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라면에 지친 남자, 뭔가 새로운 라면을 찾는 여자. 그들의 관심이 일본 라멘으로 집중한다. 가슴속까지 뜨겁게 해줄 국물과 호로록 소리마저 맛있는 차진 면발이 어우러진 일본 라멘. 찬바람 불면 더욱 생각나는 맛이다. 한국 속 작은 일본, 일본 현지 맛 이상으로 맛깔스러운 음식을 내는 일본 라멘집으로 간다.
[왼쪽/가운데/오른쪽]잇텐고의 바질라멘 / 켄비멘RIKI의 츠케멘 / 카토멘의 토마토라멘
요즘은 몸에 좋은 음식이 대세다. 그래서인지 인스턴트 라면 보다 라면의 본고장 일본에서 즐겨 먹는 라멘의 인기가 대단하다. 일본 라멘의 특징은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조리법과 재료로 천차만별의 맛을 낸다는 것. 종류도 많다. 기본 육수에 간장으로 간을 한 담백한 쇼유라멘, 소금으로 간한 시오라멘, 일본식 된장을 풀어 만든 미소라멘과 돼지 뼈를 푹 고아 만든 진한 육수에 두툼한 편육을 얹은 돈코츠라멘 등이 있다. 기본 육수는 보통 닭 뼈와 돼지 뼈, 이 둘을 혼합해 쓰거나 해산물을 이용하기도 한다. 재료의 맛을 살린 오묘하고 진한 육수에 채소나 삶은 달걀, 고기 등 다양한 토핑을 얹는다.
라멘 매혹적인 바질 향에 빠지다, 잇텐고
라멘과 바질이 만나면 어떤 맛일까? 그 궁금증을 해소시키려면 잇텐고로 가야한다. 이곳의 대표 메뉴이자, 사람들의 입에 무수히 오르내리는 라멘이 바질라멘(미도리카메)이다. 물론 일본 라멘의 기본인 돈코츠라멘, 빨갛고 매운 국물의 키요마사 등 다양한 라멘을 판매한다. 그럼에도 바질라멘이 유명한 건 기발한 아이디어와 독특한 맛 때문이다.
바질라멘은 일본식 라멘에 이탈리안 콘셉트를 적용한 것. 스파게티에 많이 사용하는 바질페스토를 라멘에 넣어 초록색 국물이라는 독특한 비주얼을 완성했다. 처음에는 초록색 국물이 낯설어 망설여 질 수도 있다. 그런 망설임은 산뜻하게 풍겨오는 바질 향에 금방 사라져 버린다. 걸쭉한 초록 국물을 한입 떠먹으면 입안 가득 바질의 풍미가 퍼진다. 신선한 맛, 처음 먹어보는 묘한 맛에 절로 그릇을 비우게 된다. 두툼한 차슈와 아삭한 파채가 수북이 얹어져 있어 중독성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잇텐고는 13년 지기 단짝친구 두 명이 합심해 문을 열었다. 1년 동안 일본의 라멘 가게에서 일했던 경험을 가진 대표가 그곳에서 팔던 바질라멘이 한국에서도 통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가게를 열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고, 바질라멘은 잇텐고를 유명하게 만든 일등공신이 되었다. 그런 까닭에 잇텐고에서는 신선하고, 양질의 바질을 공급받는데 신경을 많이 쓴다. 아담한 가게 내부에는 8명 남짓한 손님이 앉을 수 있는 ㄷ자 형태의 테이블이 하나 있다. 음식을 내는 집치고는 조명이 어두운 편이지만, 오히려 편안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
[왼쪽/가운데]신선한 바질의 풍미가 살아 있는 바질라멘. / ㄷ자 구조의 테이블에서 처음 보는 사람과 마주 앉아 먹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오른쪽]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왼쪽/오른쪽]서울 망원동의 소문난 맛집답게 언제나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 일본풍 인테리어 공간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글 간판.
수프에 찍어 먹는 신기한 라멘, 켄비멘RIKI
홍대 인근에서 소문이 자자한 라멘집이다. 켄비멘RIKI의 라멘은 무엇 하나 평범한 게 없다. 그 이유는 수프에서 면까지 정성을 들여 맛을 차별화했기 때문이다. 어패류 돈코츠 스프라는 이름의 수프는 이 집의 자랑이다. 신선한 돼지 뼈를 장시간 우려낸 후 어패류를 더해 농후한 맛과 깔끔한 맛을 낸다. 여기에 더해지는 소스는 세 가지다. 시라유키. 매운 향신료를 사용한 마라소스, 간장을 베이스로 한 쇼유소스와 소금을 사용한 시오소스. 세 가지 소스가 돈코츠 스프에 더해져 개성 넘치는 맛을 선보인다. 소스 는 짠맛의 정도를 고를 수 있다. 면발도 얼룩덜룩한 게 범상치 않다. 제면 장인이 최고급 밀가루와 전립분을 섞어 만든다. 전립분이란 밀 알맹이의 껍질이나 맥아를 분리하지 않고 통째 간 가루다. 일반 밀가루에 비해 비타민, 섬유소가 많고 영양도 풍부하다.
켄비멘RIKI의 대표 라멘은 메밀국수처럼 면을 수프에 찍어 먹는 츠케멘이다. 토핑은 죽순인 멘마 또는 고기의 자투리 부위를 넣은 막고기 중 선택할 수 있다. 처음 접하는 낯선 방식이 신기해서 먹는 재미가 있고, 기호에 따라 어분·커리파우더 등을 뿌려 먹으니 훨씬 입맛에 맞는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천연 재료만을 사용해 식사 후 속이 부대끼는 느낌이 없다. 여기에 여심을 사로잡는 예쁜 비주얼이 더해지니 츠케멘의 인기는 대단하다.
[왼쪽/오른쪽]풍성한 거품이 인상적인 진한 육수 / 칼국수처럼 오동통한 면발과 터프한 차슈라멘, 반숙 달걀을 호로록 육수에 찍어 먹는다.
일본의 오래된 골목으로 여행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외관
[왼쪽/오른쪽]긴 바에 나란히 앉아 라멘을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어 ‘혼밥’하기 좋다 / 라멘이 술술 넘어가는 아늑한 분위기의 실내 인테리어.
얼큰한 라멘과 상큼한 토마토의 만남, 카토멘
라멘에 토마토를 넣으면 맛있을까? 정답은 맛있다. 카토멘은 토마토라멘으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토마토라멘은 대표가 일본에서 직접 레시피를 전수받고, 3년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연구 개발한 노력의 산물이다. 뜨끈한 국물에 섬세한 면발과 부드러운 달걀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토마토라멘은 정성을 들인 시간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그릇에 담겨진 토마토라멘의 모양새는 예쁜 편이 아니다. 걸쭉한 토마토 수프에 계란을 풀고 생면을 넣어 놓은 느낌이다. 재료가 많이 안 들어간 짬뽕 같기도 하고, 국물 파스타인 빼세와 비슷하기도 하다. 맛은 전혀 다르다. 첫맛은 토마토로 인해 약간의 새콤함이 느껴지나 먹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얼큰하면서도 부드럽다. 토마토 소스와 얼큰한 육수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토마토를 뭉근하게 익혀 숙성시키고 홍합물을 더해 감칠맛을 살렸다. 여기에 마늘과 양파를 넣어 알싸함을 살렸다. 육수는 쇠고기와 미역 등을 베이스로 끓여 낸 후 천연 조미료와 구운 열빙어로 맛을 높인 간장으로 마무리 해 완성한다. 면은 나마멘, 곤약면, 우동면 등 세 가지 종류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가장 많이 주문하는 것은 나마멘이다.
[왼쪽/오른쪽]치즈를 추가하면 진한 풍미가 더욱 살아난다. / 독특하게도 높은 빌딩으로 가득한 오피스 타운에 위치해 있다. [왼쪽/오른쪽]차양에 적힌 이름이 간판의 전부다. / 사이드 메뉴로 인기인 고추잡채만두
여행정보
- 메뉴 : 키츠네, 키요마사, 차슈동, 미도리카메, 토마토쯔께모노
- 주소 : 서울 마포구 포은로 11
- 문의 : 02-337-7715
- 영업시간 : 11:30-21:00(브레이크 타임 15:00-17:00)
- 쉬는날 : 매주 일요일
- 메뉴 : 시라유키 쇼유, 시라유키 마라, 츠케멘
- 주소 : 서울 마포구 독막로15길 3-12 103호
- 문의 : 02-324-0822
- 영업시간 : 매일 11:30-22:00(마지막 주문 21:45까지)
- 쉬는날 : 없음
- 메뉴 : 토마토라멘, 고기만두, 게살고로케
- 주소 : 서울 강남구 삼성로85길 39
- 문의 : 02-568-6625
- 영업시간 : 매일 11:00-23:00(브레이크 타임 14:00-18:00)
- 쉬는날 : 없음
글, 사진 : 김지덕(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7년 11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