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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계획에 따라 '운주사 입구 → 폭포전망대 → 애기봉 → 서봉 → 동봉(비로봉) → 절고개 → 현등사 → 백년폭포 → 일주문·안내소 → 운악산 공영주차장' 9km, 5시간 30분 코스 또는
'운주사 입구 → 폭포전망대 → 애기봉 → 서봉 → 동봉(비로봉) → 미륵바위 → 병풍바위 → 눈썹바위 → 운악산 공영주차장' 7.6km, 5시간 코스 중 당일 상황을 보고 선택해 탐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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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악산[雲岳山]
높이: 935m
위치: 경기도 가평군 하면 상판리
운악산은 화악산, 관악산, 감악산, 송악산과 함께 경기 5악으로 불리는 오악 중 가장 수려한 산으로 현등산이라고도 불린다.
조계폭포, 무지개폭포, 무운폭포, 백년폭포, 건폭 등 폭포를 품은 계곡이 있어 여름철 산행지로 좋지만, 가을 단풍이 특히 장관이고 봄이면 산목련과 진달래가 꽃바다를 이루기도 한다.
운악산의 진달래는 정상부의 서쪽, 동쪽, 남쪽 사면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현등사에서 능선을 타고 운악산 정상에 이르는 철 사다리 코스에도 능선 좌우로 진달래가 많다.
산 중턱에서 신라시대 법흥왕 때 창건한 절 현등사가 있고 동쪽 능선은 입석대, 미륵바위, 눈썹바위, 대 슬랩의 암봉과 병풍바위를 비롯해 20m의 바위벽에 직립한 쇠다리가 아슬아슬하게 있다.
암벽 코스와 평탄한 등산로를 함께 지녀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산행 묘미를 즐길 수 있다. 산 전체가 바위산이라 길이 아닌 곳은 다른 산에 비해 위험하다. 현등사 위의 철 사다리가 설치된 부근이나 정상의 서쪽 아래 100m 폭포 쪽은 간혹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니 주의하여야 한다.
인기 명산 100 [33위]
험하지 않은 아기자기한 암릉코스가 있어 3~4월 봄, 10~11월 산행 시즌에 많이 찾지만, 여름에도 인기가 있다.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주봉인 망경대를 둘러싼 경관이 경기 소금강이라고 불릴 만큼 뛰어난 점 등을 고려하여 선정되었다. 천년고찰인 현등사와 백년폭포, 오랑캐소, 눈썹바위, 코끼리바위, 망경대, 무우폭포, 큰골내치기암벽, 노채애기소 등 운악 8경이 유명하다. - 한국의 산하
2월 첫 주 산행은 토요일 한 안내산악회가 계획하고 공지한 정선의 오지 각희산[角戱山]에 오를 예정이었다. 금대지맥에 속하는 천고지 중 하나인 각희산은 과거 안내산악회가 오른 기록이 없어, 선택의 여지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녀올 생각이었다. 해서 딱히 갈만한 산이 없을 때 가려고 산행을 미루고 있었는데, 여느 때처럼 안내산악회의 신규 산행 계획을 구경하다가, 매월 한두 번 오지를 찾는 산악회 게시판에서 각희산행을 발견하고 바로 신청했다. 그게 2022년 12월 16일이다. 당시는 가겠다는 선언만 있었지, 구체적인 코스나 비용 등에 대한 계획이 나오기 전으로, 나를 포함 여섯 명이 신청했다. 물론 아주 익숙한 아이디를 가진 산꾼들이지만, 성원 미달로 취소되는 산행이 많아, 실제 같이 산에 오른 건 몇 번 안 된다.
2022년 12월 21일 안내산악회에서 각희산행에 관한 코스와 비용을 포함한 구체적인 계획을 공지하고, 본격적인 신청을 받기 시작했는데, 오지 산행이 다 그렇듯이 신청이 지지부진했다. 와중에 계획대로 진행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산꾼들이 하나둘 취소하는 사태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기 전 신청 → 계획 공지 → 신청 지지부진 → 기 신청자 취소 → 성원 미달로 산행 취소'는 오지 산행에서는 아주 흔한 패턴이다. 어차피 취소될 산행이라면, 굳이 게시판에 취소 글을 올리는 수고할 필요가 없고, 혹시 막판에 몰려 예정대로 진행될 수도 있어, 그대로 두고 각 산악회를 돌아다니며 대안을 찾았다. 물론 토요일 예정대로 각희산에 갈 수도 있어, 그날은 빼고. 그러다 눈에 띈 게 목요일 진행하는 가평의 운악산행이다. 운악산은 낙진, 창우, 흥수 등과 2018년 3월 처음 올라, 애기봉까지 달리는 산행을 했다[산행기]. 그리고 2019년 4월에는 등산방 정기 산행으로 무우폭포를 기점으로 환 종주했다[산행기].
말인즉 각기 다른 코스로 이미 두 번 올랐던 산이나, 목표한 산행이 끝날 때까지 올랐던 산에 다시 오르지 않는다는 원칙에서 국립공원과 함께 제외된 산 중 하나라 산행 계획을 유심히 확인했다. 포천의 운주사를 들머리로, 가평의 현등사로 하산하는 코스로, 지금까지 가평에서 올라, 가평으로 하산한 코스와는 달랐다. 과거 올랐던 코스와 같다고 해도, 다른 선택지가 없었으나, 코스가 다르니, 더 이상 좋을 수가 없어, 바로 신청했다. 해서 2월 2일 목요일에 포천, 가평 운악산에 오르게 됐다. 2월이면 겨울인가? 어쨌든 겨울 운악산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성원 미달로 취소될 거 같았던, 각희산행에 갑자기 신청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2월 1일 수요일 현재 성원에서 2명이 부족하다. 여차하면 목요일 운악산을 다녀오고, 금요일 하루를 쉰 다음 토요일 각희산에 올라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최소 이틀은 쉬자는 원칙에 어긋나나, 입금까지 한 운악산행을 취소하기에는 늦었고, 그나마 성원에 간당간당한 각희산행을 취소하는 건 정상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는 다른 산꾼에게 미안한 일이다. 결정적으로 언제 다시 각희산행을 진행할지 모르는데,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신청자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 물론 성원을 채우고 산행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체력 문제로 낙오하는 한이 있어도 따라나선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성원을 채우지 못하면 취소하는 게 아니라, 한두 달 후로 연기하는, 안내산악회에서 2월 6일 월요일 출발하는, 큰무레골을 들머리로 하는 치악산 종주 산행을 1월 8일 발견하고 신청했다. 치악산이야 많이 올랐으나, 큰무레골은 초면이라, 기회가 되면 가볼 생각이었다. 신청 당시 기 신청자가 5명에 불과하고, 같은 코스의 치악산 종주보다 가격이 싸게 나와 선점하겠다는 의미로 한 거다. 물론 입금도 했다!
문제는 산행 일이 다가오자 갑자기 신청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2월 1일 현재 성원에서 1명이 부족하다! 와중에 이 산악회는 20여 대가 넘는 자가 소유 버스가 있어, 성원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는다. 말인즉, 승객이 몰릴 때는 성원을 채워도 연기해 버리고, 승객이 부족할 때는 성원을 채우지 못해도 출발한다. 그럼, 최악 목요일 운악산, 토요일 각희산, 월요일 치악산 등 격일로 천고지 3개 산에 올라야 한다. 물론 운악산은 천고지는 아니나, 해발 935m로 65m가 부족할 뿐이다. 해서 각희산이 더 중요해졌다. 가장 좋은 건 각희산과 치악산이 성원 미달로 취소 또는 연기되는 거고, 두 번째는 각희산만 취소되는 거다. 성원 미달이면 연기가 아니라, 취소하는 산악회도 한두 달 후에 그 산행을 다시 공지하기 때문에 영원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어쨌든 격일로 3개의 산에 오를 수는 없어, 일단 목요일 운악산을 다녀온 후 각희산이 정상 진행될 분위기면 치악산행을 취소할 생각이다.
기상청의 산악날씨에 의하면 목요일 운악산은 오후에 약간 흐리고, 기온은 영하 10~6도, 체감온도는 영하 14~10도, 바람은 2~3m/s로 일반적인 겨울 날씨다. 해서 다른 산행과 달리 준비하는 건 없다. 그리고 지금 생각하고 있는 병풍바위 코스는 거리가 8km에 미치지 못해 빠르면 4시간이면 주파할 수 있어, 하산주 시간은 충분하다. 해서 현등산 아래 주차장 옆 식당가에서 하산주를 마실 예정이다.
2 – 1
가까운 운악산이 목표라, 양재 기준 다른 산행지보다 10분 늦은 7시 10분 출발이라, 평소보다 기상을 시작으로 모든 걸 10분 늦췄다. 해서 산행 시 루틴에 따라, 모든 걸 끝내고, 6시가 조금 넘어 집을 나서, 마을버스를 타고 불광역으로 향했다. 불광역에서는 6시 12분 구파발 기점의 열차를 탔음에도, 평일이라 빈자리가 없어, 첫 번째 환승역인 종로3가에서 간신히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양재역에 도착한 시각이 6시 56분으로 좀 이른 도착이나, 추위를 피할 정도는 아니라, 바로 개찰구로 올라가며 보니, 역 구내에 기다리는 등산객이 생각보다 많다. 양재 기준 7시 버스를 타려면 여기에 있으면, 안 된다. 7시 10분 차는 운악산행이 유일하고, 양재에서 타는 승객은 나를 포함 10명에 불과하다. 그럼 다른 안내산악회가 아니면, 폐쇄산악회다! 궁금한 건 못 참아, 목요일 출발하는 다른 안내산악회의 산행 계획을 확인했다. 없다! 정확히는 다 성원을 채우지 못해 취소했다. 고로 평일에 출발하는 폐쇄산악회다!
12번 출구로 양재역을 빠져나와, 국립외교원 앞으로 가며 보니, 7시 출발 버스가 하나둘 출발하는 게 보인다. 그리고 7시 3분경 버스가 도착했는데, 혹시 내가 타야 할 7시 10분 출발 운악산행일 수도 있어 앞창의 LED를 확인했다. 버스 색깔이 내가 타야 할 붉은색이 아니었지만, 돌다리도 두들긴다는 자세로 확인했다. 속리산행이다. 사당에서 지각한 승객 덕에 양재에 3분 늦게 도착한 7시발 버스다. 그런데 속리산행 버스가 출발하고 나자, 꽤 많은 승객이 남았는데, 나와 같이 운악산에 갈 등산객이다. 운악산이 북쪽이라, 산행계의 8학군으로 불리는 죽전 간이정류장이 아니라, 복정역에서 마지막으로 정차한다. 해서 죽전에서 타던 승객이 양재로 와, 평소보다 배 이상이다. 그런데, 이 버스도 2분 늦은 7시 12분에 국립외교원 앞에 도착했다.
배낭을 짐칸에 넣고, 버스에 타, 자리에 앉아, 등산화를 벗어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 이후 충전 케이블을 꺼내, 콘센트에 꽂는 등, 버스에서 해야 할 모든 걸 마치고, 음악의 볼륨을 낮추고 책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그리고 버스가 정차하는 거 같아 눈을 떠 보니, 마지막 정차장인 복정역이다. 당연히 나머지 승객이 탔는데, 그중 한 명이 이유는 모르겠지만, 인솔 대장에게 짜증을 낸다. 내가 알 바 아니라, 다시 잠을 청하는데,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평일이라 차량 정체가 심해 늦었다며, 사과한다. 짜증 낸 이유는 알았고, 도대체 얼마나 늦었길래 그러는지 궁금해 시계를 보니, 7시 40분이 넘었다. 공지한 계획은 7시 15분 복정역 출발이다. 짜증 낼 만하다. 대장이 마이크를 잡은 김에 추가로, 산행지가 가까워 중간에, 휴게소 들리지 않고, 들머리까지 바로 간다고 얘기한 후 코스 소개와 주의사항에 관한 설명을 시작했다.
산이 험하고, 위험하기는 하나, 안전시설이 잘돼 있어, 그 밖으로 벗어나지만 않으면, 문제가 없는 산행이라는 말로 시작해, 아직 잔설이 남았고, 빙판일 확률이 높으니 아이젠을 반드시 착용하라고 당부했다. 포천 쪽 운악산자연 휴양림에서 시작해 서봉, 동봉을 거쳐 절고개에서 현등사로 하산하는 계획이지만, 동봉에서 미륵바위 방향인 청룡능선으로 하산해도 된다고 했다. 산행 계획 공지에 있는 내용이다. 추가로 백호능선에 관해 언급하는데, 네 친구가 2018년 처음 운악산행 때 한산했던 능선을 가리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청룡능선이니, 백호능선이니 하는 명칭을 처음 듣는다. 그리고 지도를 봐도 없다. 끝으로 공지한 계획은 9시 정각에 산행을 시작해, 14시 30분에 마감하는 거지만, 예상보다 빠른 8시 40분경 들머리에 도착할 예정이나, 마감 시각은 14시 30분 즉 2시 30분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했다.
다른 건 익히 아는 얘기고, 아는 얘기가 아니라, 대세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마감이 2시 30분이라는 얘기를 듣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8km에 불과한 거리에 5시간 30분이면 과하다고 여기고만 있었지, 마감 시각이 몇 시라는 건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2시 30분이면 1시까지 날머리인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다. 물론 식당가를 지나! 고로 산에서 잘 익지도 않는 컵라면 먹겠다고 궁상떨 필요 없이 내려와서 식당에서 하산주를 겸해 점심 먹으면 된다. 해서 컵라면용 보온병을 버스에 두고 가는 것도 고려했으나, 라면이 아니라 뜨거운 물이 필요한 상황이 닥칠 수 있어, 그냥 가져가기로 했다. 대장의 얘기가 끝나고 잠이 들었다가 다시 눈을 뜨고, 지도 앱으로 위치를 확인했다. 남양주를 벗어나, 포천으로 향하는데, 운악산이 멀지 않아, 다시 등산화로 갈아신고, 끈을 조인 후, 미니 스패츠를 착용하는 거로 산행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5분 정도 더 달려, 8시 43분경 운악산자연휴양림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와중에 기사가 초행이라, 지나쳤다고 되돌아오느라, 약간 지체하기도 했지만.
2 - 2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 둘러메고, 핸드폰과 스마트 워치의 등산 앱을 켰다. 그리고 핸드폰의 등산 앱으로 현재 고도를 확인했다. 늘 그랬듯이, 정상인 동봉(비로봉)과의 표고차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242m, 정상인 동봉이 937m, 고로 표고차는 695m다. 그런데, 등산 앱의 고도가 20m가량 높게 나오니, 710m가 넘어, 꽤 높이 올라가야 한다. 이미 앞서가는 등산객을 따라 버스 정류장을 떠나, 등산로로 향하는데, 어디에도 이정표가 없다. 해서 앞서가는 등산객만 따라가는데, 두 팀으로 나뉜다. 한 팀은 계속 직진하다가, 화장실을 지나, 우회전 다른 팀은 운악산 휴게소 방향으로 간다. 누구를 따가 가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아, 멈춰 휴게소 방향 팀을 주시했는데, 예상대로 되돌아 나온다. 화장실을 지나, 우회전하는 게 맞다.
어차피 화장실을 지나는 길이라, 급하지는 않으나, 볼일을 보고, 임도를 따라, 위로 올라가며 보니, 임도 왼쪽으로 포천시에서 세운 '등산 안내도'가 있어 코스를 유심히 살펴봤다. 그리고, 안내도를 배경으로 인증을 부탁하는 등산객의 사진을 찍어준 후 빙판이라 미끄러운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는데, 앞서가는 등산객들이, 좌회전하는 게 보인다. 본격적인 등산로 시작 지점이다. 그 지점에 도착해 보니, 갈림길로 이정표가 있다. 아래 안내도에서 본 1, 2코스 갈림길이다. 그런데, 이정표 옆에, 안내도에는 없는 경고문이 서 있다. 2코스는 위험한 급경사니, 산행에 각별히 주의하라는 내용이다. 그 경고문을 보며, 어디로 갈까 고민하고 있는데, 뒤따라오던 대장이 1코스로 가면 된다고 소리친다. 해서 이번에는 1코스를 살펴보고, 2코스는 다음 기회에 탐험하기로 하고, 좌회전했다.
1, 2코스 갈림길을 지나 급경사의 등산로로 10분가량 오르자, 더워지기 시작해, 패딩 조끼와 넥워머를 벗어 배낭에 넣었다. 그리고 100여 미터를 더 가니, 등산로는 거의 평지에 가까운 수준으로 바뀌고, 저 앞에 정자가 보인다. 그리고 몇 명의 등산객이 정자에서 내려오고 있다. 등산로 옆에 있는 정자라, 지나치며, 정자의 이름이 궁금해 현판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고, 난간에 '폭포전망대'라는 명패가 매달려 있다. 안내도에서 본 '무지개폭포' 전망대다! 해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걸음을 돌려 정자로 올라가, 폭포를 감상하고 기록으로도 남겼다. 기대했던 대로 겨울이라, 폭포가 얼어붙어, 빙벽이다. 그런데, 너무 멀어, 이게 다라면 아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정자에서 나와 다시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그런데, 결과적인 얘기나, 포천 쪽 운악산에는 주요 지점마다 지도가 현 위치를 알려주는데, 가평 쪽은 전혀 없었다. 시와 군의 차이?!
정자를 떠나 급경사를 6분 정도 올라가자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다. 직진은 포천이 정상이라 주장하는 서봉이고, 우회전은 무지치폭포 하단으로, 갈림길에서 0.15km 거리다. “무지치?” 무슨 말인지 궁금해, 다 찾아봤는데, 없다. 해서 무지개폭포의 다른 말이니, 무지개의 고어거나, 경기도 방언이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150m! 왕복 300m 거리에 진정한 폭포 전망대가 있다. 해서 배낭을 두고 다녀올까 하다, 아무래도, 폭포에서 바로 정상으로 가는 길이 있을 거 같아, 배낭을 멘 채, 폭포 방향으로 좌회전했다. 그런데, 150m가 너무 멀다. 길이 험해 지체되는 것도 있으나, 거리 측정에 문제가 많아 보인다. 거의 1.5km 같은 150m를 3분가량 가자, 계곡 쪽으로 멋있는 소나무가 있는 전망대가 있다. 당연히 좀 위험해 보이는 전망대로 가 폭포를 구경했다. 장관이다. 강촌의 구곡폭포처럼 빙벽등반을 해도 될 거 같다.
소나무 전망대에서 폭포를 구경하며, 무언가 움직이는 거 같아 자세히 보니, 인솔 대장이다. 역시 대장답다! 모든 등산객이 서둘러, 정상을 향해 올라갔는데, 대장과 나만 폭포를 보겠다고 방향을 틀었다. 전망대를 떠나, 다시 폭포로 가는데, 폭포가 가까워질수록 더 장관이다. 폭포 소개문에서 평소는 건폭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산의 규모나 폭포의 위치로 봐서는 건폭일 수밖에 없어, 당연히 볼 게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계속 얼어붙어 거대한 빙벽을 이루고 있다. 비 온 후도 장관일 거 같다. 해서 장마 직전이나, 큰비가 내린 후 다시 오겠다는 결심을 하고 가는데, 저 앞에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예상대로 되돌아가지 않고, 위로 올라갈 수 있다. 그 계단에 올라서자, 다시 갈림길이다. 위는 폭포 상단, 아래는 폭포 하단으로 간다. 폭포란 하단에서 봐야 제맛이라, 동영상을 찍으며 하단으로 가다가, 올라오는 대장을 만났는데, 위험하니 얼음 위로 올라가지 말란다. 그렇다고 안 올라갈 인간이 아니라, 올라가서 전면으로 빙벽을 감상했다. 1985년 12월 강촌 구곡폭포 이후 근 33만에 폭포 빙벽이 주는 경외감에 전율을 느낄 정도다.
어떻게 얼음 위로 올라오기는 했는데, 내려가는 건 쉽지 않다. 해서 거의 주저앉다시피 해서 네발로 기어 폭포 하단에서 간신히 탈출해, 폭포 상·하단 갈림길로 돌아갔다. 폭포 하단에서 상단으로 올라간다는 건 직벽을 오른다는 얘기다. 와중에 빙판이다. 폭포 하단까지는 아이젠 없이 버텼는데, 귀차니즘에 목숨을 걸 수는 없어, 상단으로 향하기 전, 배낭에서 아이젠을 꺼내 착용했다. 그리고 안전시설 중 하나로 설치된 밧줄에 의지해 위로 올라가며, 중간중간 폭포 빙벽의 모습을 감상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고도가 높아지자 그동안 보이지 않던 주변이 보이기 시작해 그것도 기록으로 남겼다. 그런데, 서남쪽 정상에 철탑이 있는 산은 내가 아는 산인 거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직벽에 가까운 암벽을 밧줄에 의지해 올라가, 9시 38분에 폭포 상단에 도착해 보니,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다. 좌는 1코스 등산로와 합류하고, 우는 2코스로 합류한다. 그리고 위가 소란스러워 고개를 들어보니, 50여 미터 위로 1코스 등산로가 보이고, 폭포 방향으로 튀어나온 바위 위에 대여섯의 등산객이 폭포를 감상하고 있다. 대장은 그 방향으로 올라가고 있고.
사실 폭포 상단에서는 요란하게 물 떨어지는 소리 외는 볼 게 없는데, 겨울에는 꽁꽁 언 빙판이라 끝까지 갈 수도 없어, 아래를 볼 수도 없고, 당연히 요란한 물소리도 없다. 해서 최대한 끝으로 접근해 사진을 찍었다. 물론 금줄이 더 이상의 접근을 막고 있다. 그렇게 기록을 남기고, 2코스로 가는 길을 살펴보니, 인적이 전혀 없어,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갈림길로 돌아갔다. 그리고 위로 보이는 1코스 등산로로 향해, 9시 43분에 다시 정규 등산로로 합류했다. 당연히 아래에서 폭포 전망대로 생각한 곳으로 가봤는데, 전망대라고 하기에는 폭포의 전경이 보이지 않아 실망했다. 대장과 나는 진면목을 감상했으나, 나머지 일행은 여기서 일부만 보고 전부라 여겼을 거로 생각하니, 불쌍해지기까지 했다. 끝으로 폭포 위 서봉으로 생각되는 봉우리를 사진으로 남기고 전망대를 떠나, 다시 정상으로 향했다.
전망대에서 10여 미터를 가자, 다시 갈림길이다. 왼쪽은 약수터, 오른쪽이 정상이다. 그런데, 약수터로 향하는 길이 심상치 않아, 만사 제쳐놓고 좌회전했다. 혹시 놓치는 모습이 있을까 동영상을 찍으며. 그런데, 당시 상황을 정확히 얘기하자면, 이정표가 있는 걸 보고 사진을 찍기는 했으나, 그 방향에 무엇이 있는지는 보지 못했다. 즉 약수터가 있다는 걸 모르고 다만, 아래에서 본 바위 모습에 놀라, 홀린 듯이 동영상을 찍으며 갔을 뿐이다. 좌로 방향을 틀어, 바위 돌아서자, 암벽 곳곳에 볼트가 보인다. 암벽 훈련장으로 쓰는 거 같다. 그리고 조금 더 가니, 정자를 포함 여기저기 쉼터가 있다. 거대한 바위가 만든 쉘터도. 그리고 정자 부근에서 물소리가 들려 자세히 보니, 약수다! 물도 있고, 쉼터도 있으니, 야영하며 암벽 훈련하기는 최적의 장소다! 당연히 약수 한잔하고, 되돌아 나오며 보니, 갈 때는 몰랐는데, 거대 바위 아래로 물이 흐르고 있는 게, 언제 무너져도 이상할 게 없어 보인다.
암벽 훈련장을 떠나, 100m가량 올라가자 다시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다. 좌는 신선대, 직진이 정상이다. 그런데, 신선대라고 쓴 이정표 아래에는 괄호 안에 '암벽 전용 등산로'라 적혀있다. 쉼터에서 훈련 후 오르는 암벽 같다. 처음 산행을 시작할 때 등산로가 당연히 신선대가 코스 중에 있는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신선대의 모습이 궁금해 가볼까 하다가, 암벽 전용 등산로라고 경고까지 했고, 모든 게 얼어붙은 상태라 포기했다. 가장 큰 이유는 혼자라!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신선대를 지나쳐, 갈지자를 그리며 계곡을 건너다가, 놀라운 광경을 보고, 동영상으로 기록했다. 폭포를 포함 모든 게 얼었는데, 얼음의 흔적도 없이 졸졸 물이 흐르고 있다. 물살이 강한 것도 아닌데, 얼지 않았다는 게 놀랍다. 혹시 온천인지 만져볼까 하다가, 쓴웃음을 짓고, 다시 급경사로 정상을 향해 올랐다. 옆에 있는 이정표에 의하면 서봉까지 남은 거리는 0.85km에 불과하나, 분위기로 봐서는 거의 8km 같은 800m일 확률이 높다.
이정표에서 4분가량 올라가자 쉼터가 나온다. 그리고 여성 등산객이 의자에 앉아 간식을 먹고 있다가 나를 보더니, 산악회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자, 왜 이렇게 늦었는지 다시 묻는다. 해서 폭포 구경하고 오느라 늦었다고 얘기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대궐터다.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0.74km. 고로 4분 동안 110m 올라왔다! 여성 등산객에게 먼저 간다고 인사하고, 다시 정상으로 향하는데 왼쪽으로 보이는 계곡이 꽁꽁 얼어붙은 게 장관이다. 아니 무섭기까지 하다. 그리고 그 끝에 위로 올라가는 철계단이 보인다. 철계단 시작 지점에 도착해 휘돌아 올라가는 왼쪽 계곡이 심상치 않아, 계단을 지나쳐 계곡을 따로 돌아갔다. 이름 없는 작은 폭포다. 평소라면 폭포라 불리지도 못했겠지만, 얼어붙은 모습은 장관이다. 그 폭포를 감상하며 아팠던 아랫배를 진정시키고 계단으로 돌아가 위로 올랐는데,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그리고, 계단 아래는 다 얼었다. 그 모습을 보자 갑자기,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면, 계단을 지탱하고 있는 기둥이나 바위가 버티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며, 공포가 엄습해, 서둘러 위로 올라갔다.
양쪽의 암봉 사이로 설치된 계단으로 오르다가 가끔 뒤돌아보면, 기시감이 생긴다. 어디선가 본 모습이다. 한국 산에서는 흔한 모습인데, 여기서 보는 모습은 북한산 숨은벽과 백운대 사이 밤골에서 보는 것과 많이 닮았다. 아니, 사기막골이 더 비슷한가? 계단 정상에 올라서자 이정표가 정상까지 남은 거리가 0.51km라 알려준다. 그 시각이 10시 22분이다. 비록 급한 불을 끄느라 지체하기는 했으나, 230m를 올라오는데, 18분이 걸렸다. 그리고 계단이 끝난 게 아니다. 이제는 계단이라기보다는 사다리다. 막 계단으로 오르기 시작했을 때 '계단이 아니라, 사다리잖아!'라고 외치는 여성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계곡을 진동했는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계단 같은 사다리를 오르자, 나뭇가지가 방해하기는 하지만, 전망대다. 해서 주변의 경치를 기록으로 남겼다.
그렇다고 계단이 끝난 게 아니라, 갑판 계단으로 다시 올라 능선에 도착해 보니, 쉼터다. 이정표는 정상까지 400m가 남았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쉼터 의자에는 통성명하지는 않았으나, 여러 산행에서 안면이 있는 노인장이 간식을 먹고 있다가 무언가를 건네준다. 받고 보니, 방울토마토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그걸 먹으며 정상을 향해 가는데, 왼쪽에 안전시설까지 되어 있는 전망대다. 물론 지나칠 수 없어 전망대로 갔으나, 보이는 건 아래 안전시설이 없는 전망대보다 못하다. 그나마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던 반대쪽 암릉의 모습이 보여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전망대를 떠났다. 결과적인 얘기나, 애기봉으로 착각해 왕복한 봉우리다. 전망대를 떠나, 4분 정도 올라가자, 갈림길 이정표다. 직진은 애기봉으로 0.1km, 정상은 우회전으로 0.3km다. 당연히 애기봉을 다녀와야 해서 직진하는데, 오른쪽 위에 있는 바위 방향으로 정비된 등산로가 올라가고, 애기봉이라 생각되는 곳으로는 길의 상태가 좋지 않다. 분위기만 보면, 오른쪽 바위가 애기봉이다. 그럼, 이정표에 '애기봉 0.1km'가 아니라, '0.01km'라 표기했을 거로 생각하며 가던 길로 계속 가자,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정상으로, 왼쪽은 애기봉이다.
애기봉은 왕복해야 한다는 얘기다. 해서 배낭을 벗어 갈림길에 두고, 좌회전해 애기봉으로 향했다. 그런데, 애기봉으로 생각한 암봉이 보이는데, 100m라고 하기에는 너무 멀다. 이정표 거리와 기분상의 거리 차가 엄청난 거야, 하루 이틀이 아니니, 뭐 그러려니 하고 가는데, 이정표가 나타났다. 좌회전은 노채고개로 4.4km, 서봉까지는 0.4km, 직전은 없다! 그리고 직진 방향에는 인적도 없다. 말인즉 최근에 애기봉에 오른 산꾼이 없다. 이정표가 없는 건 무시하고 인적을 남기며 직진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지도에 있는 봉우리로 향하는 길이라 믿어지지 않는다. 애기봉이 아니다. 어쨌든 여기까지 왔고, 무명의 봉이라도 올라가 보자는 생각에 관목을 해치고 정상에 올랐다. 당연히 정상석이나, 표지가 있을 리 없고, 울창한 숲이라 조망도 좋지 않아, 인증 하나 남기지 않고, 되돌아 나왔다. 그리고 정상으로 가기 위해 앞을 보니, 서봉이 보인다. 그 옆 아래로는 배낭이 기다리고 있는 애기봉도! 그리고 다시 이정표에 도착해, 인적이 많은 노채고개로 향하는 길을 유심히 봤다, 그 순간 기억이 났다. 한북정맥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며 확인해 보니, 2018년 4월 창우, 흥수와 셋이 노채고개에서 귀목봉까지 한북정맥을 달렸다[산행기].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어쩌다 보니, 북계산에서 시작해 노채고개까지 한북정맥을 달렸고, 운악산은 서봉에서 청암재까지 달렸다. 고로 노채고개 갈림길에서 서봉까지 한북정맥을 연결하는 산행 중이라고 뿌듯해하며(물론, 한북정맥을 연결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배낭을 다시 둘러메고, 우뚝 선 바위를 돌아서니, 추모비다. 애기봉에 추모비! 탄생과 죽음인가? 바위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니, 무언가를 닮아 보인다. 그래서 애기봉? 애기봉을 지나, 100여 미터를 가자, 이정표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애기봉을 우회하는 길이고, 직진은 정상이다. 거리는 0.14km! 아마, 기분상 500m 이상이 될 거다. 이정표를 지나, 5분가량 올라가자 등산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그럼, 90m 올라오는데, 5분이 걸렸다. 그리고 정상까지는 갑판 계단이다. 그 계단에는 대궐터에서 간식을 먹던 여성이 가다 쉬기를 반복하며 올라가고 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쉬고 있는 여성을 추월해 지옥의 계단으로 서봉 정상에 도착한 시각이 11시 5분이다.
갑판 계단으로 50m를 올라오는데, 4분이 걸렸다. 물론 등산 앱 기준이다. 운악산의 두 정상 포천의 서봉과 가평의 동봉(비로봉)은 2018년, 2019년 이미 방문한 봉우리라 익숙하다. 당시와 다른 건, 진 정상인 동봉에서 서봉을 왕복했다는 거고, 이번에는 서봉에서 동봉으로 가는 산행이라, 왕복하느라, 체력과 시간 낭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먼저 동봉 정상석과 옆에 있는 '운악산 등산로'를 기록으로 남겼다. 과거에는 한북정맥 지도가 있었던 거 같은데, 해서 과거 기록을 찾아봤다. 기억이 정확하다! 2019년까지 한북정맥 포천지역 지도가 있었다. 한북정맥은 돈이 되지 않아, 운악산 지도로 바꾼 건가? 어쨌든, 셀카봉을 삼각대처럼 이용해 인증을 남기기 위해 설치하고 있는데, 그 여성이 도착해, 셀카봉을 치우고 둘이 서로의 인증을 남겼다. 그렇게 인증을 남기고 있는데, 등산객이 도착해 쭈뼛거려, 찍어 드릴까요? 하고 먼저 말을 건넸다. 물론 '고맙습니다!' 그 등산객의 인증도 찍어주고, 까만 소 인증을 남긴다는 두 사람을 뒤로하고 비로봉으로 향했다.
서봉에 있는 이정표에 의하면, 동봉까지 720m다. 등산로의 다른 구간과 다르게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서봉을 떠나, 6분이 지난 후 등산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고로 이정표가 알려준 거리에 문제가 없다. 다만, 등산로가 평지 수준이라, 멀게 느껴지지 않았을 뿐이다. 어쨌든 그 메시지를 듣고, 1분이 채 안 돼서 동봉 즉 운악산의 정상 비로봉에 도착했다. 그런데 당시에는, 아니, 2018년과 2019년 산행 때는 발견하지 못했는데, 동봉 정상에 두 개의 정상석이 있는 건 알았으나, 두 개를 세운 주체가 다르다는 걸 이번에 발견했다. 동봉 정상석 중 "雲岳山"이라 음각한 건 포천시에서, "雲嶽山 毘盧峰"이라 음각한 건 가평군에서 세운 거다. 이 글을 쓰며, 사진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서봉은 포천, 동봉은 가평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동봉을 포천과 가평이 양분하고 있다. 말인즉 두 지자체의 경계가 서봉과 동봉 사이가 아니라, 동봉을 가로지른다. 동봉에 있는 정상석 중 서쪽을 보고 있는 게 서봉의 정상석과 닮은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사진을 찍을 당시에는 그 사실을 모르고, 정상석과 주변 이정표를 기록으로 남겼다. 물론 서봉의 모습도. 그런데, 서봉 정상에서는 알지 못했는데, 서봉 끝에 전망대가 있는 게 보인다. 지난 두 번의 산행 때도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면, 이번에 처음 발견했다. 그 전망대에서 보이는 게 뻔해 보이지만, 전망대를 지나친 건 뼈아픈 실수로, 다시 운악산을 찾아야 할 이유 중 하나다. 이미 큰비나, 장마 직후 다시 방문하기로 했지만. 그리고 셀카봉을 이용해 인증을 남기려는 순간, 그 여성이 막 도착하며, 왜 그렇게 걸음이 빠르냐, 묻는다. 어쨌든 다시 동봉에서 서로의 인증을 찍어 준 후 산악회 계획인 절고개 방향의 등산로와 미륵바위 방향의 등산로 차이를 알려주고, 까만 소 인증을 위해 작업 중인 그녀를 남겨두고 미륵바위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까만 소 인증인 발도장을 찍는 등산객을 뒤로하고 청룡능선으로 내려가, 11시 26분에 정상에 소나무가 있는 만경대에 도착했다. 당연히 정상으로 올라가, 만경을 감상했다. 정상에 철탑이 보이는 산이 화악산이고, 남쪽으로 뻗어가는 줄기 중, 앞이 명지지맥, 뒤가 화악지맥이다. 한북정맥과 거기서 분기해 나가는 지맥을 감상하고 있는데, 그 등산객이 도착해 빠른 이유를 다시 물어, 하산 후 점심을 먹기 위해서라고 하자, 본인은 이미 먹었다며, 천천히 구경하며 내려오겠다며 길을 묻는다. 사실 청룡능선으로 하산하는 코스는 길을 잃을 염려가 전혀 없어, 그렇게 알려주고, 만경을 감상하는 그를 두고 만경대를 떠났다. 왼쪽으로 애기봉으로 착각했던, 암봉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내려가, 11시 35분에 그 유명한 철 사다리를 지났다. 과거 두 번 운악산에 왔을 때, 옆의 갑판 계단으로 올라, 철 사다리를 이용한 적이 없어, 볼 때마다, 이용해 보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저 아래 보이는 미륵바위와 주변의 봉우리를 구경하며 암릉을 내려가는데, 올라올 때와 달리 다리가 후들거리는 게, 쉽지 않다. 뒤돌아 내려가면 간단하나, 경치를 감상하며 내려가는 게 습관이라 그렇다. 내려가며 눈 덮인 오른쪽 능선을 감상했는데, 위치상 백호능선이다. 아래로 뻗어 내리는 백호능선을 보고, 여름에는 포천의 2코스로 올라, 가평의 백호능선으로 하산하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다음 운악산행 코스를 연구하며 내려가, 11시 45분에 미륵바위에 도착했다. 정확히는 미륵바위가 아니라, 미륵바위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다. 그리고 보니, 미륵바위에 올라갈 생각을 왜, 안 했을까? 처음 왔을 때 시도했다가, 능력 밖이라 포기했나? 전망대에서 일행 중 한 명이 사진을 찍고 있다가, 내가 도착하자, 미륵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줄까 묻는다. 찍어 달라는 얘기다.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 핸드폰을 그에게 넘겨줬다. 물론, 이후 그도 인증을 남겼다.
서로의 사진을 찍어준 후 그가 먼저 하산하고, 나는 배가 고파, 배낭에서 에너지 바를 꺼냈다. 그걸 먹으며, 다시 암릉을 내려가, 11시 53분에 미륵바위 하단에 도착했는데, 왼쪽 급경사 계곡을 향해, 과거 보지 못했던 사다리가 있다. 입구는 금줄로 막아 등산객이 내려가지 못하게 했다. 물론 무시하고 가도 되나, 아래에 뭐가 있는지 모르니, 다음 기회에! 상태로 봐서, 등산객용은 아니고, 공사를 위해, 임시로 설치한 거다. 분위기로 봐서 갑판 계단을 설치해 계곡에서 올라오는 코스를 개발하는 거 같다. 여름쯤에는 완성하지 않을까? 그럼, 백호능선뿐만 아니라, 이 코스도 구경해야 한다! 새로운 고민거리다. 백호와 계곡을 다 구경하면 최소 두 번 더 와야 한다. 단풍철 등산방 정기산행으로 시도해볼까? 미륵바위를 우회해 오른쪽의 병풍바위를 감상하며, 가는데, 그 등산객이 병풍바위 전망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2019년 등산방 정기산행 때, 점심을 먹었던, 갑판 전망대에 도착해 먼저, 동봉 즉 비로봉과 만경대, 병풍바위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그 각각을 사진으로 찍은 후 병풍바위를 배경으로 인증을 남겼다. 물로 나를 기다린 등산객의 인증도. 그렇게 서로의 인증을 찍어주며 몇 마디 얘기를 나눴는데, 그도 나와 같은 이유로 이번 산행에 참여했다는 걸 알았다. 즉, 그동안은 가평에서 시작해 가평에서 끝냈고, 주로 철쭉 철에 올랐는데, 포천에서 시작해 가평에서 끝내는 코스와 겨울이라는 계절에 유혹당했다는 공통점이다. 갑판 전망대에서 점심을 먹는 그를 뒤로하고, 계단으로 앞에 있는 봉우리로 오르며, 뒤로 돌아, 운악산의 전경을 파노라마로 남겼다. 물론, 가평 쪽! 마지막 사진의 오른쪽 뒤로 뻗어 내려가는 게 한북정맥이다.
병풍바위를 지났으며, 이제 더 볼 것도 없다. 있다며, 눈썹바위와 폭포 정도다. 해서 암릉으로 서둘러 내려가는데, 안내소를 1.6km 남겨둔 지점의 이정표 이후는 아이젠이 부담스럽다. 물론 흙길이라면, 그렇지 않겠지만, 암릉이다. 대단히 불편해 아이젠을 벗어 손에 들었다. 만약의 경우 바로 착용하기 위해서. 아이젠 없이, 가벼운 걸음으로 암릉을 내려가 12시 28분에 가평 방향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 당연히 길이라 생각해 올라갔는데, 바위 전망대에 계단이 있다. 2019년에는 분명 계단이 없어, 바위를 기어올랐는데, 그 사이 계단도 설치하고 갑판 전망대도 만들었다. 가평과 그 뒤의 명지지맥, 화악지맥을 기록으로 남기고, 전망대에서 내려와, 길을 찾았는데, 없다. 해서 기억을 더듬어 보니, 과거에도 등산로에서 왕복했다는 게 떠올랐다. 고로 왔던 길로 내려가야 한다.
전망대를 떠나, 2019년 영빈이 가부좌했던, 좌대를 지나, 12시 38분에 눈썹바위 아래에 도착했다. 눈썹보다는 처마바위라 부르는 게 더 적당해 보이나, 뭔가 없는 전설도 만들어야 하는 게 인간이라, 눈썹이라 이름 지었을 거다. 그 전설이 선녀를 기다리다 바위가 된 총각이다. 바위 아래 있는 전설을 읽어보니, 선녀와 나무꾼, 총각 버전이다. 선녀와 나무꾼은 결혼해서 애라도 낳았는데, 총각 버전은 같이 살아보지도 못했다. 누가 더 불쌍할까? 눈썹바위을 봤으면, 현등사로 향하는 포장도로까지 더는 볼 게 없어, 그저 아래만 보고 내려가면 된다. 그렇게 내려가다가 우연히 고개를 들었는데, 정상 부근에 흰 기둥이 보인다. 폭포다! 과거에 본 기억이 없는 게, 건폭이라, 보이지 않았다가, 폭포가 얼어 존재감을 과시하는 중이다.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계속 내려가는데, 갈림길이 나타났다. 그런데, 공사 중이라는 안내판과 금줄로 길을 막았다. 여기에 갈림길이 있었나? 그리고 등산로에 무슨 공사?
직진하는 게 거리가 짧아, 무시하고 갈까 하다가 말 잘 듣는 모범 시민이 되기로 하고 우회전해 내려가, 12시 46분에 포장도로가 보이는 위치에 이르렀고, 12시 48분에 도로에 도착했다. 그리고 건너에는 무우폭포가 있다. 초기에는 무우가 채소 무를 닮았다는 거로 생각했는데, 폭포 앞에 있는 소개문을 보니, 무우(舞雩)다. 雩(우)는 처음 보는 한자라 찾아보니, '기우제 우'다. 무지개라는 뜻도 있고. 소개문에는 1. 안개처럼 부옇게 내리는 비, 2. 기우제를 지내는 제단, 3. 무우귀영(舞雩歸詠) 등 여러 설이 있다는데, 안개비를 닮아, 무우폭포라 부르지 않았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무우폭포를 사진 찍은 후 도로를 따라 내려가는데, 계곡 쪽으로 높이 쌓은 비계가 서 있고, 그 옆에는 내 팔목 두깨의 쇠줄이 감겨있는 원통이 있다. 무언가 거대한 공사를 하는 거 같은데,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저렇게 높은 비계를 사용해 손을 볼 인공물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나무를 관리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고개를 갸우뚱하고 가던 길을 가는데, 50여 미터를 가자, 계곡 방향으로 그 비계의 용도를 알 수 있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웬만한 산에는 하나씩 있다는 출렁다리다! 눈썹바위 아래 갈림길의 공사 중 안내판도 출렁다리를 얘기하는 거다. 그럼, 미륵바위 아래에 임시로 계곡으로 설치한 사다리도? 해서 눈을 들어, 비계가 설치된 계곡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와 그 위에서 보이는 아래 계곡의 모습을 상상해 봤다. 나라면 돈 주고 건너라면 건넌다! 구린 냄새가 심하게 난다!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라, 주린 배를 채울 식당을 향해 내려가는데, 계곡에 폭포처럼 보이는 게 있다. 그리고 오늘 본 다른 폭포와 달리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봄이 오고 있는 소리다. 그걸 영상으로 남겼다. 사실 폭포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했으나, 폭포라 생각하고, 다시 길을 재촉했는데, 조금 아래에 '백년폭포' 소개문이 있다. 폭포다! 백 년을 두고 변함없이 흘러 백년폭포란다!
폭포 소개문에서 20여 미터 아래에는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보이는데, 건너편에는 길이 없다. 해서 백년폭포 전망대라 생각했으나, 저 위치에선 폭포가 잘 안 보인다. 그럼 내가 본 게 백년폭포가 아니라, 그 아래에 있는 건가 하고, 전망대 바로 위를 살펴봤으나, 폭포라 부를 만한 게 없다. 뭔지 궁금해하며, 다리가 있는 곳에 도착하자, 이정표가 있다. 다리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에는 '4.07km 운악산 정상'이라 적혀있다. 여름에 백호능선으로 하산할 때 건너야 하는 다리다. 이제야 가평 쪽 운악산의 전체적인 코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리고 전문가 코스라는 백호능선을 눈이 온 이후 찾은 산꾼이 없어, 눈 위에 인적이 없다. 고로, 등산로가 눈에 묻혀, 다리가 아니라, 폭포 전망대처럼 보였다. 다리를 확인하고 다시 주차장으로 향해, 12시 59분에 공사 중 안내판과 금줄이 쳐진 곳에 도착했다. 출렁다리로 가는 길을 만드는 중이다. 그리고, 1시 4분에 현등산 일주문에 도착했다.
일주문과 주차장을 멀지 않다. 이제는 식당을 골라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3충신 업적 소개 글을 보고, 현등사 매표소를 지나, 영업 중인 식당을 찾으며, 주차장 방향으로 내려가는데, 외쪽 공터에 놀라운 플래카드가 보인다. 시산제 자리 예약 안내 플래카드다. 하긴, 2019년 4월 산행 때도 시산제 하는 인파에 놀랐었다. '운악산 두부골'이라는 식당의 소유지라는 건데, 주변에 두부골이라는 식당이 없고, 20여 미터를 내려가자 있다. 우리 시산제에 저 공터를 빌려야 할 정도로 인원을 동원할 자신이 없어, 예약에는 관심 없고, 당장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영업 중인가 확인했는데, 창문으로 보이는 내부에는 인적이 전형 없어, 바로 아래에 일행으로 보이는 등산객 보이는 황토가든으로 들어가는 거로 이번 겨울 운악산행을 마감했다.
3
꽤 넓은 식당 안에는 예닐곱 테이블이 단독 또는 일행이 점심을 겸해 하산주를 마시고 있다. 다들 익숙한 얼굴인 게 일행이다. 일단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먼저 차림표를 살펴봤다. 웬만한 건 다 2인 이상이다. 그나마 혼술이 가능한 건 찌개 종류의 식사라, 혼자 온 손님들을 살펴보니, 다들 순두부다. 해서 나도, 옛날 순두부를 주문했다. 물론 이슬이도 함께. 이슬이와 처음밖에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조금 있으니,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옛날식 순두부라는 게 아무것도 넣지 않은 순두부 그 자체다. 거기에 양념간장을 곁들여 먹는 건데,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점심을 먹으며, 반주 겸 하산주로 이슬이 마셨다.
하산주 겸 반주로 이슬이를 두 잔 정도 마시고 있는데, 핸드폰에서 문자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울린다. 확인해 보니, 토요일 각희산행을 진행하는 안내산악회 주인장의 입금을 부탁하는 문자다. 서두에서 언급한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인기 운악산, 천고지 각희산, 초면 큰무레골 치악산 종주 산행이 목, 토, 월 연이어 성원을 채웠다. 해서 먼저, 각희산의 신청자를 확인했다. 나를 포함 16명이다. 18명에서 2명이 취소했다. 20명이 성원이라 생각했는데, 16명이다. 오락가락하는 거 같기도 하고. 어쨌든 내가 거절하면, 다른 15명도 못 간다. 그리고 언제 다시 나올지 모를 천고지 산행 계획을 취소한다는 건 말이 안 돼, 바로 입금하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거기에 더해 산방으로 통제 중인데 산행할 수 있는지도 물었다. 조금 지나, 정선군에 알아보니, 산행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산악회 주인장이 전화했다. 해서 바로 산악회비를 입금하고, 치악산 큰무레골 산행을 취소했다. 일요일 하루 쉬고, 큰무레골로 치악산을 종주할 만한 체력을 지니지 못했다. 그리고 국립공원 치악산은 원하면 언제든 갈 수 있다. 물론 산방 기간은 빼고!
이슬이 한 병을 비우고, 한 병 더할까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손님은 나와 미륵바위 전망대와 병풍바위 전망대에서 서로의 인증을 찍어준, 산꾼 둘이다. 그리고 안주도 떨어졌다. 해서 한 병으로 만족하기로 하고, 계산하고 식당을 나온 시각이 2시경이다. 식당을 나와 주차장으로 가며 보니, 익숙한 빨간 버스가 서 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운악산의 전경이 보여 기록으로 남겼다. 물론, 정상 부근에 얼어붙은 흰 비단을 펼친 듯한 폭포도 보인다.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버스에 타서, 출발하기만 기다렸다. 문제는 아직 마감까지 30분 가까이 남았다는 거. 그런데, 코스가 짧아서인지, 다들 일찍 하산해 2시 10분이 지나자, 승객이 다 찼다. 해서, 공식 산행 마감 15분 전인 2시 15분경 서울을 향해 출발해, 올 때와 같이 갈 때도 휴게소 따위는 들리지 않아, 3시 48분에 양재역에 도착했다. 안내산악회를 이용한 수도권 산행의 묘미다!
안내 산악회 두 개 코스 중 경치와 재미가 더 뛰어난 '운주사 입구 → 폭포전망대 → 애기봉 → 서봉 → 동봉(비로봉) → 미륵바위 → 병풍바위 → 눈썹바위 → 운악산 공영주차장'의 8.36km(트랭글) 코스를 4시간 32분 동안 달렸다. 이동 4시간 20분, 휴식 10분!
경기 5악 중 최고라는 찬사를 듣는 이유를 다시 한번 확인한 산행이다. 물론 아직 개성의 송악산은 가 보지 못했지만!
포천에서 시작해 가평에서 끝내야 운악의 본 모습을 알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산행이다!
겨울, 봄 운악을 즐겼으니, 장마 직후와 단풍철 운악의 모습을 확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