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사장
어릴 때 모습이 고대로 있었다 작은 키 동글납작한 얼굴 살짝 찢어진 눈
공부를 안했는지 못했는지 반 평균점 낮추는 데 한 몫 했다
마음 맞는 아이들 몇 몇 하고는 선생의 눈을 피해 교실 구석에서 겨우 놀지만
점심시간 서너 팀이 함께 축구 하는 운동장에선 온몸이 축구공이 되어 여러 팀 사이를 휘젓고 다녔다
살짝 찢어진 눈이 선생님요 헤헤 웃으면 용머리 꾸중이 슬그머니 뱀꼬리가 되곤했다
선생님요 배진기 아시지요 가요 건설업체 사장 됐어요 낙동강개발 사업에도 일한데요
돈 많이 벌었데요 전번 총동창회 때 거금 내놓았데요
금동원이 아시지요 가도요 거기서 포크레인으로 이천만 원이나 벌었다고 해요
아휴 우리 선생님 4대강 개발에 반대인데 조금 있다가 진기하고 동원이 오면 좀 그렇겠다
야들아 사업은 현실이야 4대강 반대는 반대이고 건설업은 건설업이다
수십 년 만에 여제자들과 안동호반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말은 그렇게 하지만 속은 착잡했다
늙은 평교사 담임선생이 가는 길과 지역 건설업체 사장이 된 제자가 가는 길이 30년만큼 벌어졌다
선생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넙죽 엎드려 큰절을 올려주는 진기 아니 배사장을 보니
그래 자네 건설업으로 성공하고 있다고 들었네 여제자들과 달리 해라 투가 안 나왔다
봐 내 말이 맞지 선생님이 야들한테는 자네 자네 그래지? 경아가 싱긋 웃으며 한 마디 했다
선생님 뭐요 글쎄 조그마해요 꾸중 듣던 그때 눈을 벗고 건설업자다운 눈이 반들거렸다
내야 낙동강 그대로 놔두었으면 좋겠지만 국가에서 하는 일이니 별 수 없고
자네야 국가에서 하는 사업에 일개 업체로 참여하고 있으니 열심히 하는 게 맞지
선생님께서 4대강에 대해 쓰신 글을 봤어요 우리 업체도 정보를 공유해요
건설사 사장인 진기와 포크레인 차주인 동원이가 잘못도 없이 괜히 꾸중을 듣는 아이가 되었다
태화동 고급 카페로 자리를 옮겨 고급 양주를 주문한 배사장이 권한 한잔을 마시고 일어섰다
얘들아 잘 놀아라 진기군 고맙네 모두들 열심히 살아라
선생님 대접하려고 여기 왔는데요 동글납작한 얼굴 살짝 찢어진 눈이 선생님요 헤헤 웃었다
가을 제비원민속문화축제 화환에 뚜렷한 이름 석 자 용상건설 사장 배진기
출세는 성적순이 아니었다