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성회비'도 못 내던 시절 >
몇 주 전 '북한산 둘레길'에 가기 위해 정릉 근처를 지나던 중, 그곳에서 보냈던 국민학교 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담임 선생님이 한 달 600원이던 육성회비를 못 낸 나를 친구들 앞에 불러세우곤 '망신'을 줬던 기억이 생생하다.
사실 그때 내 자그마한 소원은 맨날 입던 고무줄 있는 바지 대신 혁대가 있는 짧은 반바지를 착용하는 것이었다.
점심 도시락 반찬으로 늘 '계란 프라이'를 싸오던 부잣집 친구가 부럽기도 했다. 나는 한 번도 싸간 적이 없었다.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 좋았던 추억보다는 그 반대가 더 많다. 부정적 기억이 더 강렬할 뿐더러, 오래가는 듯하다.
좋은 추억과 싫은 기억. 둘 다 의미있는 삶, 가치있는 인생의 자양분이다. 그래도 나는 좋은 추억을 더 만들고 싶다.
< 전철 '개찰구' 출입 풍경 >
출근길 전철 '개찰구' 모습을 관찰해 보면, 교통카드가 등록되어 있는 휴대전화를 대고 출입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이는 지갑이나 가방, 옷주머니 등에서 (교통)카드를 찾아 tag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기 때문이다.
한데, 나는 '아직도' 휴대전화를 대는 대신 카드가 들어 있는 지갑을 바지 뒷주머니에서 꺼내 찍고 개찰구를 통과한다.
일종의 '문화(명)지체' 현상일까? 첨단 디지털 기술 문명이 이끄는 사회-문화적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 탓일까?
줄지어 선 승객들을 뒤로 하고, 카드가 안에 있는 지갑을 호주머니에서 꺼내다 땅바닥에 떨어뜨려 난감해한 적도 있다.
그런가 하면, 나는 아직도 '***페이' '**페이' 등을 이용하지 않고, '모바일 뱅킹'을 유일한 결제 수단으로 사용 중이다.
첨단 과학 및 기술 발전을 거부할 생각은 없다. 급격한 변화를 점진적으로 수용하고 싶을 뿐이다. 나이 때문일까?
과학 기술은 관찰과 연구와 실험을 통해 인간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가치중립적'이란 점에서 냉혹한 측면도 있다.
치열한 경쟁이 보편화된 현대 물질문명 사회. '아날로그'식 기술 및 도구와 인간미 넘치는 감성이, 때로는 그립다.
< 지하철 '노약자석' 단상(斷想) >
지난주 한 예식장에서 오랜만에 형, 동생(60대)과 만났다. 식사자리에서 지하철 '노약자석'이 화제에 올랐다.
- 여동생 : '노인'이 노약자석이 비어 있는데도 일반석에 앉는 걸 어떻게 생각해요?
- 나 : 본인이 늙었다는 걸 인정하기 싫은 모양이지, 뭘. 난 별 문제 없을 것 같은데.
- 여동생 : 안 그래요. 노인이 일반석에 앉으면, 그 자리에 앉을 청장년 자리를 빼앗는 셈이잖아요. 노약자석이 비어 있는데도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 나 : 아, 그런 점도 있구나.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논리인데.
- 형 : 상대적으로 젊은(?) 노인이 노약자석에 앉는 걸 민망스럽게 여겨 그럴 수도 있겠지. 나이 더 많은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려는 마음도 있지 않을까?
- 여동생 : 물론 그런 점도 없지 않겠지만, 그래도 일반석 대신 노약자석에 앉는 게 바람직할 듯싶어요. 노인을 위한 '사회적 배려' 차원에서 마련한 자리라는 측면도 있잖아요.
- 나 : 듣고 보니 네 말이 옳은 것 같다. 물론 노약자석이 차 있다면, 일반석에 앉을 수도 있지만.
- 형 : 노인이 일반석 앞에 서 있을 땐 앉아 있는 승객들도 부담을 느끼게 될 거야. 자리가 비어 있다면 노인은 노약자석에 앉는 게 좋을 것 같아.
첫댓글 동감합니다 노인이 되니 이것저것 눈치 볼 것이 너무 많아 불편해요
열심히 배워서 최대한 젊은이들처럼 살아 가야겠지요
감사합니다.
의식이나 사고나 신체 수준이 아직은 50대 같다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남들도 그렇게 판단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지적, 신체적 활동을 활발히 해야겠다고 재삼 다짐해 봅니다.
좋은 주말 보내십시오.~^
70년대 국민학교 시절이 생각 나네요. 그 당시엔 점심 선생님이 도시락 검사도 했었답니다 (한 2달 ? 잠깐).ㅎㅎㅎ 혼식 홍보도 많이 하고.. 쌀밥+보리밥 섞에서 먹는거... 그래서 친구 보리밥 몇숟갈 떠서 내 도시락에 섞고... 그런 기억도 있네요. 그ㅎ당시엔 국가적으로 대대적 홍보 운동이라서... 그리고 도시락에 계란 후라이 싸오면 부자집 이란 거죠.. 보통 김치나 볶은김치, 단무지. 검은콩..ㅎㅎ 도시락 여는게 부끄러운 친구들 느낌도.. 하여간 요즘 단체급식 학교에서 하는건 매우 좋은 제도 랍니다.
육성회비 600원이 많으니 깎아 달라고 하는 친구 어머님과 거부하는 담임 선생님의 신경전도 있었다고 합니다.
참으로 어려웠던 시절입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옛 추억을 떠올려보는 시간이네요 ^^*
동 시대를 살아가는 초로의 공감대가 번져옵니다~~
이제 젊은이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멋진 노인으로 살 일이 남았네요~~
감사합니다.
나이가 들어 가면 포용력과 이해심이 늘어 가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하니 문제입니다.
생을 다할 때까지, 계속 성찰하고 변화해야 될 듯싶습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