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리안치(圍籬安置)-탱자
위리안치는 "울타리로 둘러싸서 편안하게 놓아두다."란 의미지만 큰 죄를 저지른 죄인을 귀양 보내놓고 주거지를 제한하는 형벌을 말합니다. 그 울타리로 사용된 것이 대부분 탱자나무입니다. 주로 중부 이남에 자생하는 탱자는 가시가 엄청나게 크고 튼튼하고 촘촘하여 웬만해서는 개구멍도 낼 수가 없습니다.
귀양 온 사람은 통치자의 기억 속에서 잊히면 수십 년을 울타리 안에서 보내야 했으니 탱자나무가 참으로 원망스러웠을 듯도 합니다. 탱자나무엔 늦봄에 하얀 꽃이 피는데 그 향기가 아카시아보다도 더 향기로워 멀리까지 향을 날립니다. 가을엔 탱자가 노랗게 익는데 눈으로만 맛나게 보일 뿐 시고 쓰고 씨앗이 많아 먹거리로서는 환영받지 못합니다.
싸리나무 울타리만 보고 자란 저에게 탱자나무 울타리는 경악 이상이었습니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 날카로운 가시가 접근을 거부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 탱자도 쓰임새가 있습니다. 꽹과리채의 끝부분에 탱자나무의 옹이만큼 좋은 재료가 없지요.
탱자나무 뽕은 단단하면서도 질겨서 수명도 길고 칠 때의 타격감이 좋아서 쇠잽이들(꽹가리치는 사람)에게는 단연 인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탱자나무는 국토방위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던 나무이지요. 옛날 성(城)을 둘러 해자(연못)를 만들고 연못가에 탱자를 심었습니다. 탱자나무 가시를 뚫고 성벽을 오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의 해미읍성에 가면 지금도 해자와 탱자나무 울타리를 볼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탱자가 아무리 많이 달려도 가시에 찔려 망가지는 탱자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자연의 위대함이지요.
어릴 적 초등학교 때 산에 노간주나무를 캐러 다녔습니다. 노간주나무도 뾰족한 침엽수여서 좋은 울타리로서 기능했으니까요. 학교 울타리의 대부분은 우리가 산에서 캐온 노간주나무로 대치되었습니다. 탱자나무와는 달리 노간주나무는 개구멍을 허용하곤 했지요.
가시가 많은 나무는 대부분 키가 작습니다. 탱자 찔레 장미 아카시 등등의 나무는 한 아름되게 크는 경우가 없습니다. 가시가 없어야 큰 나무로 성장하여 훌륭한 목재로서 기능하는 것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가시 없는 사람이 훌륭한 지도자로서 존경받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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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가깝게 지내던 1년 후배가 내게 별명을 붙여줬습니다. "면돗날"
그 별명을 불식하고자 나름 노력은 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가시가 있는 사람이고 말았습니다. 다섯 개의 이가 시나브로 빠진 것처럼 이젠 조금은 끝이 뭉툭한 가시이긴 하지만....
乙巳年은 그 가시를 좀 더 뭉툭하게 하는데 공을 들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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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ㅎㅎㅎ 선생님 제자는 생도시절 동기생 소대원들이 "김칼"이라 불러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