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대로 국립공원 설악산을 찾았어요.
동해의 일출을 보며 이른 아침을 먹고 출발하였는데도
설악산 입구 훨씬 전에서부터
입장하려는 차량들로 거북이 걸음을 하였어요.
월요일이어서인지 수녀님들도 눈에 많이 띠던데요.
원래는 케이블 카로 올라가서 설악의 단풍든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 보려고 하였으나 타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5시간을 기다려야 탈 수 있다는 말에
비선대 쪽으로 행선지를 바꾸었어요.
흔들바위, 울산바위쪽은 여름에 갔었고
남편이나 나나 가파른 곳은 힘에 부쳐서
비교적 걷기가 수월한 비선대로 올라갔어요.
비선대쪽은 23년 전에 가본 이후 처음이었는데
남편이 위관장교시절 작은 아들이 백일 좀 지날때까지
2년 가까이 속초에서 살면서
한 일곱 여덟 번은 갔었던 곳이니까
우리 애들과의 추억이 많은 곳이기도 해요.
비포장이었던 곳이 포장도로로 바뀌었지만
바위들도 그대로이고 맑은 물에만 산다는
열목어도 여전하더라구요.
손바닥에 먹을 것을 올려놓고 다람쥐를 부르면
두려워하지않고 와서 냉큼 물어 목에 감추던
다람쥐란 놈도 세월 탓인지 낯가림을 해요.
비선대에서 더 올라가면 금강굴이 있는데
그곳은 엄두도 못내고 내려오면서 와선대에서
잠시 쉬며 올려다보는 설악은 아직도 덜 익은 느낌이 들었어요.
원래 단풍은 높은데로 올라갈수록 진하고 아름답잖아요.
아쉬워서 돌아오는 길을 미시령으로 해서 돌아왔어요.
긴 코스는 아니지만 길이 무척 굽어있고 험한데
미시령 나름대로의 가을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었고
낮인데도 해무가 많이 끼어있었어요.
여행중에 빼놓을 수 없는 건 역시 먹는거잖아요.
속초오면 항상 들리는 막국수 집이 있어요.
오래된 집인데 어디냐하면
속초시내에서 간성쪽으로 가는건데
고성군 토성면 용촌을 지나 검문소를 하나 지나서
계속 직진하다가 좌측으로 학교가 보이고
좌회전 뇌종부대라는 이정표에서
우측으로 지하통로로 들어가서 나오면
백촌막국수집이라는 안내판이 보여요.
그집은 막국수와 편육이 유명하고 특히 백김치와 무청김치가
아주 맛있는데 김치를 바닷물에 절였다가 담근다나 봐요.
기회가 되면 한번 가 보세요, 맛이 있어요.
도시생활에 익숙해서인지 잘 걷지않다가
모처럼 걸어서인지 약해져 있는 체력을 느끼게 되는 것이
집에 돌아가면 일주일에 한 번 앞산에라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척 피곤한데 자려니까 잠도 오지 않는데
파도소리 탓인지 환하게 불밝힌 오징어잡이배 탓인지
그리운 사람 탓인지..
남편은 저녁을 일찍 먹은탓인지 또 스카이라운지 타령..
올라가서 치킨하고 생맥주 딱 한잔씩만 하자고
제의를 해오고 내일 백담사 가려면 일찍 자야한다는 내 말에
삐져서 혼자 올라가더니만 뭐 지갑을 안 가져가서 계산을 못하니
올라와 달라고 사정하는 바람에 할수 없이 내가 졌다네요.
덕분에 못하는 술 생맥주500cc의 절반 마시고 잘 잤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