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톨릭 성지(聖地) 순례
21. <프랑스> 남프랑스(France)의 성당들
아비뇽 교황청 / 노트르담 아비뇽 대성당 / 성당 내부 / 성당 앞 십자고상
남프랑스 아비뇽(Avignon)은 아비뇽 교황청(Palais des Papes)이 있는 도시로 유명할뿐더러 론(Rhone)강변 구도심은 철옹성 같은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이 특징이면서 신비롭다.
1309년, 교황 클레멘스 5세는 프랑스 왕 필립 4세의 강권으로 교황청을 이곳 아비뇽으로 옮기게 되는데 이것을 ‘아비뇽 유수(幽囚)’라고 한다. 이후 1377년까지 7명의 교황들이 이곳에 강제로 머물게 되는데 사실상 필립 4세의 포로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필립 4세는 교황을 등에 업고 성직자들에게 막대한 세금을 물려 왕권을 강화하는 자금을 모았고, 이 자금을 바탕으로 영지를 넓히는 전쟁을 끊임없이 벌였다고 한다. 그 이후 1417년에야 교황청이 로마로 복귀하며 아비뇽은 1791년 프랑스에 통합되었다.
14세기, 론 강안(江岸)의 45m 절벽 위에 성벽 높이 50m, 두께 4m, 성내 면적 15,000㎡로 건축된 아비뇽교황청은 견고한 성벽과 건물들로 지금도 중세도시를 연상시키는데 현재 유럽에서 가장 큰 고딕양식의 성이라고 한다.
우선 거대한 성벽부터 보는 사람을 감탄하게 하는데 언덕 위에 우뚝 솟아있는 중세의 성을 연상시키는 웅장한 교황청 건물과 아비뇽 대성당을 마주하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지고 경건해진다.
교황청 건물과 아비뇽 대성당(일명 아비뇽 주교좌성당: Cathédrale Notre-Dame des Doms d'Avignon)은 두 건물이 거의 붙어있다. 당시 교황들은 필립 4세의 허울 좋은 ‘보호를 받는’ 처지였는데, 교황청이 있는 이 성으로 온갖 망나니들이 다 모여들어 ‘타락의 성(城)’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 까닭은 이 교황이 있는 교황청 성내는 치외법권(治外法權) 지역이어서 도둑놈, 매춘부, 폭력범, 아편 중독자 등이 득실거리는 범죄의 소굴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또 언젠가 강도들이 들어와 교황청의 물건을 도둑질해가며 교황을 인질로 잡고 강복(降福)을 해 달라고 떼를 써서 교황은 할 수 없이 머리에 손을 얹고 도둑들을 강복해 주었다는 웃지 못할 희극도 벌어졌던 곳... ㅎ
그 이후 1417년에야 교황청이 로마로 복귀하지만, 프랑스는 로마교황을 인정할 수 없다며 아비뇽에 프랑스인 교황을 따로 세워 교황이 둘인 희한한 해프닝도 있었다. 그 이후 아비뇽의 교황은 폐지되고 아비뇽 교황청도 1791년 프랑스에 통합되었다고 하니 아비뇽 교황청은 300여 년간 로마교황청 소속이었던 셈이다. 교황청은 수리 중인지 내부 공개를 하지 않아 들어가지 못하고 대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먼저 성당 첨탑 꼭대기에 황금빛으로 빛나는 성모상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성당 바로 앞에는 아름다운 조각들로 둘러싸인 예수 십자고상이 인상적이며, 그 앞에서 바라보면 아비뇽 시내가 한눈에 조망된다. 성당은 무료입장(거의 모든 성당이 무료입장이다)이라 들어가 잠시 기도를 드렸는데 성당 내부는 비교적 검소한 편이다.
교황청 언덕 아래에는 아름다운 론(Rhone)강이 흐르는데 1188년에 건설된 아비뇽 다리(일명 베네제 다리/Pont St. Benezet)의 무너진 교각이 보존되어 남아있다. 목동(牧童)이던 소년 베네제(Benezet)는 꿈속에 하느님이 나타나 론 강에 다리를 놓으라는 말씀을 듣고 돌멩이를 주워 날라 최초로 다리를 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 후 홍수로 다리가 무너지자 사람들이 힘을 모아 튼튼한 다리를 놓았다고 하는데 그것이 성베네제 다리라고 한다. 유네스코에서 아비뇽 교황청 건물과 이 성(聖) 베네제 다리를 묶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
론(Rhone)강과 성 베네제(St. Benezet) 다리 / 다리 밑에서 / 철옹성 같은 아비뇽 성곽
아비뇽다리(Pont Saint Benezet)에서
백충기 아우구스티노<旅浪(여행의 낭만)>
교황청 성벽을 휘감고 불어오는 바람결에 / 역사의 속삭임이 들린다.
『베네제야, 강에 다리를 놓아라』 『저 혼자 어떻게 놓아요?』
『걱정마라 내가 도와 줄테니...』 끊어진 다리 둥근 아치 밑으로 / 론강 푸른 물굽이는/ 천년을 흐르다.
『즐겁게 춤추자, 손에 손을 맞잡고 노래를 부르며 꼼시, 손뼉을 치며 꼼사~~』
다리 위에서 손에 손을 맞잡고 / 둥글게 원을 만들며 깡충깡충 춤추는
빠알간 사과 빛 소년 소녀들 볼이 보인다.
강변의 포플러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 푸른 이파리를 살랑거리며
론(Rhone)강 푸른 물줄기를 무심히 바라보고 서 있다.
※아비뇽 다리는 일명 ‘생 베네제 다리(Pont Saint Benezet)’ 라고도 부른다. 1188년 건설.
프랑스 동요인 『아비뇽 다리 위에서』는 우리나라 초등학교 2학년 음악 교과서에 번역되어 실려 있다.
목동이던 베네제(Benezet)는 꿈에 하느님이 론강에 다리를 놓으라는 말씀을 듣고 돌멩이를 주워 날라 징검다리를 놓기 시작했고 홍수로 무너지자 사람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다리를 놓았다고 한다.
아비뇽 다리는 홍수로 수차례 유실, 재건을 하다가 17세기 이후 무너진 채로 보존하기로 했다고 하는데 현재는 교각 22중 4개의 아치만 남아있다. 이 다리는 교황청의 동쪽 암벽으로 바로 연결된 상당히 높고 긴 다리였는데 홍수로 반복해서 무너지자, 보다 실용적인 낮고 짧은 다리를 바로 근처에 새로 놓고 옛 다리는 무너진 채 유적으로 보존하고 있다.
다리의 교황청 쪽 끝부분에는 작은 예배당이 있고 이곳에서 입장료를 내면 다리 위로 올라갈 수 있다.
22.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 성당
웨스트민스터 대 성당(가톨릭) / 웨스트민스터 사원(성공회) / 앤 불린 / 엘리자베스 1세
사진의 붉은 색 건물은 로마가톨릭 웨스트민스터 대교구의 가톨릭 대성당이고 회색 건물은 영국 국교인 성공회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이다. 웨스트민스터 가톨릭 대성당은 19세기 후반에 건립되어 1903년 봉헌되었으며 비잔틴 양식의 건축물로, 영연방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 로마가톨릭 성당의 중심 역할을 한단다. 높이가 87m라는 벽돌 탑은 빨간 벽돌에 하얀 돌을 수평으로 줄을 그리듯 장식해 눈부시게 아름답다. 부근에 있는 성공회의 웨스트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을 한국에서는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아서 로마가톨릭 성당(Cathedral)과 성공회 사원(Abbey)을 혼동하기도 한다.
영국 성공회는 1534년, 영국 튜더(Tudor) 왕조의 국왕 헨리 8세(Henry VIII)가 왕이 되기 위해 형수인 캐서린과 결혼했으나 아들을 낳지 못하자 아름답고 총명했던 시녀 앤 불린(Anne Boleyn)과 결혼하여 엘리자베스를 낳는다. 그런데 또 다른 시녀였던 제인 시모어(Jane Seymour)와 결혼하기 위하여 앤에게 억울한 누명(불륜설 등)을 씌워 사형에 처하고.... 이후에도 수많은 이혼과 결혼을 반복한다.
헨리 8세는 형수인 캐서린과의 이혼, 앤과의 결혼과 이혼, 제인과의 결혼 등이 교회법으로 허용되지 않아 로마교황청으로부터 파문을 당하자 성공회를 만들어 자신이 수장이 되고 이 모든 것을 합법화한다.
이렇게 급조된 교단이 성공회인데 결국 영국 국교가 되고 수많은 가톨릭 신자들을 이단으로 몰아 화형 시켰으며 개신교 신자(청교도)들은 박해를 피해 종교의 자유를 찾아 아메리카(신세계)로 떠나게 된다.
1969년, 영국 찰스 재로트(Charles Jarrott) 감독의, 주제곡이 너무나 아름다운 영화 『천일의 앤(Anne of the Thousand days)』....
비극의 주인공이 바로 앤 불린이다. 앤 불린이 낳은 엘리자베스는 후일 ‘영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왕,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발판을 닦은 여왕, 어학과 문학 분야에서 천재성을 번쩍인’ 바로 엘리자베스 1세(Elizabeth I/1533~1603)이다. 그녀는 7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였고 12살 때 시집을 냈으며, 스페인 무적함대와 결전을 앞둔 영국 해군들에게 한 연설은 지금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가슴을 울리는 명연설이다. 『나는 내가 연약한 여자의 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왕의 심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잉글랜드 국왕의 심장을 말입니다.』 그녀는 3살이 되기도 전에 어머니(앤 불린)를 잃었고, 국가와 결혼했다며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처녀 여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