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등단 28년 만에 펴내는 첫 동시집!
이 땅의 어린이와 어른들에게 보내는 순수 동심의 세계
초록달팽이 동시집 시리즈 열네 번째 권입니다. 등단 28년 만에 펴내는 장동미 시인의 첫 동시집입니다. 오랜 시간 공들여 다듬은 동시 54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계절의 변화와 일상 속 소소한 풍경, 어릴 적 고향의 모습을 간결하고 함축적인 언어를 통해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김수옥 작가의 따뜻하면서도 정감 넘치는 그림이 더해져 순수 동심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글 장동미
방문을 열면 앞산이 꾸벅 인사하는 충북 제천시 청풍면 용곡리 산자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1988년 충주 MBC 여성 가을 시 공모전 대상을 받았고, 1996년 《아동 문예》 문학상 동시 부문으로 등단했습니다. 현재는 내륙문학회 회원이며, 그림책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림 김수옥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하고 현재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어요. 직접 쓰고 그린 책으로 『말 먹는 괴물』이 있고, 그린 책으로 『언니가 생겼어』, 『꼬리 치는 당신』, 『양념이와 프라이드』, 『학교에서 똥 싼 날』, 『학교에서 싸운 날』, 『김치괴물』 등이 있습니다.
출판사 리뷰
장동미의 동시는 시의 본질에 충실합니다. 군더더기 없는 표현으로 단아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줍니다. 화려한 기교나 특별한 시적 장치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깊은 감동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특히 그의 동시는 구체적인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어, 하나 같이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벚꽃잎 앉았다 가고
물소리 앉았다 가고
새소리 앉았다 가고
육거리 시장 나온
할아버지도
앉
았
다
가
고
- 「무심천 돌다리」 전문
이 동시는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것으로, 청주 도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무심천의 돌다리를 노래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위에서 보듯이 시인은 이 동시에서 시적 대상인 ‘돌다리’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벚꽃잎 앉았다 가고” “물소리 앉았다 가고” “새소리 앉았다 가고”와 같은 비슷한 문장구조를 반복 사용하여 ‘돌다리’의 고즈넉한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더욱이 “벚꽃잎”, “물소리”, “새소리”와 같은 자연물과 “육거리 시장 나온 할아버지”를 나란히 놓음으로써 물아일체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돌다리의 형태를 모방해 서술어 ‘앉았다 가고’를 한 행에 한 자씩 배열한 점도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용곡리 깊은 골짜기에 살던 이무기 한 마리, 하루만 지나면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할 수 있었대. 그런데 마을 어르신이 이무기 꼬리를 잘라 버린 거야. 그래서 이무기는 한평생 골짜기에 숨어 살 수밖에 없었대. 화가 난 이무기 심술을 부려 동네 잔칫날만 되면 주룩주룩 비를 뿌리는 거래. 억울한 이무기 이야기가 할아버지 고향 전설이란다.
우리 할아버지 고향은 충북 제천시 제원군 청풍면 용곡리 353번지
- 「용곡리 전설」 전문
이 동시는 4부에 수록된 ‘할아버지 고향’ 연작시 12편 가운데 하나입니다. 청풍호가 들어서면서 지금은 수몰된 ‘용곡리’의 전설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마을 어르신이 이무기 꼬리를 잘라” 버려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가 화가 나서 심술을 부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들 연작시는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과거 우리 조상들의 삶의 모습과 사고방식 등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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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등단한 지 28년 만에 펴내는 첫 동시집! 동시집을 펼치면 시 한 편 한 편을 보석처럼 갈고 다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력을 들였는지 느껴진다. 시인은 더할 수 없을 정도의 생략과 함축미를 살린 언어로 현실 비판의 목소리를 내거나 웃음 코드를 담아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나와 가족은 물론 친구와 이웃까지도 따듯하게 배려하고 포옹하고자 하는 순수 동심의 세계를 보여준다. 장동미 시인의 동시집은 이 땅의 어린이와 어린이였던 어른들에게 보내는 순수 동심의 메시지이다.
- 전병호 (시인, 전 한국동시문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