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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5월 21일, 양기가 충만해진다는 소만(小滿)입니다.
들에 나가보면 온갖 작은 생명들이 여기저기서 꿈틀거립니다.
지난 가을에 코스모스가 핀 자리에는
작은 코스모스 새싹들이 새까맣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진드기도 개미도 그리고 작은 애벌레며 벌, 파리들까지
날씨가 따뜻해지니 마음놓고 돌아다닙니다.
그래서 '작은 것들이 가득찬다.'는 '소만'인 모양입니다.
소만 다음은 망종(芒種)으로 곡식의 씨앗을 뿌리기 좋은 때 입니다.
요즘 쌀농사 짓는 사람들이 논에 물을 가득 모으고 모내기 준비로 바쁜 것은 망종이 코 앞이기 때문입니다.
어제 토요일(20일)은 1. 퇴비 만들기와 2. 지지대 세우기를 배우고 3. 텃밭 관리 실습을 했습니다.
어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부들의 1년 평균 소득은 4천6백만원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 순수하게 농사로 번돈은 950만원 정도라고 합니다.(통계청의 2022년 농가경제 조사결과 참고)
농사를 지어서 월 100만원도 벌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농사일을 교육기관에서 체계적으로 배운 농부는 그렇지 못한 농부 보다 소득이 2배정도 더 많다고 하니,
농사일을 제대로 배우지 않고 농사짓는 사람은 평균 농사 소득이 월 50만원에도 못 미쳐
다른 소득이 없으면 굶어 죽게 될 것 같습니다.
제가 김포 도시농부학교에 다니면서 느낀 점은
농사일은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고는 제대로 할 수 없는 아주 전문적인 기술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잘 배워도 변덕스러운 날씨며, 변동이 심한 시장 상황에 따라 그 성과가 또 달라지니 정말 어려운 사업이
농업인 것 같습니다. 자기 먹을 것만 키우는 텃밭 농사도 매한가지 입니다.
지금까지 아무 경험도 없고 아무 지식도 없이 호미를 들고 밭에 나갔던 자신을 생각하면 정말 부끄러워집니다.
그러한 무모한 용기의 댓가는 많은 시행착오와 시간낭비, 금전낭비, 그리고 수없이 되풀이되는 희망고문입니다.
하나하나 농사일을 배워가면서 농부학교에 등록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1. 퇴비 만들기
수업전 공지로 각자 퇴비 재료를 가지고 오라는 지시가 있어서 저는 수박껍질을 준비했습니다.
실습장에는 학생들이 준비한 퇴비 재료(음식물 찌거기) 외에 커피 찌거기며, 한약재, 왕겨 등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퇴비는 기본적으로 탄소질 위에 질소질을 덮고 그 위에 다시 탄소질을 덮고 그 위에 질소질을 덮고....맨 마지막에는
탄소질로 마무리한다고 강사이신 이종준국장님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탄소질은 대표적으로 왕겨였으며,
질소질은 기타 한약재며 음식물 찌거기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질소질, 탄소질 설명을 들으면서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같이 수업에 참가하는 분도 그런 질문을 하였지만 무엇이 질소질이고 무엇이 탄소질인지,
음식물 찌거기 중에는 채소나 과일 껍질 등도 있는데 그런 것도 질소질 퇴비에 속한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선생님의 설명으로는 왕겨나 사초과 식물은 탄소성분이 질소 성분보다 더 많이 들어있다고 하였습니다.
어느 한 식물에는 여러 성분이 들어 있는데 종류에 따라서 어떤 것은 질소질이 더 많고 어떤 것은 탄소질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사초과 식물은 우리가 보통 잡초로 생각하는 풀을 말합니다. 대부분의 외떡잎식물(새싹이 올라올 때, 떡잎이 한개만 올라오는 식물)이 이에 속합니다. 즉 칼날같이 좁고 길다란 잎과 줄기가 있는 식물 대부분을 말합니다.
질소나 탄소는 원소 단위로 말할 때 지칭하는 것이고
질소질(窒素質)은 질소로 만들어진 물질 혹은 질소가 많이 들어 있는 물질을 말하며
탄소질(炭素質)은 탄소로 이루어지거나 만들어진 물질, 혹은 탄소가 많이 들어 있는 물질을 말합니다.
지난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다시 생각해보면
탄소는 공기중에 많이 있는데 식물은 그것들을 광합성 작용으로 흡수하여 성장하며 죽어서는 그것들을 덩어리 형태로 남깁니다. 질소도 공기 중에 많이 있는데 식물은 빗물과 함께 내리는 질소를 흡수하여 사용합니다. 동물의 똥 안에도 질소가 많이 들어 있습니다. 질소 역시 식물이 성장하는데 필요하며 그 성분이 많으면 짙은 녹색을 띄게 됩니다. 콩과식물은 공기중의 질소를 스스로 붙잡아서 활용합니다. 식물에 필요한 거름의 3대요소는 질소, 인산, 칼륨입니다. 인산은 오줌에 많이 들어 있는데 식물의 열매가 잘 달리게 하는 영양분입니다. 이렇게 배운 것은 식물에게 필요한 영양분이 무엇인지, 그래서 거름은 어떤 것이 필요한지 배울 때 들은 설명입니다.
그런데 퇴비를 만들 때는 이같은 설명을 다른 각도에서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식물 자체는 어떠한 물질로 구성되어 있는가를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식물을 구성하는 성분은 매우 많다고 합니다.
가장 중요한 성분(필수 원소)는 최근까지 밝혀진 바로는 모두 17개 원소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정리된 원소주기율표에 따르면 자연에는 총 118개의 원소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중에서 식물에 꼭 필요한
필수 다량 원소는 수소(H)·탄소(C)·산소(O)·질소(N)·칼륨(K)·칼슘(Ca)·마그네슘(Mg)·인(P)·황(S) 등 9개 입니다.
그리고 필수 미량 원소는 염소(Cl)·붕소(B)·철(Fe)·망간(Mn)·아연(Zn)·구리(Cu)·니켈(Ni)·몰리브덴(Mo) 등 8개입니다.
모든 식물은 이러한 원소를 많게든 적게든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것들 중 어느 하나가 부족하면 정상적인 성장이 어렵답니다. 그런데 벼과, 사초과 식물은 탄소 성분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퇴비를 만들 때 탄소질 재료는, 간단히 생각하여, 주위를 둘러보아 '마른 풀이나 잔가지'를 찾으면 될 것 같습니다. 그 외에 쉽게 썩을 수 있는 것, 물기가 많은 야채, 식물은 질소질이 많은 퇴비 재료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 안에도 탄소질이 포함되어 있겠지만 다른 성분과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그 양이 적다는 것입니다. 고추, 양파 등 채소 찌거기와 사과, 토마토 등 과일 껍질이나 썩은 것, 밥이나 빵 등 곡식 먹다 남은 것들은 탄소질의 함량은 매우 적고 대신 질소질이 많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원소라는 것은 원자를 말합니다. 성분을 말한 때는 원소라고 하고 그 알갱이를 말한 때는 원자라고 합니다.
식물은 원소를 먹고 삽니다.(이온 형태로 흡수합니다.) 원소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 성분입니다. 물질을 잘 개 쪼개서 더이상 쪼갤 수 없는 상태가 원자이고 그 원자 알갱이들이 모여서 분자가 됩니다. 물 분자(H2O)는 수소 원자 2개(H2)와 산소 원자 1개(O)로 이루어 집니다. 이산화탄소 분자(CO2)는 탄소 원자 1개(C) 산소 원자 2개(CO2)로 이루어집니다. 식물의 열매에 많은 포도당(C6H12O6)은 탄소 6개(C6)와 수소 12개(H12) 산소 6개(O6)로 이루어집니다.
식물에 물을 뿌리면 식물은 물을 흡수하여 물 분자(H2O) 12개를 먼저 분해합니다. 즉 이온 상태로 만들어 수소 원자 24개, 산소 원자 12개를 모읍니다. 그리고 공기중에서 이산화탄소 분자(CO2) 6개를 모아서 또 원자 상태로 만들어 탄소 6개, 산소 12개를 모읍니다. 전부 합하면 산소 24개, 수소 24개, 탄소 6개를 모았습니다. 이것들을 햇빛을 이용하여 조립을 하여, 즉 광합성 작용을 하여 포도당(C6H12O6)을 만듭니다. 포도당 분자 1개는 탄소 원자 6개, 수소 원자 12개 산소 원자 6개로 이루어져있습니다. 포도당 분자 1개를 만들고 나면 이제 수소 원자 12개와 산소 원자 18개가 남습니다. 우선 물(수분, H2O) 분자를 만들어 자기 체내에 공급합니다. 남은 원자로 물 분자 6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수소 원자 12개를 모두 쓰고 산소 원자 6개를 쓰면 산소 원자만 12개가 남습니다. 이것들은 더 이상 필요가 없으니 잎을 통해서 바깥으로 버립니다. 이 버려진 산소 원자가 모여 산소 분자(O2) 6개가 만들어 집니다. 우리가 공기중에서 숨쉬는 산소는 이런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 집니다. 그리고 우리가 먹는 과일이나 감자, 고구마도 모두 이런 과정속에 만들어 집니다.
식물은 원자(원소)를 먹고 살기 때문에 눈이 필요없습니다. 형체가 없는 물질을 먹고 살기 때문에 눈이 필요없는 것이지요. 반면에 식물과는 달리 동물들은 유기물(살아 있는 생명체로 인하여 만들어진 물질)을 먹고 살기 때문에 눈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먹는 유기물은 모두 눈에 보이는 것들로 식물들이 만들어 낸 것입니다. 유기농이라는 것은 이렇게 식물들이 만들어낸 형체 있는 물질을 사용하여 농사를 짓는 것이며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것은 무기농(생명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물질로 짓는 농사)이라고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탄소, 질소, 붕소, 인산 등을 조합하여 만든 물질로 화학비료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퇴비는 결국 식물 그 자체, 혹은 식물이 만들어낸 열매로 만드는 것입니다. 가축의 축분, 사람의 똥, 통닭 먹다 남은 뼈도 그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식물이 만들어낸 것들을 먹고 만들어진 것입니다.
퇴비를 잘 숙성시키려고 할 때 필요한 것은 수분이며, 또 적절한 '압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층층이 쌓은 퇴비는 2m정도 높이 쌓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그것은 높이 쌓아야 어느 정도 압력이 생겨 퇴비가 더욱 잘 발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적절한 수분을 공급하고 공기가 통하도록 합니다.
발효과정 중에는 50-70도 가까운 높은 열이 발생하며 그 과정 중에서 나쁜 병균들이나 조그만 곤충 알들이
죽게 됩니다. 이렇게 하여 몇개월이 지나고 완전히 발효된 뒤에야 퇴비로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미숙성된 상태로 퇴비를 사용하게되면 작물에 좋지 않는 영향을 끼칩니다. 저는 모르고 호박 구덩이를 파고 아직 덜 숙성된 퇴비를 넣은 뒤 호박 모종을 그 위에 심었는데 나중에 보니 모종이 퇴비와 함께 썩고 있었습니다.
저는 집에서 퇴비를 모으고 있는데 질소질 성분이 많은 음식물 퇴비는 그렇게 많지 않고 대개는
잡초나 나무가지로 탄소질 성분이 많습니다. 대변도 매일 모으고, 과일 껍질, 그리고 여름과 가을철에 수확하는 각종 열매들 상한 것, 썩은 것들도 잘 모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들을 모아서 바로 사용할 수 없으니 퇴비장(퇴비창고)가 필요합니다.
저는 퇴비창고를 높이 1m50정도로 조그맣게 지으려고 생각했는데, 수업중에 들은 설명에 따르면 더 높아야 겠습니다.
퇴비를 낮게 쌓고 그 위에 돌이나 무거운 것을 얹는 방법도 생각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일본에서 본 음식 퇴비 관리 사례를 소개하셨는데
조그만 통 3개를 놓고 하나는 새로 발생하는 음식 퇴비를 넣고, 다른 통에는 어느 정도 발효된 퇴비를 넣고, 그리고 다른 하나는 매우 잘 발효된 퇴비를 보관하는 등 나누어 관리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완전히 잘 발효된 퇴비를 수시로 꺼내 쓰려면 퇴비장을 조그맣게 세 구역으로 나누어 1단계 발효장, 2단계 발효장, 3단계 발효장으로 나누어 관리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군데에 모두 함께 쌓아놓는 방식은 맨 밑에 있는, 충분히 발효된 퇴비를 사용하는데 매우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수업의 마지막에는 퇴비를 다 쌓고 나서 비닐로 퇴비장을 잘 덮어 주었습니다. 비닐은 빗물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고 안에서 발생하는 열을 보관해 발효가 더욱 잘 되게 돕는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2. 지지대 세우기
저는 그동안 고추지지대를 보면서 "저게 왜 이름이 고추 지지대지?" 하고 궁금했었습니다. 고추지지대를 사 놓고도 고추를 키울 때 한번도 써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고추 씨를 그냥 밭에 뿌려두면 날씨가 무더운 6월 중순 쯤에나 싹이 올라옵니다. 대개는 잡초들에 가려서 힘을 못쓰지만 운이 좋은 고추는 제법 잘 자랍니다. 선생님도 말씀하셨듯이 그런 고추는 지지대가 필요없이 뿌리가 튼실합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아주 드물어서 고추를 제대로 수확해본 적이 없습니다. 모종을 사서 심을 때도 몇개만 화분에 심는데 너무 촘촘히 심어서 그런지 지지대를 세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번 수업을 듣고 직접 지지대를 모종 옆에 세우면서 '아 지지대가 이렇게 꼭 필요하구나.'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지지대가 없으면 그 좁은 텃밭에 그 많은 작물을 심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한번은 제가 관리하는 텃밭에 방울 토마토가 올라왔었습니다. 언젠가 버린 방울토마토 썩은 것이 씨앗을 남겨서 한여름이 조금 지난 때에 겨우 싹을 틔워서 크고 있었습니다. 그 것이 방울토마토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가을이 다 되어서였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혼자서 여름 내내 한 평이 넘는 땅을 다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열매 몇개 따먹으니 가을 찬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때도 지지대는 생각도 못하고 덩쿨을 다른 나무 위에 올려주는 정도였습니다.
노각도 그런 식으로 키워보고, 참외도 그런 식으로 키웠습니다. 모종을 사서 미리 자리를 잘 정하고, 텃밭 정리를 한 뒤에 잡초 제거를 확실히 하고, 모종을 심고 지지대를 세우고 하는 일을 처음 부터 계획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씨앗을 사서 밭에 뿌리고 지켜보는 방식이었습니다. 나중에는 씨앗을 너무 많이 여기 저기 뿌리다 보니 어느 것이 어느 식물인지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씨앗들이 싹을 터 잡초와 같이 크다가 운 좋은 놈이 크게 되면 그 놈을 지켜보다 여름을 다 보냅니다. 가을이 되어 열리는 열매를 보고 '아, 내가 노각을 키웠구나.', '참외 잎사귀가 이렇게 생겼구나.'라는 식이었습니다. 오늘의 실습은 그런 저에게는 전혀 다른 차원의 농사기술이었습니다.
그리고 농부학교 선생님이 직접 지지대를 들고 나와서 설명을 하시고 그 끈과 도구들의 사용법의 설명을 하시니 '아 저런 것들이 정말 중요하구나.' 하고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실습을 안해봤으면 그런 방법은 여러가지 방법 중에 한 가지라고 생각하고 이리저리 쓸데 없는 궁리를 하고 쓸데 없는 지식을 찾아 헤메고 있었을 것입니다. 앞 시간에 지지대를 세우는 이야기 그리고 지지대 사이를 줄로 이어주고 모종을 집게로 고정해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농자재 상에서 집게를 샀습니다. 사는 사람이 시원찮게 물어보니 파는 사람도 아무거나 집어 주어서 가져왔는데 지금도 그 집게를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릅니다. 오늘 수업에서는 지지대 사이를 잇는 두 줄안에 모종을 넣고 노란색 클립으로 고정을 했는데 그걸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시골 읍에는 길거리에도 텃밭이 많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고추를 심어 놓은 곳을 보니 오늘 배운 그대로 고추텃밭을 가꿔놓은 곳을 보았습니다. 지지대를 양쪽에 박고 그 사이에 두 줄로 연결한 뒤에 고추 모종을 세우고 그 노란 클립으로 고정해둔 모양이 꼭 실습장에서 배운 것입니다. 평소에도 항시 다니던 길이고 보던 풍경인데 이제야 그 모습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지지대 길이가 다양한 이유도 이번 수업을 통해서 분명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토마토는 키가 높이 크니 2m정도의 지지대가 필요하며, 고추나 가지는 그 보다 짧은 1.2m에서 1.5m 정도의 지지대면 된다는 것도 매우 중요한 지식입니다. 빵끈을 이용하여 지지대에 모종을 고정하는 방법, 그리고 고추 모종 몇개를 사이에 두고 지지대 양쪽에서 두 줄로 묶어 줄때 사용한 파란색 끈도 잘 기억해두었다가 사야겠습니다. 저는 그동안 어떤 줄을 사용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철사줄을 사야 하나 아니면 비닐로 된 가는 로프를 사야 하나 생각했는데 그 용도에 맞는 딱 좋은 끈이 있으니 더 이상 신경쓸 필요가 없겠습니다.
지지대를 깊이 튼튼하게 박아야 된다는 것도 저에게는 중요한 지식입니다. 지지대에 대한 필요성을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지지대가 필요하면 대충 박았습니다. 주변의 막대기나 마른 대나무 찾아 지지대를 세웠는데 대개는 깊이 박지 않았습니다. 깊이 박으려면 지지대가 부러지기 때문입니다. 그때문에 바람이 불면 해바라기를 지지하던 지지대가 함께 넘어지거나 글라디올라스를 지탱하라고 심어둔 지지대가 먼저 넘어져 글라디올라스에 매달려 있기도 했었습니다. 지지대를 튼튼히 박을 것. 바람이 불 때는 심하게 부는 곳에 사는 저는 반드시 명심을 해야겠습니다.
3. 텃밭 관리 실습
오늘 텃밭 관리는 먼저 텃밭 사이의 골을 더 깊이 파는 작업 부터 했습니다. 그리고 공동 텃밭의 상추 중 좁은 곳에 끼어 있는 상추 몇 개를 캐내와 제 텃밭의 공간에 옮겨 심었습니다. 작물들은 대파를 제외하면 대개가 다 잘 활착이 된 것 같습니다. 대파는 여전히 시들시들해서 조심스러웠습니다. 가지 하나는 반쯤 쓰러져 있었는데 끝에 보이는 파란 순은 하늘을 향하고 있어서 기특했습니다. 쓰러졌지만 뿌리는 잘 활착이 되었고 물기를 잘 빨아올리고 있다는 표시 같습니다. 선생님 설명대로 지지대를 세워서 각 모종을 반듯하게 세우고 물을 주었습니다. 풀 멀칭을 해두어서 그런지 작물들이 싱싱해서 든든했습니다. 그동안 비도 한번 왔었고 텃밭에 물을 주느라 수고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그럴 거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1주에 한번이라도 비가 와야 되는데 하면서 물을 많이 주었습니다. 그리고 풀 멀칭을 또 한번 해두었습니다.
상추는 4-5잎 정도를 남기고 자주 따 주어야 잎파리가 잘 자란다고 하여 아직 크지 않지만 그래도 잎을 1,2 개씩 따주었습니다. 저는 상추가 따 주면 따 줄수록 잘 자란다는 것을 모르고 계속 지켜보다가 꽃대 올라올 때까지 지켜만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 정말 한장도 못 따 먹습니다. 어떤 상추는 오랫 만에 딸 때 1, 2장만 남기고 모조리 따 버려니 그 상추가 충격을 받아 금방 죽어버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상추도 작은 생명체로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데 모든 희망을 다 뺏어가버리니 절망한 것입니다. 저는 그것도 모르고 원래 상추는 그렇게 약한 것인가? 아니면 우리 땅이 상추에 맞지 않는 것인가? 생각했었습니다. 본인의 상추 재배 기술이 꽝이라는 사실은 전혀 깨닫지 못하고 밭을 탓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이 배우고 함께 각자의 밭에서 실습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경험입니다. 남을 따라 하다보면 기본은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혼자 외떨어진 곳에서 실습을 하면 비교가 안되니 자신의 잘못을 알 수 없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객관적으로 보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은 농사 기술을 배우는데 참 좋은 기회라고 생각됩니다.
같이 배우는 동기분 중의 한 사람이 오이 모종 2개를 심어 놓고 지지대를 어떻게 세워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분은 그 모종 2그루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멀리 지지대를 세우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오늘 배운 얄팍한 지식으로 "아니 그렇게 하지 마시고, 오이 모종 바로 옆에 하나씩 세우면되지 않을까요?" 하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 생각하고 조사해보니 오이 지지대 세우는 것은 좀 다른 것 같았습니다. 원래 그분이 생각하는 방식대로 모종 2그루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멀리 지지대를 세우고 지지대 사이에 '오이망'을 걸쳐두면 되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 실습시간에 그 분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오이를 집에 심었는데 남의 일이 아닙니다. 오이 지지대에 대해서 더 고민해보고 필요하면 오이망을 사야겠습니다.
생각해보면 교육장에서 제 밭에만 신경을 쓸게 아니라 같이 공부하는 분들의 밭에도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다양한 형태의 지지대를 세우고, 모종 배치도 다양하고, 어떤 경우는 텃밭 사이에 고랑 두개를 만들어 그곳에 물을 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텃밭들을 잘 지켜보면 배울 게 많을 것 같습니다. 저는 고추 모종을 일렬로 정열하여 두둑의 가장자리에 가깝게 심었는데 물이 너무 잘 빠지는 곳이라 걱정입니다. 어떤 텃밭은 두둑의 한 가운데 심은 경우도 있었고, 그리고 어떤 텃밭은 두둑과는 직각으로 심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 곳들은 생산량이 얼마나 되는지, 고추들 키는 얼마나 크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밭은 혼작에 가깝게 모종을 배치한 경우도 있고 어떤 밭은 전체를 몇 등분으로 나누어 같은 작물을 한군데 집중시켜 배치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곳은 작물들이 어떻게 자랄까? 실습장에는 수많은 고추들, 가지들, 대파, 상추, 토마토가 있는데 이들 작물은 자기가 만난 주인에 따라 수많은 서로 다른 환경에 놓여서 자라게 되었습니다. 어느 집 토마토가 열매를 가장 많이 맺을까? 어느 집 가지가 제일 먼저 나올까? 어느 집 고추 키가 제일 클까? 열매는 어느 집 고추가 제일 많이 달릴까? 벌레들은 어떤 주인을 제일 좋아할까? 진딧물은 어느 주인의 어떤 작물에 제일 많을까? 재미있는 텃밭 농사가 될 것 같습니다.
첫댓글 사초과 식물이 벼처럼 잎사귀가 길쭉한 외떡잎 식물이라는 정보도 잘~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