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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말해줘] 08
S#1. 울진 필상의 집 마당
경채와 빈채가 고무줄 놀이 하고 있다. 고무줄의 한 끝은 나무 기둥에 매여 있고 나머지 끝은 빈채가 잡고 있다.
정숙, 마당 수돗가에서 걸래를 빨아가지고 안으로 들어간다.
S#2. 바둑판
흰돌과 검은 돌이 번갈아 놓여지고 있는 바둑판.
S#3. 필상의 방
필상과 영채가 마주 앉아 바둑을 두고 있다.
정숙, 걸래를 들고 들어와 방바닥을 닦기 시작한다.
영채, 깐에는 바둑에 몰입해 있는 척, 진지하게 두고 있고
필상, 그런 영채의 안간힘을 알면서 모르는 채 한다.
필상 : (돌을 놓으면)
영채 : .. 이래 두몬 안댈낀데?
필상 : ?
영채 : 아빠 후회 안하지예? 아싸아!!!
영채, 돌 하나 놓고 나서 룰루랄라 하며 필상의 돌을 왕창 따 먹는다.
정숙, 그런 영채를 흘긋 보고는 저도 모르게 땅이 꺼져라 한숨.
필상, 영채의 눈칠르 살피며 정숙에게 슷! 그러지 말라는.
정숙, 속 상해서 빡빡 걸레질하고.
필상 : (돌 하나 놓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언제 갈 낀데, 니? 서울에..
영채 : (저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돌 놓으며) 어. 바서.
필상 : (놓으며) 이래 오래 손 놓고 있어도 회사에서 머라 안하나?
영채 : (놓으며)...... 아다리!
필상 : (막으며) 아예 때라치아뿐기가...
영채 : (놓고) 아다리.
필상 : (막으며) 영채야, (하는데)
정숙 : (걸레질 탁 멈추고) 내려온지 이레가 댔소 열흘이 댔소? 앓고 나가 개우 사날 넘었는데 와 그래 몬보내 안달인교,
출근하몬 만날 얼굴 마주치야 댈낀데 그기 어데 쉬운일잉교?
영채 : ....
정숙 : (못마땅해 궁시렁궁시렁..걸래질하며) 와 아를 가만 안두고 자꾸 안달쿠노, 안달쿠길...안그캐도 어거지로 웃고 있는 아를...
영채 : ....
필상 : (정숙을 한번 흘기고 눈치 보듯 영채의 얼굴을 보는데)
밖에서
경채 : (E) 서영채는 우리 언니얀데, 아저씬 누구신교?
영채 : ?
S#4. 마당
영채 나와보면, 경채와 빈채가 고무줄을 쥔 채로 희수를 빤히 올려다 보고 있다.
희수, 영채를 보며 환하게 웃는다.
영채 : 어라? 아저씨가 왜 우리집 마당에 서 있는 거예요?
희수 : 경상북도 울진군 서면 행곡 2리 29번지! (하며 웃는데)
필상과 정숙이 방문을 빼꼼 열고 본다.
희수 : (꾸벅 인사하며) 안녕하십니까, 영채씨랑 같이 일하는 박희수라고 합니다.
필상 : ?
정숙 : ?
S#5. 마을 길
영채와 희수, 집을 뒤로 하고 큰길쪽을 향해 걷고 있고,
경채와 빈채가 제 언니와 정체모를 아저씨의 뒤를 졸졸 쫒아가고 있다. 의혹과 호기심이 가득해서.
영채 : 내가 집에 와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희수 : 전화했더니 동생이 받아서 얘기해 주더라. 전화긴 왜 팽개쳐두구 내려온거야?
영채 : 이천원 있어요?
희수 : ?
경채와 빈채에세 천원씩 나눠주는 영채.
두 애기, 천원씩 팔랑거리며 좋아라 반대편으로 뛰어가고.
그런 모습을 보며 저만치 서서 웃고 있는 희수에게
영채 : 지들이 내 보디가든줄 알아요. 귀찮아서 떼어버렸어요.
해 놓고는 희수에게로 뛰어가는 영채. 가까이 와서는
영채 : 무지 뜻밖이구, 무지 반갑네요.. (히죽)
희수 : ........(미소)
S#6. 대숲
영채와 희수 걷고있다.
희수 : 이동통신 회사에선 투링 써비스 때문에 한두 소절이라두 미리 해 줄수 없냐는 황당한 얘길 하지 않나,
박감독은 메인테마 만이라두 미리 나와주면 좋겠다고 은근히 재촉을 안하나... 전담자가 없어지니까
나경림 실장한테 설명했던 걸 오상무님한테 똑같이 설명했는데, 오후에 박감독이 또 똑같은 걸 묻기도 하고..
제작발표회가 낼 모랜데 백뮤직이 있어야잖느냐구 조대표 야단이구. 어때? 나좀 도와주지 않을래?
너두 일에 매달리면 견디기두 좀 쉬울꺼구. 그렇게 어찌어찌 지내다 보면 몇개월이구 훌쩍 지나갈거구....
영채 : (멈춰 서 있다)
희수 : ...........응?
영채 : ...........
희수 : ...........응? (대답을 재촉하는)
영채 : 하루종일 내가 뭘 하나 봤더니.. 병수 전활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희수 : ..........
영채 : 그래서 놓구 왔어요. 이제 나한테 전화같은 거 안할 거 뻔히 알면서두.. 기다리는 게 힘들어서요.
희수 : ... 그럴정도루 기다려지면, 기다리지 말구 먼저 해 보지 그랬어.
영채 : 몰라요, 그자식 전화번호를. 그자식이 바꿔버렸더라구요, 번호를.
희수 : ....
영채 : 근데 나한테 일을 하라구요?
희수 : ....
영채 : 하숙집 내방엔 병수랑 찍은 사진, 병수가 나한테 준거, 내가 병수한테 뺏은거, 병수랑 같이 보던 책, 병수랑 병수랑 병수랑...
병수 흔적이 없는 거 없구, 같이 다니던 길, 같이 앉아있던 성곽, 같이 타구 다니던 지하철......
그자식이랑 상관 없는 게 아무것두 없어서... 도망쳐 왔거든요?
희수 : ......
영채 : 근데 나한테 그 자식이 있는 소굴루 가서 일을 하라 그거죠? 너무했다........ 너무 했어......
희수 : 야 임마.. 설마 내가 너무했겠냐... 아프단 얘기만 듣구 통 못 봤으니.. 궁금하구... 그리구... 그래서....
영채 : ......
희수 : .......
영채 : ....... 기껏 도망쳐서 집에 왔는 데 있죠...
희수 : ........
영채 : 집은 말이죠.. 더 극악무도한 거 있죠...
희수 : .......
영채 : 원조거든요, 원조. 그자식이랑 내가 여기서 만들어졌거든요,
희수 : ......
영채 : 세상 어딜 가두 그 자식이 귀신처럼 들러붙어 있거든요. 아주 웬수가 따로 없어요, 그냥.
희수 : ........
영채 : 그러느니 차라리 가서 볼래요.
희수 : ......
영채 : ........ 보고 싶어...
희수 : ......
영채 : 그 자식 보구 싶어요.
희수 : ........
영채 : 보구 싶어... 미치겠어요....
희수 : ......
S#6-1. 마트
능옥과 을채와 석관이 장을 보고 있는데, 한준이 카트를 밀고와 마주쳐 스쳐간다.
한준, 카트에 비스켓 종류만 가득 담고 있다.
계산대 앞.
한준, 계산대 위에다 카트의 물건들을 옮겨 놓고 있는데, 카트 가득 비스켓과 쵸콜렛이다.
S#7. 세트장 입구
배우들과 기자들 속속 들어가고 있고 희수와 영채도 입구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정형수는 어떤 배우랑 담배를 나눠피며 까불고 있다가 영채를 보고 손들어 인사하고,
영채 형수에게 인사 한 후에 멈춰서서 큰 숨 쉰다.
희수, 그런 영채의어깨를 툭툭 두들긴다.
S#8. 세트장 안
제작 발표회 직전.
제작발표회 현수막 걸려있고. 기자들 배우들 등 사람들 왔다갔다 하는데,
영채와 희수 들어선다.
희수, 영채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영채, 긴장한 눈으로 누군가를 찾다가 병수와 눈이 마주친다.
영채 : ....
영채, 반듯하게 걸어서 병수를 향해 간다. 병수, 긴장하고.
영채, 병수를 스쳐서... 이나에게로 간다.
오상무, 그런 영채의 움직임을 놀라서 시선으로 좇고 있고, 경림도 그렇게 한다.
이나, 기자들한테 인사하고 돌아서다가 영채와 맞닥뜨린다.
이나 : .......
영채 : .....(이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그간 좀 아팠습니다. 제가 아직 해고된 게 아니라면 지금부터라두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이나 : ....
영채 : ....
이나 : ....
영채 : ....
이나 : 잠깐 조용한델 갈까?
영채 : ....
S#9. 세트의 방 안
이나, 영채를 데리고 들어온다. 섬의 폐가의 방이다.
영채, 들어서면 이나, 문을 닫는다.
이나 : 현장을 그대루 세트루 옮겨 왔어. 주인공이 사는 집이야. 현장이 여의치 않을때 이 세트를 활용하기도 할꺼야...
영채 : .....
이나 : 물론 해고한 건 아니야. 그런 절차를 밟을 시간도 없었구. 그치만 니가 다시 나타날 거라군 생각 못했어.
영채 : .......
이나 : (방안을 둘러보듯) 섬에 갔을 때 배가 갑지기 사라지는 바람에, 병수랑 나랑 이방에서 하룻밤을..... 보냈어.
영채 : .........
이나 : ......(언니처럼) 힘들지 않겠니? 괜찮겠니?
영채 : (노려보듯 보며) 걱정...... 해 주시는 건가요?
이나 : ....
영채 : .....
이나 : 아니.
영채 : .......
이나 : 차라리 그러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구 있는 중이야. 상황을 니 눈으루 보는 편이 낫겠다구 말야.
영채 : .......
이나 : ........
영채 : .........
이나 : .........
두 사람 노려보듯 보고 있는데, 밖에서
오상무 : (E) 나오시죠, 다 기다리구 있는데....
이나 : (영채에게 시선 고정한 채로) 네 알겠습니다 오상무님.
영채 : ......
이나 : ......
이나, 방안 가구(문갑같은 것)의 서랍을 드륵 연다. 봉투 들어있다.
봉투 집어들고, 서랍 닫고, 영채에게 봉투 내 민다.
영채 : ....? (받으면)
이나 : 제작발표회 끝나구 이벤트를 벌일 예정이었어. 세트 곳곳에 보물을 숨겨놓구 찾게 하는 거지.. 니가 젤 먼저 찾았구나...
이나, 나가면, 영채, 봉투 연다. 청첩장이다.
떨리는 손으로 펼치면, 병수와 이나의 이름이 박힌 청첩장이고, 부모 이름은 생략.
영채, 할 말 없다..... 멍하다.... 방바닥에 앉는 영채............
그 위로 (E) 발표회 후 와글와글 사람들 떠드는 소리. 축하한다, 이런 깜찍한 사람들 같으니.. 등등 경쾌한 소리 덮이고
S#10. 세트장 안
제작발표회 뒷풀이.
뷔페 연회가 벌어지고 있고 이나, 사람들과 와인잔 부딫치며 웃고 있다가 시선으로 실내 여기 저기를 더듬는다.
여기 저기 청첩장을 펼치고 보는 사람들 보이는데, 병수와 영채 안 보인다.
이나, 와인잔 놓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는데, 그 앞에 와서 서는
희수 : ....(청첩장 들어보이며) 보물 찾았어. 상품은 뭐야?
이나 : ....
희수 : 축하해.
이나 : ..... 고마워.
희수 : 소감이 어때?
이나 : 좋아. 당연하잖아?
희수 : ....(끄덕)
이나 : (두리번거리는데)
희수 : (그런 이나를 보는)... 정작가가 데리구 갔어.
이나 : (희수를 보는)
희수 : ...
S#11. 강가
영채와 병수 앞에서 청첩장을 흔들고 있는 정형수.
정형수 : (흔들던 것 멈추고) 사연이나 조까 들어보자고야....
(펼쳐서 손가락으로 짚으며) 어째서 김병수 옆에 서영채가 아니고 조이나다냐?
영채 : .........
병수 : ........
정형수 : 아야, 애 터징께 언능 말 조까 해 봐야?
병수 : .....
영채 : ........
정형수 : 워니~ 이 애기들이 참말로! (청첩장으로 자기 손바닥에 탁탁 때리며) 이것이 뭣이여,
설마허니 애인 버리고 부잣집 딸 꼬셔서 어찌고저 허는 통속영화를 찍잘 것은 아닐거인디!
영채 : 에~이. 병수 이놈이 그럴 놈이예요, 선배님?
정형수 : 그럴 놈이 아니제! 아닝께 당췌 이해가 안가는 것 아녀?
병수 : ......
영채 : 그냥 축하해 주세요. 선배님.
정형수 : 어째서야!
영채 : 병수니까요.
정형수 : (꿈벅꿈벅)
영채 : 병수 인생이구, 병수가 내린 결정이에요.
정형수 : ......
영채 : ....
병수 : .....
정형수 : 마누라가 우리 승호 낳으러 처가에 갔을 때 말여... 김을 백장을 구워놓고 갔더라고야. 마누라 혼자 처가에 보내놓고
시나리오 쓴답시고 방구석에 처백혀 있다가 배고파서 밥을 먹을라고 찬장을 열었는디 구운김이 있더라고.
영채 : .......
병수 : ......
정형수 : 배 불러갖고 쪼그리고 앉아서 김에 들기름 바르고 소금 치고...... 쌕쌕 밭은 숨 쉬어가면서 한장 한 장 굽고.....
영채 : .....
병수 : .....
정형수 : 사랑도 의리여야. 사랑이 곧 의리인 것이여. 살다가 아무리 보대껴도 김 백장만 생각허면 나는 의리를 지키고자퍼.
형수, 담배에 불 붙이며 간다.
두 아이만 남는다.
영채 : 어쩌냐, 우릴 아는 사람들은 형수 선배처럼 다 저렇게 한마디씩 할텐데.
병수 : .... 다... 나았어?
영채 : ......응.
병수 : 많이 아팠어?
영채 : .... 조금.
병수 : ... 아프지마... 나 때문에, 나 같은 놈 때문에... 아프지 마.
영채 : 야! 이 결혼 날짜 잡아논 놈아!!
병수 : .....
영채 : 경고 하는데... 날 걱정하는 말, 따뜻한 말.... 하지마라.
병수 : ......(동요하는)
영채 : 차라리 뒤통수라두 보며 지내는 게 나을 거 같아서 다시 출근해 일하기루 했다만, 나는 때때루 억울하구
아니 하루종일 억울하구 분통 터지기 땜에...니가 그러면...이판사판 니놈을 확 옆구리에 끼구 날라버리고 싶어질지두 몰라.
병수 : (조금씩 격렬해지는)...
영채 : 안그러려구 죽을 힘 다하겠지만, 만에 하나 내가 너한테 치대더라두, 니가 못하게 해라. 니가 피하구, 니가 조심해. 알았지?
병수 : ..........(무너지기 일보 직전)
영채 : 예컨대 내가 (병수의 머리통을 간절하게 올려다보며) 야 김병수 내가 지금 니놈의 머리통을 무자게 문질러보구 싶으니
머리통 좀 이리 내놔봐라 하더라두 너는 절대(하는데)
영채를 와락 끌어안는
병수 : .....
영채 : ....
병수 : ......
영채 : ....
S#12. 그 강이 보이는 곳
멀리 서서 끌어안고 있는 두 아이를 발견한 이나, 이를 악물고 두 아이에게로 가려고 하면,
그런 이나의 손목을 잡고 막아서는 희수.
이나 : 놔!
희수 : 둬라 좀.
이나 : 왜! 저 자식은 인제 내꺼란 말야! 저기서 쟤랑 저렇게 끌어안구 있으면 안되는 애란 말이야, 인제!!!
희수 : 의식이야. 절차라구. 쟤들도 그게 필요하지 않겠니?
이나 : 짐 싸들구 나온 걸루 끝이야. 놔 이거.
희수 : 그러지 마라. 정말 보기 안타깝다, 당신.
이나 : ....
희수 : 너무 그러지 말라구, 선수가 왜 이래?
이나 : (노려보는)
희수 : 이러다 저 녀석이 당신, 지겨워하면 어떡할래?
이나 : .....
희수 : 나라면.... 싫어지겠다..
이나 : .....
희수, 세트장 쪽으로 가버리고
이나, 강 쪽을 노려본다. 두 아이 아직도 끌어안은 채다.
S#13. 강가
병수, 영채를 끌어안고 있다.
영채의 손, 병수의 머리통을 향해 올라간다. 머리통을 문지르지 못하고 다시 내려오는 영채의 손.
그 손으로 머리통을 만지는 대신, 병수를 밀어낸다. 밀어내고 보니, 병수, 울고 있다. 영채도 울고 있다.
영채 : 의리를 지키라잖아. 사랑두 의리라며. 니가 선택한 사람한테 의리를 지키게 해 주구 싶다. 그게 내 의리다.
병수 : ......
영채 : ......
그 두 아이 위에 (E) 한준이가 부르는 노래소리 (Dick And Jane)
S#13-1. 한준의 방
한준, 귀엽게 Dick & Jane 부르며 비스켓과 초콜렛을 집으로 만들고 있다. 영채에게 선물 할 건가보다.
과자가 부서지면 제 입 속에 올랑 집언허고 우물우물....
S#14. 하숙집 거실 (밤)
일상의 행사로 점호 겸....... 보고를 받고 있는 능옥. 하숙생 서너명 능옥 앞에 서 있고,
하숙생 : 알바하는데 교대하는 애가 늦게 와서 한시간 더 하다가 늦었습니다......
능옥 : 첨이니께 넘어가넌디 두번은 어림없는겨...
하숙생 : 예.
능옥 : 취침. 그 담이!
점호 마친 애들 지들 방으로 흩어지고,
석관과 영채와 을채 능옥 앞에 와서 선다.
능옥 : 너.
석관 : 야. 지는 예, 사립탐정이 대든 네고시에이터가 대든 학교는 졸업을 맞고 대라꼬 아부지가 그캐시가,
담학기에는 꼭 다부 등록하고, 다 써 없애뿐 등록금은 우애든동 벌어놓기로 약속했는데이.
능옥 : 워치케 벌어?
석관 : 그기...
능옥 : 담번 점호때꺼정 방도럴 못 구하마넌 귀향이여.
석관 : 야...
능옥 : (을채를 보고... 학원에서 온 성적표를 꺼내 보이며) 너.
을채 : 이이이이 이모~
능옥 : 톼사여.
을채 : 이모!!!!!!
능옥 : 담번 시험에 삼십점 더 받을 수 있넌겨?
을채 : 이모! 천재라카도 한분에 삼십점은 몬받아예!
능옥 : 짐 싸.
을채 : 올리께예. 삼십점...
능옥 : 너.
영채 : 네 이모.
능옥 : ...(한숨 폭)
영채 : 그러실 거 없어요, 이모. 그동안 걱정 끼쳐드려 죄송해요. 이제 괜찮구, 출근두 할 꺼예요. 오늘두 일하다 왔어요.
을채 : 언니 니 출근했나? 뱅수오빠야 없나?
영채 : 병수 곧 결혼 해요 이모.
놀라는 세사람.
석관 : 누구랑?
을채 : (동시에) 누구랑?
영채 : 안그래두 사람들이 무슨 일이냐구 한마디씩 거들어서 저 힘들어요. 집에서 만이라두 편하구 싶어요.
부탁드려요 이모. 부타개 석관아. 부탁해 을채야.
석관 : ......
을채 : .......
능옥 : .......
S#15. 영채와 을채의 방 (밤)
영채 들어오고, 을채, 언니야 언니야 부르며 따라 들어온다.
을채 : 언니야, 니 내한테 말 쫌 해도고. 니 그래 한분에 포기해도 대는 기가? 내는 말캉 맬간 이바구(모두 터무니 없는 이야기)
같다... 우리가 이래 뱅수 오빠야를 보내삐도 대는 긴지 우예 해도 이해가 안간다.
영채 : ... 책 꺼내.
을채 : 언니야!
영채 : 꺼내 얼른. 공부 안하면 이모 아니라두 내가 보내버릴 꺼야.
을채 : 눈지만 말 해라. 뱅수 오빠 뺏드라간 그년이 눈지만 말 하모, 내사 마 당장 가가
멀꺼디(머리끄덩이)를 하딱 끄들어 빙빙 돌리노께, 으이?
영채 : 을채야!
을채 : 언...(하다가 영채의 기세에 눌려)... 알았다. 근데... 누고?
영채 : .... 책꺼내.
을채 : (대충 아무 책이나 꺼내 책상에 올려놓으며) 내 육감으로는 언니야, 그 여자 같은데.... 맞제?
영채 : (휙보는)
을채 : 저분에 언니야 일본 갔을때, 언니야네 영하사 대표라꼬, 내 옆에서 자고 갔다카대... 맞다, 암캐도 그년이 맞네, 내 육감상.
영채 : ... 넌 꿈이 뭐야?
을채 : 뭐라꼬?
영채 : 목표가 뭐냔 말이야. 꿈이 있어야 공부가 잘 되지. 막연한 꿈 말고 구체적인 꿈. 그게 있어야 공부두 구체적이지.
을채 : 언니야 니는 그래 꿈이 많아가 오늘날 이래 아푸노, 으이?
영채 : 뭐?
을채 : 언니야 니 꿈은 순저이 뱅수오빠야를 위한 꿈이다, 그쟈?
영채 : (발설해 본 적 없다... 놀라는..) 뭐야, 너......
을채 부스럭 거리며 서랍에서 손바닥만한 드로잉북 꺼낸다.
영채, 긴장해서 보고 있으면, 을채 드로잉북의 표지를 연다.
까까머리 꼬마가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날아가는 그림. 차르륵 페이지 넘겨가면 움직이는 그림이 된다.
꼬마가 탄 자전거가 하늘의 달을 통과하고 달의 얼굴이 자전거를 따라 움직이고, 맨 마지막 장엔 달이 씩 웃는 그림.
보고 굳어있는 영채.
을채 : (다시한번 차르르륵 하며) 이 판국에 언니야 니가 내한테 와 남우 일기장을 훔치보냐고 야단 치몬
언니야 니는 참말로 나뿐 년이다, 안글나? 니가 내 언니야라카믄, 동생 솜씨가 이래 훌륭해도 되는기가... 칭찬을 해 주야
마땅한 기다, 안글나? 잘 그릿제?
영채 : ......
S#16. 성곽 (밤)
성곽 위에 앉아있는 영채. 을채의 드로잉 북을 차르륵 해 본다.
그림 속의 병수가 자전거를 타고 달을 통과한다. 영채 머리 꼭대기로 달이 떠 있음 좋고.
그 위로 한준의 (E) Dick & Jane
S#16-1. 냉동실 안 (인서트)
냉동실 문이 열리고 한준이 반쯤 만들어진 과자집을 흥얼흥얼 하며 꺼내 간다.
S#16-2. 한준의 방
노래하고 춤 추며 웨하스로 과자집의 벽을 만들고 있는 한준.
붓에다 물엿을 적셔 과자위에 바르고 그 위에다가 웨하스를 붙이면 된다. 제법 집이 되어가고 있다.
그 위로 (E) 청중이 환호하고 박수치는 소리
S#17. 인서트
<수요 예술 무대> 같은 프로의 공연장.
한준의 노래와 오버랩 되어, 한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있고
S#18. 방송국 공연장
객석에 나란히 앉아있는 희수와 영채.
희수 : (영채의 귀에 대고) 저 아저씨야. 우린 오늘 저 아저씰 쓰러뜨려야 해.
영채 : 근데 뭐가 그렇게 비장해요?
희수 : 만만찮은 아저씨거든.
영채 : 거만해요?
희수 : 거만하다기 보단, 만사 귀찮아해. 특히 날 별루 안좋아하지.
영채 : 왜요?
희수 : 내 음악이 가짜래.
영채 : ?
희수 : 근데 어쩌냐... 주인공의 테마는 반드시 저 아저씨가 불러줘야 하는 feel인데...
영채 : (가수를 본다)
거만한 그 가수는 열창을 하고 있다. 오다끄풍의 가수. 전인권처럼!
S#19. 방송국 로비
전인권(이리고 치고)이 바지 주머니에 손 찌르고 어기적어기적 걸어나오고 있다.
희수가 영채를 데리고 전인권 앞으로 간다.
희수 : 안녕하슈?
전인권 : (꿈벅꿈벅 하며 본다)
영채 : (보거나 말거나 꾸벅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전인권 : (영채를 또 꿈벅꿈벅 하며 본다)
희수 : (손 내밀며) 오랜만이죠?
전인권 : 손 치워. 주머니에서 손 빼기 귀찮아.
희수 :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손 거두며) 술 값 떨어져서 출연했수?
전인권 : (느른~ 하게, 놀리는 것 같지 않게 놀리고 있다.) 가에 기역하면 각짜, 가에 니은하면 간짜, 가에 이응하면 강짜,
가에 디귿하면 갖짜, 가에 지읏해도 갖짜, 가에 치읏해도 갗짜, 갗짜, 갗짜....(모두 '가짜'로 발음되는)....(하며 간다)
희수 : (따라가며) 에이, 갗짜가 아니라 가~짜지. 아씨, 아씨, 가짜가 사는 낮 술 한잔 마실래요?
아씨 노래 담으로 좋아하는게 낮술이잖어, 응?
영채 : (어이없어 하며 따라가는) 나 낮술 싫은데....
S#20. 방송국 앞
전인권 어기적어기적 계단을 내려오고 희수가 아씨아씨 하며 쫓아오고 그 뒤를 영채가 따라 내려 오는데
전인권 : (멈춰서) 막창.
희수 : (따라와 멈춰서) 에? 뭐라구요?
전인권 : (희수를 느른~하게 본다)
S#21. 막창집
막창이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고,
영채, 연기에 질식할 것 같고, 희수, 전인권을 뚫어져라 보고 있고,
전인권, 엠피쓰리 플레이어의 이어폰을 귀에 꼽고 눈 감고 듣고 있다.
시나리오 둘둘 말아서 까딱까딱하며 리듬에 몸을 맡기고 있는 전인권.
희수, 그런 전인권을 열심히 보고 있다.
영채, 그런 희수와 전인권을 번갈아 보고 있다.
음악이 끝났는지 전인권의 몸짓이 멈춘다. 희수, 침을 꼴깍 삼키고.
전인권, 이어폰 빼서 엠피쓰리 플레이어와 함께 희수에게 던지듯 준다.
희수 : 어때요?
전인권 : (술 탁 털어놓고) 첨 듣는 멜로디다, 어떤곡 샘플링이냐?
희수 : 샘플링 아냐!
전인권 : 거짓부렁 말구.
희수 : 아 내가 언제 샘플링 해?
전인권 : 일짜에 공짜 하나 붙이면 십날('씹날'처럼 들리게) 공짜 두개 붙이면 백날, 공짜 세개 붙이면 천날 공짜 내게 붙이면 만날
만날만날만날만날 하잖아. 공짜루 먹는 샘플링! 만날만날만날만날!
희수 : 아 그거야 옛날에 철 없을 때.........(영채를 힐긋 보며) 으이씨 나 혼자 있는 것두 아닌데, 진짜...
영채 : (피식)
희수 : 이거 샘플링 아냐! 내가 만들었다구요 진짜.
전인권 : 가사는?
희수 : 아씨가 써요. 간주만 휘파람으로 하구.
전인권 : 휘파람?
희수 : 휘파람.
전인권 : (생각하다가... 휙휙 휘파람 불어보고는) 휘파람 아이디언 어디서 훔쳤느냐?
희수 : 아 씨... 훔친거 아니라니깐!!!
전인권 : 거짓부렁부렁부렁부렁봉알봉알봉알봉알..
희수 : 훔친 건 아니구, 이 친구가 아이디얼 줬지.
전인권 : (영채를 휙 본다)
영채 : 내가요? 언제요?
희수 : 제주도에서. 돌에서 숨소리가 들린다구 했더니 그건 휘파람이어야 한다구 니가 그랬잖아.
영채 : 아.......
전인권 : 그럼 그렇지. 가짜가 이런 영감을 얻을 순 없지.
희수 : 해 줄 거지?
전인권 : (영채를 휙보고는) 근데 이 여인은 그때 그 여인이 아니네? 니는 어떻게 볼 때마다 다른 여인을 대동하느냐?
재주 좋구나 야~
희수 : 미치겠네.....
전인권 : (영채의 손을 잡으며) 나 전인권이외다.
영채 : 서 영챕니다.
전인권 : 아, 섯짜 영짜 챗짜씨... 그때 그 여인의 이름은 뭐였더라... 조..조..좆짜...잇짜....
희수가 화들짝 놀라 전인권의 입을 틀어막는 것과 동시에 울리는 영채의 전화벨.
영채, 전화 받으러 나가면
희수, 휴...한숨...전인권을 노려본다. 전인권, 메롱~ 혀 내밀고 술 마신다.
S#22. 막창집 앞
영채, 벨 울리는 전화기를 들고 나와 전화를 받는다.
영채 : 여보세요.
경채 : (F 속삭이는 듯한 소리로) 언니야 내다, 갱채다..
S#23. 필상의 집 마당
댓돌에 필상과 병수와 이나의 신발 놓여있고,
빈채, 댓돌에 놓인 이나의 하이힐 굽을 드라이버 같은 연장으로 뽀개려고 안간힘 쓰고 있다.
경채, 무선 전화기 가지고 나와 안에 안들리게 소곤소곤 전화하고 있다.
경채 : 언니야. 내는 이기 무신 일인지 몰라가 가심이 깍 막히고 똑 죽을 꺼 같다.
영채 : 경채야 와? 무슨 일 있노?
경채 : 뱅수 오빠야가 으떤 여자사람을 데불고 와가 아빠야한테 절을 시킷다...
S#24. 필상의 방 안
필상 앞에 바른 자세로 앉아있는 이나와 병수.
팔상, 두사람을 바로 안보고 모로 앉아있고.
병수는 그런 필상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이나는 그런 자리가 너무너무 불편해서 견딜 수가 없다.
경채 : (E) 엄마야는 보기 싫다꼬 인사 안받고 으데 가삘고, 뱅수 오빠야가 데불고 온 여자사람은 우리 아빠야보고 아버님 아버님
캐 쌌드라. 언니야.... 뱅수오빠야가 와 언니야 니랑 같이 안오고 다른 여자 사람이랑 같이 오노?
S#25. 막창집 앞
영채, 멍하게 서 있다가 전화기를 주머니에 넣고 안으로 천천히 들어간다.
S#26. 막창집 안
희수와 전인권에게 가서 앉는
영채 : 저두 낮술 좀 해야 겠는데요. (술 따라 마시는)
희수 : ....(보는)...
S#27. 필상의 방
여전히 모로 앉아있는
필상 : 내는 아직.....
병수 : .......
이나 : .......
필상 : 머라캐야 할 지 모리겠네....
병수 : .......
이나 : .......
필상 : 내는 아직.... 시간이 다문 얼매라도 쪼매 더 있다고 생각했그등?
병수 : .......
이나 : ....... 무슨 시간이 필요하십니까 어르신?
필상 : ?
병수 : ?
이나 : 혹시 어르신이 계산하시는 시간은, 병수랑...병수씨랑 영채씨가 일말의 가능성을 갖구 관계를 되돌릴 시간을
뜻하시는 겁니까?
필상 : ...(가만히 보는)...
병수 : 이나씨...
이나 : 저는 병수씰 선택했구, 저두 병수씨한테 선택 받길 원했구, 병수씬.....(영채가 아니라) 절 선택했습니다.
놀라셨을 줄 압니다만, 이제 제 사람이니까 다른 말씀은 말아주십시오. 불편합니다.
필상 : ... 뱅수야.
병수 : .... 예.
이나 : ...
필상 : 니 방 한칸이라도 얻을 돈 있나?
병수 : ... 쌤...
필상 : 누가 마련해 준다카모 누가 마련해 주야겠나?
이나 : ... 그런 걱정(마세요)
필상 : 내가 해야 안대겠나...
이나 : ...
병수 : ... 쌤... 지는
필상 : (이나에게) 보소. 내한테 필요한 시간은, 일마한테 방 한칸이라도 맹글어줄 시간인 기라.
병수 : (왈칵 차오르는 눈물, 참담하다)
이나 : ...
필상 : 긋도 필요없는 기가 니?
병수 : (말 못하고)
이나 : ... 건방졌습니다, 용서하세요. 그리구... 걱정... 안끼치구 싶습니다.
필상 : ......
병수 : ......
필상 : ...... 시님한테도 인사 디리야제?
병수 : ......
필상 : ...... 마이 팬찮으시다카대... 가보그라.... 내는... 좀 .... 누버야겠네...
병수 : (떨구고) ... (다음씬과 이어지는 컷으로)
S#28. 절집 큰 스님 방
병수, 고개 떨구고 보고 있다.
병수의 시선 아래에 큰스님 와병중.
S#29. 대웅전 안
정숙, 불전에 절하고 나오다가 문득 멈춘다.
큰스님 방 앞에서, 이나가 구두 한 쪽 벗어들고 곤란한 얼굴로 살피고 있다.
S#30. 큰스님 방 앞
대웅전에서 정숙이 보고 있고, 이나, 구두 뒷굽을 댓돌에다 대고 쾅쾅 때려 박는다.
주지스님, 약사발을 쟁반에 받혀 들고 오다가 그런 이나를 보다.
주지 : 큰 스님께서 와병중이십니다. 소리가 큽니다.
이나 : ..(깨끔발로 일어서며) 죄송합니다.
S#31. 큰 스님 방 안
병수, 가만히 가만히 할매요... 하고 불러본다.
큰스님, 이불속에서 팔을 빼고 힘겹게 병수를 손짓으로 부른다.
병수, 귀를 가까이 가져가면,
큰스님 : (들릴듯 말듯) 해운아... 너 아직도 자면서 우느냐...
병수 : (저도 들릴 듯 말듯) ... 아니예...
큰스님 : 누가 달래주었느냐...
병수 : ......
큰스님 : 니 울음 달래준 아이는 왜 같이 안왔니...
병수 : .......
큰스님 : 다음엔 꼭 같이 오너라....
병수 : ......(눈물이 주르륵)
S#32. 일주문 앞
절에서 나와 가고 있는 병수, 이나보다 조금 앞서 있고.
이나, 구두 뒷굽 신경 쓰랴, 병수 따라가랴 바쁜데,
정숙 : (E) 뱅수야.
돌아보는 병수. 뒤따라 와 있는 정숙.
병수, 서고. 이나, 옆으로 비켜서는데,
정숙, 아주 가까이 오지는 않고
정숙 : 내는 안대겠다, 영채 아버지는 그래 하믄 안댄다카지마는.. 내는 니 몬보겠으이 오지도 말고, 연락도 마라.
병수 : ....
정숙 : 내... 내 마음이 이래 이칸데... 영채는... 지정신으로 있드나?
병수 : ......
정숙 : 니가 볼때 지정신 이드나?
병수 : .....
정숙 : 아이드라. 아이고말고. 내도 그렇다. 자꾸 보마 내도 힘들다.
병수 : ....
정숙 : 잘 살아라꼬 말 몬해주가 미안타... 차마 그 말은 안나오네... (글썽글썽) 잘 가그라...
정숙, 휘휘 걸어서 병수와 아니를 지나 앞질러서 내려가는데 보고있던
병수 : 어무이요!
이나 : ....
정숙 : (잠깐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진 않고)
병수 : .... 키아주시가... 지를 거두고 키아주시가.. 고맙습니데이...
병수, 정숙의 뒤에 대고 울며 큰절 하는데, 정숙, 간다.
이나, 후우우.... 긴 숨을 내 쉰다.
병수, 땅바닥에 엎어져 어깨 들썩이고 있다.
S#33. 주차장 가는 길
해가 넘어가는 시간. 병수, 걷고 있고. 이나, 뒤 따라오다 결국 구두 뒷굽이 똑 부러지고 만다.
또르르 병수 앞으로 떨어진 굽이 굴러가고.
병수, 멈춰서 구을 들고 이나를 본다.
이나 : (쓸쓸하게)... 너를 얻는 건... 세상을 얻기보다 더 힘이 드는 일이구나...
병수, 이나의 발을 본다. 이나, 그런 병수를 본다.
병수, 이나에게로 와서 등을 돌려댄다. 업히라는. 병수, 이나를 업고 걸어간다.
땅을 보고 걷는 병수 앞에 가로막고 서 있는 경채와 빈채.
병수, 멈춘다.
경채와 빈채, 눈물을 주르륵 흘린다.
병수 : ....
이나 : ....(또 남았는가의...)
경채 : 오빠야 니 그라믄 안댄데이.....
빈채 으앙, 소리내어 울면은 경채 그런 빈채의 손을 잡고 뒤돌아 달려간다.
병수 : ....
이나 : ....
이나를 업고 선 채로 망연하게 서 있는
병수 : ....
점점 컴컴해지고 있고, 그런 이나와 병수 위로,
영채 : (E 노래)
S#34. 노래방 (밤)
영채, 노래 부르고 있다. (못부르면 못 부르는 대로... 세심하게 선곡 要)
보고있는 희수.
노래 부르는 영채 위로 흐르는 과거.
S#35. 올인원 복도 (새벽/회상)
영채의 가슴위에 올려져 있는 병수의 손
S#36. 노래방 (밤)
노래 부르는 영채
S#37. 올인원 복도 (새벽/회상)
영채 노래를 백으로 키스하는 병수와 영채.
S#38. 노래방 (밤)
노래부르는 영채.
S#39. 대숲 (회상)
어린 병수의 까까머리를 만지는 어린 영채
(E) 영채 노래
S#40. 드로잉북 (이미지)
촤르륵 넘어가는 드로잉 북속의 움직이는 그림. 자전거가 달로 날아가는
(E) 영채 노래
S#41. 올인원 복도 (회상)
병수의 머리를 문질문질 하는 영채
(E) 영채의 노래 끝날 때까지.
S#42. 거리 (밤)
명동성당 앞 거리 같은 곳. 인적 거의 끊어지고. 노점상들도 다 들어가고 리어커 묶여있고,
그런 거리의 화단에 앉아있는 영채와 희수.
영채 : 병수가 우리 엄마 아빠한테 인살 하러 갔대요. 조이나씰 데리구요.
희수 : ....
영채 : 아저씨, 우리 결혼 할래요?
희수 : 얘는 걸핏하면 결혼 하자더라.
영채 : 아저씨 한텐 결혼 같은 게 별루 의미가 없다면서요?
희수 : 그래...
영채 : 그러니까 해요.
희수 : ......
영채 : 아저씨한텐 별 뜻두 없는 그깟 결혼, 해두 그만 안해두 그만인 거니까... 하면 어때요?
희수 : (푹 웃고) 난 그렇다치구, 넌 왜 하니...
영채 : 아무거나... 붙들구 싶어.... 너무 ... 힘들어...(운다)
희수 : 왜 하필 난데...
영채 : 아무거나 붙들구 싶은 그 아무거난데... 결혼이 너무 큰 뜻인 사람한텐 내가 너무 미안하잖아요...
희수 : ....
영채 : ....
희수 : 나는 말이다, 꼬맹아...
영채 : ....
희수 : 꼭, 일 때문에만 니 고향집에 찾아갔던 건 아냐.
영채 : ....?
희수 : 아프단 얘기 듣구 심란했어. 다 나았는가 싶었더니 사라져 버리구..... 궁금하구... 보고 싶더라....
영채 : ......
희수 : 언제까지가 될 진 모르지만, 너는 나한테서, 나는 너한테서 쉬기루 안했던가?
영채 : ........
희수 : 쉬구 싶은데 쉴 데가 없었어.
영채 : ......
희수 : 그 언제까지가... 앞으로 영영이 되더라두 크게 나쁠것 같진 않다. 왜냐하면 너는... 이제껏 봐 온 누구보다두 착하니까...
착하구.. 예쁘니까.
영채 : ....
희수 : 아무거나 붙들고 싶다가 아니라.... 박희수 팔뚝을 붙들구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다시 한번 청혼 해 봐라.
심각하게 고려해줄께. (미소)
영채 : ....
영채, 가만히 희수를 보고 있고.
희수, 영채의 내려온 머리카락 한 올을 귀 뒤로 넘겨주는데
그런 영채와 희수 뒤로 꽃파는 리어카 지나간다. 그냥 꽃파는 아저씨가 꽃 리어카를 밀며 천천히 지나가는 거다.
S#43. 성곽길 (밤)
희수가 영채를 데려다주고 싶다.
영채, 병수랑 앉아있던 그 자리에 문득 서서 야경을 본다.
희수, 위로하듯 영채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영채, 희수를 본다. 희수, 영채의 어깨를 안고 간다.
걸어가는 두 사람 위로
한준 : (E) (Dick & Jane)
S#44. 한준의 방 (밤)
한준의 Dick & Jane이 나훈아 풍의 노래로 바뀌어있고,
한준, 노래를 꺾어부르며 빼빼로로 과자집의 지붕을 삼각형으로 붙이고 있다.
("I'm gonna marry her someday"만 반복해서 부른다.)
S#45. 하숙집 가는 길 (밤)
한준, 완성된 과자집에 리본까지 매달아 신나게 노래 부르며 가고 있다.
I'm gonna merry her someday가 세레나데 풍으로 바뀌어 반복되고 있다.
S#46. 하숙집 앞 (밤)
영채와 희수 대문 앞으로 걸어온다.
희수 : 잘자.
영채 : (끄덕하고 들어가려다 문득 서서).... 덕분에 하루가 어찌어찌 갔어요...
희수 : 나두야.... 어찌어찌 휙 하구 갔어.
영채 : 난 아침에 눈 뜨면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나... 그게 젤 큰 고민이예요.
희수 : 그럼 이렇게 해라.
영채 : ....
희수 : 아침에 눈 뜨면, 고민이 시작되기 전에 바루 나한테 전활 해.
영채 : 전화 하면요?
희수 : 오늘 어떻게 보낼까... 의논하지?
영채 : ..... 좋은 생각이에요.
희수 : .....
영채 : .... 고마워요
희수 : (보다가... 가볍게 영채를 당겨 안는다. 토닥거리는 기분으로) 잘 자라......
완성된 과자잡에 리본까지 달아서 갖고오던 한준, 영채와 희수가 안고 있는 걸 본다.
한준, 충격으로 부르르 떤다.
S#47. 하숙집 마당 (밤)
창살 대문 밖에서 포옹하고 있는 두사람을 갸웃하며 보고 있는
능옥 : ???????
(F.O)
S#48. 영채 방 (아침)
전화벨 소리에 눈 뜨는 영채.
을채의 침대가 비었고, 영채, 손을 뻗어 전화기 가져와 받는다.
영채 : 여보세요.
희수 : (F) 나와라, 가볍게 입구.
영채 : ?
S#49. 하숙집 앞
하숙집 골목 저쪽에 희수의 차가 세워져 있는 것 보이고.
영채 나오면, 트레이닝 복 차림의 희수가 기다리고 있다가 무조건 영채의 손을 쥐고 뛴다.
영채 : (얼결에 따라 달리며) 뭐에요? 무슨 일 있어요?
희수 : 오늘 하룰 어떻게 보내야 하나 고민이 시작되기 전에 무조건 몸을 놀리구 보는 거야!
영채 : ??
S#50. 영채방
문 열어보는 능옥. 방 비어있고.
S#51. 석관방
문 열어보는 능옥. 방 비어있고.
능옥 : (나가며) 이늠들이 새빅 댓바람버텀 워디루 다들 샌겨???
S#52. 하숙집 옥상
을채와 석관, 하숙집의 하숙생들 몇몇을 모아놓고 둥그렇게 서 있다.
을채와 석관의 발 아래, 돌돌 말린 현수막들 묶여있고.
석관 : 우리는 자랑스러분 대 울진고등학교 졸업생들로서...
을채 : 사설 다 필료엄꼬! 우야든동 다 준비댔제!
하숙생들 : (결연하게 끄덕!)
석관 : (을채를 째려보고)
S#53. 마로니에 공원
이른 아침부터 취해있는 노숙자 아저씨가 소주를 병째로 벌컥벌컥 들이킨 후에 한준의 과자집을 안주로 뜯어먹고 있다.
벌써 지붕은 다 먹었다.
노숙자 아저씨 옆에 길에 누워 신문지를 덮고 잠들어있는 한준.
영채와 희수가 공원을 한바퀴 돌고 있다.
S#54. 편의점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미역국밥 같은 거 먹고 있는 희수와 영채. 그런대로 잠깐 잊고 웃기도 한다.
S#55. 하숙집 앞
희수의 차가 붕 떠나고, 영채가 가볍게 손 들어 인사한다.
들어가려다 말고 문득 희수가 간 쪽을 바라보는
영채 : .....
희수가 간 반대쪽에서, 처참하게 뜯긴 과자집을 안고 올라오고 있는 한준.
S#56. 올인원 주차장 (아침)
자동차들 뒤에서 채귀같은 얼굴로 스윽 나타나는 석관과 을채
을채 : 오빠야 니 잘 할 수 있나!
석관 : 두말 하모 잔소리데이!
척 하고 휴대폰을 꺼내드는 석관.
S#57. 이나의 집무실
전화(휴대폰 아니고 회사전화) 받고있는
이나 : 네? 뭐라구요?
석관 : (F) 주차 관리실인데요, 차 쫌 뺴 주이소. 뒷차가 못 나갑니데이.. 2306이지예?
이나 : 아니에요. ****이에요.
S#58. 주차장
석관 : 실례했십니데이~
석관, 전화 끊고, 을채를 향해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인다.
S#59. 올인원 로비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로비를 가로질러 밖으로 나가는 이나 위에
을채 : (F) 여보세요? ****자동차에 무신 일이 일어났으까요?
S#60. 주차장
아나의 자동차가 푹 내려 앉아있다. 바퀴가 오지게 펑크 나 있다.
황당하고 어이없고 짜증나는 이나, 대체 어떤 년 놈의 소행인가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을채 : (E) 물건 도둑만 도둑인가! 사람 도둑도 도둑이다!!
석관 : (E) 도둑이다! 도둑이다! 도둑이다!!!
이나, 소리 나는 쪽을 올려다 보면, 건물 벽 창문을 통해 툭툭 떨어져 걸리는 현수막들.
<도둑맞곤 못 살아><김병수는 우리꺼> 등등 표어가 써 있다.
이나, 기가막히고 황당한데,
을채와 석관, 하숙생들, 창문에서 고개를 쏙쏙 내 밀고 소리소리 지르고 있다.
내 놓으라는 둥, 물러가라는 둥, 심지어는 김병수를 살려내라까지.
S#61. 올인원 소품실
병수, 커다란 슈거 글래스를 찾아들고 돌아서는데 이나가 부릎뜬 두 눈에 눈물을 가득 담고 서 있다.
병수 : ...?...왜그래요?
이나, 있는 힘껏 슈거글래스를 빼앗아 바닥에 내동댕이 친다.
슈거 글래스 와장창 부서진다.
병수 : ....
이나 : .... 넌 뭐땜에 누구한테나 그렇게 사랑받는 거니?
병수 : 무슨... 말이예요?
이나 : 딸을 배신한 놈한테 그 딸의 아버지란 분은 방 한칸 만들어줄 시간이라두 달라 그러구.
그 어머님 당신이 실연 당하신 거마냥 힘들어하구. 어린 동생들은 니 앞에서 눈물을 철철 흘리구...
니 친구들은 내 자동찰 펑크 내 놓구, 병수랑 애를 도둑 맞았다며 돌려달라구 시위하구...
병수 : ....
이나 : 또 누가 남았니, 난 누구한테 얼만큼 더 미움받아야 하니...
병수 : ....
이나 : .... 응? (우는데)
병수 : (다가와 이나를 안아준다)
이나 : ....
병수 : 힘들겠어요.. (당신 참 힘들겠어요다..) 나 힘든 거만 생각하느라...이나씨가 힘들 건 생각 못 했어요. 울지마요...미안해요...
이나 : .....
S#62. 인서트
영채의 휴대폰 액정.
벨 울리고, 병수의 번호 뜨지만, 영채는 아직 모르는 번호다.
S#63. 지하철 역 승강장
영채, 지하철 역 승강장 벤치에 앉아서 전화기를 들여다보고 있다가 받는다.
영채 : 여보세요?
병수 : (F) ....
영채 : (혹시나...) 여보세요?
병수 : (F) 영채야...
영채 : (덮어놓고 반가운)......어....
S#64. 올인원 숙직실
병수, 침대에 구부리고 앉아서 전화중이다.
병수 : .... 석관이랑 ... 을채랑... 내 말은... 안들어... 아이들... 데려가 줄 수 있어? 그 사람이.... 힘들어해....
S#65. 지하철 역 승강장
전화기 쥔 손을 축 늘어뜨리고 멍하게 앉아있는 영채. 지하철 들어온다는 안내음.
지하철 들어오며 삽시간에 시끄러워지고. 지하철 지나가고 나면,
영채, 그 자리에 그대로 꼼짝없이 앉아있다. (F.O)
S#66. 세트장
이나와 병수, 그 세트장에서 결혼 한다.
세트장이 결혼식을 위해 꾸며져 있고. 하객석 한 바퀴. 오상무, 나경림을 비롯한 영화시 식구들 쭈르륵-
(오상무의 표정 - 축하는 해야겠는데 뭔가 찜찜한 얼굴, 경림은 직원들과 수다 떨고)
비구니 스님들 쭈르륵- 큰 스님은 안계시고 주지스님을 비롯한 많은 이모스님들, 경건하고 고요한 표정,
가끔 속삭일 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영화 관계자들 쭈르륵 - 배우들, 정형수와 박감독, 기타 영화사들.
필상과 정숙, 입구에서 들어오고. 객석에 앉을 지 부모석에 앉을지 아직 모른다.
정숙의 얼굴은 굳어있고, 필상은 그런 정숙을, 그래도 그러면 안되지... 달래며 데리고 오는 것),
그 뒤에 능옥이 보살님 - 하며 따라와 정숙 옆에 붙어서 가고,
석관과 을채를 비롯한 하숙생들 무리지어 들어오는데 암만해도 결혼 식장을 망칠 것 같은 위태로운 분위기고,
그 위로 아아아- 마이크 테스트 하는 소리 들린 후에
사회자 : 곧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하객 여러분은 착석해 주시고 신랑신부는 대기해 주세요...
식장 입구. 턱시도 입은 병수가 나타나 선다.
누군가 "신부 어딨어, 신부?" "신부 데려와 빨리!" 등등 소리 소란스럽고
병수 : .........
S#67. 예식장 복도
신부 대기실을 향해 뛰어가는 경림. 신부 대기실 앞. 노크하는 경림.
S#68. 신부 대기실
경림이 문을 열고 "빨리 나와, 시작한다" 하는데,
앉아있다 일어서는 신부는 이나가 아니고 영채다.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