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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현상에 우리는 왜 한가닥 빛을 보는가?
현정권 5년동안 서민들의 애환의 골이 그만큼 깊다는 것이다. 안철수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제2의 단일화가 이루어지자 기죽었던 국민이 기가 살아난다.
야당 정치권이 많은 반성을 해야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제몸에 어울리지 않는 색깔만, 커다란 겉옷만 바꿔입고 두사람 세사람 다리를 끼고 서있는 핫바지같은 차림의 여당은 곧 그 옷을 벗고 벌거숭이가 될 것이다.
그만큼 먹고사는게 힘들다는 것이다. 안철수가 사퇴한 후 중도층의 지지보류세가 두터워졌다가 다시 안철수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고 하니까 다시 뒤집어 야권 단일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 늘었다 한다. 그만큼 기존 기득권 정치판에 유권자들은 기대를 접었다는 것이다.
기득권 정치는 정치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고, 자신들의 뱃속만 뜻뜻하면 서민 민초들이야 넘어져 자빠져 코가 깨져도 관심 밖이었다는 행태에 촛불같은 안철수가 필요했던 것이다.
자신들의 정치생명 연장에만 신경쓰는 구태정치는 신물이 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것이다. 국민이 정치인을 모시고 살아야하니 이 얼마나 답답하고 억울한 일인가? 국민의 뜻을 반영하고 그것을 실현해달라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세금을 써가면서 정치인을 위한 놀이터로 만들어 주고 있다는게 얼마나 커다란 배반감으로 허탈하겠는가? 국민의 주권을 눈속임으로 강탈해가다니...
국민, 서민 99%의 삶의 현장에 정치가 올바로 서 있었다면 안철수 현상은 없었으리라고 단언한다. 그러나 정치는 서민의 삶의 현장에 없었다. 단지 패거리 집단의 영역 싸움만이 국민, 서민 99%의 눈물을 부추겼다.
누군가 단단하게 굳어서 굳은 살이 되어버린 괭이를 파내기를 바라는 것이다. 또다시 5년의 후회를 하기 싫은 99%의 서민, 소외받은 약자가 되기 싫은 것이다. 당당하게 주권행사를 하고싶은 것이다.
고맙다 안철수, 제대로 흔들어줘라
[게릴라칼럼] 두번의 양보, 그는 다시 태풍의 핵이 됐다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안철수씨는 개인의 정치적 성공 여부를 떠나 이미 정치적으로 성공했다. 흔들어야 할 이 나라 정치를 흔든 공로가 크다." <조선일보> 2011.09.17.
서울시장 재보선 당시 안철수가 박원순에게 조건 없이 후보를 양보하고 난 후 <조선일보> 강천석 주필은 '안철수 태풍은 예고편이다'라는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당시 강천석 주필이 안철수 태풍은 여야에 오도 가도 못하는 답답한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만든 것이라고 지적한 것에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난다.
박근혜 치부 드러났지만, 오히려 지지율은 올랐다?
▲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첫 번째 대선후보 TV토론회를 끝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스튜디오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열린 대선 TV토론회를 보면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은근히 짜증이 났다. '다카키 마사오', '전두환에게 받은 돈 6억' 등 박근혜라는 성역 뒤에 숨겨진 사실이 드러나고, 네이버 등 포털에서 관련 단어들이 검색어 순위를 장식하는 것을 보면서 다음 날 유권자들이 받았을 충격을 상상했다.
새누리당은 여기에 대해 충분히 해명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필자만의 생각이었다. 오히려 치부가 드러난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기 시작했고 시청율 1%도 안되는 종편들이 1% 지지후보가 대선 토론회를 망쳤다며 난리를 쳤다.
이대로 끝나는 게 아닌가 해서 조바심도 났다.
미국산 쇠고기 무차별 수입을 둘러싼 촛불집회, 민간인 불법사찰, 25조원을 쏟아부은 4대강 사업, 수많은 측근비리가 있을 때 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했던 "두고 보자"는 분노는 찻잔 속에 태풍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명박 정권 5년이 또다시 연장된다면 서민들은 무슨 희망을 품을 수 있을까라는 절망마저 엄습한 힘든 며칠이었다.
국민성공시대를 열겠다며 출범했던 이명박 정부. 그러나 5년 동안 서민들에게 안겨준 것은 빚더미의 절망이었고 오를 수 있는 사다리마저 차버리는 냉혹함이었다.
"무역규모 1조 달러,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8위의 무역대국으로 올라섰다"며 자화자찬하던 지난 5일 무역의 날 축사 장면 뒤로, 서민들의 초라한 자화상이 그대로 겹쳐졌다.
할머니와 손자가 전기 요금을 못내 촛불을 켜놓고 자다가 타 죽는 세상, 칠순 노모와 마흔의 딸이 같이 줄을 묶고 한강으로 뛰어내리는 이 참혹함은 이명박 정부가 숨기고픈 서민들의 '생얼'이다.
잃어버린 10년을 말했던 이명박 정부. 그러나 민간인 불법사찰에서 보여준 정권의 모습은 10년 전으로의 역사적 회귀가 아니라 전두환 군부 독재 때로의 복귀였다. 미행하고 협박하고 한 가정을 송두리째 짓밟아 버린 민간인 불법사찰. 칠성판에 매달고 고문을 자행하지 않았을 뿐이지 인권 유린은 그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용산 철거민과 쌍용자동차 노동자 투쟁에 대한 살인 진압은 또 어떤가. 페퍼포그가 물대포로 바뀌고, 백골단이 경찰특공대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노동자와 철거민은 때려잡아야 할 폭도들이었다. 그래서 숱한 사람들이 죽어 나갔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길거리로 쫒겨 나거나 값싼 노동자로 전락했다.
야당도 희망을 보여주지 못한 건 마찬가지였다. 전략에는 무능했고, 자본과 서민의 대척점에서는 분간할 수 없는 행보를 계속했다. 집권의 고민은 부족했고, 정치 철학은 부재했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 맞선 전선에서 가장 먼저 이탈했던 것도 야당이었다.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번번이 여당에게 뒤졌다.
지난 총선만 보더라도 새누리당이 잘해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것이 아니라 야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측면이 강했다.
이명박의 국민성공시대와 박근혜의 국민행복시대
▲ 안철수-문재인 회동 "오늘이 대선 중요한 분수령 될 것"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식당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가진 회동에서 '전폭적인 지원'과 '적극적인 지원활동'을 약속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 전 후보는 "오늘이 대선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많은 분들의 열망을 담아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의 등장은 시대적 요구의 반영이었다. 흔들어야 할 정치판을 흔들고자 나섰던 안철수, 양당 정치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의 호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안철수를 통해서 위로받고자 했고, 희망을 걸고자 했다. 대선 후보로 이름도 올리기 전 유력한 여당 대선 후보를 압도하는 지지는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 지친 서민들이 절규와 같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또 한 번 기회를 내려놓았다. 후보 사퇴와 며칠의 칩거. 후보직을 사퇴하고 백의종군하겠다고 했지만 여당 후보와 야당 후보의 지지율은 더 크게 벌어졌다.
문재인 후보 진영 뿐만 아니라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은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형국이었다. 대선 토론회에서 여당 후보의 치부가 오히려 수구 세력의 집결을 유도하는 이해하지 못할 대선 판도. 보수 세력과 자본과 정권의 시녀가 된 언론의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안철수를 찾았고 쉽게 돌아오지 않는 그의 발걸음에 화를 내기도 했다.
"국민 70%를 중산층으로 세워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많은 사람들은 그의 집권이 이명박 정권 5년의 연장이 될까 두려워 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와 함께 국민성공시대를 약속했던 5년 전부터 지금까지 박근혜 후보는 이명박 정부와 함께 했다.
시장에서 어묵을 먹으며 서민의 등을 어루만지던 이명박 대통령은 정작 대형 마트 때문에 먹고 살기가 힘들다는 상인들의 하소연에 시장 자율 운운하며 인터넷 직거래를 권했던 웃지 못할 행보를 보여줬다.
유통법 개정도 두 차례나 무산시키면서 재래시장을 살리겠다는 박근혜 후보가 이 대통령과 다르다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정치 이념이나 인재풀을 공유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선 후보. 국민성공시대가 국민행복시대로 넘어간다고 해도 그것은 새로운 정치권력의 탄생이 아니라 정권의 재창출에 불과하다.
안철수, 정치 제대로 흔들어라
6일 문재인 후보의 손을 잡은 안철수는 "오늘이 대선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많은 분들의 열망을 담아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록 그가 대선 후보가 되어 국민의 열망을 짊어지는 행운은 얻지는 못했지만, 본인의 말처럼 정권교체를 위해 큰힘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경쟁 속에 살아남아야 하는 미래 세대들을 위로하고 싶다는 그의 소망이 젊은이들에게 큰 울림이 되어 정권교체의 디딤돌이 되었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보고 희망의 5년을 기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에게 바라는 것이 또 하나 있다. 6일 합의문의 첫번째 내용에 담긴 '새정치 실현'의 약속처럼 정치를 제대로 흔들었으면 좋겠다. 야당이 여당으로 바뀌는 권력 이동이 아니라, 정치의 낡은 찌꺼기가 와르르 떨어질 때까지 제대로 한번 흔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서울시장 후보와 대선 후보 양보라는 두 번의 결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좌절이 아니라 연기일 뿐이다. 정권교체를 넘어 새시대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의 모습을 보고 싶은 소망은 필자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오마이뉴스 2012.12.07 14:18 최종 업데이트 2012.12.07 18:56 안호덕 기자==
특파원 칼럼] ‘줄푸세’의 변신이 걱정스럽다 / 정남구
정남구 도쿄 특파원
5년 전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 나선 박근혜 현 새누리당 후보는 핵심 공약으로 ‘줄·푸·세’를 제시했다. 세금과 정부 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겠다는 것이었다. 적어도 앞의 두 가지 것은 실제 대선 후보가 되고, 대통령에 당선한 이명박 대통령이 충실히 이행했다. 정부여당이 법인세 부담을 크게 줄이고, 각종 규제를 대폭 줄이면서, 가장 큰 혜택을 본 곳은 재벌 대기업이었다.
5년이 지나 이번에는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박근혜 후보는 ‘민생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이해가 간다. 이명박 정부 5년간 줄푸세 정책이 민생을 파탄낸 탓에 옛일은 잊고 아주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어야 할 테니까. 그런데 박근혜 후보가 말하는 민생해결책이란 게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박 후보는 이른바 ‘하우스푸어’를 많이 걱정한다. 빚을 많이 내서 집을 사는 바람에 빚 갚느라고 고생하고 있는데,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던 집값이 떨어져 버려 이중의 고통을 겪는 이들이 하우스푸어다. 그런데 박 후보는 지분매각 제도를 얘기한다. 하우스푸어가 소유한 집의 지분 일부를 공공기관이 매입해줌으로써, 이자 상환에 허덕이는 가구의 숨통을 틔워주자는 것이다. 이것은 말장난이다. 이렇게 되물어보면 알 수 있다. “왜 지분의 일부를 팔게 해? 통째 팔아서 빚을 갚으면 이자 부담이 더 줄어들 텐데….”
박 후보는 ‘렌탈 푸어’라는 말을 쓰면서, 전셋값이 올라 고통을 겪는 세입자의 부담도 덜어주겠다고 했다. 집주인이 자신의 주택을 담보로 전세보증금을 금융회사에서 빌리고, 그 이자를 세입자에게 내게 하겠다는 것이다. 재밌다. 집주인이 세입자를 위해 내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린다? 집주인이 자신에게 부담만 되는, 그런 귀찮고 실익 없는 일을 하려 들까? 만약 이게 제대로 작동한다면, 이 정책을 창안한 사람에게는 노벨경제학상을 줘도 괜찮을 것이다.
박근혜 후보의 가계부채 공약도 매우 획기적인 내용으로 보인다.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만들어 연 20% 이상 고금리 대출을 받은 채무자들의 이자 부담을 1인당 1000만원 한도에서 연 10%대로 줄여주겠다고 한다. 이건 그리 복잡한 정책이 아니다. 1000만원에 대한 이자가 연 20%면 200만원, 10%면 100만원이니까, 1인당 최대 100만원까지 나눠주겠다는 것과 똑같다. 그런데 정부가 왜 하필 그들에게만 우선적으로 돈을 나눠줘야 하는 것일까? 기금이 나눠준 돈은 누가 채워넣어야 하는 것일까? 나는 그 의문이 도무지 풀리지 않는다.
다른 후보들의 민생 공약에 흠이나 무리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박 후보의 민생 공약에 집중해 이 글을 쓰는 것은 그가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인 까닭이다. 진심을 말하자면, 당선된다면 하루빨리 그 공약을 잊어주시라고 당부드리고 싶어서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줄푸세 공약이 시행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이다.
박 후보는 지난달 26일 이른바 ‘국민면접’ 토론에 혼자 나와 자신의 민생정책을 홍보할 기회를 가졌다. 그러나 불행히도, 내가 보기에 박 후보는 자신의 정책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정남구 도쿄 특파원 ==한겨레 등록 : 2012.12.06 19:31 수정 : 2012.12.06 19:31 ==
[세상 읽기] ‘박근혜 5년’을 상상하노라면 / 이계삼
이계삼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세 후보 간의 1차 텔레비전 토론을 보지 않았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굳히기 단계’를 솔솔 퍼뜨리며, 벌써 승리의 예감에 젖어 있을지도 모를 ‘그분’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고, 그분을 바라보며 연장될 5년의 시간을 떠올리는 것이 괴롭기 때문이었다.
누가 당선되든 우리 삶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예감에 젖은 채 대통령선거를 맞이하고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닥쳐오고 있는 공황 수준의 경제위기에 대해 형성된 쟁점이 고작 ‘경제민주화’와 ‘복지’라는 사실도 안타깝지만, 복지를 말하며 그 누구도 증세를 말하지 않는 것이 의아하다.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면서 재벌이 지금껏 방기해왔고 마땅히 져야 할 규모의 경제적 부담을 새롭게 지우겠다는 후보가 없고, 재벌이 지금껏 자행해온 범죄 수준의 반칙과 악행을 바로잡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저 복지와 경제민주화도 결국 부도수표가 되고 말 것이라 예감하게 된다.
기성 정치에 기대하는 것이 이 나라 많은 국민들처럼 나 또한 그렇게 크지 않다. 그렇다고 국회의원 수를 바짝 줄여놓고 그 돈으로 다른 데 쓰자는 식의 ‘정치 구조조정’을 ‘새정치’라고 믿고 싶지도 않다. 민주주의란 원래 온갖 불순물로 뒤섞여 복잡하고 시끄러운 것일진대, 그런 소란스런 과정보다는 ‘고급 정보’를 지닌 테크노크라트들의 협의에 의한 ‘조용한’ 통치를 선호하는 태도를, 자존감과 명예심 따위 내려놓고 온갖 이념과 세력이 뒤엉킨 뻘밭에서 한발 두발 힘겹게 전진해야 하는 정치 공간의 본래적 성격을 좀처럼 인정하려 들지 않는 저 고상한 비전을 ‘새정치’로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나는 ‘새정치’와 사회변화를 기약하는 차원이 아니라 ‘목숨’이라는 차원에서 이 선거를 바라보기로 했다. 이를테면 용산참사를 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 차원에서, 무엇보다 나 자신이 한 주체가 되어 있는 밀양 송전탑 싸움과 거기 함께하는 어르신들의 운명의 차원에서 나는 이 선거를 바라보기로 했다.
용산참사, 70대 노인이 도심 테러리스트로 규정당하고, 임용권자에 대한 충성이든, 소요진압의 역량이든, 뭔가 보여드릴 필요가 있었던 경찰 수뇌부의 무자비한 진압작전으로, 몇몇 대기업들이 나눠 가질 1조원대의 개발이익을 위해, ‘힘없고 약한 사람들을 망루 꼭대기로 몰아넣고 끝내 불로 태워 죽이는’ 이 무간지옥의 세계를 대낮처럼 드러내준, 나에게는 일생토록 잊혀지지 않을 그 일을 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 공포로써 나는 이 선거를 바라보고 있다.
나의 2012년은 1월16일로부터 시작된다. ‘내가 죽어야 이 문제가 해결되겠다’며 분신자결하신 일흔네살의 할아버지. 어르신은 ‘자네 같은 젊은 친구들이 저 불쌍한 할아버지 할머니들 좀 도와드리게’, 이렇게 말씀하시며 숯덩이 시신을 남겨두고 이승을 떠나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곤 했다. 그 목소리를 혼자 상상하며, 나는 이 기약없는 싸움에서 빠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무슨 일이 또 생겨선 안 된다는 절박함으로 지난 1년을 지내왔다.
그러나 나는 요즘 가끔 자다 깨어 속절없는 한밤중의 시간을 뒤척인다. 이 5년의 연장으로 얼마나 많은 목숨이 다시 죽어나갈 것인가. 지금 송전탑에 올라 강추위의 칼바람에 맞선 저 많은 노동자들, 그리고 이 선거 결과에 따라 다시 송전탑에 올라야 할지도 모를 이 밀양 땅의 70대·80대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정말 나는 잠이 오지 않는다.
경제민주화, 복지, 솔직히 나에게 이런 슬로건은 별로 와 닿지 않는다. 다만, 더이상 사람이 죽지 않도록 해 달라!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는 나의 바람은 오직 이것이다.
이계삼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 한겨레 등록 : 2012.12.06 19:28 수정 : 2012.12.06 19:28 ==
<인터넷 오마이뉴스,한겨레에서 퍼온 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