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배우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주님께서 나의 인생을 붙들고 계신다.
나와 당신이 스케치북
손이 빌 때였다.
평소에 알고 지내던 분이 건물 지하에 자리가 났다며 그 곳을 사용해 보라고 제안했다.
나는 그 공간을 꿈을 이루어 주는 장소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스케치북’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카페 겸 레스토랑처럼 운영하기 시작했다.
누구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공간이 없을 때 특별히 꿈을 펼치고 싶을 때 그 장소를 빌려 주고 그 꿈을 격려했다.
그러자 하얀 도화지 위에 주님께서 그림을 그리시듯 각양각색의 꿈들이 현실로 이어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뜻밖의 은혜와 자비
어느 날 빌 대표로부터 한국에도 G&M재단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단순히 재단 만드는 것을 도우려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재단으로서 승인을 받기 위해 서류를 내고 기다렸다.
그러나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몇 번이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하나님 뜻이면 꼭 될 거야’ 라는 마음으로 한 번 더 지원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았다.
재단 승인에 대한 기대는 더욱 불투명해진 상태였다.
며칠 지나지 않아 뜻밖의 새해 선물이 도착했다.
재단으로 승인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깜짝 소식에 무척 기뻤다.
그러나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라는 물음표에 맞서 쉽게 걸음을 뗄 수 없었다.
하나님께서 이걸 왜 하게 하셨는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처음부터 내게 꿈이 있어서 시작한 게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미국의 자금으로 운영되는 재단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고 두려웠다.
돈도 사역도 온전히 흘려보내는 통로가 되어야 했다.
물 주는 곳
G&M재단은 물을 주는 곳이다.
재단에 속한 자원을 통해 소외된 사람들,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그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책과 성경 커뮤니티 등을 통해 사람들이 성장하고 변화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간접적으로 문화, 교육, 체육, 장애인, 새터민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뜻은 좋지만 돈이 부족한 곳에는 자금을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은 곳에는 시스템을 사람이 부족한 곳에는 인력을 지원해 준다.
사람들 또한 사람들을 위해 설립된 단체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숨어서 돕는 역할을 한다.
평일엔 직장인 주일만 그리스도인
“한국에는 기독교 인구도 많고 하나님을 뜨겁게 사랑하는 사람도 많은데 왜 회사에서는 부조리가 가득한 걸까요?
왜 그리스도인들이 직장에 가면 주일과는 다른 삶을 사는 걸까요?“
재단을 꾸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빌 대표가 나에게 던졌던 질문이다.
마치 나를 겨냥하는 것처럼 그 질문이 아팠다.
지난 시간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곧이어 자신이 찾은 답을 덧붙였다.
답은 우리가 너무나 성경과 책을 안 읽는다는 것
그리스도인이라면 꼭 알아야 할 성경책 원리에 무관심한 것 기본적인 기독교 서적을 전혀 읽지 않는 것, 성경공부 교제나 목사님 설교에는 귀 기울이지만 정작 성경 자체는 읽지 않는 것 이 모든 것이 그가 찾은 문제의 원인이었고 그것이 G&M이 사역해야 할 지점이었다.
왜 그리스도인들이 직장에 가면 주일과는 다른 삶을 사는 걸까?
은혜의 가랑비
성경의 경우 책보다 앞서 오디오 성경 듣기 모임을 하고 있었다.
성경을 들으며 인생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는 빌 대표가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오디오 드리마 성경을 내게 건넸다.
빌 대표는 자신의 회사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이 성경으로 함께 듣는 모임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때부터 나 역시 일주일에 한 번씩 스케치북에서 지인들과 함께 성경 듣기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그 모임은 시편으로 기도하고 구약과 신약을 짝으로 듣고 나면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사람의 말이 끼어들 틈 없이 성경만 듣는데 그렇게 반복해서 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말씀이 온몸에 스며들어 순간순간 나 자신이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책과 성경을 읽으면 읽을수록 제대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음을 깨닫는다.
녹음을 하고 독서 모임을 이끌어 가면서 꽤 많은 책들을 가까이 하게 되자 나도 모르게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몰랐던 것을 하나씩 알게 되었다.
열 명이 모여 책을 읽고 나누니까 열 번씩 책을 읽는 것과 똑 같았다.
십자가, 부활, 예배 공동체, 기도 등 모두 아주 기본적인 것인데 막상 한 번도 제대로 배워 본 적은 없었다.
기도해야 하니까 열심히 기도했지만 기도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제대로 기도하는 것인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그저 수용하고 따라 할 뿐이었다.
예를 들어 부흥은 막연히 사람이 좀 많이 모이고 성령이 임재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마틴 로이드존스의 「부흥」이라는 책을 읽어보기 전까지는 그 이상의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재단이 생긴 지 이제 4년이 지나가고 있다.
그사이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묻는다면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바로 나
하나님 일을 하면서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하나님을 잘 믿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직장 생활은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성경과 여러 기독교 서적을 읽다 보니 이제야 그 원인이 조금 뚜렷하게 보인다,
나는 지금까지 하나님을 뼛속 깊이 몰랐다.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과녁을 빗나간 잘못된 기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성장하지 않은 채 머물러 있었다.
“때가 오래 되었으므로 너희가 마땅히 선생이 되었을 터인데 너희가 다시 하나님의 말씀의 초보에 대하여 누구에게서 가르침을 받아야 할 처지이니 단단한 음식은 못 먹고 젖이나 먹어야 할 자가 되었도다.”(히브리서 5:12) 라는 말씀처럼 나 역시 오랜 시간 젖먹이일 뿐이었다.
성경과 책을 통해서 조금씩 조금씩 하나님을 알아 갈수록 스스로가 그만큼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오랜 동안 성경을 묵상하고 있는데 그래도 부족함을 날마다 느낍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을 알지 못하고 내 지식과 경험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비록 그럴지라도 나의 부족함을 알기에 주님께 지혜를 구하면서 오늘도 열심히 성경을 묵상하며 하나님을 배워서 삶에 실천하며 살아 갈 작정입니다.)
나는 지금까지 하나님을 뼛속 깊이 몰랐다.
성장하지 않은 채 머물러 있었다.
배우고 행하고 사랑하고 나누다.
나보다 열 살 아래지만 빌 대표에게 삶에 관해 많이 배운다.
그는 하루의 시간을 3분의 1씩 나눠서 쓴다.
하나는 경영하고 있는 투자회사를 위해 다른 하나는 G&M을 비롯한 하나님과 관련된 일을 위해 나머지 하나는 가족을 위해 쓴다.
그는 투자회사를 경영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자료를 조사하고 그것에 시간을 쓴다.
그런 그가 특별히 주의하는 부분이 있다.
하나님을 배우는 데 쏟는 시간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면 실수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는 하나님을 배우는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다.
이를 위해 책을 읽고 성경을 읽는다.
그렇게 하지 않아서 몇 년 전 힘든 시기를 겪었다는 그는 아주 철저하게 이것을 지킨다.
첫째 모든 과정 속에서 일보다 사람을 먼저 많이 생각해야 한다.
순간순간 일이 잘 되는 걸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 그러면 실수하게 된다,
일은 어차피 하나님께서 아고 계시니까 우리는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
물론 끊임없이 기도하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둘째 파트너쉽이 참 중요하다.
G&M의 경우 의사결정을 할 때 리더들이 함께 모여 의견을 모은다.
의견이 잘 모아지지 않거나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책이나 성경을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 과정에서 어떻게 사람을 존중해야 하는지 배운다.
혼자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독단적 혹은 감정적이 되기 쉬운데 함께하는 사람들을 통해 사안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하나님의 관점에서 이를 어떻게 끌어가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셋째 즐거움을 누리며 일하는 법도 배웠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기쁨을 주셨다.
기진맥진하여 힘들게 일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글서 한국 G&M에서는 한 달에 하루를 “스위트 데이”로 정해서 직원들이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
지금도 사무실 벽에 “달란드 시장이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아이디어를 내서 재미있는 시간을 공유하고 어떤 때는 영화도 보고 달콤한 음식을 먹기도 한다,
그런 시간을 통해 직원들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돕는다.
G&M재단의 비전은 “배움”, “행동함”, “보살핌”, “나눔”이다.
우리 안에서부터 항상 배우고 행하고 사랑하고 나누는 삶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꿈꾼다.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뀔 때
10대 때는 서른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그러나 언제 올까 했던 나이가 바로 내 나이가 되고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고 나면 마음속이 조금 복잡해진다.
어릴 때는 마흔 살이 되면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내 경우에는 30대에서 40대가 될 때 참 힘들었다.
웰콤에서 일할 때였는데 일을 그만둬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우울함은 등 뒤에서 계속 나를 따라 다녔다.
늦었다고 생각될 뿐이지 정말 늦은 때는 없다.
나이를 비롯한 모든 것들에 대해 앞서서 선을 그을 필요는 없다.
늦었다고 단정 짖기 전에 내가 진짜 누구인지를 알고 하나님께서 나를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내가 어떻게 살기 원하시는지 자유롭게 찾기 시작하면 확신이 생기고 그러면 용기가 생긴다.
누구든 주님께서 각자에게 주신 선물이 무엇인지 제대로 발견하고 또 그것이 충분히 발휘될 때 가장 행복할 수 있다.
주님께서 나의 인생을 붙들고 계신다.
그러므로 용기를 내야 한다.
늦은 나이란 없다.
내가 증인이다.
60대가 되어서 이렇게 책을 읽게 될 줄 G&M이라는 재단을 대표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나도 내 곁의 당신도
이곳이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마지막 일터일지 또 다른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참 큰 복을 받았다,
주님께서는 나처럼 무지한 사람에게 어떻게 이런 일을 시키셨을까?
어떻게 이런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하셨을까?
지옥의 끝에서 예수님을 선택했던 순간을 지나 주님께서는 모난 나를 끊임없이 담금질하셨다.
내 삶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가 나타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내 곁의 당신도 그리스도를 더욱 닮아 가길 바랄 뿐이다,
그것 말고는 지금 내게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 무지의미로 속에서 헤매고 있는 출근하는 그리스도인에게 길을 알려 주고 싶었다.
나 역시 여전히 알아 가고 있는 중이지만 그래도 내게 있는 것을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하다.
나는 오늘 아주 감사한 시간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