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일 오후 전남 여수산단 여천NCC 제3공장 위에 먹구름이 가득 끼어있다. 이 공장은 석유화학제품 수요 감소와 제품 가격 하락으로 16년 만에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조홍복 기자 powerbok@chosun.com
◆유화업계 강타하는 공장가동중단·감산 회오리
19일 공장 1개 동 가동을 전면 중단한 여천NCC는 국내 최대 나프타 분해 업체. 현재 이 회사는 연간 생산(연산) 40만t 규모의 3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1·2공장만으로 석유화학제품 기초원료를 생산 중이다. 3공장이 완전히 멈추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지난달부터 70% 감산했던 1공장·2공장은 각각 85%와 100%로 생산량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3공장의 조기 가동이 불투명해 연산 180만t 달성은 어려울 전망이다.
문제는 여천NCC 이외에 여수산단의 대부분 석유화학 업체 가동률이 50~70%에 머물고 있고, 다른 전국 대다수 유화업체들도 공장가동을 멈추거나 감산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울산의
SK에너지는 35년간 가동을 멈추지 않던 나프타 분해 1공장을 지난달 27일부터 한 달 가까이 스위치를 끄고 있다. 재가동 여부도 아직 불투명하다.
한국바스프도 이달 초부터 전국 4개 공장 가운데 여수의 폴리우레탄 원료 공장과 울산 공장 등 2곳의 가동을 중단했다. 한국바스프는 "시장상황에 따라 가동률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울산의 태광산업도 지난 5일부터 25만t 규모의 AN(아크릴로니트릴·의류 등의 원료) 생산공장을 멈춰 세웠다.
LG화학도 최근 여수와 대산공장의 가동률을 각각 10%, 15% 줄여 감산체제로 돌입했고, 한화석유화학 여수공장은 이달 들어 6개 공장 중 2개씩 보수공사하는 형식으로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금호석유화학도 지난주부터 여수와 울산의 생산공장 가동률을 70%로 떨어뜨리며 감산을 결정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원료 공급업체들이 글로벌 수요 감소로 생산을 줄이면서 원료 수급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토탈, 롯데대산유화, 호남석유화학, 폴리미래 등 대부분의 국내 유화업체들도 10~30% 정도씩 감산에 나서고 있다.
◆감산 사태 당분간 지속될 듯전문가들은 경기 변동에 민감한 유화업체들이 당분간 감산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의 황윤진 연구원은 "세계 경기침체로 중국의 수요가 크게 줄어 유화제품 수출증가율이 내년에는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라며 "감산과 가동률 하락이 오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중동의 유화업체들이 공장 신·증설을 마치고 대량 생산체제를 갖추는 점도 유화업계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에틸렌 생산설비가 이달 중 가동하고,
중국의 석유화학업체인 시노펙도 내년 1분기에 석유화학공장을 완공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등 외국 업체들이 석유화학제품을 대규모로 쏟아내 공급량이 늘어나면 제품가격이 크게 떨어져 국내 유화업체들은 또 한 차례 시련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