에서 매일 먼 곳을 바라보면 亭中日延望
맑은 기운이 뼛속까지 스며든다네 淸氣透入骨
김환(金瑍)은 청량산을 절벽 타고 올랐다.
시비에 새긴 해석을 약간 고쳤다.
동쪽에 구름 뚫은 열두 봉우리 東立雲宵十二峰
天池에 핀 연꽃 같네 天池扶出玉芙蓉
절벽 타고 높은 꼭대기에 올라보니 攀崖卽上高高頂
수만리 뭇 산이 한눈에 드네 萬里群山一眼中
2. 청량사 가는 길
3. 연화봉
4. 청량사 앞 647m봉
7. 청량사 뒤 봉우리
청량사 가는 길. 일주문 지나 이속(離俗)한다. 멋들어진 현판은 현봉(玄峰) 근일(勤日) 스님이
썼다. 하늘 가린 숲속 깊은 계곡 옆으로 난 길이다. 계류는 말랐다. 역암(礫巖)의 기암기봉을
돌아 오른다. 계단 오르는 중 문득 눈앞에 나타난 연화봉에 읍하고 안심당(安心堂) 지나 산 중
턱인 절집 마당에 올라선다. 청량사 본전인 유리보전(琉璃寶殿)은 동방의 유리광세계(琉璃光
世界)를 주재하면서 모든 중생의 병을 다스린다는 약사여래상(藥師如來像)을 모셨다.
유리보전 왼쪽으로 등로가 소로로 나 있다. 오가는 등산객이 꽤 많다. 자칫하면 우리 일행 잃
어버리겠다. Y자 갈림길에서 잠시 쉰다. 막걸리 입산주가 돼지족발 안주빨로 거나해진다. 바
로 가파른 계단 길이 시작되고 주기로 힘들게 오른다. 그렇지 않아도 더운 날 얼굴이 화끈하
니 달아오른다.
┤자 갈림길인 지능선 안부. 숨 돌린다. 오른쪽 봉우리가 청량사 뒤에 있는 암봉이리라. 무덤
지나 다가가 본다. 나무숲 둘러 조망이 시원찮다. 금탑봉을 알아보지 못하겠다. 우리는 곧장
자소봉으로 간다. 돌길이다. 등로 벗어나면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을 염려하여 등로 양쪽으로
밧줄 가드레일을 튼튼히 쳤다.
주능선 등로는 봉봉을 우회한다. ┼자 갈림길 지나 안부로 오른다. 자소봉 동쪽 사면 대슬랩
에 철계단을 놓았다. 첨봉인 자소봉 정상 아래 너른 암반이 정상을 대신한다. 오석의 정상 표
지석이 있다. 경점이다. 일월산이 반갑다.
온 길로 내려 자소봉 자락 돌고 탁필봉(卓筆峰) 자락 돈다.
연적봉은 철계단으로 오른다. 탁필봉과 연화봉을 바라보기 좋다. 여차하면 붙들 노송 몇 그루
있어 적이 안심이다. ‘청량산’이란 산 이름은 삼복더위에도 산정에 오르면 맑고 서늘한 바람
을 맞는다기보다 봉우리마다에서 천길단애 내려다보아 저절로 오금이 저리고 등골까지 서늘
해져서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연적봉 내린 야트막한 안부인 공터에서 휴식 겸해 점심밥 먹는다. 노광한 님이 없으니 산중이
적막하거니와 무엇보다 먹을거리가 한층 부실하다고 서로 한마디씩 한다.
철계단 내리면 ┤자 갈림길 안부인 뒷실고개이고 살짝 오르면 자란봉(紫鸞峰) 하늘다리다. 하
늘다리 제원. 해발 800m, 연장 90m, 통과폭 1.2m, 지상고 70m. 국내에서 가장 긴 산악현수교
량이라고 한다. 바닥은 복합유리섬유소재를 사용하였다. 바닥이 투명하면 더욱 좋을 것을 아
예 검게 덮어버렸으니 아무런 흥미 없다.
8-1. 자소봉
9. 연화봉
10. 선학봉과 장인봉, 연적봉에서
11. 탁필봉, 연적봉에서
13. 선학봉 암벽
17. 선학봉 자락
전에 왔을 때는 헝겊에다 소원 적어서 다리 줄에 거는 것이 대유행이었는데 사라졌다. 다리
줄이 깨끗하다. 다리 건너 선학봉(仙鶴峰). 오른쪽 사면으로 비스듬히 뚝 떨어진 ┤자 갈림길
안부는 바람골이기도 하다. 아주 시원하다.
장인봉 0.3㎞. 다니러간다. 계단의 절정을 간다. 일삼아 계단 수를 세어보았다. 382개다. 사면
돌다가 곧추 솟구치듯 협곡 오르면 가파름 수그러들고 청량산 주봉인 장인봉 정상이다.
‘장인봉(丈人峰)’이란 이름은 주세붕이 중국 태산의 장악(丈岳)을 모방하여 명명하였다고 한
다. 자연석인 정상 표지석 뒷면에 주세붕의 ‘청량산 정상에 올라(登淸凉頂)’를 새겼다.
청량산 정상에 올라 我登淸凉頂
두 손으로 푸른 하늘을 떠받치니 兩手擎靑天
햇빛은 머리 위에 비추고 白日頂臨頭
별빛은 귓전에 흐르네 銀漢流耳邊
아래로 구름바다를 굽어보니 俯視大瀛海
감회가 끝이 없구나 有懷何綿綿
다시 황학을 타고 更思駕黃鶴
신선세계로 가고 싶네 遊向三山顚
오늘도 ‘햇빛은 머리 위에 비추고(白日頂臨頭)’여서 얼른 비키고 그늘 속에 들어 정상주 분음
한다. 계단 내려 다시 안부. 두들마을 쪽으로 내린다. 계단 길은 계속된다. 오늘 원 없이 계단
길을 간다. 협곡 너덜 돌면 하늘이 열리고 두들마을이다. 사람이 사는 것 같지 않게 조용하다.
산뽕나무가 흔하다. 오디가 익었다. 내리다말고 오디 따서 맛본다.
개망초밭으로 변한 묵밭 내리고 고욤나무 지나 콘크리트포장길이다.
청량폭포. 멎었다. 개울로 내려가서 탁족한다. 그새 김기월 대장님은 바위에 다닥다닥 달라붙
은 다슬기를 쓸더니 느낀 그 즐거움을 더욱 확장하려고 오늘 산행에 나오지 못한 박태연 님에
게 사진 찍어 전송한다.
청량폭포 앞에 있는 퇴계 선생의 시비 ‘환가(還家)’ 들여다보고 환가 길에 오른다.
산을 유람하며 무엇을 얻었나 遊山何所得
농부에게 가을 수확이 있는 듯하네 如農自有秋
전에 있던 서실로 돌아와 歸來舊書室
조용히 향연을 마주했네 靜對香烟浮
그래도 산사람 되어서 猶堪作山人
요행히 속세의 우환을 당하지 말았으면 幸無塵世憂
17-1. 장인봉 정상에서
18. 참으아리(Clematis terniflora)
미나리아재빗과의 덩굴 식물. 긴 잎자루로 다른 것에 감기어 5미터 정도로 뻗으며, 잎은 마주
나고 우상 복엽으로 3~7개의 잔잎으로 이루어져 있다. 7~9월에 흰 꽃이 원추(圓錐) 또는 취
산(聚繖) 화서로 피고 열매는 수과(瘦果)로 흰 털이 있다. 뿌리는 약용하고 어린잎은 식용한
다. 산야에서 자라는데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표준국어대사전).
19. 탁필봉, 왼쪽 멀리는 일월산
20. 자란봉 자락
22. 느티나무 옹이에 자란 느티나무
23. 청량폭포
24. 2009.1.17.의 청량폭포
첫댓글 선배님 산행기를 읽으면 공부가 엄청 됩니다..
나중에 책을 내셔도 되겠습니다 항상 무탈한 산행이어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