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현 감독과 승리의 주역 김진휘의 인터뷰. 윤감독은 "후반기에 팀의 페이스가 좋지 않아 극약처방 같은 승부수를 던졌다. 락스타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며 두 경기 연속 파격 오더를 낸 배경을 밝혔다. |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 11라운드 4경기
한게임이 포스트시즌 관문에 성큼 다가섰다. 자칫 혼돈으로 치달을 뻔한 4강 싸움도 넷마블과의 한판 승부로 좁혀진 느낌이다.
‘1ㆍ3ㆍ5’의 승부에서 한게임이 둘째 날 3과 5를 가져가며 SK에너지를 3-2로 눌렀다. 6일 저녁 서울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 11라운드 4경기 둘째 날 대국에서 한게임은 3국에서 목진석이 동급 3지명 박정상을 물리친 다음, 2-2 상황에서 최종국에 등판한 락스타 김진휘가 상대 4지명 이태현을 물리쳤다.
승리한 한게임은 6승5패를 기록하며 5위 넷마블(5승6패)과의 격차를 한 게임 차로 벌렸다. SK에너지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를 놓치며 포스트시즌 경쟁에서 사실상 탈락했다.
4위 한게임과 6위 SK에너지와의 맞대결은 누가 이기느냐가 향후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차대한 승부였다. 한게임이 패하고 SK에너지가 이긴다면 4강 싸움은 그야말로 안개정국. 포스트시즌의 남은 한 자리를 놓고 4위~7위의 네 팀이 진흙탕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게임이 승리하면서 어느 정도 시야가 걷혔다. 이미 7승 이상을 거둔 세 팀 외에 6승5패의 한게임이 남은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한게임은 5위 넷마블과 한 게임차이지만 개인 승수에서 4승이나 많아 실제로는 좀 더 유리한 입장. 다음 라운드 둘의 맞대결에서 0-5로 패하지 않는 한 4위 자리를 유지할 전망이다. 사실상 포스트시즌의 8부능선을 넘었다고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게임은 지난 경기에 이어 팀의 2~4지명인 이동훈 진시영 조인선을 빼고 락스타 3명을 투입하는 고육계를 들고 나왔으나 결과적으로 성공한 승부수가 됐다. 1국의 박준석과 4국의 이춘규가 패하며 실패의 기운이 감돌았으나 마지막 5국에서 김진휘가 결정타를 날려주었다.
▲ <제1국>박준석-한태희. 양팀의 락스타 선봉 대결이자 둘의 첫 대면. 서로의 부담이 컸던지 조훈현 9단이 "이건 뭡니까?" "저건 또 뭐예요?"라는 라는 멘트를 10번도 넘게 했을 정도로 어이없는 실착, 의문수가 속출했다. 박준석은 중반 고비를 넘긴 다음 여러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으나 살리지 못하고 패배의 쓴 잔을 마셨다.
▲ 우변의 백을 기막힌 '죽는5궁'으로 잡으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한태희. 락스타리거이면서 5라운드 부터 매 경기 출전하며 4승3패를 올리고 있다.
▲ <제2국>김형우-김지석. 한 때 영남일보에서 3년간 한솥밥을 먹기도 했던 두 사람. 지금은 랭킹 2위와 락스타리거로 큰 위상의 격차를 실감하며 마주했다. 바둑은 좌상과 우상쪽에서 잇따라 타개에 성공한 김지석의 무난한 승. 김형우는 상변 석 점을 타이트하게 잡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 입단 이후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는 김지석은 가장 먼저 10승(1패)고지를 밟으며 다승 단독 선두에 올랐다.
▲ <제3국>목진석-박정상. 동급 3지명의 대결로 중요한 승부처 중의 하나였다. 목진석이 발 빠르게 실리를 챙기고 박정상은 중앙 모양으로 대결하는 양상. 하지만 가운데 포위망의 약점을 목진석이 정확한 맥점으로 돌파하면서 승부가 바로 결판났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는 말이 절로 떠올려졌던 목진석 회심의 한 판.
▲ <제4국> 최철한-이춘규. 초반 이춘규가 상변에서 두 점을 잡은 것이 소탐대실. 최철한이 선수로 정리한 다음 중앙 모양을 완성해서는 일찌감치 백의 낙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이후 최철한의 낙관이 이어지면서 종반에는 반집을 다투는 형국이 됐다. 최철한이 가까스로 반집을 남기긴 했지만 크게 가슴을 쓸어 내렸던 판.
▲2-2 상황에서 맞이한 제5국. 좌변에서 먼저 실리를 챙긴 이태현이 흑말 타개에 나섰으나 이 과정에서 많은 손해를 보았다. 특히 하변에서 일선에 빠진 수는 착각으로 거의 한 수가 논 꼴. 송태곤 해설자는 "노타임으로 두다시피 하는 김진휘의 속기에 휘말린 감이 없지 않다."고 이태현의 패인을 지적했다.
8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개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는 다음 주 중엔 정관장-SK에너지(10-11일)가, 주말엔 티브로드-신안천일염(12일~13일)이 12라운드 1ㆍ2경기를 치른다.
▲쾌조의 컨디션으로 승부처를 낚은 목진석. 리그 전적은 6승5패가 됐다.
▲ 박정상은 초반 실리를 많이 내준 것이 두고두고 부담이 됐다. 시즌 성적은 목진석과 똑같이 6승5패.
▲ 얼굴이 크게 상기된 최철한. 중반 이후 계속 낙관하다가 하마터면 사고를 칠 뻔했다. 지난 해 11승 5패의 성적이 올해는 4승1무5패로 5할을 밑돌고 있다.
▲ '열혈 승부사' 이춘규는 졌지만 "박수를 받을 만하다"는 칭찬을 들었다. 지난해 티브로드 5지명으로 6승7패의 성적. 올해는 락스타리거로 KB리그에 세 번 출전해 1승2패를 기록 중이다.
▲약간 괴짜 성향의 김진휘(17)는 중요한 바둑을 거의 노타임으로 두어 보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인터뷰에서 "결론이 나면 바로 바로 두는 스타일이라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말을 했다. 올해 입단한 신인으로 락스타 리거지만 KB리그서 3승2패의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 지난해 한게임에서 10승3패의 탁월한 성적을 거뒀던 이태현은 이번 시즌 팀을 옮긴 다음 2승8패로 극히 부진하다.
▲둘째 날 경기가 시작될 무렵 젊은 기사들의 모임인 '소소회' 회원 40여 명이 삼성화재배 본선이 열리는 유성의 삼성화재연수원으로 5박6일 일정의 연수를 떠났다. 한국기원이 이사가는 듯한 대규모 행렬로 검토실은 여느 때보다 한산했다.
▲ 포스트시즌의 8부능선을 넘은 한게임은 다음 라운드에서 넷마블과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치른다.
▲ SK에너지는 박정상의 부인 김여원 씨까지 나와 응원을 펼쳤지만 뼈아픈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 2년째 SK에너지 사령탑을 맡고 있는 윤현석 감독. 지난해 8연패의 아픔을 겪으며 이번 시즌 단단한 각오로 출발했지만 주장 최철한과 2지명 변상일, 4지명 이태현 등 주전들의 끝없는 부진이 이어지며 아쉽게 꿈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사진ㆍ기사협조ㅣ 바둑리그운영본부(안성문/ KB리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