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7. 일요과부 만들기
지난주 이야기는 원철스님의 “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였습니다. 저도 요즈음 떨어져 살고 있으니 나주에서 분당으로 가는 길은 가까운 것 같은데 나주로 내려오는 길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아직 나주의 오피스텔이 포근하지 않은가 봅니다.
나이가 들수록 부부가 같은 취미를 갖는 것이 행복지수를 높여준다 하고 실제로 등산, 골프, 테니스를 같이 다니는 부부의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부부가 낚시를 같이 다니는 모습은 보기 어려운데 아마도 지렁이를 미끼로 해야 하는 것이 가장 커다란 원인이 아닐까 한다. 사실 꿈틀거리고 냄새나는 지렁이를 낚시바늘에 꿰는 것은 나도 꺼리기에 주로 떡밥을 사용한다. 또한 붕어를 낚아 올렸을 때 손아귀 안에서 퍼덕대는 붕어를 통해 살아있다는 생명의 희열을 느낀다면 취미를 붙일 텐데 웬만한 여자들은 가족들을 위해 고등어머리는 잘라도 퍼덕거리는 붕어를 손아귀에 쥐기 힘들어 한다.
선친의 釣友셨던 소설가 서기원 선생님 부부께서는 낚시를 같이 다니셨고 사모님의 낚시실력은 경지에 이르셨다. 제가 모시고 낚시를 가는 날의 점심도시락 준비는 사모님께서 하시지만 낚시터 도착 이후에는 낚시에만 열중하시고 커피심부름, 식사준비 등은 내 몫이었다. 두 분께서 운전을 못하셨기에 그랬는지 몰라도 일산 자택에 연못을 만들어 집에서 낚시를 하실만큼 낚시를 좋아하시는 부부셨는데 서기원 선생님은 하늘나라에 가셔서 이제는 선친과 같이 낚시를 하실 것 같다. 어쨌거나 선생님부부와 같이 낚시를 가면 황혼의 부부가 정겹게 낚시하시는 모습이 정말로 보기에 좋았고 부러웠다.
나주에 내려오니 낚시천국에 온 느낌이다. 10분 이내 거리에 저수지, 수로, 방죽, 둠벙이 지천이다. 낚시를 배운지 50년이 넘었는데 나주에 내려와 평생 처음 월척을 했을 정도로 어자원도 풍부한 지역이다. 본사가 나주로 이전하느라 사내 낚시회 회원이 급감했다하여 회원확보를 위해 사진으로 찍은 조과를 여러 명에게 보여주고 있다. 정작 내 자신은 민물고기를 먹지 않아 잡은 고기를 바로 풀어주지만 사진을 보여주며 “이정도 크기면 붕어찜해서 먹으면 기가 막히겠다.” “요놈들은 작아서 조림으로 하면 맛있겠다.”며 열심히 고객낚시질을 하고 있다. 사실 먹을 것이 풍부해진 요즈음 붕어찜과 조림으로 호객행위를 한다는 것은 전략이 잘못되었는지 모른다. 붕어는 체력을 단련하고 먹거리를 위한 취미활동이 아니라 정신을 단련하는 정신운동이기에 홍보활동도 고차원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드디어 한명이 낚시질에 걸려들었다. 가끔 따라와 내 낚시대를 빌려 사용하던 후배가 낚시대를 장만하겠다고 조언을 구한다. 오랜만에 등장한 고객이 불편을 느끼면 도리가 아니고 손님이 왕이니 한 세트를 세팅해서 인도해 주기로 했다. 낚시는 골프, 사이클등 다른 취미활동과 달리 낚시용품을 구입해서 세팅을 하는 기술에 따라 釣果가 좌우된다. 요즈음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구하지 못하는 물건이 없으니 인터넷주문으로 한 세트를 준비하고 낚싯줄 묶는 방법, 찌맞춤 방법 등 낚시기술에 대한 OJT 해주었다. 진지하게 강의를 듣고 실습까지 마친 후배가 조만간 낚시를 같이 가자며 조를 폼이다.
당구를 처음 배우는 시기에는 잠자기 위해 누워서 천정을 보면 천정이 당구대로 보인다고 한다. 釣歷 50년의 나는 지금도 물을 보면 낚시대를 드리우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데 낚시를 시작하는 후배에게 낚시를 가르쳤으니 일요과부 만들기를 시작한 셈이다. 낚시초보가 흥미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작은 붕어가 바글바글한 낚시터에 데려가 떡밥을 반죽하는 기술과 포인트 선정기술, 챔질 타이밍을 가르쳐 낚시의 묘미를 배우게 하는 것이다. 찌가 스멀거리며 올라오든 말든 달관의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본인의 몫이고 시간이 흘러야 하는 것이니 본인의 마음과 세월이 스승인 셈이다.
서기원선생님 부부의 아름다운 모습을 동경하거나 일요과부가 되기 싫어 후배의 사모님께서 낚시를 배우고자 하신다면 OJT를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2015.05.31 전력사업처 임순형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