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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경제 원문보기 글쓴이: Soon-J
ㅣ3월 2일, 국정원장 등 추가 발표, 마냥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지만..
3월 2일, 국정원장 등에 대한 추가 발표가 있었다. 이번 발표가 주말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일부 언론에서는 국민의 눈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식의 글을 써내고 있지만, 그것에 동조하기는 힘들다. 박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자리들이 공석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밉든 좋든 간에 정상적인 정부 운영을 위해서는 하루라도 더 빨리 공석으로 남아있는 자리를 메꿔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발표는 박근혜 정부가 하루 빨리 정상적인 정부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너무 비난만을 할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인선된 인사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검증은 필요하다. 특히나 사정기관 빅4 중 하나인 국정원장에에 내정된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에 대한 검증은 매우 중요하다. 과거에 국정원, 혹은 안기부가 했던 일들을 생각해보면 말이다.
국정원장이 대통령의 측근일 때 국정원은 본디 그들이 가져야 할 사명을 잊고 정치사찰 혹은 정치공작을 하고는 했다. 박정희 정부 시절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의 '김대중 납치 사건'과 전두환 정부 시절 장세동 안기부장의 '용팔이 사건'이 대표적인 그 예시이다. 가까이는 지난 대선 기간 중 일어난 '국정원 직원의 댓글 조작 의혹' 사건을 들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 내정된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은 어떠할까?
ㅣ첫 국정원장 후보자 남재준, 그는 누구인가?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 지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캠프의 국방안보 특보를 역임했다. 일각에서는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을 박 대통령과 연결한 인물이 그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남 내정자가 박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사실은 그다지 달갑지 않다. 과거 정보기관의 수장을 맡았던 대통령의 측근들이 행했던 일들을 생각해보면 말이다.
하지만, 그의 인성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고 측근들은 말한다. 그는 군 내부에서도 알아주는 '원칙주의자' 이며, 청렴하기로도 소문이 자자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시절 노 전 대통령은 군 장성들과 골프를 자주 치고는 했는데, 당시 육군참모총장이던 남 내정자는 골프를 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늘 대타를 그 자리에 보내고는 했다.] 또한 주위의 평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직책과 임무에 늘 적극적이다. 그래서인지 군 내부에서도 그에 대한 존망의 시선이 많다.
반면, 남 내정자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비난도 있다. 참여정부 시절 군 사법개혁과 문민화에 반대했고, DMZ 내의 선전물 제거 등에 유난히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또한, 퇴임 후 2006년에는 군 복무기간 단축과 전시작전권 환수에 반대하며 노 전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ㅣ 제 2의 하나회라 불리는 '나눔회' 출신의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
무엇보다 남 내정자와 관련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가 하나회의 후신이라고 볼 수 있는 '나눔회'의 회원이라는 점이다. 나눔회는 지난 2005년 일어난 '군 인사 비리'의 핵심 주도 세력이다.
1998년부터 군 인사 비리 사건이 터지기까지 약 7년동안 나눔회 멤버의 약 70%가 장군으로 승진했는데, 이 점을 생각한다면 '나눔회'는 '하나회' 이상으로 막강한 군 내부의 사조직이었다.
2005년 윤광응 국방장관을 중심으로 군 내부의 인사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있었다. 당시 남재준 내정자는 육군참모총장을 역임하고 있었는데, 그는 이 조사에 대한 반발과 함께 사표를 내고 총장직을 사임한 바 있다.
당시 군 검찰에 의한 조사 결과 육군 인사참모부의 캐비닛에서 남 총장 계열의 진급 대상자에 대한 각종 자료들과 '나눔회' 관련 서류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고, 육군 본부의 인사관리처장이 남재준 총장의 지시로 준장 진급 대상자 17명의 탈락을 위해 서류를 위조했다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남 총장이 실제로는 외부 인사 청탁을 철저히 차단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또한, 보수 언론들은 군 사기를 내세우며 군 검찰의 수사를 비난했고, 육군을 흔드는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고 여론을 조성했다.
이러한 상황에 당황한 윤광응 국방부 장관은 여론의 부담을 느껴 군 인사 비리에 대한 수사를 전격 철회하고 결국 이 사건은 미궁에 남은 채 종료가 되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남 내정자에 대한 많은 의혹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앞으로 있을 남 내정자의 청문회에서 이 사건은 '돌개바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ㅣ안보/외교라인을 보면 박근혜 정부의 "대북 강경, 미국 우선"의 외교정책이 보인다.
이번 국정원장 내정자 인선 결과 청와대 안보실장과 경호실장, 그리고 국방부 장관 내정자와 국정원장 내정자까지 모두가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인사로 결정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육사 사랑'이 그대로 보여진 인사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육사 위주의 편중 인사가 못마땅하기는 하지만, 정부가 이들을 잘 활용해 합리적인 정책, 그리고 굳건한 안보력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육사 출신의 인사들만이 안보라인에 배치됨으로 인해 지나치게 강경한 안보 정책들이 형성되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
물론, 굳건한 안보력은 '전투 전문 인력'을 통해 보다 뚜렷하게 형성될 수 있지만, 때로는 지나친 강경함이 전쟁을 유발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안보실장으로 임명된 '꼿꼿 장수'와 스스로를 전투 전문 인력이라고 말하는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 그리고 지나친 보수적 성향으로 비난받기도 하는 남재준 국정원장 내정자의 존재는 이러한 염려가 충분히 현실화 될 수 있음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친미주의자로 분류되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 내정자도 이러한 염려를 더욱 가중시킨다. 윤병세 내정자는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 재임하면서 FTA를 적극 찬성한 바 있는데 그 이유가 한미동맹의 강화를 위한 것이었다.
또한 지난 27일 청문회에서도 '미국이 우리나라의 최우선 외교 파트너'라며 편중된 외교정책을 펼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미-중 대결구도와 최근 동북아 정세의 불안함을 생각하면 이러한 편중 외교는 그다지 실리적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 그 외 동북아 열강들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외교가 우리의 안보적 상황을 더욱 안정화 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말이다.
필자는 누구보다 대한민국의 안보가 굳건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안보는 강경한 정책과 편중된 외교 정책보다는 강경함과 유연함을 동시에 갖추고, 상황에 따라 유연한 외교정책을 펼칠 수 있을 때 이루어질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외교/안보 라인은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이미 실격이다.
박근혜 정부는 좀 더 다양한 입장을 가진 참모들이 청와대와 내각에 존재할 수 있도록 노력함으로, 정부 스스로의 다원성을 확보해야만 할 것이다. 다원성 없이 일관되기만 한 사회가 발전 동력을 잃을 수 밖에 없는 것처럼 다원적인 입장과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참모가 없는 정부는 결국 좋은 정책을 시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