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야 / 신현득
바람이 이렇게 찬데
버드나무야 넌
가지가 많아서 더 춥지?
그래도 견뎌야 해.
이제 봄이 오면
내 가슴에는
나이테가 또 한 금 느는 거야.
그뿐 아니야.
그때 너는 가지마다
피리가 될 수 있지 않니?
삘리리-
삘리릴리리-
흥겨운 피리 소리를 들으며
너는
하늘에 닿도록
키가 크고 싶어질 거야.
-『아기 눈』, 재미마주, 2009(1961년 형설출판사 출간본을 재출간)
감상 – 신현득(1933~) 아동문학가는 경북 의성 출신이다.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20년 했고, <소년한국일보>에 입사해 15년 근무한 이력도 있다. 2025년, 평생 모은 아동문학 자료 8,500점을 자신이 40년 이상 살았던 동네의 도봉문화원에 기증했다. 아끼는 작품으로 윤석중 동시집을 꼽았는데 아동문학가 김성도와 함께 자신의 첫시집 『아기 눈』의 출간을 도와준 인연이 있다. 윤석중은 『아기 눈』의 머리말에서 “신현득 님은 분필이나 작대기만으로 어린이들을 다루려 하지 아니하고, 작품과 작품을 통하여 어린이들과 꿈이 오고가고, 웃음과 눈물을 주고받는 아름다운 동심의 무지개다리를 놓는 데 성공하였다”고 평했다.
마흔 권 이상의 동시집을 출간한 신현득에게 그 출발을 알리는 『아기 눈』은 의미가 남다를 것이다. 상주초등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시집을 묶었다. 상주는 불교에 심취했던 아버지가 머물렀던 절, 남장사가 있는 곳이고 신현득은 그런 아버지가 못마땅했지만 불교를 자기의 종교로 받아들이고, 10권에 이르는 『어린이 팔만대장경』을 완간하기에 이른다.
『아기 눈』의 볼거리 중 하나는 표지와 삽화로 정점식 화가(1917~2009)가 참여했다는 점이다. 정점식은 김춘수, 유치환 등 시인과 교류했으며 박양균 『빙하』(1956), 이응창 『길』(1966), 양치상 『저녁점묘』(1981) 등에서 확인되듯 시집 표지화로 지역의 시인을 도왔다. 신현득과 사전 교감이 있지는 않았지만 출판사의 권유에 따라 『아기 눈』의 표지와 삽화를 맡았다고 한다. 추상화의 대가로 알려진 정점식의 아기자기한 소묘를 확인하는 것도 시집을 읽는 재밋거리다.
시 「버드나무야」는 겨울을 견디고 봄을 준비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키가 부쩍 자랄 것이라는 기대엔 아이들의 성장을 바라는 마음도 엿보인다. 버드나무가 갖고 있는 재주 중에 하나는 저마다 또 줄기마다 피리 소리를 품고 있다는 점이다. 줄기 하나를 꺾어서 심지를 빼고 끝만 가다듬으면 멋진 버들피리가 된다. 시인은 “삘리리-” 소리 나는 것으로 들었지만 실제 소리는 꽤 다르다. 줄기마다 다르고, 잘라낸 길이만큼 다르고 듣는 사람 심리에 따라 다 다르기도 할 것 같다. 아이들 개성과 그걸 지켜보는 시각도 다들 다르겠지만 성장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기를 바라는 바람만큼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시 「버드나무야」에 맞춰 정점식이 그린 삽화는 양버들 모습을 하고 있다. 도토리나무 형제만큼 버드나뭇과 형제도 그 구별이 어지간히 어려워서 공부 삼아 정리해본다. 수양버들이나 왕버들은 주로 물가에 자라고 생김새도 쉽게 구별이 되기에 일단 차지하고서라도 양버들, 미루나무, 포플러, 사시나무가 비슷한 생김새를 갖고 생물학종으로도 겹치고 섞이는 부분이 있어 구별이 결코 간단하지 않다.
미국에서 들어온 미루나무, 유럽에서 들어온 양버들은 비슷한 시기에 들어와서 수피나 이파리마저 비슷해서 대개 미루나무로 불렀고 신작로마다 들어선 미루나무는 달라진 시골 풍경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러다 생물학종 구별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싸리 빗자루 모양새를 갖고 위로 자라는 습성이 있는 것을 양버들, 옆으로 가지를 뻗는 습성을 가진 것을 미루나무로 구별한다. 포플러는 미루나무의 다른 이름으로 받아들여지다가 양버들과 미루나무의 잡종인 이태리포플러가 대세가 되면서 포플러란 이름도 미루나무 못잖게 많이 쓰였다. 포플러는 은백양나무의 다른 이름으로도 쓰이는데 은백양은 백양나무와 구별이 안 되고, 잎 뒷면에 솜털로 인해 흰빛을 띠는 이들과 다르게 앞뒤 초록 이파리를 가진 것을 사시나무로 부르고 토종인 것을 강조할 때는 황철나무로 부르는 경향이 있다. 양버들과 미루나무 쪽 이파리가 삼각형 느낌이 좀 있고 은백양과 사시나무 쪽 이파리가 좀 더 등근 느낌이 있다고 일단 이해해둔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