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전시회 관람(digital Homo Ludence)
GAME/PLAY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 시립미술관을 찾아가는 길은 행복했다.
딸아이와 내가 전시장에 들어섰으나 금방 마음을 흡인하는 것들과는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놀이/유희라는 제목에 이끌려 나선 길이기에 무엇인가 있을 것이라는 인내심을 가지
고 3층까지 돌았다. 찻집에서 마시는 카페라떼 한잔의 여유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같고 내 수첩
에 다시가고싶은 장소로 적어두었다.
전혀 소통이 불가능할 것같은 것들로 채워진 코너에서조차 새롭게 보려고 일단 노력해보았다.
전시중인 작품들ㅡ름은 광주 비엔날레에서와 닮아있다.
파포먼스 과정을 비디오로 보여주거나 설치작품, 웹 작품들로 캔버스에서 만나는 그림들과는 다
른 전시회였다. 게임을 모르면 더더욱 즐길 거리가 줄어든다.
유치부 아이들이 즐길 것같은 탈 것 앞에는 줄이 서 있다. 병아리같은 모양의 탈 것에 앉아 붉
은 키가 화면에 등장하면 좌우로 운전을 하며 그 때부터 붉은 울타리를 넘어 넓은 초원으로 달
릴 수 있게 프로그램된 놀이이다. 놀이에 몰입하다보면 민감한 사람은 그 놀이의 궁극적 목작이
무엇인지 눈치를 챈다. 궁극에는 문을 통과하라는 명령어와 같다. 성적유희로 이어지는 셈이
다. "그렇게하고 놀아"가 아니라 엉뚱한 것에 집중하도록 하고 나중에 보면 유희가 되어지는 묘
한 놀이이다.
한 시대를 앞서가던 작품도 시간이 흐르면서 아무 새로움이 될 수 없는 것들을 보면서 도무지
왜 저 작품을 걸어두었을까 의아해하기도 했다. digital의 전성기를 맞기 전에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것같은 빠른 흐름 속에서
초창기의 웹 작품을 보는 것은 시시하다 못해 벌써 구닥다리가 되어 있다.
개성있는 디자인의 의자들이 놓여있는 자리마다 쉬어가며 보아도, 그다지 나를 흔드는 작품과
만나지는 못했다. 메시지는 강해도 3층에 이르는 동안 내내 공부하는 마음으로 작품 앞에 섰다.
비디오에 한 사람이 등장한다. 조금 있으면 무엇인가가 그들의 얼굴에 끼얹어진다. 관람객은 그
자리에서 그 사람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퍼포먼스 했던 장면을 비디오로 다시
보여주는 작품과 만났다.
딸기 으깬 것, 청포도 으깬 것, 계란푼 것, 밀가루, 호두를 걸죽하게 간 것, 토마토 케챱을 사람
의 얼굴에 차례로 끼얹으며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고 느끼는지를 실감하게 한다.
과정을 철저히 거치지 않으면 느낌이 결과로 남지 않는 작업이다.
액체가 끼얹어지면서 가장 공포스럽게 반응하는 물질이 토마토쥬스로 어느물질보다 먼저 고개
를 옆으로 돌렸고 보고있는 사람조차도 고개를 따라돌리고 싶어진다.
아마도 빨강이 가지는 색감때문에 조금은 특별하게 반응했으리라 생각된다.
거의 가까이 다가오기 전까지는 담담하게 있는데 가장 적게 변화를 보여준 물질이 포도송이 으
깬 것이었다.
나는 여러종류의 물질이 사람 얼굴에 끼얹어지면서 저마다 보여주는 아주 특별한 표정을 관찰
하였다. 물질이 끼얹어지면서 움직임이 보여주는 그 순간순간의 아름다움은 얼굴에 닿아 정리
되고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고 만다.
인생도 이와 같이 과정을 놓치지 않고 챙겨 느끼며 산 사람은 결과가 별로 대단하지 않고 싱거울
지라도 그의 가슴은 풍요로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나이되면 별 수 없어. 다 그렇고 그래" 한다면 실수다.
과정을 중시하는 사람만이 가지는 행복은 따로 있다.
통장의 액수도 아니고 보여지는 옷가지도 아니다.
누군가와 마주친 눈빛, 잠시 열였다 닫히는 마음의 문, 반짝이던 생각, 그 무늬, 그 소리, 그 색
깔을 어찌 다 보듬어보여줄 수 있는가.
그 작업 끝에는 늘 어지러운 결과로 질펀한데............
아무도 모른다.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풍요를 위해 챙겨서 느끼며 살 일이다.
카페 게시글
오정순과 함께
아주 특별한 전시회 관람 (digital homo lud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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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1.1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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