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의 마음 읽기] 봄눈과 봄볕
출처 중앙일보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1615
삼월도 절반이 지나갔다. 그러나 봄이 오는가 싶더니 곳곳에서 봄눈 소식이다. 봄눈이되 봄눈 녹듯이 이내 녹는다고는 하지만 눈이 많이 내렸고 또 쌓인 눈이 무거워서 걱정이다. 강원도에 사는 지인들이 보내온 사진을 보니 계곡과 숲과 절, 마당에 눈이 내려 발이 빠질 정도이다. 제주에는 그제 밤부터 비가 내렸다. 새벽에 일어나서 봄비 오는 소리를 가만히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한라산을 바라보니 눈이 내려 봉우리가 온통 흰 빛이다. 그러나 이 봄눈의 시간은 머잖아 경과할 것이다. 그러고 나면 우리는 봄볕의 시간, 춘광(春光)의 시간을 본격적으로 맞이하게 될 터이다.
춘광이라는 단어를 새삼 마음 가운데에 두게 된 것은 얼마 전 제주 한라산 오등선원에 들렀을 때의 일이 계기가 되었다. 오등선원에서 제용 스님을 뵈었더니 “이제 어느새 봄입니다. 이 봄에는 꽃 피는 것을 보면서 마음의 흐름도 함께 보세요”라고 말씀하셨다. 처처에 꽃 피고 봄볕 가득해지는 것은 하나의 흐름이니, 바깥의 변화를 바라볼 때에 내 마음의 미묘한 흐름도 함께 관찰하라는 가르침으로 이해되었다.
봄눈 쌓였지만 곧 봄볕의 시간 번뇌 끊겠다는 생각이 곧 번뇌 꽃이 필 수 있게 마음에 여백을 |
일러스트=김지윤
그런데 스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스님 처소의 한쪽 벽에 걸린 한시에 우연히 눈이 갔다. 집에 돌아와 찾아보니 경허 스님의 ‘우음(偶吟)’이라는 제목의 시였다. 시의 내용은 이러했다. “당처(當處)엔 허공도 무너졌는데/ 공화(空花)엔 열매가 맺었네/ 알겠도다 이것도 봄빛이라/ 그윽한 향기가 내 방에 풍겨오네”
봄빛이라고 해석했지만, 스님의 시에는 춘광(春光)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시를 읽고 여러 날 여러 차례에 걸쳐 뜻을 헤아려보았으나 요량하기 어려웠다. 내 나름으로 억지스럽게 우겨서 생각하기를 ‘공화(空花)’는 허공꽃이라고 풀이를 하므로 이 세상의 삼라만상이 허공 중의 꽃이요, 다만 이름일 뿐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었다. 허공꽃이 핀 인연은 춘광을 만난 덕에 그렇게 된 것이며, 이처럼 무심하게 허공꽃을 바라볼 적에 텅 빈 내실(內室)과 마음의 공간에 그 향기가 밀려온다는 속뜻이 아닐까 홀로 궁리를 해보았다. 물론 경허 스님은 허공도 무너뜨려야 할 것이라고 일갈하셨지만. 그렇다면 결국엔 마음에 빈자리, 담담하고 적적(寂寂)한 자리를 두고 살라는 당부가 아닐까 싶었다.
경허 스님께서는 “모든 일에 무심하고 마음에 일이 없게 되면 마음 지혜가 자연히 깨끗하고 맑아진다”면서 “마음을 텅 비워서 성성하고 순일하게 하여 흔들리지 않고 혼미하지 않게 해서 허공같이 훤칠하게 하면 어느 곳에 생사가 있으며 어느 곳에 보리가 있으며 어느 곳에 선악이 있으며 어느 곳에 가지고 범할 게 있겠는가”라고 이르기도 하셨기 때문이었다.
이 시가 실려 있는 『경허집』을 더 펼쳐보니 “고요히 은거하는 것이 참으로 도의 으뜸이며/ 과일을 잘 익혀 향기롭게 하자면 뿌리를 가꾸어야 한다네/ 천 가지 새들이 나무에서 지저귀니 시를 잘 짓는 시인들 같고/ 온갖 풀이 바람에 누움이 성인의 도를 배운 듯하다”라고 노래한 시구도 감명이 깊었다.
고요한 은거와 담담함, 그리고 마음의 적적한 상태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또 읽게 된 시가 있었다. 황청원 시인의 시 ‘그냥 꽃잎을 쓸다’였다. 이 시는 황청원 시인과 김양수 화가가 함께 펴낸 시화집 『달마가 웃더라 나를 보고』에 실려 있었다. 황청원 선생은 이렇게 읊었다. “너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느냐/ 마음 번뇌를 쓸어내고 있습니다/ 번뇌는 내버려두고 꽃잎을 쓸거라/ 다시 꽃잎 떨어질 빈자리 생길 수 있게”
짐작하자면, 절의 마당에 떨어진 봄날의 꽃잎들을 비로 쓸고 있는 제자와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스승이 주고받는 문답의 형식을 빌어서 쓴 시일 텐데, 읽고 나니 여백이 많으면서도 시의 무게가 매우 묵중했다. 이것이 번뇌요, 저것이 번뇌요, 아울러 반드시 끊어야 할 번뇌라고 생각하면 번뇌에 오히려 매이고 말 것이다. 경허 스님이 쓴 시의 표현을 빌리자면 번뇌라는 것도 공화(空花)에 다름 아닐 것이다. 번뇌는 허공꽃이니 그저 번뇌라고 이름할 뿐이다. 그보다는 떨어진 꽃잎을 쓸어서 꽃잎 떨어질 빈자리를 만들기나 하라는 스승의 훈계는 속박되는 것이 없고 또한 의미심장하다. 꽃잎 떨어질 그 빈자리가 곧 마음의 빈자리, 즉 조용하고 동요가 없고 순일하고 평온한 마음의 자리인 까닭이다. 번뇌에서 벗어나는 일도, 꽃이 피고 꽃이 지는 봄의 현상과 흐름과 변화를 바라보는 일도 내 마음에 빈자리를 만들어 두고서 하라는 말씀일 테다.
봄눈이 요란스럽게 왔다는 소식이 내게 왔고, 나는 봄비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쌓인 봄눈은 곧 사라질 것이고, 내린 봄비는 화초의 싹을 더 많이 틔우고 새로이 꽃망울을 맺게 할 것이다. 봄의 일을 하는 사람이 저만치서 오는 게 보인다. 봄을 본다.
문태준 시인
빛명상
그림 찻방에서 읽는
비움의 방법
마음달이 외로워 둥그니
빛이 만상을 삼겼도다.
빛과 경계를 함께 잊으니
다시 이것이 무엇인고
이 시時는 성우당 경허 선사(1849~1912)의 빛에 관한 글이다. 경허선사는 한국 근현대 선종의 중흥을 일으킨 대선사로 충남 공주 동학사의 불경 스승으로 추대되어 걸출한 제자를 길러낸 일로 유명하다. 동학사 가는 길에 봄눈과 햇빛, 바람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린 날, 스님은 봄이라고 믿고 싶었지만 세상은 봄이 아니었다고 전해진다.
스님에게는 세 개의 달이 있다고 한다. 세 개의 달은 세 명의 제자였다. 첫째는 수월(상현달, 정진력이 최고이고), 둘째는 혜월(하현달, 당할 자가 없고), 셋째는 만공(보름달, 복이 많아 대중을 많이 거느리고) 스님인 것이다.
생불生佛이었던 경허 스님은 차茶를 즐기고 참선을 수행을 하며 1912년 봄날 갑산 웅이방 도하동 서제에서 세 개의 달을 곁에 두고 위와 같이 임종게臨終偈를 마지막으로 일원상을 그리고 붓을 던진 뒤 오른쪽으로 누워 천화遷化하였다 전해진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필자가 결가부좌하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예산 덕승산 아래 수덕사 선방은 바로 경허 선사가 천안天眼을 열며, 주석했던 곳이다. 필자는 41년 전 경허 선사를 큰 스승으로 모시고 출가出嫁를 하였다.
우리의 ‘빛VIIT마음’은
‘우주마음’이라는 한없이 큰 거울에 그대로 비친다.
그림 찻방에 실린 글이다. 거울은 빛의 반사를 이용하여 상이 맺히도록 하여 비추어 보는 물건이다. 나를 비추어 주는 거울은 언제고 앞에 서서 얼굴과 몸을 단장 할 수 있는 거울이며, 빛이 있기에 나를 볼 수가 있다. 그림찻방에서 늘 읽고 본 글 들이다.
2011년 목단꽃이 피던 날에 빛명상의 일가를 이루신 정광호 회장님을 뵈어 공저로 그림찻방을 펴낸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러 회원들과 팬들, 그리고 동호인들의 인기 있는 사람으로 10여 년이 되었다. 그림찻방을 출간하며 있었던 수많은 전설은 소설로 써도 부족할 만큼 많다.
빛VIIT 정광호 회장님을 뵈오며 항상 겸허한 자세가 늘 감동 그 자체이다. ‘근원에 대한 감사’는 우리의 마음을 겸허하게 한다. 그리고 팔공산 빛VIIT터엔 언제나 빛VIIT분이 넘쳐 복福이 있는 많은 분들이 찾아 방문을 한다. 웃음의 빛VIIT을 선사하는 빛VIIT선생님의 환한 미소와 기분 좋은 미소는 우리들에게 기분을 전염시키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필자는 이 점이 빛명상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빛VIIT은 신체의 자가 치유 능력을 강화시켜주며 몸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역활을 한다. 인류가 지탱하고 형성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생명체는 태양에 의해 만들어진 빛에 의존하고 빛을 찾아서 움직인다. 사람들은 태양빛이 있는 낮 동안 삶의 대부분을 아름답게 살아가며, 빛 없는 밤, 인간들은 잠을 청하여 자듯이 특수한 파장의 태양빛이 없으면 힘이 쇄진되어 간다. 그 태양빛 에너지를 다시 받고자 밤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빛명상에서의 빛VIIT은 태양빛이 아니라 생명원천의 에너지로서의 빛VIIT을 말한다. 수많은 이들의 빛VIIT 체험으로 건강과 행복을 찾은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 빛VIIT에너지를 받아 새로 출간하는 이 책에 새롭게 무언가를 담고자 한다면 그만큼 비워낼 수도 있어야 하는데 그 비움의 방법이 바로 근원에 대한 감사를 드리는 것이다. 우리 모두 내면에는 풍요를 담을 수 있는 그릇과 같은 것이 있다. 이 그릇의 상태가 어떠한가에 따라 사람이 담을 수 있는 부富의 크기도 다르게 나타난다. 내가 한 말 한마디에 당신 마음에 꽃이 피고 당신이 한 말 한마디에 내 마음에 파란 하늘이 열린다.
금번 정광호 회장님과 함께 그림찻방 시리즈 세 번째의 신간을 출간하니 가장 먼저 드는 생각. ‘감사하고 또 행복幸福합니다!’ 항상, 빛VIIT 정광호 회장님의 말씀대로 감사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풍요와 행복을 가져다주는 행복의 씨앗을 뿌린다.
빛VIIT으로 달여 주신 차 한 잔
주인장의 빛VIIT을 담아
더욱 무어라 말할 수 없을 맛으로
술에 취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릴 때, 순간 화폭에 담아 한 그루 치며, 대구행 기차에 마음을 싣고 여행한 날, 팔공산 아래 빛VIIT명상 본부에 방문하여 차를 한 잔 마시고 느낀 소감을 쓴 졸시詩이다.
대자연과 우리 모두는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가기 위해서 빛을 찾고 또 쉰다. 빛VIIT으로 행복을 전해 주시는 정광호 회장님과는 차茶와 빛VIIT의 파장으로 빛VIIT의 끈을 만들어 준 계기다. 빌딩숲에 가려 빛을 받지 못하는 서울, 필자는 이러한 자연의 법칙을 깨닫는 빛VIIT을 찾아서 팔공산 아래 빛VIIT명상 본부에 자주 방문을 하게 된 인연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한없이 많다. 이 말을 하고 싶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차茶를 마셔야 하고 우리의 전통문화와 그림을 사랑해야 한다. 특히 차를 마시고 빛VIIT명상을 하면 자기의 내면을 살찌우게 하고 당당하고 아름다운 인생을 열어갈 수 있다. 이 책이 출간되어 모든 분들 힘찬 빛VIIT을 받으시고 행복한 에너지를 충전하시길 바라며 이 책을 바친다.
2024년 5월
문화예술학박사 담원 김창배
출처 : 甲辰年 그림찻방3
빛향기와 차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3
2024년 6월 22일 초판 1쇄 P. 16-19
영정중월詠井中月
영정중월詠井中月은 고려중기 이규보의 시로 ‘우물 속의 달을 노래하다’는 뜻이다
山僧貪月色(산승탐월색) 산승이 달빛을 탐내
幷汲一甁中(병급일병중) 병 속에 물과 달을 함께 길었네
到寺方應覺(도사방응각) 절에 돌아와 비로소 깨달으리
甁傾月亦空(병경월역공) 병을 기울이면 달도 따라 비는 것을
산에 사는 승려가 물을 길어 갔다가 우물에 비친달이 아름다워 병속에 담아간다. 돌아와 병을 기울여 물을 따르고 나니 달도 함께 사라져버린 것을 깨닫는다. 물병 속의 달은 탐욕일 수도 있고 이상 세계의 진리일 수도 있다. 얻은 것은 언제든 사라질 수도 있다. 우리 삶이 그렇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야만 한다. 물질이든 진리든 얻었다고 각성하더라도 그 또한 한순간 덧없음이니 집착할 이유가 없다. 중세의 천동설이 오늘날의 지동설에 이른 것처럼 진리 또한 인간이 구성한 것이므로 또 언제 바뀔지 모르는 것이다. 삶이든 진리든 공정불변이 아니라 유동적이고 상대적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위의 시는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의 불교관을 잘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출처 : 빛VIIT향기와 차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2021년 1월 18일 초판 1쇄 P. 227
첫댓글 비움의 방법 근원에 대한 감사함의 일깨움 가르침의 소중한 글 감사합니다.
귀한문장 차분하게 살펴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운영진님 빛과함께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빛으로 마음을 채우렵니다 .
빛과 함께 할 수 있음이 감사합니다 .
귀한글 감사합니다
봄빛이 그리운 날
우선 근원에 대한 감사
감사의 마음을 돌아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근원의 대한 감사를 일깨워준 빛명상이 참으로 날이 갈수록 고마와집니다. 감사합니다.
비우며 채우기 위해 근원에 대한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기에 물질과 진리 그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고 비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지금의 나를 존재하게 하고 살아있게 해주는 생명근원에 감사하며 마음을 비울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3월도 곧 끝이고 올 여름은 4월에서 11월까지라는 말이 있던데... 다들 여름 잘 나시기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비움의방법...빛책속의 귀한글 감사합니다^&^
귀한 글 감사합니다.
산승이 달빛을 탐내
병 속에 물과 달을 함께 길었네
절에 돌아와 비로소 깨달으리
병을 기울이면 달도 따라 비는 것을
이규보의 시 <영정중월 詠井中月> 속에 푹 빠져봅니다~
주옥같은 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읽으며 마음 다스립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귀한 글 감사드립니다.
귀한 빛 의 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