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자 칼럼 ● 누가 화장실 불을 끄지 않았을까?
지난 금요일 저녁, 노회 임원회 모임이 끝난 뒤에, 교회로 왔습니다.
유아실 안쪽 문을 만드는 작업을 하기에 앞서서 화장실을 다녀왔습니다.
저는 교회 화장실에 갈 때면, 생각나는 사건이 있습니다.
어느 날인가, 아침에 교회로 와서 화장실에 들어가려고 봤더니, 화장실 불이 켜져 있는 것입니다. 순간, 지금까지 불이 켜져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누굴까? 누가 화장실 불을 끄지 않고 그냥 갔을까?
누가 그랬는지 모르는데도, 저의 머리에는 아이들일까? 사모님일까? 장명옥 권찰님일까? 이런 저런 사람들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성도는 그날 그때만 교회를 섬기고 가면 그만이지! 마지막에는 역시 목사가 정리하고 섬겨야지, 누가 하겠어!” 이렇게 저 자신을 다독였던 생각이 납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밤, 집으로 가기 전에 교회 화장실을 보고, 교회 문단속을 한 뒤에 집으로 가던 도중이었습니다.
갑자기 “아차!”하는 생각과 함께, 교회에 두고 온 물건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다시 교회로 향했습니다.
교회에 와서 물건을 가지고 다시 집으로 가려는데, 화장실에 불이 켜져 있는 것입니다.
화장실에 불이 켜져 있는 것에 민감했던 저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누가 화장실 불을 끄지 않고 갔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조금 전에 내가 화장실을 썼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혹 그 사이에 누군가가 교회에 왔다가 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내가 화장실 불을 끄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였구나!”
그때 그 사건으로 인하여 저는 “나는 아니라.”는 생각이 얼마나 의심과 오해를 하게 하는 지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또 “나는 아니라.” 생각이 얼마나 교만한 생각인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소경에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제자들에게 가르치셨습니다.
“남의 눈에 있는 티는 보면서, 내 눈에 있는 들보를 보지 못하는 소경”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나 자신을 먼저 살펴보기 전에, “나는 아니라.”고 속단하는 것을 경계해야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나는 아니라.”는 속단이 가져오는 소경이 되지 않도록, 나를 먼저 살피는 겸손한 성도로 살아가시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