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수원에 처음 생긴 시립 미술관으로 화성행궁 옆에 있다. 화성행궁과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눈여겨볼 일이다. 역사와 예술을 연계할 수 있어 주말이나 봄방학 아이의 체험 여행지로 제격이다.
[왼쪽/오른쪽]서장대에서 내려다본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과 화성행궁, 수원시 동쪽 전경 / 층높이를 낮춰 화성행궁과 어우러진 미술관 외관
행궁을 품은 미술관
"정조대왕의 어머니가 누구라고 했지?"
"문근영."
화성행궁 봉수당을 지나는 부자의 대화다. 아빠가 헛웃음을 친다. 문근영은 영화 <사도>에서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로 등장한다. 지난해 9월 개봉한 <사도>는 6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사도>가 흥행하면서 수원화성과 정조의 발자취에 관심이 높아졌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10월 개관했다. 수원에 처음 생긴 시립 미술관으로, 현대산업개발이 지어 수원시에 기증했다. 화성행궁과 광장을 끼고 이웃해 화성행궁이 광장 동쪽 면이고,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 북쪽 면이다. 방문객이 자연스레 넘나든다.
미술관은 설계부터 화성행궁을 고려했다. 건물은 지상 2층, 지하 1층이다. 높이로 화성행궁을 누르지 않는 대신 수평으로 넓게 펼쳤다. 외벽은 콘크리트를 사용해 색깔이 튀지 않는 대신 입면에 송판 무늬를 새겨 차가운 느낌을 지웠다. 스카이라인은 비스듬한 곡면으로 처리해 한옥의 처마가 연상된다.
자연광이 넉넉하게 스미는 뮤지엄라운지
[왼쪽/오른쪽]쉼터 역할을 하는 카페테리아와 전시홀 / 콘크리트 벽면은 송판 무늬로 장식했다.
내부는 뮤지엄라운지와 기획전시실3이 화성행궁과 눈을 맞춘다. 뮤지엄라운지는 방문객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쉼터다. 정면은 화성행궁 광장이다. 외벽이 전면 유리창이라 자연광이 좋을뿐더러, 광장과 화성행궁이 시원스레 열린다. 미술관 서쪽도 마찬가지다. 기획전시실3의 서쪽 면이 유리창이다. 전시에 따라 암막을 치기도 하지만, 평소 화성행궁이 보이는 전시실이다.
미술관 옥상정원 역시 화성행궁 친화적 장소다. 2층 옥상에서 화성행궁 전체와 팔달산을 품는다. 광장에서는 볼 수 없는 전경이라, 화성행궁 전망대로 알음알음 소문났다. 2층 교육실 복도와 1층 야외 계단에서 올라갈 수 있어 편리하다.
[왼쪽/오른쪽]옥상정원은 화성행궁 전망대나 다름없다. / 전시실은 면과 선의 구조가 재미나다.
문턱 낮은 전시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개방성 또한 장점이다. 관람료가 있으나 유료 전시실을 제외한 나머지는 무료 개방이다. 뮤지엄라운지와 옥상정원, 전시홀, 라이브러리 등을 산책하듯 편하게 다녀갈 수 있다. 미술관 본래 역할인 전시는 총 5개 전시실에서 열린다. 1층은 뮤지엄라운지를 중심에 두고 서쪽에 기획전시실3, 동쪽에 기획전시실1·2가 있다. 2층은 1층 전시홀과 기획전시실2에서 계단으로 연결된 기획전시실3·4다. 홍보 담당 박현주 씨는 "당분간 관람객이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주제를 주로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는 게 첫째 목표다.
현재 기획전시 <하이퍼리얼리즘 : 보는 것, 보이는 것, 보여지는 것>(3월 20일까지), <상상으로 깎은나무>(3월 13일까지), <답장.하는.방>(2월 14일까지)을 진행한다. 아이와 함께라면 겨울방학 특별전 <상상으로 깎은나무>나 미디어 아트 체험전 <답장.하는.방>을 추천한다. <상상으로 깎은나무>는 목수 김진송 씨가 서사적 상상력을 발휘한 전시다. 목물, 움직인형(automata) 등 100여 점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답장.하는.방>은 몸짓과 소리에 반응하는 미디어 아트 공연전(展)이다. 전시를 협업한 첼리스트 성승한과 미디어 아티스트 이한의 피아노 합주가 공식 공연(2월 14일) 외에 수시로 열린다. 두 전시 모두 상상력을 키우기에 안성맞춤이며, <답장.하는.방>은 무료다.
<답장.하는.방>의 게릴라 공연처럼 관객과 호흡하는 전시가 인기다. [왼쪽/오른쪽]방학을 맞아 전시를 관람하는 관람객 / 기획전시실4에서 기획전시실2가 내려다보인다.
뮤지엄라운지와 전시홀은 현대자동차 '포니'를 주제로 재미나게 꾸몄다. 포니 목형이 있는 전시홀 옆 계단은 비공식 포토 존이다. 자연광이 들어오고 사다리꼴 계단과 의자 쉼터가 있어 사진 찍기 좋다. 2층의 라이브러리도 들러볼 만하다. 아트&디자인 관련 책이 서가를 채운다. 전시와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 역시 활발하다. 전시를 관람하고 실제로 창작 활동을 한다.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받아 2층 교육실에서 진행한다.
[왼쪽/오른쪽]라이브러리는 전시홀 상층부와 연결해 답답하지 않다. / 교육실에서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 '움직이는 이야기' 체험<사진 제공·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광장에서 본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전경
화성행궁에서 서장대로, 공방거리로
미술관을 둘러본 뒤에는 화성행궁으로 향한다. 화성행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행궁이다. 정조가 아버지 장헌세자(사도세자)의 원침인 현륭원(현 융릉)을 참배할 때 머물렀다. 정문 신풍루를 지나 정전 봉수당까지 567칸 가운데 482칸을 복원했다. '만년(萬年)의 수(壽)를 받들어 빌다'라는 뜻이 있는 봉수당에는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진찬례를 인형으로 재현했다. 아이에게 영화 <사도>의 문근영이 혜경궁 홍씨라는 사실을 곁들여 설명해도 좋겠다.
화성행궁은 오전 11시에 찾아보길 권한다.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무예24기 시범공연이 열린다. 정조의 명으로 1790년에 편찬한 《무예도보통지》의 24가지 무예를 기본으로 시연하는데, 화성에 주둔한 장용영 외영 군사들이 익힌 무예다. 화성행궁 뒤편 팔달산 정상의 서장대도 오를 만하다. 장대는 장수가 군사를 지휘하던 곳이다. 화성장대라 불리는 서장대는 수원화성의 지휘 본부 격으로, 팔달산 주변의 동정을 살필 수 있는 자리다. 전경이 빼어나 화성행궁과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을 포함해 수원월드컵경기장이 한눈에 들어오고, 북쪽으로 광교산 일대가 장관이다. 화성행궁에서 서장대까지 어른 걸음으로 15분 정도 걸린다. 걷기 힘들 때는 화성열차를 이용한다. 화성행궁 주변 명소로 공방거리, 수원화성박물관 등이 있다. 맛촌거리와 붙은 공방거리는 행궁 남쪽 행궁로 골목이다. 식사를 겸한 산책이나 체험에 알맞다. 수원화성박물관은 광장 동쪽 정조로 건너 팔달구청 옆에 있다. 수원화성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좋다.
[왼쪽/오른쪽]화성행궁의 정전 봉수당의 이름에서 정조의 효심을 읽을 수 있다. / 서노대에서 본 서장대 화성행궁 남쪽의 공방거리와 맛촌거리
여행정보
- 주소 :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33
- 관람 시간 : 10:00 ~ 18:00(11월~2월), 10:00 ~ 19:00(3월~10월) 1시간 전까지 입장 가능
- 휴관 : 월요일, 월요일인 경우 그 다음 날 휴관
- 문의 : 031-228-3800
- 주소 :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25
- 관람 시간 : 09:00 ~ 17:00(11월 ~ 2월), 09:00 ~ 18:00(3월 ~ 10월), 30분 전까지 입장 가능, 설 당일 무료 관람
- 휴관 : 월요일
- 문의 : 031-228-4480
주변 음식점
- 가보정 : 갈비 / 수원시 팔달구 장다리로 282 / 1600-3883
- 진미통닭 : 통닭 / 수원시 팔달구 팔달문로3번길 39 / 031-255-3401
- 충남집 : 순대국밥 / 수원시 팔달구 수원천로264번길 30 / 031-243-3284
숙소
- 베니키아뉴수원관광호텔 : 수원시 팔달구 화서문로72번길 33 / 031-245-2405
- 엠모텔 : 수원시 팔달구 효원로291번길 22 / 031-225-2347 (굿스테이)
- 슬리핑테이블게스트하우스 : 수원시 팔달구 신풍로23번길 51-10 / 031-255-3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