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일본車에 밀려 내리막길 - 강성노조에… 車업체들 이탈 인구 200만서 70만으로 감소, 2008년 금융위기 후 빚더미
'미국 제1의 범죄 도시' 汚名 - 실업률 16%, 인구 36% 빈곤층 경찰신고해도 출동 1시간 걸려… 도시內 빈 건물 최대 7만 채 조선일보 | 뉴욕 | 입력 2013.07.20 03:06 | 수정 2013.07.20 09:28 댓글219마이피플트위터페이스북더보기 툴바 메뉴 폰트변경하기 폰트 크게하기 폰트 작게하기 메일로 보내기 인쇄하기 스크랩하기 고객센터 이동
미국 자동차의 도시 디트로이트가 막대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18일(현지 시각) 파산을 선언했다. 미국 지방자치단체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이다.
◇180억달러 부채 해결 못 해 파산
디트로이트시는 이날 오후 미시간 동부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릭 스나이더 미시간주지사는 파산 신청서와 함께 제출한 서한에서 "디트로이트의 막대한 부채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면서 "케빈 오어 디트로이트 비상관리인이 제안한 파산 보호 신청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 2009년 크라이슬러의 파산보호 절차를 담당했던 오어 변호사는 지난 3월 디트로이트 비상관리인에 임명돼 주 정부 차원에서 파산 사태를 막아보고자 채권단과 협상을 벌여왔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디트로이트는 미국 자동차 산업을 상징하는 도시였다. 20세기 초반 자동차 시대의 도래와 함께 급성장한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산업은 1950년대를 정점으로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자동차업체들은 이 지역 강성 노조가 주도하는 인건비 급상승을 피해 다른 지역으로, 다른 나라로 공장을 옮겨갔다. 1990년대 들어서는 미국 자동차 산업 전체가 디자인을 중시하는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해 독일·일본 자동차에 밀리며 생산량이 급감했다. 중산층 가정은 교외로 빠져나갔다. 1950년대 200만명에 육박했던 디트로이트 인구는 현재 70만명 수준으로 줄었다.
여기에 2008년 시작된 금융위기가 치명타로 작용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세수(稅收)도 급감했다. 주 정부 지원은 줄었지만 공무원연금·건강보험 등의 장기 채무와 시 운영 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빚은 계속 불어났다. 이런 가운데서도 공공부문 노조는 호황기에 만들어진 과잉 복지를 조금도 포기하려 하지 않았고 정치인이 여기에 동조했다고 USA투데이는 지적했다. 현재 디트로이트의 부채 총액은 180억달러(약 20조2000억원)를 넘었다.
스나이더 주지사는 "파산 신청은 어렵고 고통스러운 결정이지만 지난 60년간 누적돼 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선택 방안이 없었다"면서, "재정적인 관점에서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디트로이트는 무일푼"이라고 말했다.
◇공무원과 은퇴자들, 연금 등 각종 혜택 삭감 전망
이번 조치로 디트로이트는 향후 수개월에 걸쳐 법적 논쟁과 자산 매각 절차를 진행하게 되며, 근로자와 은퇴자들은 연금 등 각종 혜택을 삭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망했다. 파산 선언은 채권자들에게 진 빚을 법적으로 조정하는 절차다. 오어 비상관리관은 지난 3월부터 채권자들과 채무 조정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그는 최근 담보를 가진 채권자들과는 '부채 1달러당 75센트씩을 갚겠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그러나 '채무액 110억달러 중 20억달러 상환'을 제안받은 무담보 채권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백악관은 "디트로이트의 파산 절차 진행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출동에 58분 걸리는 도시
디트로이트 공무원 테렌스 타이슨은 "슬프지만 예견됐던 일"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디트로이트의 실업률은 4월 기준 16.0%로 미국 평균 7.5%의 두 배를 넘어섰고 인구의 36%가 빈곤층으로 분류된다. 디트로이트 시내에서는 한 블록 전체가 빈 건물인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이 도시의 빈 건물 수만 4만~7만 채로 추산된다.
시 예산이 바닥나면서 치안도 최악이다. 디트로이트는 인구 10만명당 2137건의 폭력 범죄가 발생해 미국 제1의 범죄 도시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이 도시에서 범죄 피해 신고 후 경찰관을 만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58분에 달한다. 미국 평균 11분을 훌쩍 뛰어넘는다. 범죄 해결률은 8.7%에 불과하다. 재계 일각에서는 재정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디트로이트 상공회의소 샌디 바루아 회장은 성명을 통해 "파산 신청은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대담한 조치"라고 밝혔다. 디트로이트에 본사를 둔 제너럴모터스(GM)도 이날 파산 선언이 새 출발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