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투어를 50분 동안 한 후 학교 사무실로 이동하여 오후 2시부터는 지방자치 정부를 대표하는 라에드 살리흐 총리님과 미팅을 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총리님의 노고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전쟁 피해와 지진 피해가 심해서 전체를 운영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겠습니다.”
총리님도 JTS와 스님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먼저 JTS에서 학교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JTS의 지원이 없었다면 이 학교를 만들 수 없었을 겁니다. 이 학교는 시리아에서 제일 크고 멋진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큰 규모의 학교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둘러보면서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멀리 한국에서 시리아의 아픔을 생각하고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곳은 지진 피해가 컸던 지역일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전쟁을 겪었던 지역이라 힘든 사람들이 많은 곳입니다. 이전에도 다른 외국 단체들이 와서 저희들을 도와주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JTS에서 도움 준 것처럼 큰 프로젝트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려 한국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학교를 통해서 시리아도 멋진 미래를 세울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학교에서 공부하고 자란 아이들이 아름다운 시리아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스님은 화이트헬멧 대원들이 정말 애를 많이 썼다고 칭찬했습니다. 그러면서 시리아 난민캠프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교육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세 가지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화이트헬멧에서 정말 수고가 많았습니다. 정말로 자기 집을 짓듯이 열심히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부서진 학교들이 복구가 안 되고 있고, 난민캠프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아예 학교에 다닐 수 조차 없다고 하니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가 앞으로 큰 과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 가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시리아의 어린이 교육을 위한 세 가지 제안
첫째, 지난 10년 동안 학교 교육을 전혀 못 받은 사람들에 관한 문제가 제일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람들이 지금 다시 학교에 들어가려고 해도 교실이 없습니다. 설령 교실이 복구된다고 해도 이미 성인이 되어버려서 학교에 다니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적어도 세상에 나가서 자립은 할 수 있도록 글을 읽고 쓰는 것과 계산하는 법을 우선 가르쳐야 합니다. 이런 기초적인 교육은 하루에 2시간씩 6개월만 진행하면 됩니다. 제 생각에는 시리아의 모든 배운 사람들이 자기 일이 끝난 후 2시간 정도씩 봉사하는 마음으로 선생님이 되어 보는 국민운동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초등교육도 받지 못한 사람들을 모아서 하루에 2시간만 공부를 가르치는 방식으로 신속하게 문맹을 퇴치하는 겁니다. 6개월씩 4회에 걸쳐 2년 정도만 하면 문맹 퇴치는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시리아 사람은 누구나 다 읽고 쓰고 계산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만약에 시리아 전 국민이 일어나서 문맹 퇴치를 국민운동으로 전개한다면 그 일에 필요한 교재, 공책, 볼펜, 텐트는 JTS에서 준비해 드릴 수 있습니다. 문자를 터득하고 쓸 수 있는 작은 책자를 교재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 일은 정상적인 학교 교육 방식으로는 시기적으로나 재정적으로 불가능하고, 오직 국민운동으로 전개해야 해결을 할 수 있습니다.
둘째, 보고받은 바로는 지금 부서진 학교의 절반 정도가 수리되고, 절반 정도가 아직 수리가 안 됐다고 들었습니다. 학교 수리를 기술자에게 맡긴다면 현재로서는 예산이 너무 많이 듭니다. 그래서 아주 많이 부서져서 전문 기술자가 해야 하는 것은 외국 NGO에 좀 도움을 요청하고, 부서진 곳을 일부 수리해서 쓸 수 있는 건물이라면 모든 학부모나 동네 사람들이 나서서 자발적으로 부서진 곳을 보수하는 건 어떨까 제안합니다. 그렇게 하겠다고 하면 JTS에서 시멘트나 학교 보수 공사를 하는 데 필요한 재료를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이것도 전 국민운동으로 추진하면 빠른 시일 내에 부서진 학교를 복원할 수 있습니다.
셋째, 7살부터 12살 연령대의 아이들은 초등학교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초등학교에 다닐 아이들이 60만 명이나 되는데 그 아이들을 수용할 학교를 새로 지어서 선생님을 확보한다는 것은 빠른 시일 내에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방안은 오늘 준공한 이 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고, 이 학교의 수업 현장을 온라인 방송이 가능하도록 방송 시설을 전부 설치하는 겁니다. 이 학교에서 방송을 내보내면 각 지역에서 아이들을 모아서 온라인 수업을 하는 거예요. 그러면 선생님을 따로 구할 필요가 없고, 방송만 틀어주고 아이들 출석을 관리해 줄 사람만 있으면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수업을 하면 꼭 교실이 아니더라도 작은 방에서 작은 인원이 해도 되고, 많은 인원이 해도 되고, 텐트에서 해도 되고, 빈 건물을 이용해서 수업을 해도 됩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든 공부를 가르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앞으로 적극적으로 검토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온라인 수업 시스템을 만들려면 방송 시설을 갖추어야 하고, 스마트 TV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이 지역에 인터넷 통신망이 깔려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튀르키예 정부와 의논해서 교육을 위한 전송 탑을 세울 수 있도록 허가를 받고 협조를 얻는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일론 머스크에게 요청해서 이곳의 교육을 위해서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를 지원해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문맹 퇴치를 위한 국민운동을 전개해 보면 어떨까요?
이런 방법으로 아이들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굉장히 돈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학교를 새로 짓고 선생님을 새로 확보하는 방법보다는 훨씬 비용이 적게 듭니다. 이렇게 하려면 개인의 이익을 넘어서서 모든 국민이 초등학교 교육은 받을 수 있게 하자는 국민운동을 일으켜서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기회를 제공해야 우리의 미래가 있지, 이것을 제공하지 못하면 미래가 굉장히 어둡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국제 정세나 시리아 상황으로 볼 때 다시 나라가 합해져서 새 정부가 정상적으로 들어서는 것이 당분간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조금 있으면 20년이 되고, 30년이 금방 지나갑니다. 그래서 북부 지역만이라도 자치정부의 이름으로 교육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한국도 전쟁이 끝나고 금방 통일될 것 같았는데, 벌써 70년이 지나버렸어요. 제가 태어난 해가 전쟁이 끝난 해인데, 제 나이가 지금 71살입니다. 그러나 남한은 남한대로 개발 계획을 세워서 현재 경제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습니다. 그것처럼 어렵지만 현재 자치정부 산하에 있는 지역만이라도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면적이 9천 제곱킬로미터나 되고, 인구가 500만이 넘잖아요. 외국의 도움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장기 개발 계획을 세워야 지금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 나름대로 계획을 갖고 주체적으로 해결해 나가면서 외국의 도움을 요청해야 도움을 받기도 훨씬 쉽습니다.”
스님의 제안에 총리님도 적극 검토해 보겠다고 호응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방자치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 있는지 생각하라고 제가 지시하겠습니다. 문맹 퇴치를 하기 위한 스님의 제안은 정말 멋진 생각입니다. 제가 교육부 장관에게도 전달하겠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의논해서 시리아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스님과 계속 교류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스님의 조언과 지원이 많이 필요합니다.”
화이트헬멧 대표 라이드 님도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말했습니다.
“스님과 JTS에서 지원해 주신 덕분에 학교를 잘 지을 수 있었습니다. 학교를 보고 병원장이 와서 병원으로 쓰면 안 되냐고 묻고, 대학 총장이 와서는 대학으로 쓰면 안 되겠냐고 물을 정도였습니다.” (웃음)
대화를 마치고 스님은 총리님과 지역 책임자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화이트헬멧에서는 이 지역에서 난 올리브로 만든 오일과 비누, 화이트헬멧 공책과 펜을 스님과 JTS 대표단에게 선물했습니다.
스님은 총리님과 화이트헬멧 대표, JTS 대표 박지나 님과 함께 손을 모았습니다.
“아이들을 위하여!!”
선물로 서로 감사의 마음을 표시한 후 다 함께 학교 정문으로 가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파이팅!”
스님은 학교를 짓느라 가장 수고가 많았던 화이트헬멧 대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학교 준공식을 기쁜 마음으로 마쳤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하여 튀르키예 주지사님 사무실을 방문했습니다.
화이트헬멧 대원들이 학교 건축을 위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준 분입니다. 그리고 학교가 무너져서 복구하는 게 시급하다고 가장 먼저 제안을 해준 분이기도 합니다.
반갑게 악수를 나눈 후 스님이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을 전하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당신과 제가 이곳에서 한 약속을 지켰습니다. 당신이 가장 먼저 학교를 새로 지어야 한다고 제안을 해주셨잖아요. 감사합니다.”
“스님이 감사할 게 아니라 저희가 스님에게 감사를 해야죠. 스님이 지원해 준 덕분에 학교를 지을 수 있었으니까요.”
아이들의 문맹 퇴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협력해야 할지 한 시간 동안 의논을 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사무실을 나왔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2시간을 이동하여 가지안테프로 돌아왔습니다.
화이트헬멧 대원들과 함께 식당으로 이동하여 늦은 점심 겸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 점심 식사를 할 겨를이 없었는데, 저녁 7시가 되어서야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화이트헬멧에서 오늘 준공식을 기념하여 리본 커팅식 때 사용한 가위를 액자에 붙여서 선물을 해주었습니다.
식사를 하며 이후 협력 방안에 대해 더 많은 논의를 한 후 밤 9시 30분에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오늘 칼리드 빈 알왈리드 학교의 준공식을 계기로, 시리아 사람들이 새로운 희망을 품고 다시 일어서길 기원하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이 학교가 그들의 삶에 따스한 빛이 되어 앞으로 나아갈 힘과 용기를 주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내일은 오전에 가지안테프 공항을 출발하여 이스탄불로 이동한 후 오후에는 JTS 대표단 일행과 함께 비잔틴 문화와 오스만 튀르크 문화의 흔적이 남아 있는 유적지를 둘러보고, 저녁에는 주이스탄불 한국 대사관의 총영사님을 만나 학교 준공식 결과를 공유하며 저녁 식사를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