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멋 그리고 풍류의 고장인 전주.. 한마디로 '전주는 맛있는 여행지'이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있는 전주비빔밥, 전주한정식, 콩나물국밥,
전주 가정식백반, 전주 돌솥밥, 오모가리탕, 피순대국, 묵은지 요리 등 전주에서 만들어지고 세상에 알려진 음식들이 많다.
게다가 전주막걸리와 가맥(가게맥주) 등 독특한 술문화가 잘 어우러진 '맛의 고장'이다.
전주막걸리는 우리나라 3대 막걸리 중의 하나로 특히 유산균과 필수 아미노산, 담백질 함유량이 높아
전주사람들은 막걸리를 '술' 이라고 하지 않고 '음식' 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막걸리 1병에 유산균이 요구르트의 100배라고 하니 이런 말이 나올 만도 할 것이다.
전주의 막걸리 애호가들은 '전주막걸리'를 마시면 4번 취한다고 하는데, 첫 번째는 흥에 취하고,
두번째는 안주에 취하고, 세 번째는 맛에 취하고, 네 번째는 저렴한 가격에 취한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전주에는 막걸리타운이 여러곳 조성되었고 250여 곳의 전주막걸리집들이 성업을 하고 있다.
오늘은 전주 막걸리타운의 원조인 삼천동 막걸리타운으로 향한다.
그 중에서도 전주막걸리집의 대표 맛집인 '용진집'(용진막거리)는 1만2천원만 내면 막걸리 3병(한주전자)에
열가지 정도의 다양한 술안주와 음식을 푸짐하게 맛볼 수 있는 집으로 여러 번 TV에 출연한 유명 맛집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전주가 아닌 지역의 사람들조차 전주 막걸리집들의 푸짐한 안주들을 알게해준 원조집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막걸리를 다 마시고 추가주문을 하면 기존의 안주를 치우고 새로운 술안주가 한상 가득 나온다.
'이렇게 팔아서 과연 돈이 남을까?'하는 의문을 갖기에 충분한 집이다.
※ 맛 집 명 : 용진집(용진막걸리)
※ 맛집주소 : 전북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1가 627-9 (삼천동 우체국에서 하차 - 막걸리타운 중간에 위치)
※ 전화번호 : 063-224-8164
※ 맛집특징 : 마산이나 통영의 통술집(다찌집)처럼 술값(막걸리 3병)만 내면
그날 그날 준비한 10여가지 이상의 다양한 술안주와 음식을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막걸리집이다.
전주막걸리도 유명하지만 푸짐한 안주때문에 더 유명해진 맛집이다.

전주막걸리를 유명하게 해준 삼천동 막걸리타운의 '용진집' 이 곳을 찾은 시각이 저녁 10시인데 자리가 한테이블만 남아
있어 일행들과 겨우 자리를 잡을 정도였다. 참고로 이 곳에서 막걸리를 드시고 싶은 분들은 저녁식사를 하고 가면 100%
후회하게 된다. 그 이유는 글을 읽고나면 알게 될 것이다.

용진집에 가면 메뉴판도 없고 따로 안주를 주문할 필요가 없다. 다만 "막걸리 드릴까요? 맑은 막걸리 드릴까요?' 라고 묻는다.
진한 전주막걸리의 제맛을 느끼고 싶다면 '그냥 막걸리요" 라고 하면 된다. 우리 일행은 트림도 안나고 다음날 아침 머리도 안
아픈 '맑은 막걸리'를 주문한다. 다만 양은 일반 막걸리의 2/3 정도로 술을 잘 못하는 우리들에겐 잘 맞는 막걸리였다.

막걸리 한주전자 (3병이 들어감- 1만2천원)를 주문하면 자동으로 나오는 푸짐하고 맛있는 술안주(나중에 꽁치구이가 나옴)..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가격이다.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막걸리를 주문하면 1병에 4,000원이다. 즉, 막걸리 값만 받고
나머지 술안주는 모두 공짜란 계산이다. 그렇다고 무한리필 되는 것이 아니라 막걸리 한주전자에 또 다른 한상의 술안주가
나오는 시스템이다.
용진집의 술안주는 따로 정해진 것이 없다. 제철의 재료나 주인장의 마음 내키는 재료들로 음식을 만든다고 한다. 이곳을 자주
찾는 단골손님의 말로는 용진집에서 맛본 술안주만 수백가지라고 한다. 족발, 삼합, 홍어무침, 꼬막, 번데기, 갈치조림, 매운탕,
잡채, 제철의 생선과 회, 심지어 대하구이까지 나온다고 한다.
용진집에서 막걸리 한 주전자에 딸려 나온 이 날의 술안주들을 살펴보자.

소고기와 다양한 나물이 들어간 얼큰한 육개장, 통통하고 싱싱한 굴로 만든 굴젓, 문어숙회, 정구지(부추)부침.

막 구워 나온 꽁치구이, 가을이 제철인 은행구이, 살이 통통한 갈치조림, 가을이 제철인 전어무침.. 이 외에도 두부김치,
꼬막찜, 양념게장, 삶은 머리고기, 삶은계란 3개, 삶은 옥수수, 찐고구마, 찐밤, 우거지무침, 삶은 다슬기, 그리고 김치가
기본 술안주로 제공된다. 무료 술안주 한상에 15가지 종류의 안주가 나온다.

다양하고 푸짐한 술안주를 사진으로 찍는데만 10분이 걸린다. 내가 사진을 다 찍기 전엔 일행들은 안주나 음식에 손도
못대는 것을 아는지라, 빨리 담고 싶은데 너무 인심 좋은 용진집사장님 때문에 일행들의 눈치를 살피며 사진을 찍었다.
드디어 그 유명한 전주막걸리를 마셔볼 시간이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맑은막걸리'라 그런지 생각한 탁도 높은 막걸리와
는 색깔과 농도가 다르다. 맛을 보니 조금은 목넘김은 매우 부드러우나 후각이나 미각에선 조금 밍밍한 맛이다. 나이가 지
긋한 분들이나 술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그냥 막걸리를 드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술이 약한 난 조금은 밍밍하지만 순하
고 부드러운 '맑은막걸리'도 괜찮은 것 같았다. 나를 포함해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3명의 일행이 막걸리 두 주전자를 마셨
는데 써놓은 대로 '트림도 안나고 다음날 아침에 머리도 전혀 아프질 않았다.
함께한 일행들과 여행과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부드럽고 순한 전주 막걸리에 푸짐한 술안주를 맛보다 보니 주당도
없는데 얼마가지 않아 막걸리가 떨어진다. 사실 이때 즈음 배도 적당히 부르고 술도 적당했는데.. 워낙 가격이 저렴해서 그
랬는지 '용진집'의 다음 술안주는 무엇일까 궁금해서 그랬는지.. 이구동성으로 '막걸리 한 주전자 추가요~'를 외친다. @.@

두번째 상에서 메인 술안주는 제철을 맞이한 '꽃게찜'이다. 취기가 올라와 그땐 몰랐는데 다리의 모양으로 보아선 꽃게는
아닌 듯도 싶은데, 여하튼 살이 통통히 오른 실한 게살이나 향과 단맛이 어찌나 좋던지 산산조각을 내어 음미를 했다. 웬
만한 음식점에 가서 꽃게찜 한마리의 가격만해도 2만원 정도인데.. 전주 '용진집'에선 기본 술안주에 불과한 메뉴였다.

두번째 막걸리 한 주전자에 나온 또다른 술안주인 매운조기조림.. 개인적으로 해산물을 좋아해서인지 용진집의 술안주가 입
맛에 착착 감긴다. 이 곳을 추천해준 전주분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냥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으로만 승부하는 맛집이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주인분의 손맛이 보통이 아니다. 전주의 많은 막걸리집 중에서 '용진집'을 최고로 뽑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두번째 막걸리 주전자의 술을 마시며 취기가 올라와 더 이상의 사진촬영을 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두번째 주전자의 술안주는
사진으로 담긴 것이 거의 없다. 일행분이 '용진집'의 하일라이트는 세번째 주전자를 주문해야 볼 수 있다고 했지만, 우리 일행
들의 주량으론 불가능한 시도였다. 다음엔 막걸리 마니아들과 함께 전주에 내려가 용진집의 세번째 주전자의 비밀을 파헤쳐야
겠다.
그래도 아쉬운지라 세번째 주전자를 주문하면 나오는 술안주 중에 '게장비빔밥 (게딱지비빔밥)'이 있다는 말에 이미 배는 포화
상태였지만 '용진집'의 하이라이트 메뉴인 게딱지비빔밥을 추가비용 5,000원을 지불하고 주문한다.

세번째 막걸리 주전자를 주문하면 기본 술안주라지만 5,000원을 지불할 만한 가치는 충분한 음식이었다. 아마 돌게인 듯한
작은 게의 몸통과 다리를 분리해 따뜻한 밥 한공기와 갖은 야채, 구운 양념김을 수북히 쌓아 나온다. 술기운은 이미 몸으로
번져 나른한데, 반사적으로 카메라 가방에서 카메라와 외장플래쉬를 꺼내 결합하기 시작한다.

친절하게도 용진집의 사장님께서 직접 게딱지 비빔밥을 비벼 주신다. 손으로 게의 몸통과 다리에서 게살을 발라내어 밥과 야채,
간장양념 등과 골고루 비빈다. 능숙하게 게딱지 비빔밥을 만드는 과정이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인증사진 촬영이 끝나자마자
수저를 들고 맛을 본다. 은은하면서 깊은 게장의 향과 고소한 맛이 동시에 느껴진다. 소문과 명성대로 용진집의 하이라이트다운
맛이었다.

언젠가 맛집 마니아인 지인이 '음식 맛만 있다고 대박집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좋은 상권이나 홍보
활동만으로 대박집이 되지 않는다며 '대박 맛집'의 열쇠는 바로 '음식점 사장의 마인드'라고 말한다. 아무리 손맛이 좋고, 아
무리 상권이 좋아도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이 없다면 돈은 벌 수는 있지만 오래토록 변함없는
사랑을 받기는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용진집'이 왜 이렇게 유명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사장님께선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단골손님들이 있어 그렇지.."
라고 수줍게 웃으며 직접 비빈 게딱지 비빔밥을 내주신다.
[출처] [전주맛집]전주의 풍류와 맛을 느낄 수 있는 '용진집 (용진막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