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교리상식] (19) 종말과 심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천주교에서는 종말을 어떻게 이해하는지요? 또 사람이 죽은 다음에는 사심판을 받고 종말에는 공심판을 받는다고 하는데 어떻게 구별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 최후 심판에 관한 가르침은 아직 때가 있을 때 회개하라고 하느님께서 하시는 호소다.
사진은 독일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쉬가 그린 '하늘 낙원으로 올라감'.
흔히 '종말'이라고 하면 지구 최후의 날, 죽음과 절망의 때로 이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교회가 가르치는 종말은 부정적이고 절망적이 아니라 긍정적이고 희망적입니다. 종말은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리는 날이고 하느님 나라가 완성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종말과 심판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알아봅니다.
죽음과 종말
일반적으로 종말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종말과 세상의 종말이 그것입니다. 개인의 종말은 바로 죽음으로 이해됩니다. 죽음은 모든 것을 무(無)로 만들어 버리기에 우리는 죽음을 아주 부정적으로 봅니다. 더욱이 교회는 죽음이 죄의 결과로 온 것으로 보기에 죽음은 부정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교회는 죽음을 넘어서는 부활을 믿습니다. 예수님은 죽음에서 부활한 첫 사람이셨습니다. 예수님 부활로 죽음은 새로운 의미를 지닙니다. 죽음은 모든 것을 무로 만들어 버리는 끝이 아니라 부활, 새로운 생명,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문인 것입니다. 죽음을 거치지 않고서는 아무도 이 생명으로 건너갈 수 없기에 죽음은 이제 우리 그리스도 신자들에게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이야기하듯 '자매'인 죽음으로, 복된 죽음으로 이해됩니다.
그리스도의 부활로 말미암아 개인의 죽음이 이제 더 이상 끝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문이듯이, 세상 종말로 이해되는 역사의 마지막 역시 더 이상 파국을 불러오는 종말이 아니라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리는 분기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에는 하느님 나라가 완성될 것입니다.
사심판
그러나 죽음을 넘어서는 영원한 생명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부활로 말미암아 우리에게는 영원한 생명, 곧 구원에 이르는 길이 열렸지만 영생을 얻기 위해서는 합당한 자격을 갖춰야 합니다. 그 자격 여부를 판별하는 과정이 심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자마자 자신의 행실과 믿음에 따라 자신의 삶을 그리스도께 셈 바치게 되는데 이것을 사심판(私審判)이라고 부릅니다.
그리스도 앞에서 자신의 삶을 셈 바치는 사심판의 결과에 따라 '정화를 거치거나 곧바로 하늘의 행복에 들어가거나 곧바로 영원한 벌을 받는다'고 교회는 가르칩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022항). 정화를 거친다는 것은 연옥에서 단련을 받는다는 것을 말합니다. 하늘의 행복에 들어간다는 것은 하느님과 성인들과 완전한 생명과 사랑의 친교를 누리는 것으로 하느님 나라(천국)에 들어간다는 것을 말합니다. 또 영원한 벌을 받는다는 것은 사랑이신 하느님과 친교를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는 것으로 지옥을 말합니다(894호 11월5일자 참조).
공심판
개개인은 이렇게 죽자마자 하느님 앞에 심판을 받지만 세상 종말이 오면 모든 사람이 다 부활할 것입니다. 그때에는 선한 일을 한 사람은 영원한 생명의 나라 곧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것이고, 악한 일을 한 사람은 단죄를 받아 영원히 벌 받는 곳으로 쫓겨날 것입니다. 이것을 공심판(公審判) 또는 최후 심판이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은 이 최후 심판이 언제일지 궁금해 합니다. 바로 그때가 사람들이 종말이라고 부르는 그때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분명한 것은 최후 심판이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재림 때에 이루어지겠지만 그날과 시간은 하느님 아버지 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종말 = 하느님 나라의 완성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시고 최후 심판이 이뤄지면 인류 역사가 종말에 이르는데 그때에는 하느님 나라가 완전하게 도래할 것이라고 교회는 가르칩니다. 이때에는 우주 자체가 새롭게 열려 완전히 새롭게 변할 것입니다. 성경은 이를 "의로움이 깃든 새 하늘과 새 땅"(2베드 3,13)이라고 표현합니다.
따라서 그리스도교의 종말은 부정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희망적입니다. 그때에 가서 우리는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을 온전히 뵐 수 있고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하나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연중 마지막 주일인 오늘 지내는 그리스도왕 대축일은 바로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시고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릴 그날을 고대하며 기념하는 축일입니다.
알아둡시다
하느님이 사랑의 하느님이시고 종말이 되면 하느님 나라가 완성되는데 자비로우시고 사랑이 넘치시는 하느님은 왜 심판을 통해 인간을 벌하실까요?
이에 대해서 교회는 이렇게 가르칩니다.
"최후 심판은 사람들이 저지른 모든 불의에 대하여 하느님의 정의가 승리한다는 사실을 드러낼 것이며, 당신의 사랑이 죽음보다 강하다는 것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최후 심판에 관한 가르침은 '은혜로운 때에, 구원의 날에'(2코린 6,2) 회개하라고 하느님께서 아직도 사람들에게 하시는 호소이다"(「가톨릭교회교리서」 1041항). 은혜로운 때, 구원의 날은 바로 지금입니다.
종말과 심판, 하느님 나라의 완성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은 대단히 중요한 점을 일깨워줍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은 결코 다시 주어지지 않기에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며, 나는 하루하루의 삶, 매순간의 삶을 자유와 책임 의식을 지니고 의미있게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삶이 절망적이더라도, 자비로우시고 사랑이 넘치신 하느님께서는 결코 우리를 버려두지 않으시리라는 희망을 일깨워 줍니다.
[평화신문, 2006년 11월 26일,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