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절친의 장례 절차를 따르느라고 몸과 마음이 분주했습니다.
고인에게 간직한 고마움과 죄스러움을 폐기하느라...
남아있는 기록물을 못쓰게 만들려면 태우거나 문서파쇄기를 씁니다.
여러분은 없앨 문서를 못 쓰게 자르는 기계를 뭐라고 하세요?
분쇄기나 파쇄기는 보통 고체를 깨뜨려 부스러뜨리는 기계이므로
종이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고,
절단기는 물건을 자르는 기계이므로
없앨 문서를 못 쓰게 하는 것과는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재단기라고도 쓰는데,
재단은 옷감 따위를 본에 맞추어 마르는 것을 뜻하므로
못쓰게 하는 것과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세단기라고도 자주 쓰는데, 아직 사전에는 오르지 못한 낱말입니다.
절쇄기, 세절기도 좀 이상합니다.
영어로는 Shredder인데, 이를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제 어떤 장치 덕에 종이가 잘게 잘라졌다고 보고,
그렇게 된 종이를 갈갈이 찢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갈가리 찢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여러 가닥으로 갈라지거나 찢어진 모양"을 뜻하는
'가리가리'의 준말은 '갈가리'입니다.
그는 편지를 다 읽고 나서 갈가리 찢어 휴지통에 넣었다,
옷은 개의 발톱으로 갈가리 찢겨 있었고…처럼 씁니다.
참고로,
갈갈이는 가을갈이의 준말입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