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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여성시대 박당근
https://zul.im/0NGfJu
판 가끔 들어오긴 했는데, 다른 친구가 여기 올려보라 해서 옴. 판 분위기 따라 음슴체로 씀.
대학 때 친하게 지내다가 연락 꽤 안됐고 3~4년 전에 다시 연락된 친구가 있음. 이 친구는 엄청 알뜰하고 절대로 돈 함부로 안 쓰는 애고 어딜 가도 10원 한 장까지 칼같이 반반 나눠서 결제하는 애임.
나랑 놀 때도 항상 나한테서 이 친구한테로 흘러들어가면 흘러들어갔지 얘가 나 만나서 손해보는 일은 없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음.
예로 들 사건이 많은데 이 친구 결혼 전엔 어떤 일이 있었냐면 하루는 나한테 퍼스널컬러 진단을 받으러 가자함. 3명이서 가면 대충 10만원으로 더 싸다길래 인당 3만원 정도겠거니 하고 알겠다 함.
약속 며칠 전에 자기한테 돈을 보내라고 톡이 왔는데알고보니 3명을 모아가야 인당 10만원 꼴이었던 거임. 난 사실 퍼스널컬러 굳이 할 필요도 이유도 관심도 없었는데 이미 가기로 한 거 파토내기도 그렇고 그냥 애들 만나서 논다셈 치고 돈을 보냄.
그리고 진단 받는 당일날, 그 친구 포함 셋이 모였는데 개인 화장품 가져가면 진단해주는 걸 나만 몰라서 난 화장품 체크 못받고 나머지 둘은 화장품 싹 챙겨와서 일일이 진단도 받고 또 거기에 구비된 화장품 중에 자기 퍼스널컬러에 맞게 화장 열심히 하고 각각 남친 만나러들 감.
난 도저히.. 거기 널부러진.. 화장품들을 만질 수 없겠어서 애들 화장 끝날 때까지 그냥 앉아서 기다림. 둘이 직후에 남친이랑 데이트 일정이 있다는 사실을 나는 퍼스널컬러 끝나고 건물 나올때까지도 몰랐음.
'퍼스널컬러 진단 받으러가자'는 말만 했지만 상식적으로는 만난 김에 밥을 먹거나 더 놀고 얘기하고 그러지 않음? 내 상식이 비상식적인 거임? *예약 1시간 전에 만나서 카페를 갔음. 잊고 있다가 생각나서 추가했어요*
그날 나 혼자 길바닥에 버려진 그 기분은 아직도 잊을 수 없지만 둘 다 너무 당당해서 내가 기분 나쁜 게 이상한가? 하고 그냥 돌아옴. (지금 생각해보면 여기서 애초에 손절했어야 했는데 내가 ㅄ이었지 뭐)
이런 식으로? 돈 아끼는 거에 목숨 거는 아이임. 항상 나로 인해서 이득을 많이 얻었고 고맙다는 말 외엔 입 싹 닫는 친구였는데 걔가 그런 애인 걸 내가 뭐 어쩌겠음. 그런 친구 모습에 딱히 불만 있진 않았고 그냥 받아들였음. 나도 뭔가를 바라고 해주는 건 아니고 내가 도움이 됐다는 것 자체로 기뻤기에 그걸로 됐었음.
이 친구가 이번에 결혼하는데 나보고 야외 스냅촬영을 부탁했음. 사진전문은 아니지만 웨딩스튜디오 알바도 해봤고 풀프레임 DSLR도 있고 사진기도 다룰 줄 알아서 흔쾌이 OK함. 잘 찍어주려고 사비 털어서 학원까지 다님. (그 참에 사진 촬영으로 소소한 알바도 해볼까 싶어 겸사겸사) 심지어 웨딩촬영 전에 연습삼아 친구 개인 프로필사진도 찍어줌.
여기저기 얘기 들어보면 결혼 준비가 그렇게 고되다는데 내가 조금이라도 보탤 수 있어서 기뻤음. 얘가 보답하고 사례하는 거 모르는 애라는 걸 너무 잘 알았고 원래 사례비 당연히 받을 일인 거 알았지만 안받고 해줄 마음이었고 '나 이걸로 축의 하는거야'라고 말함.
그리고 그냥 하루 촬영 뿐이 아니라 그 전부터 수차례 만나서 사전기획을 하고 의상부터 컨셉, 소품까지 하나하나 짜주고 스팟도 같이 고려하고 정말 공 많이 들여서, 세상에 하나 뿐인 야외스냅 찍어줌.
촬영날도 진짜 기분 묘하다는 생각을 했던 게 아침 9시인가? 일찍부터 만나서 밤 8시 넘게 촬영강행함. 난 너무 힘들고 그랬는데 이 친구 머릿속엔 오로지 메이크업, 드레스 대여비 뽕 뽑겠다는 마음 뿐이었다고 느꼈음. 심지어 나랑 헤어지고 나서 인생4컷까지 찍음.. (고민 끝에 촬영날 일은 친구한테 솔직하게 말함. 친구가 아니라 재능기부하는 기분이었다고. 이 친구도 이해하고 나한테 사과했음)
점심은 라면에 김밥 괜찮아? 묻는데 아니? 할 수가 없어서 사주는대로 먹었고, 저녁엔 돼지고기 먹음. 라면은 내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지만 놀랍지도 않았음. 놀라웠던 건 그 후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한 번 더 식사를 했다는 건데 남자친구가 밥 사야한다고 주장했을 것이라는 예감 10000000%임.
사진 결과물은 정말 잘 나왔음. 본인도 너무 마음에 들어했고 나도 뿌듯했음. 진짜 난다긴다하는 전문가들이 보면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지만 내 지인들 포함해서 일반인 눈에는 프로가 찍은 사진처럼 잘 나옴. 야외웨딩스냅 2~3시간 촬영하고 50~100 정도 한다고들 하는데 기획한 거 하며, 공장에서 찍어낸 사진이 아니라 세상에 하나뿐인 사진을 10시간 넘게 촬영해줬는데 난 못해도 300 이상 축의를 했다고 생각함.
이 친구는 그저 돈 아꼈다고 좋아하는데 ㅎㅎㅎㅎㅎㅎㅎㅎ 그거 니 돈 아낀 게 아니라 내가 축의한 거였어 친구야^^ (판에 글 올려보라던 친구가 이 얘기 듣고 '너 그냥 축의 안 한 애 될 걸?' 하는데 이 말 듣고 진짜 아차싶었음)
어쨌든 사진 원본은 전부 보내줬고, 10장 고르면 보정해주겠다고 했음. 그랬더니 은근슬쩍 한 장 더 끼워서 11장 고른 것도 이해하고 다 해줌.
이 시기부터, 용건 있어야만 전화하던 아이가 아무 이유 없이 전화하기 시작함. 난 그냥 좋았음. 그런데 하루는 전화해서 하는 소리가 '너가 사진까지 찍어줘서 차마 결혼식 당일 촬영까진 부탁 못하겠어..'
????????????????????
저 말 만으로 이미 부탁 한 거 아님???????? 차라리 본식 촬영까지 부탁해도 될까? 하고 물어보던갘ㅋㅋㅋㅋㅋ 지 체면은 다 차리고 싶고, 내가 알아서 두 발 벗고 나서주길 바라는 저 발언에 정말 기가 막혔는데, 당황스러움 반/싸울 것 같다는 걱정 반에 어물쩡 다른 주제로 넘겨버림.
시간이 좀 지난 다음에, 장당 얼마씩 쳐주겠다며 사진 추가 보정을 요청함. 촬영 사례비도 안 주는 애가 왜 갑자기 장당 얼마를 쳐주겠다는건지 이해가 안 갔고 어차피 나도 돈 받을 생각이 아니었기 때문에 축의하는 거니까 그냥 해준다고, 몇 장 정도냐고 물어보니 10장 정도? 라고 함. 그러고선 15장을 보냄. 진짜 이렇게까지 하고 싶나 싶었지만 해주겠다고 함.
근데 얼마 후에 이 친구랑 내 차로 근거리 여행을 감. 원래부터 서로 가자 가자 했었는데 이 친구가 근래 너무 우울해해서 내 딴엔 기분도 풀어주고 싶고 그랬음.
우리집에서 얘네집까지 편도 1시간 30분 정도 거리임. 왕복 3시간 거리. 를 내가 직접 데리러 갔고 하루종일 드라이브하고 관광지 구경다님.
뽑은지 1년도 안된 내 차로, 내가 100% 운전해서 다녔고 예전에는 10원 한 장 안 쓰던 애가 남친한테 배우는지? 거의 처음으로 점심을 삼. 친구 웨딩사진 전에 프로필사진 찍어줬다고 했잖음? 그 때만 해도 식사부터 커피까지 완벽한 더치였기에 밥을 산다는 친구 모습에 조금 많이 당황스러웠음.
카페, 저녁식사는 더치페이였고 여행지에서 주유하고 돌아왔음 난 이날 여행 직전에 기름을 가득 채운 상태였고. 여행지에서 주유비 가득 47,000원 결제하고 다시 친구 집으로 향했음. 그러고 나서 나도 내집으로 돌아옴. 정확히 말하면 이때까지도 손해본다는 생각 없었음.
다음날 친구가 주유비 알려주면 절반 보내겠다고 했는데 주유 후 돌아온 기름값에 톨비며 주차비 이것저것 계산하면 5만원이 100% 넘을 거였고 넘는 건 내가 내겠다는 나름의 배려로 친구한테 5만원으로 계산하면 되겠다고 함.
그랬더니 니 주유비 전부를 반으로 나누느냐. 톨비는 없었지 않았느냐. 라는 카톡이 옴. (오해할 수 있는데 따지듯이가 아니고 좋게 말했음. 톨비 없지 않았어~? 이런 식으로)
여기서 내가 버티고 있던 빈정이 상할대로 상해버림. 내가 빡친 포인트가 여러가지인데
1. 나를 몇천원 떼어먹는 좀도둑 취급했다는 것.
2. 내 차로 운전하고 하루종일 돌아다녔는데 주유비, 수고비는 못내줄망정(은 내가 다른 친구 차 얻어탈 때 그렇게 함. 그리고 이 친구한테는 일절 바라지도 않았지만) 이런 추궁을 한다는 것. 그 몇천 원이 그렇게 아깝구나..^^
참고로 자차 이동은 사고, 차 고장, 과태료 등의 위험을 전부 차주 본인이 감수하는 것임. 나도 이렇게까지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빈정 상하고서 생각해보니까 이 친구가 차에 몸만 쏙 올라탄 것에 비해 내가 감수한 건 정말 많았음.
3. 나를 의심하니 내가 이동거리 일일이 계산해서, 내 차 연비 계산해서, 그 날 주유한 주유소 리터당 금액 계산해서 이 친구한테 인증을 해줬는데 내가 정말 이 짓거리까지 해야하나? 하는 회의감까지
친구는 25,000원을 보냈고 나는 이러고만 있으면 안되겠다 싶어서 다음날 이 친구한테 보정 못해준다 톡했고 친구 알겠다 함.
그 뒤로 한 달 가까이 아무런 연락이 없었는데 며칠 전에 톡으로 '바쁘지..?' 하고 연락이 옴. 얘 또 뭐 필요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음. 역시나 자기 결혼식 때 축사를 부탁한다는 거임. 10시간 넘는 야외스냅 해줬더니 본식 촬영 요구에 이젠 축사까지...
진짜 병신이 되는 듯한 기분을 최대한 누르고 토씨 하나 안 바꾸고 메시지 옮기면 '축사?' '난 너네 웨딩사진 찍어줬잖아' 라고 보냄.
그랬더니 나한테 ㅋㅋㅋㅋㅋㅋ '너 말투가 좀 기분 나쁘다' '축사?' '사진 찍어줬잖아?' 하는데 여기서, 이제서야 느낀 감정이 '아, 난 얘한테 친구가 아니구나' 였음.
진짜 친구라고 생각했다면 지 기분 따지기 전에 '무슨 일 있어?' 내지는 '내가 뭐 잘못했어?' 가 나왔을 거라고 봄. 근데...ㅋㅋㅋㅋㅋ 무슨 중학생 일진도 아니고 너 말투 좀 기분 나쁘다? =감히 내 말에 리액션을 그따위로 해?
그럼 내가 뭐라고 했어야 했는지 모르겠고 저 카톡 정도면 나름 기분 안나쁘게 나이스하게 보냈다고 봄. 본인도 켕기는 게 있고 찔리는 게 있으니 스스로 발 저린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음.
내가 지금 손절해도 이 친구는 저 호구한테 뜯을 거 다 뜯었으니 아쉬울 거 없다고 생각할 것 같음. 이번 기회로 얻은 건 친구 결혼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다짐. 더 나아가서 앞으로 부탁같은 거 칼같이 거절하겠다는 다짐임. (거절을 못해서 다 받아준 건 아니었음. 그냥 내가 해주고 싶었던 마음이었음)
나처럼 주변에 결혼하는 친구가 뭐 부탁하면 그냥 좋게 거절하시고 내가 할 정도의 축의만 하시라고 말하고 싶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함.
/+추가글
댓글로 보내주신 다양한 의견 꼼꼼히 잘 읽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위로와 응원의 댓글 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제 편 되어주시고 친구 잘잘못 따져주셔서 여러분들께 고구마 대접하고 저 혼자 사이다 마셨어요. 주작 같다는 댓글도 있었는데, 주작으로 느껴질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구나 싶었고 그냥 호구같았던 제 자신을 다시 한 번 반성했습니다.
이중약속이라는 단어를 오늘 처음 알았는데, 저랑 점심약속 있으면 저녁약속 잡아놓고 헤어지기 직전에 말하던 아이에요. 한 번은 금요일 퇴근하고 저희 집에 놀러와서 자기로 한 달 전부터 약속을 했었어요. 금요일 퇴근하고 짐 챙겨서 오면 밤 9시에 도착할 예정이었고 그래서 전 당연히 토요일까지 놀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이틀 전쯤? '우리 집에서 자고 다음날 뭐 할까?' 했더니 자기 토요일 점심에 약속이 있어서 아침에 떠나야 한다더라고요? 당연히 제가 선약이었고 토요일 점심 약속은 그 이후에 잡은 거였고요. 우리 집이 무슨 호텔도 아니고.. 결국 우리집에서 자기로 한 약속은 제가 취소했어요.
솔직히 그런 상황이 유쾌하진 않아서 처음 몇 번은 말을 해봤어요 그럼 '그렇게 하자는 말 없었잖아' 라는 식으로 받아쳐요. 퍼스널컬러도 '끝나고 저녁 먹자고 안했잖아'라고 할 게 눈에 훤히 보이니까 넘어갔던 것도 있구요. 내가 왜 기분 나쁜지 명확하게 설명이 안되니 '내가 예민한가?' 하는 마음에 그냥 얼레벌레 넘겼던 것 같아요.
간혹 저에 대해서 억측하거나 욕하시는 분들도 각자의 생각이니 존중합니다만, 친구를 저주하는 댓글만큼은 자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고민 끝에 친구한테 링크를 보냈습니다. 근데 이 친구가 저를 지레 차단했더라고요. 무슨 이유로 차단했는지 모르겠고 차단을 제가 해도 모자랄 판이라 당황스럽네요..
링크 보내기 직전까지도 친구가 댓글 보고 상처받을까 걱정했는데 차단당한 걸 보니 '내가 아직도 병신노릇 못고치고 있었구나' 싶습니다.
이어지는 글 (후기)
https://m.cafe.daum.net/subdued20club/ReHf/3824371?svc=cafeapp
첫댓글 존나 싹바가지
아 보다가 혈압올라서 못보겠음..
와... 대단하네 정말
글쓴이가 존나 보살이네 .... 그리고 이중약속 존나 싫어 진짜 ㅠ 씨발... 진짜 나는 돈갖고 친구 삔또 상하고 기분나쁘게 하는 애들 존나 이해안감 ...
와...
진짜 참다참다 터졌구나... 돈 아끼는 성격 수준에서 끝났으면 오래오래 배려받으며 친구 관계 유지됐을텐데 선을 넘었네
야진짜ㅋㅋ야외촬영시켜놓고 라면에 김밥??ㅋㅋㅋㅋㅋㅋ 제정신인가?
야외촬영 아침부터 저녁8시까지 시켰우면...나같으면 소고기사주고 선물도 따로 했겠다..친구의 좋은 마음 존나 이용해쳐먹는거 개싫다 진심
와 ㅆㅂ;; 반정도밖에 안읽었는데도 가슴이 턱 막히는데??
글쓴분이...친구를 많이 좋아했나 ㅜㅜ 아무리 친구라도 저렇게 해주기 쉽지않은데 ㅜㅜ 진짜 나쁘다..
미친.........
저런사람은 호구가아니라 걍 저런 나쁜사람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몰랐던거야..당하면 이제 안그러지 ㅜ 착한사람이구만..
ㅜ아진짜 저런 거지가 아오빡쳐
착한 사람 이용하지마 으이구..
아 인생 망했으면 ㅋㅋ 이미 추잡하게 사는거 같긴한데....
빡쳐
저러고..연락오면 다시받아주는거아니냐고...
추가글있네
@드름아 눈치챙겨
@드름아 눈치챙겨
@드름아 눈치챙겨
와 미쳤다... 진짜 친구 제정신 아니네 저 댓글 본인인거아냐? 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