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촌 토성의 꺼병이 / 이문구
몽촌 토성의
어린 꿩이
한동네 까치에게 물었어요.
아빠 이름은 장끼 씨구요
엄마 이름은 까투리 씨구요
내 이름은 꺼병이예요
장꺼병이요
울 엄마도 까 씨인데
혹시 친척이 아니세요?
까치는 말했어요.
너희는 꺽꺽 울고
우리는 깍깍 울고
같은 까 씨지만
조상이 다르단다.
친척이 아니고
그냥 이웃이야.
-『산에는 산새 물에는 물새』, 창비, 2003.
감상 – 이문구, 이문열, 김원일, 김성동 등은 아버지의 사회주의 활동으로 인해 반공 사회에서 고초를 겪어야 했던 대표적 문인으로 꼽힌다. 남한에서 생존하기 위한 방안으로 문학을 선택한 면도 있다던 이문구(1941~2023)는 『관촌수필』로 생존 신고를 마쳤다. 고향 충남 보령에서의 삶이 『관촌수필』에, 경기도 화성에서의 삶이 『우리동네』에 반영되어 이문구는 소설사에 길이 남을 작가가 되었지만 뜻밖에도 『개구쟁이 산복이』 같은 동시집도 냈다. 동시집 『산에는 산새 물에는 물새』는 출판 준비만 하다가 생전에 내지 못하고 이후 책으로 묶여 나왔다.
이문구 소설가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서울에 주거지를 두었고, 작고하기 전에는 현 몽촌토성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주소지를 두었다. 서울올림픽공원 옆 몽촌토성은 위쪽의 풍납토성과 함께 백제 수도가 한성일 때 쌓았던 토성이다. 공원 조성이나 아파트 건설 과정에 발굴된 상당수의 유물은 한성백제박물관에 전시 중이라고 하니 참고해야겠다.
「몽촌 토성의 꺼병이」를 읽자니 이 일대를 자주 산책했을 작가 모습이 연상된다. 「나, 오리나무」에선 몽촌 토성의 오리나무가 허름해서 집오리도 들오리도 오지 않는다는 표현이 보인다. 몽촌 토성에 그 오리나무가 아직 있다면 제법 무성하게 자랐을 텐데 나중에라도 확인해볼 일이다.
「몽촌 토성의 꺼병이」에 꿩 가족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당시만 해도 몽촌 토성엔 꿩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조류였을 것이다. 수꿩은 장끼, 암꿩은 까투리, 꿩의 새끼는 꺼병이란다. 꿩병아리가 꺼병이로 발음되었을 거란 설도 그럴듯하다. 꿩은 다른 조류에 비해서 재바르지 않은 편이다. 덤불에 들었다가 아이들이 던진 돌에도 낭패를 보는 게 꿩이다. 이처럼 행동이 굼뜨고 때로 어리숙하게도 보이는 존재를 꺼병이 혹은 꺼벙이로 불렀음 직하다.
꿩(장끼)이 꺽꺽 울고 까치가 깍깍 우는 건 실제 그렇게 울어서라기보다는 자의적으로 그렇게 듣는 작가의 뜻이다. 꿩과 까치, 꺽꺽과 깍깍. 이름자가 다르고 양성모음과 음성모음의 대비는 있을지언정 둘은 우열도 없고 별 차이도 없다.
까투리의 까와 까치의 까가 성이 같으냐 아니냐를 다투는 것도 동심의 세계다. 표면적인 족보나 생김새는 다른 것처럼 말해도 결국, 서로 나을 것도 못날 것도 없는 ‘이웃’으로 귀결되는 건 뭔가. 너와 나, 좌와 우, 남과 북도 그런 존재, 그런 관계인지도 모른다. 갑작스레, 이 무슨 꺼벙이 같은 수작이냐고 하더라도 더 이을 말은 없고.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