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들어가며
1) 수험 베이스: 연고대 공대(정시), 토익 900, 한능검 1급, 한자 4급(초등학교), 워드프로세서 1급(초등학교)
2) 수험기간: 2017년 1월 말 ~ 2017년 8월 말, 2018년 6월 말 ~ 2018년 10월 13일 (17년 상반기, 18년 하반기 휴학) (17년 하반기, 18년 상반기 복학)
저는 소위 '베이스가 있는' 공시생이었습니다. 관련 학과를 나오진 않았지만 객관식 수험을 위한 공부 방법과 공부를 대하는 마음가짐, 집중도에 있어 다른 진입 공시생들보다 우위에서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베이스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단기합격을 위한 제 경험을 알려드리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2. 수험생활 전반에 관하여
1) 2017년
저는 국가직 7급 7개월 단기 합격을 목표로 하였기 때문에 시작부터 타이트하게 개념을 익혔습니다. 하루에 최소 12강을 1.4~1.8배속으로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강의는 개념을 설명하고 기출도 풀기 때문에 강의를 듣는 것만으로도 복습 효과가 있어 따로 복습시간을 갖지 않았습니다. 듣다가 막히는 부분은 잠깐 일시정지 후 돌아가서 다시 보고, 그래도 모르는 것은 그냥 넘어가면서 최대한 빠르게 1회독을 하였습니다. 7과목 인강 1회독에 2.5개월 가량 걸렸습니다.
1회독을 하고 나니 머리에 남는 것이 없었습니다. 제 나름대로의 정리가 필요하다고 느껴 기본서와 기출을 병행하며 자습하는 기간을 가졌습니다. 행정학을 예로 들면, 기본서의 총론 파트를 쭉 보고 총론 파트에 해당하는 기출을 쭉 풀고, 다시 기본서 정책학 파트를 보고 그에 해당하는 기출을 풀고 이런 식입니다.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다가 시험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을 때는 진도별 모의고사와 전범위 동형 모의고사 강의 등을 들으며 실전 감각을 익히고 빠뜨린 부분을 점검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방직 9급 필기 합격을 했는데, 괜히 마음이 들떠서 8월에는 집중을 잘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들뜬 마음 등으로 95/70/55/75/75/85(국/한/헌/행법/행학/경) 평균 75.83(컷 82.50)을 맞고 떨어졌습니다. 그 후에 두 학기를 더 휴학하자니 시간 공백이 크다고 느꼈고, 네 학기나 남아있어서 너무 많은 유예기간은 부서 선택에 안 좋다고 판단해 두 학기를 다녔습니다.
2) 2018년
6월 말에 종강을 한 후 바로 본가에 내려왔습니다. 국가직까지 2달도 안 남고, 지방직까지 4달도 안 남은 상황이라 2018년 단과 강의를 빠르게 학습했습니다. 작년에 했던 것들이기에 아는 부분을 빠르게 넘기며 개념을 다시 정립하였고, 목표했던 한 달을 조금 넘겨 개념 복습을 끝냈습니다(국어는 문법만 듣고, 영어는 듣지 않았습니다) 남은 2주 가량은 기본서와 기출을 회독하며 모르는 부분 위주로 학습했습니다. 그 결과 평균 68.33(컷 80.00)을 맞았고 원인을 분석해보니 실전 감각이 부족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후에는 진도별, 동형 모의고사 등을 병행하며 개념 학습을 더욱 철저히 했습니다. 실전에 가보니 정말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고, 보기 1~4번을 다 읽지 않고 답이 보이면 검토할 시간없이 빠르게 답만 찍고 뒤도 안 돌아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개념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정말 중요했습니다. 모르는 부분은 제 나름의 암기 공식을 만든다는가, 아니면 문장을 통으로 외워서 머릿속에 저장되도록 하였습니다. 그렇게 하여 지방직 당일엔 빠르게 풀어서 못 푼 문제 없이 마쳤습니다.
3) 생활 습관 등
제가 잠이 정말 많은데, 잠은 충분히 잤던 것 같습니다. 2017년엔 오전 9시에 독서실에 도착해서 밤 11시 정도에 나왔고, 2018년엔 오전 10시, 11시에 간 적이 많고 밤 12시 정도에 나왔습니다. 공부하는 시간만큼은 최선의 집중을 했고, 밥을 먹는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는 절대 공부를 하지 않았습니다.
저처럼 지방에서 혼자 공부하시는 분들은 온라인 스터디를 많이 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작년에는 스터디를 거의 과목별로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출첵 스터디 말고는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스터디는 공부 초반에 습관을 잡아주는 효과는 있지만, 결국에는 스터디를 위한 스터디가 되는 것 같습니다. 과목별 문제 출제하는 스터디는 문제를 출제하는 데 드는 시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 시간에 혼자서 공부를 더 하는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인드 컨트롤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험 떨어지면 어쩌지?'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날 공부는 할 수가 없게 됩니다. 저는 항상 합격 후를 생각하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려 했습니다. 합격하고 합격 수기를 쓸 생각, 페이스북에 합격 소식을 올릴 생각, 결혼 생각 등을 하니 스트레스가 덜 왔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자만심을 경계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단과 강의를 한번 쭉 듣거나 회독을 한번 하고 나면 이정도면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모르는 걸 파고들지 않고 넘기게 되었고, 이건 안 나오겠지 하는 오만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공부는 자신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겸손하게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 과목별 공부방법에 관하여
(2017년 박문각 프리패스 1년, 2018년 박문각 프리패스 1년 + 함경백 T-Pass 1년 + 박준철 써니행정법 단과 강의)
1) 국어
사실 저는 모든 베이스 중에서도 언어 과목 베이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어, 영어 점수가 어느정도 뒷받침이 되어야 다른 과목들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문학과 비문학은 수능을 준비하며 지겹도록 했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현대 문법 위주로 공부를 하고, 고전 문법, 고유어, 한자는 수업시간에 눈으로 익히는 정도로만 하였습니다. 특히, 고유어, 한자 등은 범위가 상당히 많은데도 불구하고 시험에 한 문제 나올까 말까 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시험때 찍자는 마인드로 보지 않았습니다. 기출 문제를 보면 고전 문법, 고유어, 한자 등이 정말 난도가 높았기 때문에 겁을 먹을 수 있지만, 2017년 시험부터는 상당히 수능화가 되어 비중이 많이 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국어 베이스가 있으신 분들은 고유어, 한자 등을 외우는 데 열을 많이 올리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강의는 고혜원 선생님의 단과강의를 들었습니다.
2) 영어
영어는 처음에 문법을 빠르게 정리하기 위해 이동기 문법 강의를 들었습니다. 단어는 이동기 기본서 3권과 공편토를 스터디를 활용해 매일 외웠습니다. 공편토식 암기법은 상당히 효과가 있었습니다. 2017년에 저의 메인 시험은 국가직 7급이었기 때문에 영어는 크게 비중을 안뒀고, 2018년에 지방직을 대비하면서는 감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심우철 하프모의고사와 이동기 하프모의고사를 풀었습니다. 그리고 모의고사를 풀고 모르는 단어는 눈으로 한번씩 봤습니다
3) 한국사
2017년엔 선우빈 선생님의 단과 강의와 간추린 선우한국사, 7급 대비 동형 모의고사를 들었고, 2018년엔 선우빈 선생님의 단과 강의와 동형 모의고사 수업을 들었습니다. 선우빈 선생님의 강의력은 크게 좋은 편은 아니지만, 교재가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고, 모의고사도 정말 잘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한국사는 정도(正道)가 없는 것 같습니다. 무조건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체화가 되어야 합니다. 초반 회독에서는 큰 맥락을 잡고, 점점 지엽적인 부분을 하나 둘 채워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건을 연도와 연관지어서 암기하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4) 헌법
헌법은 2017년에 조기현 선생님의 수업을 들었는데, 좋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8월에 김건호 선생님의 2017년 헌법 기출 무료 특강을 듣고 김건호 선생님으로 갈아 탔는데, 이미 너무 늦었고 결국 국가직에서 55점을 맞았습니다. 2018년에는 김건호 선생님의 단과 강의와 최신 판례 강의를 들었고, 기본서와 기출을 회독하였습니다. 헌법은 김건호 선생님의 커리를 따라가면서 회독하다 보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신판례 강의를 꼭 듣는 것이 좋습니다.
5) 행정법
행정법은 박준철(써니) 선생님의 단과 강의, 최신판례, 진도별 모의고사 및 전범위 모의고사 강의를 들었습니다. 제 생각에 법 과목은 암기보다는 이해가 우선인 것 같습니다. 박준철 선생님의 단과 강의를 들으면 이해가 정말 잘 되고, 강의를 들은 지 꽤 지난 상태에서 행정법을 다시봐도 그때 배웠던 게 기억날 정도로 인상깊은 강의였습니다. 행정법도 마찬가지로 박준철 선생님 커리를 따라가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6) 행정학
행정학은 신용한 선생님의 단과 강의를 들었고, 2017년에는 진도별 모의고사, 파이널 동형 모의고사를 들었습니다. 신용한 선생님의 두문자 암기법은 도움이 많이 되긴 하지만 요새는 그렇게 외운 두문자 내용이 어느 범주에 있는지 묻는 문제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두문자 암기법을 메인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용한 선생님은 제 생각에 수험 행정학 개념 설명은 잘 하시지만 문제풀이는 크게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행정학 시험이 가면 갈수록 다루는 범위가 방대해지는데, 처음 보는 문제도 당황하지 않게 풀려면 기출 문제를 많이 회독하면서 문제를 푸는 요령을 스스로 터득해야 합니다.
7) 경제학
함경백 선생님의 단과강의, 진도별 및 전범위 모의고사 강의를 들었습니다. 함경백 선생님의 말씀처럼 공무원 경제학은 경제학과를 졸업한 수험생도 어려워하는 난이도입니다. 저는 함경백 선생님의 수업만 들어서는 경제학에서 고득점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험을 위한 공부를 해야지 학문을 위한 공부를 하면 안 된다고 많은 선생님들이 말씀하시지만, 경제학은 어느정도 학문적인 베이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2017년 국7을 떨어진 후, 복학을 하고 대학에서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을 수강하여 학문적인 베이스를 보강했습니다. 대학에서 경제학 과목을 수강하거나, 5급 경제학 예비순환을 한번 듣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지방자치론을 선택하여 지방직에 올인하거나, 국가직을 본 후 지방자치론을 빠르게 학습하는 방법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 자격증의 중요성
저에게는 워드프로세서 1급 자격증이 있습니다. 지방직에서 워드프로세서 1급은 전체 평균 + 0.5점, 컴활 1급은 전체 평균 + 1점의 가산점을 줍니다(후에 폐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방직에서는 1문제가 평균의 0.7점 정도이기 때문에 컴활1급은 1문제보다도 큰 점수입니다. 제가 만약 워드 자격증이 없었다면 합격컷보다 낮은 점수가 되어 떨어졌을 것인데, 140문제 중 1문제의 점수보다도 작은 가산점으로 인해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공부를 하고 있는 수험생이 컴퓨터 자격증까지 공부하는 것은 굉장한 시간낭비가 될 수 있지만, 시작하기 전 단계의 분이라면 정보화 자격증을 하나 따는 것을 추천합니다. 컷 근처에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있어 가산점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나중에 엄청 크게 느껴질 것입니다.
4. 끝마치며
짤막하게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많이 길어진 것 같습니다. 글재주가 없어 주저리 주저리 두서없는 글을 쓴 것 같습니다. 베이스가 있는 분이든 없는 분이든 간에, 무조건 수험기간은 짧게 잡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단과 강의가 보통 7월, 8월에 시작하니 7급을 시작하는 분들은 그 후부터 시작해서 1년 내외로 합격하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단기합격을 하겠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하면 정신이 바짝 들어서 더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습니다. 또한 7급은 6과목, 7과목을 두루두루 다 잘해야 합격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라도 포기하면 안 됩니다. 저도 작년엔 헌법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었는데, 한 과목을 포기해버리니 다른 과목을 풂에 있어서도 여파가 상당히 컸습니다. 잘하는 과목보다는 못하는 과목에 시간을 더 투자하여 '구멍'인 과목을 없애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았던 거 같은데 당장 떠오르지가 않네요. 제 수기가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