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우리은행 YMCA 골목길로 들어가면 꽃피는 산골, 상투와 댕기 등 동동주와 파전, 국밥 등
예스러운 분위기의 술집 겸 찻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보쌈으로 이름난 삼해집을 지나면 좁은 골목길에
한옥집 앞에 시골집이란 팻말이 시선을 끈다. 시골집을 지나 좁은 골목을 돌아 돌아가면 5분도 안돼
사람많고 왁자지껄한 인사동 거리가 나온다. 예전 이 옆 골목에서는 저렴하고 양이 괜찮은 주점들이 많아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들이나 직장인들이 한잔 하려고 많이 찾았는데, 지금은 영업을 하는곳이 손에
꼽을만치 사라져버렸다. 이곳 종로 뒷골목은 예전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막걸리 한잔 기울이며
인생을 논하고 세상을 말하던 추억을 떠올리기에 좋은곳이다. 시끄럽지 않고 잔잔한 가락이 흘러나와
기억하고 싶은 시절의 향수가 떠오르기 마련.
시골집으로 들어간다. 왠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양말을 신은채 오냐 우리 손주 왔어 하면서 반겨주던
할머니가 튀어나올 분위기다. 들어가면 만나는 것은 이곳의 대표메뉴인 장터국밥을 끓이는
커다란 무쇠솥이다. 그 무쇠솥 안에서는 선지와 쇠고기, 듬뿍 넣은 갖은 양념과 야채가 뒤섞인 채 맛깔스런
냄새를 물씬 풍기면서 팔팔 끓고 있다. 대문 옆에서는 넓은 철판위에 기름을 뿌리면서 갖가지 전을
부치고 있다. 전굽는 냄새, 국밥, 석쇠불고기 만드는 내음까지 배고픈 방랑자의 뱃속을 더 뛰게 만든다.
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두개의 솥단지에는 육개장과 해장국을 섞어놓은듯한 어릴적 잔치집에 가면
야외 천막에서 먹던 뚝배기해장국의 맛이 나는 국밥을 끓이는데, 가끔씩 긴 국자로 뻘건 국물을
휘저어주며 점차 그 맛을 완성해간다. 그 중간에는 국밥용 뚝배기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ㅁ자 모양의 한옥집 마당은 하늘이 바로 보여 낮에 간다면 가을하늘빛을 느끼면서 식사할 수 있다.
허름하지만 그래서 더 편안하게 한잔 기울이며 국밥을 먹기에 좋은 곳이다.
따끈한 방바닥에서 온몸을 지지면서 식사한다면 감기 걸렸던 사람들도 감기기운이 싹 물러갈듯하다.
아주머니의 안내에 따라 건넌방으로 들어가 앉는다. 좁고 긴 방에는 세팀정도가 앉아있다.
작은 밥상 네개 정도 들어갈 수있는 방이다. 메뉴판을 보니 전종류는 오후 6시 이후에나 된다고 한다.
이곳의 주인공인 장터국밥과 석쇠불고기를 주문한다. 막걸리와 함께하기에 다들 안성맞춤인 메뉴들이
아닐런지.안동사발문어는 뭔 맛일지도 궁금하고. 북어무침은 또 뭘까.
주문한 모듬전이 제일 먼저 나온다. 8천원짜리 모듬전이 그렇겠지만 양이 살짝 아쉽다.
그렇지만 맛은 아주 괜찮다.
두부와 감자, 호박전등이 나온다. 그냥 좋아하는 고추전으로 할껄 하는 생각도.
장터국밥의 모습. 해장국도 아닌것이 육개장의 맛도 나고. 국밥과는 살짝다른 포스를 풍기는 장터국밥.
겉보기엔 뭐 별다를것이 없어 보였는데 숟가락을 한술 떠서 입에 넣으니 깊고 진한 시골 장터의 맛이 난다.
고소한 선지와 쇠고기, 특히 무가 많이 들어가 맛 자체가 껄끄럽지 않고 시원하니 개운한 맛이다.
국물을 조금 먹다가 이내 밥을 말아먹는다. 국밥은 공기밥을 통째로 말아먹어야 제맛이다.
역시 큰 솥에서 정성과 땀으로 끓여서 그런가 괜찮군. 술한잔을 부르는 국밥이다.
국밥과 함께 같이 나오는 반찬들은 별로 없다. 짭짜름한 오징어 젓갈과 깍두기와 배추김치.
남들은 김치가 조금 짜다하는데, 젓갈이 맛이 들어간 김치는 입맛에 맞는것같다.
하긴 내 입맛이 잡식에 아무거나니 뭔들 맛이 없을까.
안동사발문어의 모습. 왜 영덕이나 울진이 아니고 안동일까. 그것은 안동에서 간고등어가 유명한 것처럼
이 문어요리도 안동의 짭짜름한 소금절임 비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한다.
어째튼 문어는 술안주에 좋고 몸에도 좋지만 살짝 찔긴 감이 있어 그냥 맛보는 정도로만 하면.
빨간 연탄불 위에서 꼬실꼬실하고 알맞게 구워진 석쇠불고기.
어릴적에는 부뚜막에 있는 연탄불위에서 김도 굽고 고기도 굽고 뭐든 척척 부엌의 만능쿡커였는데,
하지만 한번 온가족이 연탄보일러의 연기를 마시는 바람에 고생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여행가서나 낚시가거나 할때 연탄은 못해도 번개탄 하나만 있으면 말이 필요없는 고기구이를
할 수 있으니. 석쇠불고기의 맛은 뭐라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오묘한 맛이다.
대충 먹고 일어나는데, 어느새 손님들이 방을 꽉꽉 채우고 담소를 나누면서 종로의 밤을 보내고 있다.
어떤 분들은 흥에취해 시 한수를 낭송도 한다. 저녁이 되니 한결 활기가 돈다. 그에 따라 종업원들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마당에 있는 주방이며, 부엌의 모습이 정겨운 고향분위기를 낸다.
외할머니집에서 어릴적 먹을때엔 가스가 아닌 장작불로 끓였는데,
복잡한 서울 한복판에서 그러기엔 무리겠지. 산골 식당도 아니고.
솥 한가득 진하게 끓인 많은 양의 국밥도 밤이 깊어가면 바닥을 드러낸다고 한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의 절정, 따끈한 국밥은 어떨까.
첫댓글 한 15년전 이후로 안가봤는데 전혀 바뀌지않고 그대로군요
네, 15년 전은 잘 모르겠지만 옛 분위기가 그대로라고들 말씀하시더라구요!! 감사합니다.
경상도에서 문어 많이 먹어요. 제사 지낼 때도 필수 음식!!!! 저희 큰집도 영주라 시골 갈 때마다 당연히 문어 먹었는데... 근데 14000원에 양이 저만큼이면 좀 비싼 편 아닌가요?
영주가 큰집이군요. 요즘 가면 좋을텐데요. 문어가 양이 좀 적다라구요..아쉬움이~~
아.. 여기..
근데 좀 비싼감이 있기는 한 집인듯 싶어요.
네,, 국밥이야 어찌어찌하겠지만 다른음식들은 양과 맛에 비해 가격이 좀 비싸더라구요. 국밥도 한 5천원정도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