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신의 원형
유럽에서는 인류의 초기 역사를 야만의 역사 - 모권적 신화의 역사 - 부권적 신화의 역사 시기로 나눈다. 그리스를 예로 들면 카오스 - 가이아 시기 - 제우스를 비롯한 전사의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청동기 시대는 모신 신앙이 중심이다. 여성이 풍요의 신으로 모성애를 대변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신화와 제사의례의 중심에는 풍요로움과 생명의 수호신으로 대지의 여신이 등장한다. 여신은 단순히 수호신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고 만물의 생성과 소멸까지 관장하는 최고의 신이다.
철기시대가 시작하면서 남자들로 구성된 전사들이 부족을 습격하면서 여신 중심의 우주론도 바꾸고 신화도 고쳐쓴다. 모권신화에서는 초월적인 어떤 존재를 섬기는 것이 아니고, 땅 자체를 섬긴다. 자연 자체를 섬긴다. 자연은 항상 모계적이다.(우리가 바위 앞에서 빈다든지, 나무 앞에서 기도하는 것은 모신적이다. 라는 뜻이다.) 그러나 부권사회에서는 인위적으로 어떤 신적 존재를 만든자 부권사회는 자연적이 아니고, 인간이 만든 사회적인 신이다.
크레타를 중심으로 하는 선사시대에는 짐승, 새, 나무 등 자연과 인연이 깊은 여신이 곡식과 가축을 풍요롭게 해주고, 인류의 번식과 성장까지도 돌 봐 준다. 원시 모계사회에서 숭배받는 모신은 보통 젊은 아들, 또는 애인격인 청년이 있다. 이는 대지에서 자라는 곡식 또는 나무의 상징이다.
여신의 원형은 탄생, 포근함, 양육, 보호, 다산, 성장, 풍요, 결혼의 주관하는 신이다.
그리스에서는 데메테르가 원형적인 모신이다. 데메테르는 올림푸스 신족이지만 족보로는 크로노스와 레아 사아에 태어난 딸이다. 데메테르의 메테르(Meter)는 어머니라는 뜻이다. (*데의 뜻은 잘 모른다고 한다.) 모신은 대지의 생산력을 말하지만 곡식의 정령이라는 뜻도 있다.
밀컨은 그의 시에서 데메테르를 이렇게 노래했다.
저 아름다운 들판
에나에서 꽃보다 더 예쁜 페르세포네가
꽃 따는 사이 명부의 신 하데스가 잡아 갔다네.
데메테르에게 크나 큰 괴로움을 주어
온 세상을 찾아 헤메게 했도다.
이 신화는, 이 시는, 곡식을 심고, 수확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여기서 보면 데메테르도(케레스도), 그의 딸 페르세포네도 곡식이다. 라틴어에서 케레스는 종종 ‘곡식’이라고 읽는다. 그리스어에서 데메테르는 빵을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페르세포네의 납치 또는 겁탈하는 하데스는 흙이다. 이는 땅에서 자라는 곡식 또는 나무의 상징이 된다. 또 다른 의미에서 하데스는 죽음이다. 페르세포네는 죽음의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어머니 여신 데메테르(케레스)의 노력으로 구원받는 ‘인간의 영혼’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리스 인들은 아테네 교외에 있는 엘레시우스에서 비의(秘義-비밀 의식)를 할 때 곡식의 부활 개념, 인간 영혼의 구제 개념을 나타낸다. 이와 같은 여신의 여러 원형 개념이 서로 모이기도 하고, 또 나뉘기도 하여 올림푸스의 여러 여신을 인격화하여 나타났다. 본래는 각 지역의 대지모신이었는데, 융합과 분화를 거쳐서 태어난 것이 올림푸스 여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