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오래된 아침 행사이다. 운촌 경노당 옆을 끼고 산머리로 들어선다. 차량통행이 많은 왕복 8차선 도로가 갑자기 짙은 숲속으로 변한다. 오래된 느티나무가 산길 중간에 버티고 섰고 오월이면 아까시아 꽃 냄새가 등청을 한다. 6월에 접어들면 산수국이 몽글몽글 피어난다. 작은 고개를 넘어면 간비오 봉수대가 턱 버티고 있다. 조선 중기에 잦은 왜적의 출몰로 바빴던 산으로 제법 높다. 서울로 보내는 봉화를 올리는 곳이다.
산세는 그리 험하지 않다. 산허리를 돌아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수비 삼거리에서 올라온 차량이 장산터널로 들어가는 소리만 들린다. 오른쪽 해운대 신도시로 들어오는 차 소리는 점점 멀어진다. 차량들은 동쪽 송정터널에서 만나지만 나는 북으로 향한다. 가는 도중에 53사단 군부대가 주둔하는 산을 만난다. 산 오른쪽은 군부대에 내어주고 왼쪽를 타고 제법 가파른 산길로 들어선다. 아침 7시 기상나팔 소리가 들리고 애국가가 스피커를 타고 넘어온다. 차소리는 점점 멀어지면 이제 산 한복판이다. 보이지는 않지만 남쪽으로는 수영이 앉아있고 동쪽으로는 해운대가 있다.
산길을 걷다 보면 지나간 일들이 생각난다. 상념이 많으면 산행에 도움이 안된다. 마주 오는 사람의 숫자를 세고 정신을 한 곳에 모운다. 오른쪽 손가락을 펴서 시작하여 다시 제자리에 돌아오면 왼쪽 손가락 하나를 접으면 열 명이 된다. 오르면서 마흔 명 정도를 만난다. 일요일에는 숫자가 더 많아진다. 어떤 날은 발자국 수도 세어본다. 오령은 전과 같지만 숫자가 많아진다. 손가락을 접어면서 세는 숫자에 의심이 간다. 호두 알을 손에 쥐고 소리를 내면서 발자국을 센다. 더욱 더 집중이 된다. 천 보를 오르면 시간은 10분 정도 소요된다. 이렇게 하여 만 삼천 보을 걷고 시간은 두 시간이다. 산길은 평지 거리에 비해 발자국 숫자는 많고 시간은 더 걸린다.
산 중턱에서 멀리 서쪽 바다를 본다. 천마산 넘어 두 개의 아파트가 올라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