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한번은 내 어머니가 여성들이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데 얼마나 두려움을 느끼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임에 참가하신 적이 있다. 그런데 어머니는 갑자기 일어나 밖으로 나가시더니 한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다시 돌아오셨을 때에는 창백한 모습이어서 나는 “어머니 괜찮으세요?”라고 물었다.
어머니는 “그래 괜찮다. 하지만 받아들이기가 아주 힘든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라고 대답하셨다.
“그게 뭔데요?”
“지난 40여 년 동안 내가 원하는 것을 네 아버지가 들어주지 않아서 화가 났는데, 내가 원하는 것이 정작 무엇인지 네 아버지에게 단 한번도 분명하게 말한 적이 없다는 것을 방금 깨달았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나는 어머니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아버지에게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어머니는 욕구를 슬쩍 암시하기도 하고 여러 방법으로 돌려서 자신의 욕구를 표현했지, 자신의 욕구를 솔직하게 직접 말한 적이 없었다.
예를 들어, 바쁘게 하루를 보내서 몹시 피곤해도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못한다. 그 대신 사정하는 투로 이렇게 말한다.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오늘 하루 종일 한순간도 내 시간을 갖지 못했어요. 일주일 동안 쌓인 빨래를 모두 다 했고, 셔츠를 다렸고, 강아지를 수의사에게 데려갔고, 식사를 준비했고, 도시락을 싸고, 반상회 일로 이웃들에게 전화를 했어요. ... 그러니까 ...”
이런 부탁은 듣는 사람에게 오히려 저항감을 불러일으킨다. 상대는 그 부탁 뒤의 욕구를 알아듣기도 어렵고 또 그것을 소중히 여기기도 어렵다. (책 “비폭력대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