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씨 때문에 원정팬들의 일반석 출입에 관한 떡밥이 다시 고요한 바다에 뿌려져 난리가 났고, 이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면...
이 문화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우선 빼놓을 수 없는 또다른 한국 대표 프로스포츠 쌍두마차 중 하나인 프로야구와의 관람문화 비교가 안 나올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이러한 논쟁이 계속해서 벌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야구는 되는데 축구는 왜 안 돼? 야구에서는 이렇게 봐도 뭐라 안 했는데 축구는 왜 그래?"라는 타 스포츠에서 겪었던 경험에서 나오는 은연 중의 비교도 한 몫 한다고 봅니다. 근데 이러한 비교를 하기에 앞서 이 두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문화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에 대해 서술해보자면,
1. 유럽에서 탄생, 성장한 프로스포츠 vs 미국에서 탄생, 성장한 프로스포츠
스포츠의 기원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프로"스포츠로서의 기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또한 각 프로스포츠가 발전해온 문화도 다르다는 것입니다. 축구는 유럽의 각 국가, 각 계층에서 각기 다른 배경에서 구단들이 탄생했고 리그를 꾸렸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전세계로 퍼져나가 수십, 수백개의 축구문화를 파생시켜 나아갔죠. 그렇다보니 그 나라, 그 지역마다 선보이는 축구의 패턴, 시스템 등이 다 다르게 발전했습니다. 지금도 알 수 있듯이 각 국가대표팀들, 각 리그들은 저마다 개성있는 축구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죠. 그러다 보니 팬들의 응원문화도 다 다르게 발전했습니다.
야구는 다릅니다. 미국에서 프로스포츠가 발현하였고 지금까지도 미국의 영향을 받은 북중미 국가들과 미국령 국가들, 그리고 일부 아시아 국가 위주로 치뤄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야구는 스포츠적인 문화, 심지어 팬들의 문화까지도 미국의 관람문화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리그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죠. 하지만 그 응원문화의 큰 줄기는 미국의 프로스포츠 관람문화를 이어받았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2. 프로스포츠가 탄생한 목적이 다르다
이 부분을 빠르게 설명하자면 과거 제가 슈퍼리그 관련 떡밥으로 떠들썩할때 절대 유럽축구가 미국 프로스포츠같은 시스템을 가질 수 없고 팬들이 이해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쓰면서 얘기했던 내용인데(위 1과 관련된 내용도 서술했었습니다) 야구는 프로스포츠 탄생의 목적이 애초에 돈입니다. 전미아마추어야구협회 시절 선수들이 야구를 통해 돈을 벌고 싶어하고 아마추어 구단들이 선수들에게 돈을 주고 있다는 우려에 프로화가 진행되었고 그것이 MLB 출범의 시작점이 됐습니다(약간의 생략된 과정이 있지만).
축구는 노동자 계층, 귀족 계층, 또는 각 지역별 라이벌리즘 등에서 축구 구단 창단으로 이어지고 계속해서 겨루기 위한 리그가 창단되고 이것이 프로화가 진행되었습니다. 물론 누군가가 보기에는 결국에 종착지는 돈 아니냐 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의 배경, 원인이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3. 리그의 형식이 다르다
이 부분도 빠르게 서술하자면 축구와 야구는 리그 시스템이 다릅니다. 축구에는 강등과 승격이라는 큰 특징이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단 1년이라도 잘 나가던 팀이 삐끗해서 강등당하면 앞으로의 구단의 방향성이나 목표, 재정상태가 크게 변화할 수 있고 새로운 젊고 재능있는 선수의 수급에도 큰 차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승격한다면 기존의 우리 구단이 꿈꾸지 못했던 선수, 무대를 꿈꿀 수 있는 모습을 볼 수도 있습니다.
야구는 다릅니다. 강등과 승격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또한 새로운 젊은 유망주는 드래프트를 통해 전년도 성정의 역순으로 뽑아가며 리그 내의 팀들 간 밸런스를 맞추려 노력합니다. 그래서 내 팀이 올해 꼴찌하면 X발 X발 너 나가 하면서 욕하더라도 내년엔 잘할 수 있지? 라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는 것이구요.
그렇다보니 이 부분에서 축구팬들이 야구팬들보다 더 성적에 예민하고 더 열정적일 수 밖에 없는 모습이라고 봅니다.
4. 서포터즈 관람 중심 응원문화 vs 가족 관람 중심 응원문화
사실 1,2,3은 4번을 설명하기 위한 배경입니다. 위의 이유들로부터 이어져 내려와 결과적으로 축구는 서포터즈 중심 응원문화, 야구는 가족관람 중심 응원문화로 발전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문화들이 이어져 내려와 우니온 베를린처럼 팬들이 피로 세운 구단들이 존재해올 수 있고, UCL/ACL같은 대륙대회도 생겨날 수 있었으며 두시간 내내 서서 목이 터져라 응원가를 부르며 팬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며 응원하는 축구 응원 문화가 됐고, 가족들과 같이 앉아서 내 부모님은 A팀팬, 나는 B팀팬, 내 친구는 C팀팬이지만 같은 자리에서 치킨뜯고 삼겹살도 구워먹으며 서로 놀리고 응원해주는 야구 문화가 됐다고 봅니다.
저는 저와 같은 분들이 많겠지만 저 역시도 축구와 야구를 모두 좋아하고 사랑하는 팬으로써 이러한 논쟁이 일어날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이 글을 쓴 이유이자 하고 싶은 말은 어떤 응원문화가 옳다/그르다를 얘기하며 비교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이 글에서 축구와 야구만을 이야기했지만 이 두 스포츠 문화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각 프로스포츠에서 보이는 관람문화도 포함해서 포괄적으로 얘기하는 것입니다.
각 스포츠는 각자의 고유의 관람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모두가 다같이 즐길 수 있는 문화면 좋겠죠. 하지만 그게 아니어도 그 문화에 대해 이건 잘못됐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성장해 온 스포츠니까요. 개인적으로 응원문화는 비인도적이고 도덕적으로 문제되거나 폭력적인 문화가 아니라면 팬들이 그 문화에 맞추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근 100~150년을 각자의 방식으로 커왔고 사람이 모두 다르듯 서로 선호하는 문화는 다르니 각자의 성향을 존중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응원문화에 대해 설전을 벌이기보다는 그냥 존중해주고 따르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PS. 추가로 얘기하자면 이 응원문화에 대해 설전하면서 K리그와 K리그 팬들을 욕하는 건 아예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제가 겪어본 경험을 토대로 K리그 팬들만큼 선진 응원문화를 보여주는 타리그 팬들은 거의 없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다들 싸울 시간에 각 스포츠에 맞게 재밌게 즐기자구요~
첫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이런 설전도 리그가 발전하는데에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정성글 잘 읽었어요!!
글 좋네요 잘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