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새를 들여다보다 (외 2편)
문인수
이곳 패션센터 건물 앞에, 붉은 대리석 조각 매끈한 상단에 이 무엇이,
웬 조그만 새 한 마리가, 입가가 노란 참새새끼 한 마리가 반듯하게 죽어있다.
돌에 싹터 파닥거린 새의 날개가 허공에 눌려, 그리하여 끊임없이
돌에 스미는 중인지,
가슴의 보드라운 깃털 아래 늑골 여러 가닥이 희미하게 세세히 도드라지기 시작해,
현(絃)인가 싶다.
그 전후 사정이, 말라가는 새의 모양이
?
아무 것도 풀 수 없는 무슨 열쇠 같은데, 아무튼 어찌
죽음의 자리는 그 어디든 몸치수에 이리 꼭 맞는 건지.
아하, 작품의 부분인가 싶어 다시 가 들여다봤는데, 분명 새의 주검이다. 오히려
한 점 생생한 의문이 커다란 돌덩이가 말하는 무거운 내용을 다 입은 채… 새는 이윽고
목관의 석물을 열고, 햇볕이며 구름이며 그 바람 다 열고 저를 잊었다.
모량역
모량역은 종일 네모반듯하다.
면소재지 변두리 들녘 낯선 풍경을
가을볕 아래 만판 부어놓는다.
저 어슬렁거리며 나타난 개 때문에
저기서부터 시작되는 너른 논들을, 논들에 출렁대는 누런 벼농사를
더 널리 부어놓는다. 개는
비명도 없이 사라지고,
논둑길을 천천히 걸어나오는 저 노인네는 또 누구신가.
누구든 상관없이
시꺼먼 기차 소리가 무지막지 한참 걸려 지나간다. 요란한 기차 소리보다
아가리가 훨씬 더 큰 적막을
다시 또 적막하게 부어놓는다. 전부,
똑같다. 하루에 한두 사람,
누가 떠나거나 돌아오거나 말거나
모량역은 단단하다.
더도 덜도 말고 딱, 한 되다.
만금의 낭자한 발자국들
개펄을 걸어나오는 여자들의 동작이 몹시 지쳐 있다.
한 짐씩 조개를 캔 대신 아예 입을 모두 묻어버린 것일까,
말이 없다. 소형 트럭 두 대가 여자들과 여자들의 등짐을,
개펄의 가장 무거운 부위를 싣고 사라졌다.
트럭 두 대가 꽉꽉 채워 싣고 갔지만 뻘에 바닥을 삐댄 발자국들,
그 穴들 그대로 남아
낭자하다. 생활에 대해 앞앞이 키조개처럼 달라붙은 험구,
함구다. 깜깜하게 오므린 저 여자들의 깊은 하복부다.
—시집 『적막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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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수 / 1945년 경북 성주 출생. 1985년 《심상》신인상으로 등단. 시집『뿔』『홰치는 산』『동강의 높은 새』『쉬!』『배꼽』『적막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