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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의 계절이다.
집에만 밖혀 있자니 좀이 쑤셔서, 친구들을 불러내 냉면이나 걸치면서 백년 시름을 잊어볼까 하노라.
냉면은 원래 겨울철에 먹던 음식이었는데 취향도 변해서
시원한 면발을 목으로 넘기다 보면 더위도 빨리 지나갈 것이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찾는 음식이 냉면이다.
냉면은 칡, 메밀, 감자, 고구마 등 전분에 육수에 넣고 고명으로 무우와 배 한 조각, 그리고 삶은 달걀을 넣으면 된다.
하지만 물냉면과 비빔냉면 사이에서 매번 선택의 기로에 선다.
평양냉면 VS 함흥냉면
물냉면의 대표주자 '평양냉면'은 육수와 동치미 국물에 편육을 얹은 것이다.
평양냉면은 특유의 심심하면서도 담백한 맛으로 미식가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메밀은 면발은 부드럽고. 성질이 차서, 여름철 체내에 쌓인 열기를 내린다. 육수에 들어가는 동치미 국물도 성질이 차다.
평양냉면이 찬 성질을 가지고 있다면 반대로 함흥냉면은 성질이 따뜻하다.
함흥냉면은 감자 고구마전분으로 만든 쫄깃한 면에 매콤한 양념장을 올린 것이다.
양념장의 기본은 고추장과 고춧가루다. 이외에 마늘, 생강, 양파가 들어가. 톡 쏘는 매운 맛 때문에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식보(食補)에도 이열치열(以熱治熱)이 존재한다. 논리적으로 몸을 덮여주는 것은 삼계탕이 맞지만 우선은 시원한 냉면을 더 선호한다.
국수는 면발, 마누라는 말발, 노인은 나이발이라고 했다.
불어터진 국수를 생각하다보니 문득 질긴 것이 생각난다.
목포 부두노동자들이 우물우물 씹던 홍어날개는, 얼마니 질긴지! 아쉬워도 뱄지 못하고 점심때에야 겨우 삼켰다.
엿장수 가위 들고 짤라 짤라 하며 파는 말린 문어다리, 서민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반죽한 면을 오래 치대다 보면 질겨진다. 인사동 네거리 북경반점은 질기기로 소문이 난 수타 짜장 전문점이었다.
대학에서 나는 주로 악동(惡童)역을 맡았다. 친구들을 꼬드겨 교수로부터 휴강을 얻어내 찾아간 곳이 오장동 함흥냉면옥이였다.
친구에게서 반쯤 목으로 넘긴 냉면을 그릇 채 낚아 채 달아나니, 지까짓게 안 따라오고 배겨? 친구는 질긴 면발을 삼키지 못하고 냉면 그릇을 따라 넓은 홀을 세 바퀴나 돌았다.
평양 옥류관 꿩 냉면
아랍 아부다비의 옥류관 홀에는 여럿이 앉는 테이블과 뒤에는. 묘향산 대성산 등 북한의 산 이름이 붙은 별실이 있었다.
식당은 절반 정도가 찼다. 손님 대부분은 동양인인데. 요즘엔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무대에서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노래를 부르고 다른 여성은 한복을 차림으로 가야금을 연주했다.
치마에 하이힐을 신은 여성들이, 마치 걸그룹처럼 절도있게 ‘칼군무’를 펼쳤다. 공연은 30분
식당에서 북한 여성들은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고 음식 서빙을 했다. 세 가지 일을 거침없이 해낸다. 남남북녀다.
메뉴판에는 ‘우리식당 인기료리’와 함께 평양랭면, 개성왕만두찜, 칠보산 더덕구이 등이 적혀있었다.
바로 남북정상회담 만찬 메뉴인 ‘옥류관 평양랭면’과. 개성 왕만두찜을 주문했다.
전체 요리로 땅콩, 무생채, 마늘종이 나왔다. 그리고 평양식 녹두전이 1+1 서비스로 따라 나왔다.
냉면에는 투명한 육수에 검정색 면, 그 위에는 오이와 계란 소고기가 올라왔다.
양념장과 겨자 식초를 곁들여 평양식으로 비벼주겠다는 여성 종업원의 말에, 함흥식은 어때요?
그러자 남자가 이랬다 저랬다 합네까 라고 핀잔을 주었다.
메밀과 녹두는 궁합이 잘 맞아 함께 드시면 감칠맛이 납네다.
랭면의 육수는 뭘로 해야 진짜배기인지 아십네까? 꿩입네다. 꿩 대신 닭입네다만, 여기서는 닭이 들어갑네다. 고기도 소고기를 쓰고요.
계란을 먼저 먹어야 소화가 잘 됩네다. 그리고 면은 잘라 먹으면 안 됩네다. 수명이 줄어들기 때문입네다.
맛을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오묘했다. 육수는 맑은 편이어서 깊은 맛이 느껴졌다.
하지만 면은 질기고, 육수도 짠 편이었다. 그러니 통일이 되더라도 두 번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슬람 율법상 돼지고기를 금해서, 개성왕만두에 닭고기가 들어간다.
평양랭면 가격은 한 그릇에 85.4디르함, 우리 돈으로 2만6082원
만두는 73.2디르함(2만2357원) 전체 요리는 15디르함(4581원) 물가가 비싼 중동이라 가격도 비싸다
계산서에 ‘10% 디스카운트’가 적혀있다. 같은 동포라 10% 깎아 준다고
리선권 북한 통일위원장이 평양 옥류관에 온 한국 기업 총수들에게
"우리(북측)는 이렇게 많이 준비했는데 빈손으로 왔냐며?“핀잔을 했다.
한 장관이 5분 정도 늦게 나타나자
"일이 잘될 수가 없다! 승용차가 운전수를 닮은 것처럼 시계도 시간관념이 없으면 주인을 닮아서 저렇게 느려터진 것인가?“
이에 평양의 옥류관 주방장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양에 와서 이름난 옥류관 국수를 처먹을 때는 큰일이나 칠 것처럼 요사를 떨고 돌아가서는 지금까지 전혀 한 일도 없다”고 막말을 퍼부었다
까꿍 아침산책 20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