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의 많은 것이 바뀌었다. 감독, 플레이스타일부터 해서 그들의 새로운 주장이자 9번인 손흥민도 변화했다.
리버풀을 상대로 토트넘은 예상 외로 등번호 7번의 손흥민을 스트라이커로, 등번호 9번의 히샬리송을 왼쪽 윙에 배치시켰다. 선수를 선택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디에 둘 것인지를 두고 나온 안제 포스테코글루의 열린 마음이 또 한 번 드러났다.
포스테코글루는 두 선수의 위치를 반대로 둔 채 시즌을 시작했고 리그 7번째 경기만에 그가 꺼낸 4번째 공격진 조합이었다.
하지만 또다시 공격은 빛났다. 토트넘은 2골을 넣었고 포스테코글루는 2017년 크레익 셰익스피어 이후 부임 후 첫 리그 7경기에서 모두 2골 이상을 기록한 첫 감독이 되었다.
토트넘은 상대를 빠져나오지 못했었다. 커티스 존스가 26분에 레드 카드를 받기 전까지 손흥민이 기록한 터치 횟수는 4회에 불구했고 포스테코글루는 이브 비수마가 치료를 받고 있는 동안 손흥민과 대화를 나눴다. 이 당시 손흥민보다 적은 터치를 기록한 선수는 피치 위에 없었고 히샬리송(8), 쿨루셉스키(14) 그리고 메디슨(19) 역시도 적은 터치 횟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포스테코글루의 시스템이 높은 점유율이지만 그의 공격수들은 종종 적은 터치 횟수를 기록한다. 지난 시즌 후루하시 쿄고는 27골로 SPL 득점왕에 올랐지만 경기당 그가 기록한 터치 횟수는 14회에 불구했고 - 셀틱의 경기당 점유율은 72%였다 - 이는 1000분 이상 SPL에서 뛴 공격수들 중 제일 낮은 수치였다. 이와 비슷하게 손흥민의 경기 7번째 터치가 골이었다.
리버풀을 상대로 손흥민이 한 역할은 상대 센터백들을 끌어당겨 메디슨과 다른 토트넘 미드필더들이 뛸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높은 수비 라인과 중원에서 상대를 맨마킹하려는 리버풀의 의도를 생각했을 때 이는 중요했다.
전반전에 토트넘은 왼쪽에서 2가지의 주된 공격 패턴을 가져갔다. 첫째는 레프트백 데스티니 우도기가 히샬리송을 언더랩해서 상대 수비수를 끌어당겨 공간을 만들거나 크로스나 컷백 상황을 만들기 위해 침투 패스를 받는 것이었다.
선제골로 이어진 2번째 패턴은 메디슨이 아래로 내려가 히샬리송에게 스루패스를 하는 것이었다. 조 고메즈의 등 뒤로 움직이는 히샬리송은 꾸준히 골칫거리를 제공했고 계속해서 컷백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으며 이는 선제골 장면에서 나왔다.
8골을 기록한 엘링 홀란 다음으로 많은 골을 기록하고 있는 손흥민의 이번 시즌 리그 6번째 골이었다.
후반전에도 이와 유사한 장면이 나올 수 있었다. 이번에는 토트넘의 라이트백 페드로 포로가 안쪽으로 들어옴으로써 비수마가 쿨루셉스키에게 패스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후 쿨루센스키는 비수마에게 패스했는데, 아래 사진에서 손흥민의 위치를 주목하길 바란다.
리버풀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비수마는 메디슨에게 패스라는데, 메디슨은 곧장 상대를 벗겨낸다.
여기서 메디슨은 마팁과 고메즈 사이에 또다시 스루패스를 시도하지만 히샬리송이 조금 앞서있었다. 손흥민이 히샬리송의 컷백을 마무리하지만 이 골은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히샬리송이 이번 시즌 손흥민의 골을 어시스트한 4번째 선수라는 점인데, 토트넘이 지난 몇 년간 손흥민 - 해리 케인 파트너십에 의존했다는 것은 생각하면 환영할 만한 다양성이다.
케인의 이탈은 토트넘의 공격 문제를 악화시키는 데에 임박했었다. 그들은 더 많이 잉글랜드 국가대표 선수에게 의존하고 있었고 지난 시즌 케인은 팀이 리그에서 기록한 전체 득점의 42.9%를 혼자 득점했다.
지난 5년 간 각 팀의 득점을 케인보다 더 많이 책임졌던 선수는 21-22 시즌의 티무 푸키(팀 득점의 47.8%) 그리고 19-20 시즌의 대니 잉스(43.1%)가 전부였다.
안토니오 콘테 시절의 막바지에 토트넘은 오픈 플레이에서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경기에서 지고 있을 때 내려앉은 팀을 상대로 크로스를 올렸고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후반전 역전이 종종 필요했었다. 리그에서 2번째로 제일가는 세트피스 공격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상황은 더 우울했을 것이다.
지난 시즌 PL 헤더골 신기록(10)을 기록한 케인은 토트넘의 주된 플레이메이커로서도 성장했고 지난 2시즌 가장 많은 스루패스를 성공한 선수였으며 그 중 대다수는 손흥민을 향한 것이었다.
직접적이고 비교 가능한 케인의 대체자는 없었지만 포스테코글루는 공격을 재조립하고 있었다. 메디슨은 창의적인 차유가 있는 한편 인사이드 풀백은 윙어들을 위해 1vs1 상황을 최대하화하고 있으며 풀백들은 이후 오버래핑과 언더래핑 모두 도울 수 있다. 더 많은 선수가 전방에 있는 이 방식은 역압박에도 도움이 된다.
포스테코글루는 리버풀전이 끝난 후 손흥민에 대해 "우리가 경기하는 방식이 그에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케인의 특성은 9번과 10번 사이의 어딘가에 있으며 아래로 내려와 연계한다. 토트넘에 있을 당시 케인의 90분당 방향 전환 패스와 스루패스는 평균적으로 0.92개였는데 지난 시즌 이 수치는 1.01로 증가했다. 손흥민은 0.32에 불과했는데, 손흥민이 7번과 9번 사이에서 9번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전혀 다른 두 선수의 모습이었다.
리버풀전에서는 이전보다 상대 뒷공간으로 움직이는 횟수가 줄었지만 손흥민은 이번 시즌 더 많은 PL 팀들이 활용하는 높은 라인을 상대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번리전에서 그가 기록한 3번째 골은 포스테코글루의 스타일과 손흥민의 강점을 완벽히 보여주는 예시다. 메디슨은 아래로 내려가 라이트백 포로에게 패스함으로써 상대 중원을 벌려놓았고 포로는 손흥민에게 스루패스를 찔러줬다.
케인이 남았다면 손흥민은 샤흐타르 도네츠크를 상대한 마지막 프리시즌 경기처럼 4-2-3-1의 왼쪽 윙으로 뛰었을 것이다. 필요는 모든 발명의 어머니인 셈이다.
북런던에서 9번째 시즌을 맞는 손흥민인데, 공격수가 약간의 변화를 주지 않고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것도 드문 일이다. 예를 들어 케인은 좀 더 플레이메이커가 됐다.
21-22 시즌 손흥민과 함께 득점왕에 올랐던 모하메드 살라는 리버풀의 수가 1명 줄어들자 중앙으로 이동했다. 이집트 국가대표는 18-19 시즌 스트라이커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는데, 호베르토 피르미누와 함께 4-4-2의 2에서 뛰거나 4-2-3-1의 원톱으로 나서기도 했다.
리버풀이 마드리드에서 토트넘을 상대로 승리한 바로 그 시즌, 손흥민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가 3-4-1-2에서 4-3-1-2로 전술을 바꾸자 토너먼트에서 스트라이커로 나섰다. 케인과 함께 선발로 나서기도 했지만 손흥민을 스트라이커로 기용하는 것은 주로 케인이 부상으로 빠질 때의 플랜 B였고 손흥민과 루카스 모우라가 함께 호흡을 맞췄다. 그 시즌 손흥민은 스트라이커로 24경기에 나서 11골과 6어시스트를 기록했으나 이후에는 공격수로 거의 활용되지 않았다.
스타일이 다른 만큼 케인과 손흥민 사이에는 유사한 점도 있다. 의삼할 여지 없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골잡이들 중 하나인 케인과 양발 능력을 대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 중 하나인 손흥민은 장거리 슈팅에도 능하다. 그러나 손흥민은 뒷공간을 파고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에서 정확한 박스 안 움직임을 통해 컷백과 낮은 크로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신의 경기를 세련되게 하고 있다.
포스테코글루는 "우리가 리버풀에게 가하는 수비적 압박을 시작하는 선수가 손흥민이었디."고 칭찬했다. 그의 주장은 이전처럼 빠르지는 않을지언정 여전히 케인보다는 빠르고 좋은 가속력을 보여주기에 상대를 뒤로 밀어내고 키퍼를 압박하는 반복된 과정에는 더 적합하다.
포스테코글루 하의 토트넘은 좀 더 치열하게 수비하고 있는데, 지난 시즌 콘테의 5-4-1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2배 더 많은 턴오버를 기록(6.4vs3)하고 있다.
역할은 제쳐두고 이번 시즌 손흥민의 출발은 지난 시즌 전반기와 비교해봤을 때 중요하다. 레스터 시티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은 첫 22경기 동안 5골을 넣었고 여름에는 지난 시즌 대부분 시간 동안 달고 있던 부상 때문에 수술을 하기도 했다.
그의 출전시간이 이번 시즌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는 이유다. 이번 시즌 손흥민이 풀타임을 소화한 것은 2차례에 불과(vs 유나이티드, vs 본머스)하다.
경기를 앞두고 포스테코글루는 시즌 중 치러진 월드컵의 영향을 인정하면서 "그가 지난 해 100%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며 경기가 끝난 후 손흥민은 '간절히 뛰고 싶어했'으나 수비적인 역할을 생각했을 때 풀타임을 소화시키지 않을 거라고 덧붙였다.
막판 결승골로 토트넘은 리버풀전 무승 기록을 '12'에서 끊었다. 그들이 리버풀을 마지막으로 이겼던 2017년 여름 경기에 선발로 나섰던 선수들 중 어제 경기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던 토트넘 선수인 손흥민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아 보인다.
https://theathletic.com/4913763/2023/10/01/central-striker-son-reinvented-sp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