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비산 섬진강으로 꽃 구경 가자
2008. 3. 22. (토)
쫓비산 갑니다. 근데 지금 무슨 산이라고 했남?
예, '쫓비산' 간다구요!
궁금해 하실까봐 모셨습니다.
확실히 보시고 발음해 주세요
'자~~ 쫓 비 산'
컴 다 뒤져봤는데 해설이 안나옵니다.
'산이 뾰족하다'는 뜻으로 '쫓빗'이 유래되었든가
섬진강 푸른 물줄기에 빗대어 맑은 하늘이란 뜻으로
'쪽빛'에서 유래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검색 결과만...
ㅇㅇㅇ님,
옛적에 무장공비를 이 산쪽으로 '쫓아 삐릿다.' 해서
'쫓비산'이라고 그럴듯하게 해석합니다.
그래, 맞다. 맞아!
광양으로 향하는 버스,
뒷 좌석은 선녀들로 '하하 호호' 웃음 꽃 피고..
웃고 떠드는 사이에도
쉼없이 달려 차창으로 섬진강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김 용 택
매화꽃 꽃 이파리 들이
하얀 눈송이 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
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가에 서럽게 서보셨는지요.
해 저문 섬진강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물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지
출렁이는 섬진강가에 서서
당신도 매화꽃 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는 보았는지요.
푸른 댓잎에 베인
당신의 사랑을 가져가는
흐르는 섬진강 물에
서럽게 울어는 보았는지요.
섬진강 건너는 멋진 다리,
저 다리 건너면 구례 광양....
관동 매실마을 앞,
폼 나는 우리 카메라 기사님,
매화에 설레는 이 마음도 함께 찍어주오...
우와! 매화 천지네요
근데 문제가 좀 있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남자라
꽃 보고 혹하는 게 인지상정인데
함께 한 선녀님들,
매화만 꽃이냐 마구 앙탈입니다.
어휴, 못 말려!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
- 김 용 택 -
꽃과 꽃의 운명적 만남
은은한 매화의 화려함과
우리 이쁜 선녀님들의 종종 수줍은 걸음,
도대체 갈바람은 어느 꽃이냐 다그칩니다.
솔직히 말 할까요?
여기 시커멓고 도둑 같은 저 놈들 다 치워버리고서
그대 손 잡고 흐트러진 저 매화꽃 속으로...
갈바람은 욕심쟁이!
한바탕 매화 꿈으로 행복했습니다.
이제, 산으로 올라야지요
산은 현실, 힘을 요구합니다.
자주 오면 봐 줄만도 한데 산은
올때마다 힘들게 하고 땀 흘리게 합니다.
수줍어 터질 듯 저 진달래꽃 봉
봄이면 다시 보지만, 이 봄 또 떨려 옵니다.
허허! 아직 청춘이네, 그려!
헬기장에서 점심,
산나물 무침에 두견주 배추쌈
봄향기가 진동합니다.
선남 선녀들로 버무린 비빔밥 양푼 속인 듯...
배 부르니 길 떠나야지요
풀풀 먼지나는 길 오르 내리고...
저 아래는 매화가 지천인데
여긴 아직 앙상한 나뭇가지 세상입니다.
드문 드문 생강나무 노란 꽃만...
물개 같아서 얼른 잡아 보았는데 영 아니지요?
보기에 따라서는 꼭 '거시기(?)' 같기도 한데...
한참 산길을 걸었는데도 어딘가 바람재인지
갈미봉인지 도통 캄캄합니다.
바람재, 이름은 그럴 듯한데...
그야, 갈바람이니 '바람'자만 들어가도 좋아 보일 수 밖에요
모처럼 로프 있는 길 올라 홀로 전망을 봅니다.
지나는 산님들 저기가 백운산, 저 쪽은 지리산이라고들 하는데
갈바람은 도통 모르겠습니다.
몰카 존 설정해 놓고
퍼질러 앉아서 내려다 보는 재미 솔솔~~
이거, 무슨 심보인지? 대단히 죄송!
신발끈 메어 주는 손,
따뜻한 마음까지 함께 보입니다.
"그대, 참 많이 이뻐!"
앞서 봉우리 올라, 건너 편 바라보니
내려오는 산님들 정겨움으로 다가 옵니다.
산에서 앞 서고 뒷 서고...
이거, 사람 사는 세상살이와 같다고 보여집니다.
아웅다웅 할 것 없이 마음 닿는 데로 살아가고
기다려 함께 하고, 손 잡아 이끌어 주기도 하고...
그 이름 쫓비산! 드디어 당도했습니다.
시그널이 반갑다 춤을 춥니다.
산에 올라 내려다 보는 재미
"그래, 바로 이 맛이야!"
아까 본 섬진강, 아직 저 아래에서 흐르고 있습니다.
다시 꿈속으로 돌아왔습니다.
분홍치마 진달래가 바위에 앉아 있는 산길 내려와
청매실 마을로...
마당 한켠에선 목련, 자기도 좀 봐 달라고 팡팡!
꽃봉오리 마구 터트립니다.
초가, 어쩜 가슴 짠하고 아련한 우리네 가슴 속 향수 그 자체일진데
오늘은 매화 덕분에 화사하기만 합니다.
꽃보다 고운 모델되어 주고 담아주고...
봄을 맞는 우리 이쁜 여심의 표현,
참 아름답기도 합니다.
저기, 청매실 익는 소리 막 들리지요?
그래요, 청매실 익는 소리 담을 넘습니다.
소리 없이...
참, 광대가 빠지면 축제가 아니죠!
산에서 내려다 본 아까 그 섬진강,
이제, 부산으로 오는 우릴 따라서 흐릅니다.
버스 안에서 어느 선녀님,
"야, 가시나야! 너 끝까지 다 안 탓지?
그래서 ㅇㅇㅇ즘도 못 느꼈지? 그치?"
에이, 그건 아니구만요.
산은 탄 만큼 절정의 희열을 느끼게 해줍니다.
얼마나 탓느냐 보다 자신에게 맞게 탓느냐가
희열의 정도를 좌우 한다고 할 수 있지요
부산 오는 버스 차창밖엔 비가 내립니다.
아까 그 산길 먼지,
씻겨질 것 같아 마음 푸근합니다.
저 매화 지면 벗꽃에 진달래
다음은 철쭉, 개나리
그리고 으으으 밤꽃....
꽃 피고 지는 우리 강산,
행복찾아서
산으로 강으로 함께 떠나요~~
"손에 손 잡고서!"
2008. 3. 23
봄에도 막 부는 갈바람 이었습니다.
첫댓글 한 ㅡ 안참 지난 산행기네요^^
산길에 계단설치도 있고
푹신ㆍ폭신한 길 걷기 정말조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