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과 난민이 두려우신가요? (김상훈 안드레아, 제주교구 이주사목(나오미)센터 사무국장)
여성가족부는 3년마다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를 실시한다. 이는 우리나라 성인들이 다른 나라의 문화를 얼마나 잘 받아들일 수 있는지, 이방인인 외국인들과 얼마나 잘 어울려 살 수 있는지를 가늠해보는 조사다. 2021년의 다문화 수용성 점수는 52점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민청 설립까지 논의하며 더 많은 외국인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국가 정책 방향과는 역행하는 듯 보였다. 2015년(54점)이나 2018년(53점)에 비해 수용 정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외국인을 결혼, 노동, 유학, 난민 등 입국 목적으로 분류해볼 때 우리는 ‘난민’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한국리서치의 ‘난민 수용 여론조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2018년 예멘 난민 500명이 제주도에 입국했을 때 국민의 56가 난민 수용을 반대하고,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70만 명 넘는 국민이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 2021년 2월에 들어온 미얀마 난민과, 같은 해 8월 정부가 ‘특별기여자’로 선발해 아프가니스탄 난민 390여 명을 ‘미라클 작전’으로 수송해 왔을 때 ‘엄격한 심사에 따른 제한적 수용’이라는 조건부 향상(59)을 보여줬지만, 난민을 조건 없이 수용하자는 의견은 2018년 34에서 2021년 미얀마 20, 아프가니스탄 17로 떨어졌다. 우리의 ‘착한 사마리안 지수’가 크게 퇴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많은 국민은 자신이 낸 세금이 난민에게 지원되는 것을 염려하고, 무슬림들로 인해 발생될 사회적 혼란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 난민의 간절한 바람은 지원금이 아니라 우리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기회이다.
전 세계 인구의 23가 무슬림인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240만의 외국인 중 적지 않은 수가 무슬림일 것이다. 2012년부터 들어온 시리아인 1763명, 그리고 2017년부터 들어온 예멘인 1176명이 각각 11년, 6년 이상 우리 곁에서 아무런 사고 없이 ‘성실하다’는 칭찬과 격려를 들으며 살고 있다. 이제 우리도 막연한 두려움으로 거부하기보다는 상생하는 현실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에는 1994년부터 현재까지 약 9만 5000명이 난민 지위를 신청했다. 그중 1 정도가 난민 지위를 획득했고, 일부는 제3국으로 떠나거나 미등록 상태이며, 절반 정도는 난민 지위 신청 절차를 진행하면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 이들은 6개월 또는 일 년에 한 번씩 체류 연장 심사를 받는다. 범법 사실이 있으면 연장은 당연히 거부된다. 이는 난민 지위를 얻게 되어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들은 대한민국 법을 준수하며 성실하고 밝게 살려고 노력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렇듯 이주민·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여론에 대해 “어느 국가나 공동체에 이주민이 들어오게 되면, 본토인들은 자신들이 쌓아놓은 부를 이들이 축내지 않을까 또는 사회질서를 흐트러트리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는데, 이런 두려움은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당연하고 죄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런 두려움 때문에 이주민들을 만나지 않으려 하는 것은 죄가 되고, 더 나아가 ‘인종차별주의자’가 될 수 있으므로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리의 다문화 수용성 정도는 이주민·난민에 대한 걱정과 막연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때 향상될 것이다.
김상훈 / 안드레아 제주교구 이주사목(나오미)센터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