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초 운길산 자락의 수종사를 방문했었다. 안타깝게도 작년엔 노란 은행이 채 물들지 않았었다. 이번엔 노란은행과 붉은단풍이 어우러진 모습을 봐야겠다 생각하고 오전에 운전대를 잡았다. 여행 목적지도 중요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하는 프로세스도 여행의 한 부분이다. 오전 9시를 갓 넘었다. 뿌연 안개와 겹겹 산들의 실루엣이 연출되고 있다. 점점 사물이 뚜렷해지고 있는 시간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폭포로 부근을 달리다 붉은 신호등에 잠시 멈춰섰다. 줄지어 나란히 서 있는 은행나무들이 키를 맞춘듯하다. 저 큰 나무들을 일부러 상층부를 균일하게 잘랐을 것 같지는 않은데, 자연현상인지 인위적형태인지 미스터리했다.
북한강을 따라 시원하게 뚫려 있는 45번길이다. 차로 옆으로 강가에는 도보와 자전거를 위한 산책로도 마련되어 있다.
이제 운길산으로 오르는 표지판 앞을 지난다.
가을의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는 산길을 오르는 길에서 늦가을의 정취가 묻어난다. 하늘은 파랗다.
오르는 중간 중간에 조그마한 공간마다 차들이 엉거주춤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왜 그런가 했는데 주차장에 도착하고야 상황을 알게 되었다.
<운길산수종사>라고 씌여 있는 아래의 게이트를 기점으로 차는 더 이상 오를 수 없고, 걸어야 한다. 9시 30분 정도인데 주차장이 빼곡하다. 가까스로 주차를 했다. 아마 일출을 보러 온 사람들도 많으리라 생각된다.
게이트를 걸어 지나오며 낙엽을 밞으며 오르고 있다. 대략 10~15분 정도 걸으면 수종사로 들어간다. '수종사'라는 절의 이름은 굴속에서 물이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암벽을 울려 종소리 처럼 들린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운길산 정상까지 올라 야호를 외쳤을 듯한 분들이 내려오고 있는 모습이다. 그 왼쪽으로 뭔가 돌무덤 같은 것이 보인다.
층계까지 마련되어 있는데, 돌로 된 사리탑이다. 자연으로 돌아간 노승의 모습이다.
조금 더 걸어가니 저 멀리 돌로 된 미륵불이 나뭇가지 사이로 어렴풋이 보인다.
무거워 보이는 사각형 돌모자를 쓰고 꼿꼿이 서 계시는 미륵불이다.
더 걸어가니 이제야 일주문이 보인다. 거기서부터 거 가파름이 예고된다.
아래 사진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운길산 정상으로 가는 산행이고, 오른쪽으로 향하면 수종사로 가는 길이다. 수종사는 해발 600미터 정도이니 그리 높지는 않다. 오늘은 수종사 은행나무의 노랑잎을 목도하고자 하는 목적이 크다. 우리는 오른쪽으로 향보를 정했다.
수종사 건물이 어렴풋이 보이는 돌담길을 걷는다.
완연한 가을 풍경에 상쾌한 냄새가 더해졌다. 잎이 후두둑 떨어지기도 하여 땅에 낙엽이 쌓여가니 금방 나무가 옷을 다 벗어던지겠구나 싶다.
저기 위쪽이 수종사 입구이다. '해탈문'이라고 써 있는 현판을 넘으면 해탈을 하는 것인가^^ 힘들게 오른 이후의 해탈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수종사는 조선 세조5년(1459)년 세워졌다고 전해진다.
'해탈문'을 넘어서자마자 정면에 있는 건물은 차를 마실 수 있는 '삼정헌'이라는 누각인데, 지금은 코로나로 운영을 하지 않는다. 위드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는 바, 조만간 문을 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전 사진의 '삼정헌' 건물 왼쪽편인데, 아래 저편에 두물머리가 펼쳐져 있다.
'묵언'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니, 말을 하지 말아야 할 듯한 분위기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슬렁대는 사람들도 소곤소곤 큰 소리 하나 없다. 저 멀리 산등성이들이 굽이굽이 넘실거린다.
'묵언' 글자가 쓰여 있는 표지판에서 뒤를 돌아 찍은 사진인데, 역광과 순광이 이렇게 완연히 다르다. 파란 하늘이 도드라진다.
'수종사사리탑'과 '수종사팔각오층석탑'는 수종사에 있는 보물이다.
사찰의 주인공인 '대웅보전'이다. 한 아주머니가 불상 앞에서 기도드리고 있다.
수종사 대웅보전의 정면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뒤쪽으로 걸음을 했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보러 오는 것이 첫번째 목적이었기에, 500년된 은행나무가 있는 곳을 향했다.
노랑노랑한 은행나무이다. 역광이라 노란색과 검은색이 섞여 보인다.
바닥에 무섭도록 낙엽이 떨어지고 있다. 금방 다 떨어지고 쓸쓸한 나뭇가지만 남겠지 생각한다.
한 가족이 눈에 띄었다. 아버지로 보이는 분이 커다란 카메라와 환한 얼굴색을 위한 둥그런 조명판을 들고 아주머니를 촬영하고 있다. 어린 아들은 배고프다고 한다^^
이곳에서 보이는 두물머리(북한강+남한강), 그리고 양수대교가 내려다 보인다. 성당이나 교회는 도시 내에 사람들과 함께 자리하는데, 오래된 사찰은 산 속에 파묻혀 있는 경우가 많다.
저 뒤쪽 오른쪽에 보이는 작은 건조물이 수종사의 '해우소'이다.
찬란하게 노란 빛을 내뿜는 잎들과 죽어서 아래로 축 쳐진 나뭇가지가 공존하는 장면이다. 인간들의 사는 모습과 유사하다.
500년된 보호수 은행나무이다. 참 오래 산다. 죽고 살기를 반복하는 것일 수도 있다.
노랑 은행나무에서 이번엔 붉은 단풍나무쪽으로 향한다.
'산신각'으로 올라왔다. 사찰에 산신각이 있는 것이 처음엔 다소 의문스러웠다. 산신은 불교에 비하면 민간신앙처럼 느껴져서일까 한다. 유럽의 기독교와 미국의 기독교, 필리핀의 기독교, 한국의 기독교, 아프리카의 기독교는 각각 다르다. 왜냐하면 그 나라에 뿌리깊에 전해져 온 어떤 믿음에 기초한 신앙과 겹쳐졌기 때문이다. 아마도 한국의 불교도 마찬가지리라.
'산신각'에서 내려다 본 두물머리이다. 이곳이 지금까지 조망했던 3곳 중 가장 높은 위치이다. 처음에 들어오자마자 '삼정헌'에서 한번 내려다보고, 두번째고 보호수 은행나무가 있는 곳, 세번째 삼신각에서 내려다 본 두물머리이다.
'참배자외 출입금지'라고 씌어 있지만, 가을 단풍과 두물머리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을 지나칠 수는 없다. 다행히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갔던 길과 다른 쪽으로 잡았다. 오르는 길과 내려오는 길이 다르면 덜 지루하다.
내려와서 주변 맛집 중에서 유명한 '기왓집순두부'에 왔다. 순두부와 낙엽색깔 같은 녹두전을 시켰다.
식당 정문 앞에 가지가 다 떨어진 감나무에 감들만 듬성듬성 달려 있다. 2021년도 금방 휙 지나가 버릴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