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나의 어린 시절 토끼 사냥
산토끼(멧토끼) / 집토끼 / 집토끼 새끼 / 겨울철 토끼몰이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 깡충깡충 뛰면서 어디를 가느냐.
산고개 고개를 나혼자 넘어서 / 토실토실 알밤을 주워 올테야.
1938년에 이일래(李一來) 님이 작곡하여 발표한 이 노래는 우리가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동요다.
토끼의 영문표기는 래빗(Rabbit)인데 집토끼는 버니(Bunny), 산토끼는 헤어(Hare)라고 한다.
내가 구정초(邱井初)를 다니던 어린 시절, 겨울이 되면 난로 불쏘시개를 한다고 단체로 솔방울을 주우러 다녔고 또 학급 전체가 선생님들과 함께 산토끼를 잡으러 갔던 기억이 난다.
6학년 때, 어디였는지 장소는 가물가물한데 우리는 기다랗게 옆으로 늘어서서 산토끼를 몰아가고 반대쪽에는 선생님들이 작대기를 들고 기다리다가 토끼가 도망을 오면 후려쳐서 잡는 방식이다.
우리는 둥그렇게 줄을 맞추어 손뼉을 치며 우우~ 토끼를 몰아가다 보면 앞에 작대기를 휘두르는 선생님을 발견한 토끼들이 뒤돌아서서 우리 곁을, 혹은 다리 사이를 총알같이 쌩~ 빠져나간다.
종일토록 히히덕거리며 선생님들과 함께 즐긴 하루.... 결국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왔던 기억도 난다.
우리 마을에서도 토끼 사냥을 가곤 했는데 눈이 제법 쌓이면 토끼는 눈 속에서 ‘뿅뿅 ~’ 튀어 오르며 잘도 도망을 가는데 쫓아가는 우리도 눈이 무릎까지 차올라 작대기를 휘두르며 허우적거리고 쫓아가지만,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너무 멀리 한참 도망가던 산토끼는 힘이 들었는지 절벽 밑 바위굴 속으로 쏙 들어갔는데 쫓아가 들여다보니 저 속에 토끼의 흰 궁둥이가 보인다. 옳다꾸나~ 하고 작대기로 들쑤시자 토끼는 꽥꽥~ 소리를 지르면서도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잡는 것을 포기하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는데... 토끼는 궁둥이가 얼마나 아팠을까...
예전에는 산은 물론 마을에도 산토끼가 이곳저곳 잘도 돌아다녔다. 간식꺼리가 부족하던 예전에는 굽굽(출출)해 지면 날(생)고구마를 깎아 먹고는 했다. 나는 고구마 깎은 껍질을 퇴비장에 버렸는데 언젠가 산토끼가 먹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굽굽하다-출출하다의 강원도 사투리, 또 토끼는 퇴끼...ㅎ
어느 해 겨울, 우리 사랑방에 모여와 놀던 동네 형님 친구들한테 그 이야기를 했더니 형님 친구들이 산토끼를 잡아먹자고 쥐를 잡는 창애(쥐덫)에 고구마 쪼가리를 매달아서 마당귀퉁이 퇴비장 가에 가져다 놓고 시시덕거리며 한참 노는데....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꽥~~’ 토끼의 비명이 들린다.
형들이 후다닥 달려가 보니 창애(쥐덫)에 주둥이가 물린 산토끼가 버둥거리며 날뛰고 있다.
형들은 희희낙락하며 토끼를 붙잡아서 숨을 끊고는, 뒷다리 가죽에 구멍을 내고 대나무 자른 것을 끼워 넣어 입으로 바람불어 넣으니 찌지직~하며 가죽과 살갗 틈 사이가 벌어지며 부풀어 오른다.
그런 다음 칼로 가죽을 살살 들추어내면 껍질(가죽)이 홀랑 벗겨지며 가운데 빨간 살덩이만 쏙 나오고.... 한쪽에서는 토끼고기를 부엌으로 가지고 가서 토끼탕을 끓이고, 다른 사람은 벗긴 토끼 가죽을 그냥 말리면 기름기 때문에 뻣뻣하니 흙벽에다 늘려서 붙이는데 가장자리에는 못을 살짝 박아놓으면 기름기가 흙에 스며들어 가죽이 훨씬 부드러워진다.
나중 그 토끼 가죽으로 귀마개를 만들면 아무리 찬바람이 불어도 귀가 따뜻하다.
귀마개를 만드는 방법도 몇 가지 있는데 제일 좋았던 것은 토끼 가죽을 동그랗고 길게 돌돌 말아 다시 귀의 크기에 맞춰 동그랗게 두 개를 만드는데 이것을 고무줄로 연결하여 귀를 막으면 가운데는 구멍이 있어 소리도 잘 들리고 너무나 따뜻해서 최고로 쳤다.
우리 동네에서는 덫과 비슷한 산짐승 잡는 도구를 창애, 혹은 옥노(올무)라고도 했다.
방언인가?? 창애는 발모가지를 탁 찝어서 잡는 방식이고, 옥노(올무)는 철사로 둥글게 만들어 풀숲에 걸어 놓으면 발목에 걸리거나 목(모가지)에 걸려 옥죄는 모양새이다. 예전에는 시골집에 쥐가 너무 많다 보니 창애로 주로 쥐를 많이 잡았다.
우리는 산토끼와 집토끼를 사촌(?)쯤으로 여기지만, 집토끼와 산토끼는 별개의 종으로 산토끼는 거의 멸종되었다고 한다. 멸종 사유는 산토끼를 잡아먹는 산짐승이 너무 많아서라고....
산토끼는 새끼를 낳으면 온몸에 털이 나 있고 눈을 뜨고 있는 새끼를 낳는다는데 집토끼는 털이 없는 빨간 몸뚱이에 털이 날 때까지 눈을 감고 있다고 한다. 또 귀도 꼬리 모양도, 그리고 색깔도 조금 다르고... 등등 모양은 거의 같지만 상당한 차이가 있는 별종(사돈의 8촌쯤?? ㅎㅎ)이라고 한다.
무엇이든지 사람들이 떼를 지어 쫓아가며 몰아가는 것을 토끼몰이라고 하였던가??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