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벤더 MIT 미디어랩 수석연구원 방한
“한국, 디지털변화 체험할 수 있는 최적환경”
인기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나오는 지난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에는 주인공의 손짓만으로 허공에 영상이 켜지고, 사람 눈 속의 홍채를 인식하는 로봇이 범죄자를 색출하는 50년 후의 세상이 펼쳐진다. 이러한 상상이 과연 현실로 가능할까.
28일 한국정보통신대학교 부설 디지털미디어연구소 개소식에 온 월터 벤더 (Walter Bendor·49) MIT미디어랩 수석책임연구원은 “한국이야말로 바로 영화 같은 변화가 일어나는 현장”이라고 말했다. 벤더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망이 모든 사회 부문을 연결시키고(wired society) 있다”며 “디지털의 변화를 많은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을 갖춘 곳”이라고 덧붙였다.
MIT미디어랩은 85년 설립 이래 멀티미디어의 개념을 정립하는 등 IT(정보기술) 분야의 신개념 창안을 줄곧 리드해온 연구소. ‘디지털 전도사’로 유명한 니컬러스 네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 MIT 교수와 제롬 위즈너(Jerome Wiesner) MIT 총장이 함께 설립했다.
벤더 수석연구원은 85년 MIT미디어랩의 창립 당시 구성원으로 참여한 뒤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MIT미디어랩 이사장과 함께 전자출판 및 멀티미디어 등 직접 인간과 접하는 디지털 기술 개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의 이번 방한은 지난해 미디어랩과의 협약에 따라 정식으로 미디어랩의 파트너 연구소가 된 디지털미디어연구소의 개소를 축하하기 위해 이뤄졌다. 디지털미디어연구소는 지난해부터 22명의 학생·연구인력을 선발, 인간의 음성·동작 등에 반응하는 생활환경을 미디어랩과 함께 개발하고 있다.
MIT미디어랩의 연구 분야는 다양하다 못해 잡다할 정도.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속 미래 광경도 대부분 MIT미디어랩의 ‘작품’이다. 허리에 찬 벨트에 칩을 이식해 고객의 몸 상태와 감정을 가는 곳마다 파악하게 만드는가 하면, 컴퓨터로 유명한 바이올린인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재현하기도 한다.
또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 감정에 반응하는 컴퓨터 등으로 ‘인간과 디지털의 결합’을 연구하기도 한다. 벤더 수석연구원은 이러한 다양한 연구 분야에 대해 “디지털 기술 자체의 발전보다 어떻게 사람이 그 기술을 잘 활용할 수 있느냐를 연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에서도 ‘사람’을 중시하는 디지털 연구가 점차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랩의 이러한 연구 역량은 기업들의 적극적인 지원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지난해 예산 4000만달러 중 90%가 기업의 기부금으로 충당됐다. 벤더 수석연구원은 “7개 분야에 걸친 연구팀이 매일 한 팀원이 아이디어를 내면 팀 전체가 밤을 새며 달라붙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며 “‘열정’이야말로 우리 연구소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다양한 전공 분야의 협력도 미디어랩을 강하게 만드는 특징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건축을 전공한 그는 “여러 컴퓨터 관련 기술을 인간이 쓸 수 있는 구조로 종합한다는 점에서 디지털 연구는 컴퓨터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협동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랩은 자국 내 전공 분야 간의 협력뿐 아니라 최근 다른 나라와의 연구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미디어랩 유럽’을 2000년 아일랜드의 더블린에 열었고, 지난해 3월에는 한국의 디지털미디어연구소와 협정을 맺었다. 두 연구소는 지적재산권을 공유하며 연구에 활용하고, 객원 연구원을 교환해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
또 지난해 인도에는 관련 국제기구 등의 도움으로 미디어랩아시아가 설립되기도 했다. 호주·남미 등에도 미디어랩 분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벤더 수석연구원은 “70년대 처음 내가 멀티미디어 연구를 시작했을 때는 비디오·컴퓨터·TV가 전부였다”며 “눈부시게 발전한 디지털 문화를 아시아를 포함, 인류가 다양하게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IT 경기가 불황을 겪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연구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산출해야 한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연구 성과를 거두는 작업을 꾸준하게 이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白承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