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젤리제 거리는 언제나 깔끔하다.
차도보다 인도가 더 넓은 거리.
파리의 뒷골목을 보고나면
여기도 파리인가 하고 생각할 정도로 지저분한데
여긴 파리의 가장 말끔하게 씻어놓은 얼굴같은 곳이랄까
역시 밤의 노란 불빛이 있어야 샹젤리제 답긴하다.
네모 반듯하게 잘라놓은 가로수가
여긴 샹젤리제 거리야 하고 으시대는 느낌이다.
루이뷔똥 본사건물 앞엔
여전히 줄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저 매장에 들어가
턱턱 물건을 집어들려면
어느정도의 재력이 필요한걸까.
따끈따끈한 신상들이 반짝이고 있겠지.
경비도 삼엄하고 가방검사까지 하는 걸 보면
일단 입장하고 나면
뭐라도 하나 들고 나와야하는 거 아닐까
개선문 포인트로 일행을 안내해
멋진 포토타임!
쉽사리 나올 수 없는 리드믹컬한 포즈
아주 좋습니다.
"왕년에 내가 말야, 리도쇼도 관람했었다고"
하는 표정으로 이 거리에 있는 리도쇼극장 앞에서 폼한번 잡아본다.
벌써 13년 전의 일이라구요.
네스프레소 카페에서 커피한잔 하고 싶었지만
여유시간이 없다.
버스에 집결할 시간 임박해서 화장실이 급한 나와 선배님이
커피한잔 사고 화장실을 이용할 생각에 카페로 들어선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하며 주문을 받으려던 종업원이
"토일릿" 하는 나의 외침에 실망한 듯
고개로 휘익~
계단을 가리킨다.
"뭐야, 아침부터..."
하는 표정으로
그러거나 말거나 우린 급하다고~~하면서 쪼로록 계단을 내려간다
시원하게 볼일을 보면서 시간이 없으니
커피하나 테이크아웃 해가면 화장실 사용료가 되겠지했는데
우리가 나와도 종업원은 다른사람 상대하느라
우릴 쳐다보지도 않는다.
"토끼(?)자"
눈으로 얘기하면서 이미 몸이 움직인다.
나와 선배님은 뒤도 안돌아보고, 카페를 뛰듯이 걸어 나왔다.
샹젤리제거리에서도 토끼는 게 통하네.
하하하
참 아름다운 건물 오르세 미술관
건축물 자체가 예술품으로 보이는 파리는 거대한 갤러리다.
그러다보니 자꾸만 두리번두리번
촌사람 서울구경하듯 고개를 들게 된다.
촌사람 파리구경하는거네.
작년의 입간판과 똑같은 그림에
옆면의 특별전 명칭만 바뀌나보다
작년에 이 입간판 앞에서
사진을 찍었었는데
올해도 만나니 반가웠다.
모네의 저 그림 속
빠알간 개양귀비꽃은
들판을 달리면서
수도없이 보였다.
보일 때마다 함성을 지르며
감탄했다.
저 밝고 도발적인 색감이
초록에 섞여
얼마나 아름답던지....
오르세 미술관에서 시간을 최소한 2-3시간 이상 줄것을 예상했지만
1시간 30분밖에 안준다.
중요작품을 보려면 시간 안배가 중요했다.
우린 1층의 밀레 작품인 '만종' '이삭줍기' 를 보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5층으로 오른다.
5층에 있는 인상주의 화가들 작품을 먼저 보고 내려오면서
2층에 있는 고흐의 방을 보는 것으로 정하고 움직였다.
카페 장식과 커피잔의 그림장식까지 맞추어놓은
이 멋진 카페에서 차 한잔 하며 쉬엄쉬엄
감상하고 싶은데
그럴 여유는 없다
마지막 2층의 고흐방을 찾아갈 때는
시간이 20여분 밖에 안남았는데
엘리베이터로 2층에 내렸건만
금방 이어지질 않고
눈 앞에 고흐방이 있는데 길을 찾기 쉽지 않다
결국 안내원에게 물어가며
극적으로 고흐방에 도착.
고흐의 작품들을 보며 감탄하는 우리 일행들.
좋은 작품을 직접 눈앞에서 만나는 행복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하랴.
붓터치 하나하나 천천히 감상해야 제맛인데....
고흐의 자화상들도 많고
가셰박사, 고흐의 방, 별이 빛나는 밤에,
내가 특히 좋아하는 '오베르 교회'
파리 근교를 다시 여행한다면
'오베르 쉬르 우아즈'를 꼭 가보고 싶다.
모네를 찾아 지베르니에 갔던 그 기억이 하도 좋아서.
그 곳엔 '오베르교회'도 있을테고
까마귀가 날던 그 밀밭도 노랗게 익어가고 있겠지.
''라부여인숙'을 들러 고흐 테오의 묘지로 자연스레 발걸음이 옮겨질 것이다.
자, 그림감상 하고 가실게요~~
잠시 그림비교좀 하실까요?
화가들은 같은 장소나 같은 인물화를 여러편 그리는데
비교하면서 보면 아주 재미있답니다.
-오르세 미술관의 르느와르 피아노앞의 소녀들 -
- 오랑주리 미술관의 르느와르 피아노 앞의 소녀들-
차이점을 찾으셨나요?
선명도의 차이는 카메라 화질의 차이이니 이점 참고하시고요.
미술관 앞에선 젊은이들이
버스커의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다.
자신의 기분을 모두 쏟아낼 수 있는
저 젊음이 또 이쁘다.
역시 세느강은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
강건너엔 루브르 박물관 건물이 웅대하게 보인다.
저 다리를 건너면 루브르로 이어진다.
아쉽지만 미술관을 나서며 입구의 기념품샵에서
2019년도 달력도 샀다.
고흐의 그림으로 가득 채워진 2019년.
종업원에게 '캘린더'를 외치며 달력파는 곳을 찾아 미션 성공!
무슨 미션이냐구요?
짠딸이 꼭 오르세에서 달력을 사오라고 했거든요.
지금 걸려있는 달력은
작년 런던의 내셔널갤러리에서 사온 달력이다
한달 한달 달력을 넘기며
명화를 감상하는 기분 아주 좋다.
6월은 모네의 수련이다.
지베르니에 갔을 때
모네의 그림으로만 된 달력을 보고
내셔널갤러리에서 달력 산 것을 살짝 후회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엔 고흐만의 작품으로 가득 채운 달력으로.
점심은 달팽이요리를 먹으러 간다.
처음엔 달팽이라는 말에 입맛이 당기질 않았는데
달팽이라기보다는 작은 소라라고 해야할까?
이번엔 아주 맛나게 잘도 먹습니다.
지난번엔 소스에 바게트 찍어먹으니 맛나던데
여긴 왜 바게트를 안주는거지? 하며
부심이님과 투덜대며 잘도 먹는다.
자! 이제 파리의 상징인 에펠이를 만나러 갈 시간.
예상대로 사이요궁 쪽으로 간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인지
물대포도 쏴준다.
이런 하늘을 어렸을 땐 늘 보고 자랐는데
요즘 이런하늘 구하기 어려워졌다.
사이요궁 아래의 정원을 거닐고
저 세느강의 '이에나다리'를 건너
맞은편 잔디가 있는 곳 까지 걸어간다면
에펠이를 더 충분히 즐길 수 있으련만.
저 다리를 건너며 뒤돌아보고 또 뒤돌아보면서
자꾸만 새 풍광을 만들어 주던 에펠이에게 감탄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빨간 트렌치가 멋스럽게 어울리는 이 여인
오늘 에펠이의 주인공이다.
항상 발랄한 웃음으로 우리 일행들의 명랑지수를 높여주었던 멋쟁이
이 발랄, 귀염귀염은
여행지가 아니면 나오기 힘든거죠잉.
힝~~
나도 다음엔 에펠이 앞에서 꼭 이런 사진 남길테야.
발랄 귀염 온갖 표정 담아서.
NG!
이런 포즈 말고!
사이요궁 아래 정원에서의 시간을 좀 보낼 줄 알았더니
금방 철수다.
우리가 더 머물고 싶어하던 오르세미술관에서도
그리 시간을 짧게 주더니
쁘랭땅백화점에선 시간을 마구 퍼준다.
건물 자체만으로도 감상할 가치가 있다느니 하는 사탕을 발라가며.
아무리 그래도 백화점 건물로는
모스크바 굼백화점 건물이 최고다.
파리를 넘어서 전세계의 유행을 주도하는 곳이라하니
궁금하긴 한데.
그 비싼 물건들을 섣불리 들고 나올 여행자가 몇이나 될까
쇼핑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이 아닌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우린 대충 둘러보다가
백화점 내의 카페에서 할일 없이 시간을 죽인다.
주스한잔 씩 앞에 놓고.
패키지여행 때마다 그토록 여유를 바랬건만
엉뚱한 곳에서의 여유는 그냥 앞자락에 쏟아진 시간일 뿐.
이제 우리 일행 중 3사람만 빼고
모든 사람들은 에펠탑 2층 전망대에 오르고
유람선 바토무슈를 타러 간다.
일행 대부분 유럽여행 경험자라서 이번 옵션에 빠지는 사람이 많을 줄 알았더니
우리 셋만 달랑 빠졌다.
조금 민망!
그런데 하나에 1만원 정도밖에 안하는 옵션 2가지에
85유로(약 10만원)은 너무하잖아요.
우린 인솔자분과 함께
택시를 타고 숙소로 들어간다.
에펠이 근처에서 좀 놀다가고 싶은데....
가는 길에 수퍼에 잠깐 들러갈 시간을 준다.
우린 신나라 하며
과일도 사고, 한국에선 수입품이라 비싸게 사야하는
그곳 브랜드 화장품도 사고.
택시타고 들어가는 기분도 괜찮은데 하며
숙소에 들어와 짐을 꾸린다.
아! 여유있네.
이틀 묵었던 파리 호텔을 떠나 내일이면
떼제배를 타고 스위스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