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가을에 서울 하늘은 오늘따라 유난히 높고 푸르네요.
출근길 전철안은 오늘따라 한산하기만 하는데.....
시장바구니에 무언가 비닐봉지에 가득담긴 케리어는 연세가 지긋하신 꽃무늬 몸빼바지 할머니에
손에 이끌려 전철안에 놓여진채로 목적지가 어딘지 자리를 지키고 있네요
너무도 피곤해서 일까요.
할머니께서는 어느새 졸음을 이기지 못하신채로 내 어깨위에 기대어
잠이 드신다.
잠시 할머니에 편안한 기둥이 되어 드리자고 다짐하면서 불편함을 참기로 했지요.
꼭 우리 동네 넝마주이 할머니를 보시는 모습 같았어요.
한참을 가시다.. 할머니는 "어머 미안해요" "아니예요"....
불편을 끼쳐서 미안해 하신다.
그리고선...케리어 시장바구니에 숨겨둔 주먹밥 한덩이를 마른입에 드시고
계셨어요.
얼마나.. 바쁘셨으면... 얼마나... 피곤하셨으면.... 전철안에서....
허기지신 한끼를 까맣게 눌러탄 주먹밥 한덩이로
해결하실까?
괜시리 제 자신....눈물이 나는걸 억지로 참았지요.
"어디가세요?? 할머니".... "응" 채소가게에서 조금싸게 떼어다가... 달동네 노점에서
조금씩 팔아서 당신 용돈하시고..귀여운 손자새끼 용돈주고... 할머니 노릇하는
거라면서...
"자식들은요?
많아.... 근디... 다들 힘들게 살기에"... 자식에겐 신세지고 싶지 않아서란다.
아직은 몸음 움직일 수 있어서 조금씩 소일거리 하면서 살아가신다고 하시는 할머니...
내가 사회복지사로 근무한지도 벌써 10여년이 훌쩍 넘었으면서...
이런 모습들을 참 많이 보아왔지만
오늘따라 눈물이 난다.
옛날 나의 모습이 주화상처럼 나의 뇌리를 지나가기에... 당시 해체 직전의 어려운 우리 가정을
교수님이 아니었더라면 지금의 행복이 가능했겠는가?
울 남편은 지금도 환갑이 다되어가도...
교수님 전화라면 무릎굺고서
받는다. 부처님이 우리에게 좋은 분을 보내주셨다고.......?
배가 고프셔도... 자식을 위해서라면...
부족하셔도 채워야 할 것이 있다고 당신 몸 아끼지 않으신
우리네 부모님!
먼훗날 나의 모습일지도 모르기에....
아직두.. 제 머리속에는 출근길에 전철에서 함께 만난 꽃무뉘의 몸빼바지 할머니의
모습이 희미하게 아른거려요...
오늘따라 따뜻한 어머니 품속처럼요...
첫댓글 ㅋㅋ 오래 전 이야기네요. 부군께서는 잘 계시는지요?
당시에는 누구나 그렇게 서로 어렵다면 돕고 지내던 시절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인스턴트'식 관계보다는 '정과 의리'가 깊었던 시절 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