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 나는 서해안고속도로 무창포나들목을 빠져나와서 ... 충남 보령시 화망마을 산골에 있었다.
내 윗밭과 아랫밭 사이로 낸 마을안길.
윗밭 어덕 가생이에는 쥐똥나무가 잔뜩 있다.
쥐똥나무 가지에 꽃망울이 맺히는 것을 보고는 서울로 올라왔다.
날씨가 온화하고 따뜻한 요즘, 늦봄에는 쥐똥나무의 흰꽃이 활짝 피었을 게다.
꽃 내음새는 정말로 짙으며 환하며 달콤하다.
산능선을 넘어온 갯바람에 냄새가 실려서 사방으로 마구 번지며 흐트러지리라.
쥐똥나무를 심게 된 이유가 엉뚱했다.
오래 전, 나, 아내, 누나와 함께 충남 부여군 외산면 만수리에 있는 무량사에 들렀다.
절 인근에 있는 폐가(농가) 빈 터에서 커다란 뜰보리수 나무를 보았고, 그 곁에서 마구잡이로 잔뜩 난 어린 묘목을 보았다.
욕심이 나기에 손으로 쥐고는 조심스럽게 위로 쳐들어서 뿌리를 뽑아내서 차에 실었고, 집으로 돌아와 윗밭 뚝 가생이에 심었다.
묘목이 점점 자랐다. 그런데 이게 뜰보리수가 아니다?!
그게 쥐똥나무 묘목이었다니...
지금은 내 집 주변에는 온통 쥐똥나무 묘목이 번진다.
아마도 날짐승들이 쥐똥열매를 물고 가다가는 떨어뜨렸고, 이게 흙속에 묻혔다가 저절로 싹이 터서 뿌리를 내렸을 터.
쥐똥나무의 어린 순은 뜯어서 봄나물로 무쳐서 먹는다. 꽃잎은 따서 차로 우려서 마시면 달콤하다.
쥐똥나무로 울타리를 치기도 하고.
나는 지금 서울 잠실 아파트 안에 있어도 마음은 산골마을에 내려가 있다.
쥐똥나무꽃 냄새를 맡고 싶기에.
텃밭에서 삽으로 땅을 파서 고랑을 만들고, 호미로 흙을 긁적거리며 풀을 뽑아내면서 일하고 싶다.
일하다가는 힘이 들면 허리를 펴고는 마을안길을 어슬렁거리고 싶다.
꽃내음새가 산녘과 들녘에 은근히 퍼지고, 꿀벌이 붕붕거리는 그런 산골로 내려가고 싶다.
2021. 5. 19.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