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첫날인 13일 오전 11시께 판교 신도시 일대 풍성 신미주아파트 건축현장에서 만난 담당자 S씨(43)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손가락으로 공사현장을 가리켰다.
분주히 움직여야 할 굴삭기 4대는 길가에 방치된 채 멈춰있었고 작업인부 2∼3명만이 그 사이에 앉아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포크레인 기사 K씨(47)는 “건축자재가 제 때 들어오지 못하는데 기계만 작동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생각보다 타격이 커 막막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성남·판교 택지조성개발사업 1공구 현장 상황은 더욱 암울했다.
아스콘을 실은 레미콘 차량 1∼2대가 간간이 오가는 것 외에 모래와 철골 등 건축자재를 수송하는 화물차의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15여명의 작업인부들은 작업도구를 아예 공사현장 구석에 모아놓은 채 둘러앉아 줄담배만 피우고 있었다.
또 성남시청사 신축공사 현장과 판교 신도시 낙생고가차도 공사장 역시 맑은 날씨에 공사가 요란하게 진행돼야 할 시간인데도 조용하다 못해 썰렁한 분위기만 감돌았다.
30여분 간격으로 움직이는 포크레인 2대만 눈에 띌 뿐 굴삭기나 타워크레인 작업은 이날 오전부터 거의 중단된 상태다.
이처럼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판교택지개발지구를 비롯한 건설현장 대부분이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현장 관계자들만 속을 태우고 있다.
삼성물산 조현오 팀장은 “198만㎡에 이르는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을 맡고 있는데 건설자재가 제 때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인부들도 이같은 분위기에 동조해 손을 놓고 있어 이래저래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조 팀장은 또 “현재 일부 덤프트럭을 통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오는 16일 이후에는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다”라며 “올해 안에 공사를 마무리해야 하지만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