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일요초대석ㅡ
*나의 글벗으로 자칭 이야기 보부상인 이시백 작가로부터 모셔온 다섯번 째 이야기에 가열 양념 0.1%
[패키지여행 가이드]
코로나 파동이 잠잠해지면서, 연일 공항이 붐비고 있습니다. 한동안 갇혀지내던 사람들이 ‘보복적’으로 여행에 나서고 있다 하는데 여행은 어디로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가느냐도 중요합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길잡이를 해주는 <가이드>는 여행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변수로 여행비가 저렴한 데다가 현지 사정에 어두운 여행자들은 알아서 다 해주는 ‘패키지 여행’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는 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패키지 여행의 현지 가이드들은 따로 <급여>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급여는커녕 여행객의 수에 따라 두당 얼마씩 한국의 여행사에게 지불하는 곳도 있다니 한 마디로 이름난 여행사는 국내에 앉아 여행자만 모아 보내는 것인데 그렇다면 실제 여행을 이끄는 <가이드>는 무엇을 위해 일할까요? 현지 여행 중에 들르는 기념품점이나 특산품점의 쇼핑 실적에 따라 일정 금액을 받고 현지의 상점들은 가이드에게 주는 수고비를 물건값에 더 얹어 비싸게 파는 구조로 요즘 한국의 여행자들은 이런 사실을 환히 꿰뚫고 있어 특산품점에 들러 ‘아이 쇼핑’만 하고는 집에 돌아와 해외직구로 산답니다.
<여행 가이드>들은 대체로 두 가지 스타일입니다. ●읍소형. 일단 엄청나게 말라 쓰러질까 걱정이 될 체형입니다. 바람에 날아갈 듯 깡마른 몸으로 식사도 거의 안하면서(따로 숨어서 먹는지는 모르겠다) 새벽부터 밤늦도록 뛰어다닙니다. 그런 이들은 자신이 그렇게 안 먹고도 지치지 않는 비결에 대해 일장 강의를 합니다. 자신이 병치레가 많고 죽을 병에 걸렸었는데, 건강을 찾게 해준 ‘건강식품’을 목소리를 낮추어 일러줍니다. 가이드가 내어놓는 건강식품들은 나라와 시기에 따라 다양합니다. 우선 암을 고친다는 버섯, 61세의 호주 여성도 아이를 낳게 했다는 심해상어의 간유, 천연벌꿀. 녹용에 영문 논문을 들이대며 파는 식이유황과 마그네슘, 거기에 자석요나 모든 불면증을 고치며 편안한 숙면을 책임진다는 천연고무 침대매트나 베개까지 유행에 따라 수시로 변신하는데 당장 쓰러질 것 같은 가이드가 가파른 산길을 다람쥐처럼 뛰어다니는 것을 본 여행자들은 그 약효를 신뢰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다음은 ●비판형입니다. 대체로 현지 대학원을 다니거나 박사 학위를 소지한 유학생 출신들이 많은데, 매사에 불만이 많고, 비판적인 가이드입니다, 그들은 자신이 보아온 한국의 ‘진상’ 여행자들의 흉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는 “여러분은 그러시지 않으실 거지요?”라고 미리 못을 박습니다. 일본의 대학원에 다닌다는 남자 가이드는 여행자들이 쇼핑을 안 한다고 언성을 높여 화를 냈습니다. 비행기값도 안 되는 돈으로 해외여행을 하면서 ‘양심도 없이’ 돈을 너무 안 쓴다는 것입니다. 호주에서 만난 여성 가이드는 호텔의 짐을 나르는 벨보이가 한국 여행자들을 흉본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한국 여행자들이 트렁크를 각자가 들고 가는 바람에 팁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웬만하면 여행짐을 맡기라고 했습니다.
그 말에 내 가방도 호텔 앞의 짐 싣는 수레에 얹어두었지요. 호텔 방에 가 있으면 다 올려다 준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가방이 오지 않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가방이 사라졌습니다. 호텔 앞의 감시 카메라를 돌려보자, 어느 동양인 청년이 수레 위의 내 가방을 훔쳐가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남들이 오페라 하우스를 구경하는 동안 나는 호주 경찰서에 앉아 리포트라는 것을 작성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호주 여행을 마치고 일본을 들러야 했고 분실된 가방 속에는 여름인 호주와 계절이 반대인 일본에서 입을 겨울옷들이 들어 있었지요. 나는 반팔 차림으로 일본 신주쿠 거리를 벌벌 떨며 다녀야 했지만 어느 누구도 내게 미안해 하지 않았지요. 호주의 호텔 지배인은 ‘도둑’에게 미루고, 호주의 경찰은 ‘동양인 청년’을 몇 차례나 힘주어 말했고, 짐을 맡기라고 한 가이드는 나의 ‘불운’을 탓했습니다.
뉴질랜드에서는 사슴 농장이라는 곳에 갔습니다. 엄청나게 큰 사슴뿔들이 쌓여 있는 특산품점으로 들어서자마자 출입문이 닫혔는데 그 문앞에는 영화에 나오는 헐크처럼 생긴 근육질의 뉴질랜드 원주민이 팔짱을 끼고 버티고 서서 쇼핑을 안 하고 나가려는 여행자들을 가로막았지요. 어느 곳에서는 문밖에 침을 질질 흘리며 짖어대는 맹견이 지키고 있는 곳도 있다고 하더군요.
이 모든 일들의 뒤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형 여행사들이 점잖게 팔짱을 끼고 있는데 앞서 말했지만, 국내의 여행사들은 현지의 가이드들에게 급여를 주지 않는다 합니다. 아주 드물게 박봉을 주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한푼도 주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현지에서 팥죽 끓듯 하는 여행객들을 모시고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관광지를 뛰어다니는 가이드들은 취미나 거룩한 애국심으로 자원봉사를 하는 것일까요? 가이드들을 먹여 살리는 것은 ‘쇼핑’입니다. 특산품점이나 기념품 가게에서 여행자들이 쇼핑하는 금액에 따라 일부를 받게 됩니다. 가이드들은 필사적으로 여행자들이 주머니를 열어 쇼핑을 하게 해야 하는데 외려 어떤 국내여행사는 그들에게 여행자의 수에 따라 돈을 내라 하는 곳도 있다 합니다. 여행자들을 모아 보내준 값을 내라는 것이지요.(에라이 나쁜 놈들아, 차라리 어린애 허벅지에 붙은 밥풀을 뜯어먹고 말 일이제) 하여, 쇼핑을 적게 하면 가이드들은 제 주머니를 털어 내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행자들도 날로 진화하여 쇼핑을 하지 않습니다. 홍콩의 패키지 여행을 갔을 때, 금은품점과 특산품점을 서너 군데나 들렀지만 여행자들은 좀체 지갑을 열지 않았지요. 제가 먹으면 관절에 좋다는 식이유황과 꽤 고가의 라텍스 침구류를 샀더니 가이드 눈치만 살피던 여행자들이 더 반가워했습니다. 나이가 지긋한 여행자가 다가와 ‘고맙다’는 말까지 건넸지만(관광객의 체면치레용 쇼핑으로 자기들의 면목을 세워준 호갱님에 대한 감사표시인가) 쇼핑만으로는 채워지지 않자, ‘옵션’이라는 선택 관광프로그램에서 활로를 찾습니다.
정해진 코스만으로도 숨이 가빠 일부러 ‘옵션’ 프로그램을 하지 않겠다고 하자, 대번에 가이드 얼굴빛이 변합니다. 주차장에서 넘어져 발가락이 부러진 아내에게 미국의 한인 가이드는 휠체어라도 타고 선택관광에 참여하라고 종용하더군요. 아내가 퉁퉁 부은 발을 보여주고야 그는 아쉬운 얼굴로 포기하더군요. 이런 불편함 때문에 가이드에게 미리 ‘팁’을 건네고 자유시간을 갖는 여행자들도 있다 합니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국내 여행사들은 패키지여행비를 다투어 낮춥니다. 왕복 항공료도 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단 모집을 해서 현지로 ‘밀어내고는’ 가이드나 현지 여행사가 ‘뜯어먹든, 삶아먹든’ '구워먹든' 알아서 하라는 것이지요. 이러다보니 여행자들은 쇼핑인지, 여행인지 모를 투어에 시달리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힘들게 하는, 이 여행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첫댓글 항상 유익한 글 고마워!언제나 멋진 래철 친구님!
내용이 거의 정확하네. 아시아쪽에는 거의가 그렇게 하고있더군. 우리가 가게할때 여름철에는 (여기는 여름철이 따스하고좋음) 하루 관광버스가 보통 20여대씩 왔었네. 가이드가 모자라 내가 소개도 여러명 해주었고~가이드 수고비는 하루나가면 팁합쳐 보통 3백달러에서 5백달러고 한두시간 일하면 반날치 오륙시간 일하면 하루치를 지급하는것이 유럽쪽의 관광가이드 법이네. 식당팁도 마찬가지네 보통 한팀10유로인데 30명 넘으면 20유로를 주고가야하고 팁은 한국여행사 TC가 주고가네. 그리고 팁은 직원들이 나눠가지네. 가이드 함부로 대했다가 소규모 여행사들 어렵거나 망한곳도 있네.
굿
혹시 잊어버리고 그냥나가는 TC가 있으면 팁주고 가세요 하면 미안합니다 깜빡했네요 하고 사과하고
그냥가버렸다면 현지여행사에 전화하면 다음팀 TC가 가져오네.
참고하라고 길게 설명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